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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의 봄날이 시작됐다. 상반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칠봉이를 연기하며 여성 시청자를 끙끙 앓게 만들었던 유연석이 ‘엄마’와 ‘아빠’가 되어 돌아왔다.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과 영화 <제보자>에서 각각 맡은 역할이다. <꽃보다 청춘>의 자연인 유연석은 마치 칠봉이에게 추진력과 꼼꼼함을 한 스푼씩 끼얹은 것 같다. 어물어물하면서도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느린 말투며, 동료들에게 여행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닳도록 여행 책자를 들여다보는 진득함이며, 동료들의 양말을 손빨래해주는 다정함까지. “무척 사람을 잘 챙기고 세심한 친구다. 얼마 전 아프리카에 갔다 와서는 선물이라며 커피를 안겨주더라.” 유연석의 “오랜 롤모델”이자, <제보자>에 함께 출연한 박해일도 유연석의 다정함에 제대로 마음을 뺏긴 듯했다(박해일이 이 말을 할 때, 유연석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박해일을 바라봤다).
[유연석] 양심에 마음을 뺏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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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이 발동하면 일단 전진할 것. 한번 뛰어든 취재는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말 것. 제보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보호할 것. 밝혀낸 진실은 세상에 알릴 것. <제보자>에서 박해일이 연기한 윤민철은 이 명령어에 충실한 시사 방송 프로그램 PD다. 뚝심 있는 저널리스트라는 얘기다. 이장환(이경영) 박사와 함께 줄기세포 연구를 해온 연구원 심민호(유연석) 팀장으로부터 “줄기세포는 하나도 없다”라는 제보를 받았을 때 증거가 없음에도 앞뒤 돌아보지 않고 취재에 뛰어든 것도 그래서다. 윤민철 캐릭터에 어떤 배우가 어울릴까 떠올렸을 때, 임순례 감독은 “박해일 외엔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산이 한번하고도 반이나 더 바뀌었다. 데뷔작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이후 박해일이 임순례 감독과 <제보자>로 재회한 건 무려 14년 만이다. 임순례 감독이 극단 동숭무대 연극 <청춘예찬>을 보고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고등학생
[박해일] 진실을 향해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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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석아, 뒤에 일정 없지? 인터뷰 다 끝나면 내려와. 같이 밥 먹고 가자.” 먼저 인터뷰를 끝낸 박해일이 친근하게 유연석을 불렀다. “네, 형. 먼저 가 계세요.” 유연석도 상냥하게 답했다. 함께 영화에 출연하는 건 임순례 감독의 <제보자>가 처음이지만 두 배우는 가늘고 긴 인연을 오래전부터 이어왔다. 유연석은 데뷔 초부터 박해일을 “오랜 롤모델”이라고 얘기해왔고, 두 배우는 <짐승의 끝>과 <늑대소년>에 출연해 각각 조성희 감독과 가까운 사이였다. 두 배우가 사석에서 처음 만난 것도 조성희 감독이 주최한 모임이었다고 한다. 유연석이 “그 자리에 해일이 형도 계시다기에 잘 보이고 싶어서 제가 비싼 재킷까지 입고 갔었어요”라고 말하자 박해일이 장난기 어린 말투로 대꾸한다. “어, 처음 보는 친구가 이상한 가죽잠바 같은 걸 입고 왔더라고.” <제보자>에서도 두 배우는 끈끈한 신뢰로 이어져 있다. 방송국 PD 윤민철(박해일)은 아무런 증거도 없
[제보자] 믿고 따르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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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밀당’의 노하우를 집약한 가르침
속뜻 ‘열려라 참깨’의 21세기 버전
주석 원래는 아이폰의 잠금화면을 여는 안내문이었다. ‘열려면 미끄러지게 만드시오.’(slide to unlock) 말이 길어서 번역자가 꾀를 낸 모양이다. ‘밀어서 여시오’가 더 짧은 말이지만, ‘lock’의 어감이 딱딱하니까 ‘잠금’이란 답답한 말을 고른 거겠지. ‘잠금’에는 ‘찰칵!’ 하는 소리가 들어 있으니까(‘ㅈㄱ’을 세게 발음하면 ‘ㅊㅋ’이 된다). 이렇게 해서 ‘unlock’은 ‘잠금해제’가 되었다. 누군가 화장실의 여닫이문에 달린 미닫이 잠금장치 옆에 ‘밀어서 잠금해제’란 글자를 적어 넣었다. 그 사진이 인터넷에 회자되자 밀어서 잠금해제할 수 있는 모든 사진이 뒤이어 올라왔다. 이 사진들에서는 아이폰 바탕화면에 깔면 앞의 말과 ‘밀어서 잠금해제’란 뒤의 말이 깔끔하게 이어져 문장이 완성된다. 이 진화과정을 되짚어보자.
