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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석(김상석)은 배우 오디션에서 또 떨어졌다. 동거하는 여자친구 혜진(정임순)과의 관계도 예전만 못하다. 이룬 것은 없는데 나이는 올해로 서른이다.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받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던 그의 현실은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는 무명배우다. 평소 아이폰으로 주변의 사물과 자연을 찍는 것을 좋아하던 상석은 스스로 감독이 되어 자신에게 시나리오를 보내는 것으로 꿈을 대신 실현하려 한다. 그는 친구 정우(임영진)의 집착 때문에 힘겨워하는 그의 여자친구 미소(김은주)를 자신의 영화에 출연시키길 원한다. 상석은 미소에게 은근한 마음을 품고 있는 참이다. 상석은 미소에게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보내지만 미소는 자신과 정우, 그리고 상석의 관계가 고스란히 반영된 이야기를 읽은 뒤 화를 낸다.
배우 김상석의 감독 데뷔작이다. 극중 인물 상석처럼 김상석은 실제로 이 영화의 주연이자 감독이다. 극중 스탭으로 등장한 배우들 역시 영화의 스탭을 겸했다. 영화와 실제 감독의 이야기, 그리고
영화와 실제 감독의 이야기 <별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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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인 로라(아가시 보니처)는 우연과 운명, 백마 탄 왕자가 등장하는 고전적인 사랑을 믿는다. 어느 날 꿈에서 보았던 왕자의 모습과 일치하는 작곡가 산드로(아서 듀퐁)를 발견한 뒤에 로라는 그가 자신의 운명의 짝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 산드로는 긴장하면 말을 더듬고, 집세 보증금을 구하기 위해 부모에게 기대는 보통의 남자일 따름이다. 한편 산드로의 아버지 피에르(장 피에르 바크리)는 장례식장에서 마주친 점쟁이의 예언 때문에 고민에 사로잡혀 있다. 올해 3월14일로 예정된 자신의 사망 날짜 때문에 피에르는 다른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합리적인 인물이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그를 잠식해간다. 그러던 중 로라가 매혹적인 바람둥이 맥심(벤자민 비올래)을 만나 또 다른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는 로라의 고모 마리안(아녜스 자우이)의 옆집에 사는, 유명한 음악 프로듀서다. 영화 <해피엔딩 네버엔딩>은 아녜스 자우이가 감독을 맡고, 아녜스 자
‘동화 속 공주’ <해피엔딩 네버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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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대신 로봇이 전쟁을 수행하는 2028년. 로봇들을 생산하는 기업 옴니코프는 로봇 병기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인간과 로봇을 결합시킨 ‘신제품’을 개발하려 한다. 한편 디트로이트 경찰 알렉스 머피(요엘 신나만)가 범죄수사 중 폭탄테러를 당해 심각한 부상을 입자 옴니코프가 머피의 가족에게 접근해온다. 머피를 살려줄 테니 로봇 실험에 동의해달라는 것이다. 결국 머피는 최첨단 로봇 신체를 이식한 로보캅으로 다시 태어나고, 옴니코프는 보다 ‘효율적인’ 작동을 위해 머피의 감정까지 통제하기 시작한다. 결국 “자신을 알렉스 머피라고 믿는 로봇” 수준으로 개조된 머피는 가족까지 잊은 채 범죄자를 잡는 일에만 몰두한다. 인간도, 그렇다고 완전한 기계도 아닌 머피-로보캅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일까.
장르적 연출과 사실적 느낌을 절묘하게 혼합한 <엘리트 스쿼드> 등으로 주목받았던 호세 파딜라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 <로보캅>은 폴 버호벤 감독의 <로보캅&g
인간과 로봇을 결합시킨 ‘신제품’ <로보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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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노란 얼굴의 미니피겨 에밋은 세계를 구원할 ‘스페셜’ 마스터빌더로 오인받아 얼떨결에 사악한 악당인 로드 비즈니스에 맞서 싸우게 된다. 마스터빌더란 창의적 아이디어로 무엇이든 조립할 수 있는 능력자를 말한다. 일단 여기까지만 알면 끝이다. 이후엔 롤러코스터를 즐기듯 쾌속 질주하는 영화의 리듬에 몸을 실으면 된다. 우주선은 잠수함이 되고, 트럭은 건물이 된다. 거대한 도시와 광활한 서부 등 만들 수 없는 것이 없고 갈 수 없는 곳이 없다.
