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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국영화 촬영현장의 풍경을 한권의 사진첩으로 정리해보려 한다. 스틸 작가들의 컴퓨터에 잠들어 있는 사진을 통째로 싹싹 긁어모으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으나 사실 그러지는 못했다(얽힌 이해관계가 많아서였으니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대신 가까이서 현장을 관찰하고 기록해온 스틸 작가들의 생생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바탕으로, 올 한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영화들의 현장 사진첩을 꾸며보았다. 홍보용으로 쓰인 A컷이 아니라 공개되지 않은(혹은 공개되지 못한) B컷들을 여기 공개한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우리 선희> <베를린> <신세계> <설국열차> <관상>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친구2>의 현장 풍경이 지금부터 펼쳐진다.
어린아이처럼
김진영 스틸 작가가 말하는 <우리 선희> 현장비사
삼각관계? 이것이 영화 메이킹 스틸이 아니라 파파라치 컷이었다면 정유미를 둘러싸고
영화의 비밀 현장에 있습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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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외국영화 베스트5
올해의 외국영화 1
근원적 불안의 불확정성 <마스터>
인간의 동물적 본성에 관해 한없이 불길한 성찰을 보여준 작품,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마스터>가 올해의 가장 ‘길’한 해외영화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돌아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프레디 퀠과 신흥종교 단체 교주이자 사이비 심리학자인 랭카스터 도드의 서로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관계를 다룬 영화는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인간의 콤플렉스에 관한 시적인 탐구”(장병원)로 본 이도 있고, “아버지 세대를 부정함으로써 루저가 되는 그 불안을 기꺼이 긍정하는 용기”(김영진)를 높이 산 이도 있는가 하면, “전쟁이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처절하고 치밀하게 파괴시키는지를 전장을 시각적으로 소비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내면 탐구를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드라마로, 지배와 비피지배에 관한 서사를 가장 흥미로운 방식으로 풀어냈다”(김지미)고 읽은 이도 있었다. 평범
BEST of 201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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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감독
그래서, 차기작은 뭐예요?
<설국열차> 봉준호
올해의 영화감독은 봉준호다. “폭주하는 기관차에 맞춰 돌아가는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잔혹한 리듬감과 그 상징성을 대중적인 화법으로 풀어냄”(김지미), “어떠한 규모와 소재도 봉준호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신통한 연출력”(송효정) 등의 지지를 받았다. 결코 쉽지 않은 장르와 규모를 능숙하게 완성해낸 그 뛰어난 연출력이 갈채를 끌어냈을 것이다. 그렇게 하여 봉준호 감독은 <괴물> <마더>에 이어 벌써 세 번째 올해의 감독을 차지했다. 아직도 <설국열차>와 관련된 일들은 끝나지 않아서, “내년 2월7일에는 일본에서 개봉도 하고 베를린영화제에서는 특별 상영도 한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벌써 <설국열차>를 뒤로하고 차기작을 향해 있는 것 같다. “<설국열차>는 벌써 오래전 일인 것 같다. 이제는 많이 잊었고 그리고 빨리 잊어야지.”
지금 당장에 그는 제작자로서
BEST of 201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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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이맘때면 지나온 한해를 되돌아보기 마련이다. <씨네21> 역시 올해도 거르지 않고 ‘올해의 영화, 올해의 영화인’을 선정했다. 2013년을 제대로 마감하기 위해 꼭 필요한 마무리다. 올해의 영화 부문에서는 한국영화와 해외영화 베스트5를 뽑았고 여기에 과대, 과소평가된 영화들에 대한 짧은 코멘트를 더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독자들의 지속된 요청을 반영하여 필자별 한국영화 베스트5는 물론이고 해외영화 베스트5의 목록도 함께 싣기로 결정했다. 올해의 영화인 부문에서는 예년과 동일하게 올해의 감독, 주연남녀배우, 신인남녀배우, 신인감독, 제작자, 시나리오, 촬영감독 등 총 9명을 선정했다. 30명의 <씨네21> 필진이 참여한 ‘올해의 영화, 올해의 영화인’과 함께 우리를 웃고 울게 했던 2013년의 영화들을 만나보자.