처음에는 말놀이 차원의 사진들이 대세를 이루었다. 물놀이 사진에 붙인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밀어서 잠금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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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히어런트 바이스> Inherent Vice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 / 출연 리즈 위더스푼, 와킨 피닉스, 지나 말론, 사샤 피어터스, 조시 브롤린
약물에 절어 사는 탐정 래리(와킨 피닉스)는 갑작스레 사라진 전 여자친구를 찾아나선다. 1970년대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한 범죄 미스터리물로 토머스 핀천의 탐정소설이 원작이다. 폴 토머스 앤더슨이 <마스터> 이후 2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와킨 피닉스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12월12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인히어런트 바이스> Inherent 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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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루시> 온통 잡초밭
[정훈이 만화] <루시> 온통 잡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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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훌륭한 목수인 줄 알고 결혼했고 별스럽게 아름다워질 정원인 줄 알고 손바닥만한 땅에 매달렸으니, 시간이 지나고 보니 예전의 남편은 그저 목수가 되고 싶어 하는 성실한 남자였고 마당은 대한민국 시골 어디에나 있는 그냥 작은 땅뙈기였다.” 그렇게 7년을 살아낸 기억, 기록이다. 비우는 삶이 좋다며, 서울에 생업을 두고 종종 내려가는 지방의 삶을 예찬하는 책이 넘쳐나는 요즘, 진귀한 투박함이 빛난다.
[도서] 농촌에서의 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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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준비하면 영화제를 더 즐길 수 있다. 무슨 영화를 볼지는 해마다 달라지지만, 어디서 잘지, 뭘 먹을지, 매진된 표는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같은 노하우는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주말에 표가 없다며 쉽게 부산행을 포기한 사람이라면 ‘취소표 구하기’ 노하우를 전수받으시라. 19년째 영화제를 다니고 있다는 필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영화제 준비하기를 담은 책이다.
[도서] 영화제 준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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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은 거대한 마술상자다.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 그곳에서 나오는 물건을 짐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공장들은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고, 그러니 언젠가부터 물건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아니지, 이제 공장들 태반은 외국에 있다. 배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완제품만이 우리 앞에 놓인다. 소설가 김중혁은 그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 그 과정은 물건의 이력을 알아내는 과정이지만, 앞서 말한 이유로 이제 한국에서는 명을 다해가는 몇몇 제조업의 초상을 남기는 일이기도 하다.
종이, 콘돔, 브래지어, 간장, 가방, 지구본, 초콜릿, 도자기, 엘피, 악기, 화장품, 맥주, 라면…. 여기에 김중혁 자신의 ‘글 공장’도 들어간다. 영화를 많이 보는 건 물론 <씨네21>에 ‘김중혁의 바디무비’를 연재중인 그는 “원고량은 계산하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는, 영화 대사를 패러디한 재치 있는 삽화를 넣기도 했다. 물샐 틈 없는 기술을 자랑하는 콘돔 이야기는 신기하고, 공장 직원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물건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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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는 메시지다.” 미디어아트 비엔날레인 ‘미디어시티서울 2014’를 찾은 아티스트 호신텅은 마셜 매클루언의 꽤 오래된 명제를 물리적으로 실현시켰다. 이번에 전시된 ‘홍콩 인터-비보스 영화제’는 가상의 영화 28편으로 이뤄진, 영화 없는 영화제다. 홍콩현대미술상 전시와 상하이비엔날레(2012)에서 호평받으며 2012년 홍콩예술진흥상을 수상한 이 전시는 영화 스틸, 포스터, 시놉시스, 예고편까지 모두 가상으로 이뤄졌지만 실제 열리는 영화제와 다를 게 없는 효과를 발휘한다. 관객은 없지만 영화적 체험은 존재하는 색다른 경험의 끝에서 86년생 젊은 작가에게 영화의 오래된 미래에 대해 물었다.
-영화 없는 영화제란 컨셉이 신선하다.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해마다 홍콩국제영화제를 관람하면서 답답했던 부분이 있었다. 10곳이 넘는 장소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되다 보니 분명 ‘영화’제인데도 원하는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기더라. 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서 출발했다.