설명서를 보고 모든 것을 조리 있고 통일감 있게 제작하는 자들과 마음대로 창의력을 발휘하여 요상스런 물건을 만드는 자들. <레고 무비>는 이 두 세력간의 투쟁을 다룬다. 질서와 규칙을 중시하는 독재자 로드 비즈니스에 맞서 가장 평범한 에밋이 세상을 바꾼다는 설정은, 괴상하고 조잡해 보이는 아이디어들이 만들어가는 레고의 창의적 세계관과 맞닿아 있다. 매뉴얼을 따르는 법칙이나 천재적 영감보다 엉뚱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상상력이야말로 레
모든 것으로 변신 가능 <레고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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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같은 이십대가 끝나고 서른을 바라보는 29살 여자들의 이야기, <싱글즈>가 나온 지 십년만에 권칠인 감독은 마흔대에 접어든 여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관능’에 관한 영화를 들고 돌아왔다. 중간에 십대부터 사십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뜨거운 것이 좋아>도 있었지만 왠지 <관능의 법칙>은 <싱글즈>의 후일담처럼 보인다. 영화와 함께 관록이 더해진 배우 엄정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테마의 일관성이 큰 몫을 한다. 다만 <싱글즈>의 주인공들에게 ‘어떻게 더 멋진 여성이 될 것인가’가 문제였다면 <관능의 법칙> 속 사십대 여성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여전히 여성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처럼 보인다.
케이블 TV PD인 신혜(엄정화)는 오래된 연인이 어린 여자와 바람을 피워 뒤통수를 맞았지만 사내 비밀 연애였던 터라 속시원히 분풀이도 하지 못한다. 어느 날 우연히 원 나이트를 하게 된 외주 제작사의 막내 PD가 진심으로
자아를 찾아가는 사십대의 모험담 <관능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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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에서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1998년부터 학점은행제를 시행한 지 올해로 15주년을 맞이한다. 573개 교육기관에서 학점은행제 교육과정을 개설하여 6만여명에 이르는 학위 수여자를 배출할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2009년에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았고, 2013년에는 학점은행제 우수교육기관으로 지정된 「동국대학교 전산원」이 유독 관심을 끈다.
동국대학교 전산원은 1975년 「학교법인 동국대학교」에서 설립한 이래 3만여명의 첨단 IT 전문인력을 배출했고, 1998년부터는 학점은행제에 발맞춰 「학점은행 학사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컴퓨터공학, 멀티미디어 등의 IT분야 전문 교육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IT학부, 경영학부, 관광호스피탈리티학부, 복지행정학부, 영화영상학부 등 5개 학부 9개 학과로 지평을 넓혀 명실상부한 종합 전문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4년제 대학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의 학비로 2~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4년제 대학 졸업과 동등한
동국대학교 전산원, 학사학위 취득의 지름길을 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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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Diana
감독 올리버 히르비겔 / 출연 나오미 왓츠, 나빈 앤드루스 / 수입 유성Fe엔터프라이즈(주), (주)퓨어픽쳐스 인터내셔널 코리아 / 제공 유성Fe엔터프라이즈 / 배급 (주)영화사 빅 / 개봉예정 3월6일
1981년부터 1996년까지, 영국의 왕세자비로 살았던 다이애나 스펜서. 찰스 왕세자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릴 때까지만 하더라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인이 될 줄 알았던 다이애나는 이후 15년간 불행한 결혼 생활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이혼 뒤 자유의 몸이 된 지 1년 만인 1997년 8월, 그녀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다. <다이애나>는 결혼부터 죽음까지, 너무도 영화 같은 인생을 살았던 다이애나의 삶을 포착한다. 영화는 그중에서도 다이애나의 비하인드 러브 스토리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오미 왓츠는 다이애나의 모습을 완벽히 재현하기 위해 생전 그녀의 표정과 습관까지 연구한 듯 보인다. 큰 키와 기품 있는 미소 역시
[Coming Soon] 영국의 왕세자비로 살았던 그녀 <다이애나> Di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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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마음에 걸렸던 것 중 하나가 그동안 밥을 주던 길냥이(길고양이들을 이르는 속칭)들이었다. 4년 전 이사를 가면서부터 나름 열심히 밥을 줬었고 그동안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어왔던 터라 이사를 하면 과연 이 녀석들이 끼니를 어찌 해결할까 싶었다. 남은 사료를 탈탈 털어 큰 통에 담아두고 오긴 했는데 왠지 모르게 짠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난 고양이, 특히 길냥이들과는 인연이 없었다.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은 늘 개였고 고양이는 길가다 후다닥 도망가는 뒷모습만 간혹 봤을 뿐이다.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개에 비해 붙임성이 없는 고양이에게 굳이 일부러 다가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 아내가 키우던 고양이와 어쩔 수 없이(?) 친해져야하는 상황이 되고서야 고양이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정확히 말하면 아내가 명절에 집에 내려가는 바람에 고양이 밥을 책임져야 했던 때, 늘 본척만척하던 녀석이 갑자기 무릎에 올라앉아 꼬리를
[김진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길냥이 찰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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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린 식구 없고 부모에게 얹혀사는 직장인의 주말은 대체로 한가롭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게으르다. 주말이 좋은 건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일어나는 것도, 밥 먹는 것도, 또 자는 것도 꼭 몇시여야 할 필요가 없다(게다가 씻는 건 생략할 수도 있다). 누군가의 스케줄에 맞추지 않고 내 마음대로 계획 없이 무질서하게 보내는 시간만큼 진정한 휴식의 기회가 또 있을까.