2013 한국영화 베스트5
올해의 한국영화 1
인간이라는 딱하고 예쁜 존재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홍상수 감독의 <
BEST of 201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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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2년 동안 본 영화의 감독들 중에서 차기작을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이를 셋 꼽으라면 <케빈에 대하여>(2011)의 린 램지, <셰임>(2011)의 스티브 맥퀸, <테이크 쉘터>(2011)의 제프 니콜스라고 대답하고 싶다. 이중 제프 니콜스의 신작 <머드>를 보았다. (린 램지는 신작을 찍으려다 만 것 같고, 스티브 맥퀸의 신작 <12 Years a Slave>는 내년 봄에 개봉 예정인 모양이다.) 언뜻 <머드>는 전작과는 꽤 다른 영화처럼 보인다. 전작이 삼십대 남성의 불안 망상을 다룬 일종의 심리스릴러라면, 이번 영화는 소년의 모험을 그린 고전적 성장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보면 <머드>는 곱씹어볼 대목이 많지 않은 영화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텍스트에는 표층주제와 심층주제가 있을 수 있는데, <머드>의 심층주제라고 할 만한 것은 <테이크 쉘터>의
[신형철의 스토리-텔링] 이상한 에덴의 엘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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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목마나 모노레일 앞에 줄섰던 분들이 얼떨결에 롤러코스터를 탔다가 놀라실 수도 있다.” 말문을 연 원신연 감독의 목소리에 자신감과 염려가 반반씩 묻어났다. <세븐 데이즈> 이후 6년 만에 만난 그는 “진격의 카 액션”을 메인 요리로 올린 “액션의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관객을 기다리는 중이다. 짐작건대, 왕년에 무술감독으로 이름을 알렸던 이 남자가 힘닿는 데까지 쭉 뻗어 찬 하이킥에는 두들겨 맞으며 신나할 관객도, 그냥 꽥 쓰러지고 말 관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도 유익하다. 영화의 무림을 헤매며 즐거워하는 이 사내, 원신연 감독에게는 그 매번의 대련이 곧 매번의 전진이기 때문이다.
-무술감독을 오래 했던 사람으로서 <용의자>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올 게 왔구나란 생각이 들었겠다.
=당연하다. <로보트 태권 브이>에 4년 가까이 매달려 있다 보니 너무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받아든 시나리오였는데, 읽어보니 액션의 향연(!)이더라. 근데 액
[원신연] 안전벨트 없는 바이킹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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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송년호 커버스타로 임시완을 초대했다. <변호인>이 첫 영화 데뷔작인, 아직은 신인배우인 그를 얼굴로 내세운 건 그가 보여줄 앞으로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변호인>에서 송강호의 폭발하는 듯한 연기와 조화를 이룬 임시완 특유의 고요한 존재감은 분명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리라고 믿는다. 그룹 ‘제국의 아이들’의 가수로 출발,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허염앓이’를 일으킨 스타성과 <적도의 남자>의 연기력을 바탕으로, 이제 막 영화배우의 시작점에 선 임시완을 만났다. 말을 아끼는 조용한 대화법이 그가 보여준 작품 속 캐릭터의 이미지와 데칼코마니처럼 겹쳤다.
<변호인>을 장악하는 캐릭터는 분명 송우석, 송변(송강호)이다. 돈밖에 모르는 세무변호사가 세상의 부조리에 눈을 뜨고 약한 자의 편에 서는 인권변호사가 되기까지, 송변의 커다란 인생 굴곡이 <변호인>의 드라마를 이룬다. 진우(임시완)는 그런 송변에
[임시완] 조용하지만,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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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필름누아르의 팜므파탈이 스크린 밖으로 나온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육감적인 몸을 감싸는 검정색 드레스를 입고, 긴 담배를 입에 문 관능적인 여성이 당신 곁에 와서 담뱃불을 빌려달라고 부탁한다면 말이다. 허구에선 그 여성과의 위험한 관계를 상상할지 몰라도, 현실에선 거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못됐다고 경멸하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는 팜므파탈이 스크린이라는 조건 속에서 상상력을 자극할 때 성적 욕망을 느끼지만 그것이 현실의 일이 되면 스캔들로 해석하고 금방 흥미를 잃고 만다. 필름누아르의 퀸 가운데 한명인 조앤 베넷의 삶은 그런 사실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프리츠 랑의 뮤즈
조앤 베넷은 프리츠 랑과 작업하며 누아르의 퀸으로 대접받았다. 출발은 <맨 헌트>(1941)였고, 출세작은 <창가의 여인>(1944)이었다. 당시 다른 배우들과 달리 베넷은 서른이 넘어 제대로 된 캐릭터를 찾았는데, 그것이 바로 팜므파탈이다. ‘어둡고 위험
[한창호의 오! 마돈나] 스크린을 찢고 뛰쳐나온 팜므파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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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에 이어 다시 한번 웹툰 원작의 영화에 출연하게 된 강인과 <고양이 장례식>이 첫 영화인 박세영. “누군가 그랬다. 헤어진 연인들은 장례식이나 결혼식에서 반드시 만난다고….” 내레이션으로 깔리게 될 동훈(강인)의 대사가 벌써부터 귀에 들리는 듯하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별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법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종훈(오른쪽) 감독이 동훈(강인)에게 연기 지도를 하고 있다.