[flash on] 영화관람, 일종의 종교 행위와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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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20일, 21일 일기에 <루시>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난 뭐 감추고 그러는 거 싫더라.” <프랭크>에서 줄곧 인형 탈을 쓰고 있는 뮤지션으로 분한 마이클 파스빈더의 대사다. 프랭크의 가짜 머리는 묘하게 표현적이다. 창피당하면 홍조가 오르는 듯하고 놀라면 동공이 커져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지금껏 전신 누드를 포함, 연기할 때 아무것도 가리지 않아온 배우라는 사실이, 파스빈더가 <프랭크>를 선택한 동기를 거꾸로 납득하게 한다.
8/20
최근 스칼렛 요한슨은 그녀의 몸으로부터 이리저리 탈출하느라 바쁘다. 인공지능으로 분한 <그녀>에서 요한슨은 육신이 아예 없고, <언더 더 스킨>의 몸은 빌려 쓴 껍데기이며, <루시>에서는 육체적 현존을 초월해버린다. 육체의 의미는 각기 다른 경로로 지워진다.
루시는 세명의 캐릭터 중 유일하게 보통의 인간 여성으로 등장하는데도, 관객이 가장 냉담한 심경으로 전말을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루시 인 더 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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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첫발을 내디뎌 올해로 10회를 맞는 ‘인디애니페스트 2014’의 포문이 열린다. 올해 영화제는 10주년을 맞이하여 더욱 풍성해진 프로그램으로 관객과 만난다. 영화제의 슬로건은 ‘열반’으로, 애니메이션 작업의 험난한 과정과 독특한 정체성, 작업자들의 열기를 한껏 느끼게 만드는 테마로 정해졌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뿐만 아니라, CGV명동역에서도 상영작들을 만날 수 있다. 개막식은 9월25일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개최되며, 일본 토치카팀의 퍼포먼스와 국내 뮤지션 스틸로의 축하공연이 함께 진행된다. 총 6일간 이어지는 이번 행사의 개막작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부 ‘신동헌 감독 특별전’이다. 1968년 제작된 영화 <장군의 수염>에 삽입된 그의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상업광고 여러 편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올해 초청된 작품은 총 158편으로, 예년보다 50여편 늘어난 규모이다. 그중 학생경쟁 프로그램 ‘새벽비행’ 부문에는 21편의 다양한 애
[영화제] 애니메이션으로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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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곧 투쟁이라는 말은 장애인에게는 단지 비유적인 표현일 수만은 없다. 그들의 삶에서 작은 것 하나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9월26일(금)부터 29일(월)까지 4일간 목동 방송회관, 대한극장에서 열리는 제15회 장애인영화제는 서로 다른 방식의 ‘투쟁의 삶, 혹은 삶의 투쟁’의 기록을 만날 수 있다. 연민 대신 배려와 지지의 시선을 기다리는 5개국 2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개막작으로는 호주 출신 감독 제네비에브 클레이-스미스의 단편 세편이 연달아 상영된다. 그중 <인터뷰어>는 유명 법률회사의 면접을 보게 된 남자가 특별한 면접관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짧은 이야기다. 감독은 오랫동안 다운증후군 환자 등 장애인과 영화 제작 워크숍을 이어왔는데 <인터뷰어>는 그 작업의 결과물이다. 학생들은 배우, 미술, 스크립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작에 참여했다. 만드는 이들의 유쾌한 에너지가 영화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지체장애인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빼놓지 않고
[영화제] 눈을 감고 감각을 공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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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영화, 특히 개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이야기는 항상 비슷한 목적지로 향하기 쉽다. 개의 변하지 않는 마음을 보여주면서, 이에 사람의 드라마가 더해지는 식이다. <히마와리와 나의 7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전직 사육사였던 쇼지(사카이 마사토)는 유기견들을 관리하는 보건소 직원이다. 개가 새 주인을 못 찾고 7일이 지나면, 직접 ‘처분’을 해야 하는 까닭에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유기견을 돌본다. 그런 어느 날 들개 한 마리가 새끼들과 함께 잡혀온다. 갓 낳은 자식을 지키고자 모든 사람을 경계하는 어미 개는 새 주인을 찾기가 어려운 법이다. 이 들개의 마음을 얻기 위해 쇼지는 부단히 애를 쓴다.
<히마와리와 나의 7일>에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기특한 개는 없다. 단지 버림받은 개의 “마음을 상상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개를 죽일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직업에 충격을 받은 아이들과,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쇼지의 사정이 더해지면, 버림받은 어미 개 히
주인을 기다리는 유기견의 시간 <히마와리와 나의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