“아저씨, 여기 머리 잘 자르죠? 이 남자 머리 좀 예쁘게 다듬어주세요.” 이발소라는 남자들의 공간에 처음으로 들어온 재희(박세영). 그녀에게는 낯선 공간이 흥미롭기만 하다.
이발사 역의 김병춘이 온몸으로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다. 실제로는 후시녹음으로 음악을 입히게 될 가짜 연기다. 감독은 “진짜 연기자”라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 연희동의 한 작은 이발소. 촬영 장비 차량이 길가에 서 있지 않았다면 눈길 한번 주지 않
[씨네스코프] 추억은 예쁘게 적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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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간 산적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의 현장공개가 열린 12월12일,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폭설이 내렸다. 남양주종합촬영소 주변의 적설량은 눈으로 어림잡아도 5cm 이상. 촬영소 안에서도 가장 높은 언덕배기에 위치한 <해적>의 야외세트에 닿기 위해 차량도, 사람도 조심 또 조심이다. 그러나 힘겹게 언덕을 오른 보람은 있었다. 세트장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배 두척이 시선을 압도한다. (바다 CG 작업을 위해) 상공 9m 위로 올려진 이 배들은 해양 블록버스터 <해적>의 중요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150여명의 기자단이 배에 탑승하자, 사극 복장을 한 배우들이 하나둘씩 입장한다. “춥지 않으세요?” 누군가 이렇게 묻자, 배우 이경영이 답한다. “보통은 이것보다 두껍게 차려입는데, 오늘은 (분량이) 짧아서 얇게 입었어요.” 백발의 모히칸 헤어 스타일에 오른쪽 얼굴엔 문신이 가득한 이경영의 모습은 현장
[씨네스코프] 무정부주의자 vs 테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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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감독 맷 리브스 / 출연 게리 올드먼, 제이슨 클라크, 주디 그리어, 앤디 서키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이 예고편을 통해 디스토피아적인 이미지를 공개했다. 전작에서 10년이 지난 샌프란시스코가 배경이며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와 ‘시저’가 이끄는 유인원들간의 마지막 전투를 그린다. <클로버필드> <렛미인>의 맷 리브스가 연출을 맡았다. 내년 7월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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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진정한 창조경제
[정훈이 만화]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진정한 창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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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여름방학을 맞은 나는 숭례문 근처의 한 회사에서 영어회화 테이프를 파는 일을 시작했다. 며칠간의 세일즈 교육은 세상물정 모르던 대학생에게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하루 종일 세일즈, 세일즈 노래를 듣다보니 세상은 물건을 파는 사람과 그것을 사는 사람, 딱 두 종류의 인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강사는 말했다. 세일즈를 하지 않을 때에도 우리는 늘 뭔가를 팔고 있다. 삶의 매 순간 우리는 자기 자신을 남에게 세일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왕이면 잘 파는 게 좋지 않겠나?
북극에서도 냉장고를 팔 수 있다는 유의 세일즈 성공담들과 망설이는 가망 고객들을 어떻게 후려칠 것인가 하는 실전 요령들을 습득한 뒤 나와 동료들은 바로 실전에 투입되었다. 개량한복을 입은 30대 초반의 여성이 팀장이었다. 우리 실적 중 일부를 자기가 떼어먹는 다단계식 조직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우리의 전화통화 하나하나에 늘 신경을 곤두세웠다.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대다가
[영하의 날씨] 자유 없는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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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평론가가 예술품 너머의 흔한 사물을 응시한다. <사물 판독기>는 그렇게 태어났다. <한겨레21>의 ‘반이정의 사물보기’에 연재한 글을 기본으로 해 몇 꼭지를 추가하고 또한 수정했다는데, 목차를 살피는 것만으로도 책이 나를 끌어당기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사무실에서 혹은 집에서 또는 길거리에서 지금 눈에 들어오는 ‘그것들’에 대한 생각. 개를 찾는다는 전단지와 겨드랑이털에서부터 가족사진, 개량한복, 사전, 청바지 등 도합 100가지의 사물이 여기 늘어서 있다. 짧은 글과 호응하는 이미지는 같은 ‘소재’를 다룬 예술작품인 경우가 많은데, 글이 이미지를 해설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글은 글대로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남훈이 쓴 <싸우는 사람들>의 책날개에 실린 저자 소개에는 그의 좌우명이 적혀 있다. “남자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싸운다.” 죽을 때까지 싸운다는 그가, 싸우는 사람들의 인생 필살기를 적었다. 그가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안녕들 하시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