하지만 요즘은 밤 9시55분 전에 모든 일과를 필사적으로 마친다. SBS <세번 결혼하는 여자>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흥행신화를 썼던 김수현 작가의 신작치고는 눈에 띄는 시청률을 기록 중인 건 아니지만 중반을 지나며 점점 더 긴장감을 높여가는 이야기는 8회 연장 소식에 모처럼 환호했을만큼 흥미롭다. 제목이 가장 큰 스포일러인 드라마답게 주인공 은수(이지아)는 벌써 두번 결혼을 했고 이제 남은 것은 두 번째 결혼이 깨진 뒤 세 번째 결혼으로 향하는 이야기인데, 커다란 줄거리를 대략 짐작하고 있
[최지은의 TVIEW] 욕망이라는 이름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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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인생>과 <열세살, 수아>의 소녀를 거쳐 이세영이 아주 오랜만에 <피끓는 청춘>으로 돌아왔다. 활동을 쉬는 동안 그저 평범한 또래의 삶을 경험하고 싶었고, 실제로 그렇게 지내서였을까. 웃음이 많고 털털하고, 질문을 하면 주저하지 않고 속내를 털어놓는 모습이 예쁘다. 새침한 소녀의 이미지를 지우는 동안 이세영은 어느새 어른이 됐다.
1982년을 배경으로 한 농촌 고교생들의 연애 성장담인 <피끓는 청춘>에서 그녀는 바람둥이 소년 중길(이종석)을 첫눈에 사로잡은 전학생 소희를 연기한다. 얼핏 이세영의 대표작인 <아홉살 인생>의 우림이 떠오른다. 서울에서 전학 온 우림은 산골 소년 여민의 마음을 단박에 뒤흔들었더랬다. <피끓는 청춘>의 소희는 여전히 ‘서울서 온 예쁜 전학생 소녀’지만 사각관계에 변화를 선사하는 흥미로운 반전 캐릭터다. 양 갈래로 곱게 땋은 머리, 아놀드 파마 로고가 새겨진 새하얀 양말, 값비싼 C
[이세영] 초지일관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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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영화
2013 <또 하나의 약속>
2011 <써니>
아직은 짧은 단발머리. <또 하나의 약속>에서 백혈병 환자 한윤미 역을 맡은 박희정은 삭발을 감내해야만 했고 그 이후부터 딱 지금 머리 길이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제작사나 배급사는 개봉이 계속 밀려 힘들었겠지만 나에게는 관객과 만나기 전에 머리 기를 시간이 생겨 좋은 점도 있었다. (웃음)” 중/고교 시절부터 줄곧 축제 사회, 운동회 응원단장, 레크리에이션 오락부장 등을 맡아온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내가 가진 끼를 보여줄 때가 가장 행복하”기에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영화는 <써니>에서 단역(영진, 본드 소녀의 친구)을 맡았던 경험이 전부지만, 예고를 나와 연극영화과에 진학해서 기본기를 다졌고, 연극과 뮤지컬 무대 등에서 활동하며 경험을 쌓아왔다. 이번 영화의 분위기 때문인지 “대중이 가련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무대인사나 인터뷰 자리에서 밝은 모습을 보여
[who are you] 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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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호 프로듀서의 휴대폰은 쉬지 않고 울었다.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한 2월6일, 롯데시네마가 19개관을 연 것을 비롯해 총 112개의 스크린을 확보하는 데 그치자 여기저기서 영화 관람 문의 전화가 잇따른 것이다. 윤기호 프로듀서는 대중영화가 영화로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추가 상영관 확보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았다.
-개봉 첫날이다. 관객 반응은 어떤가.
=CGV불광과 구로를 비롯해 오전시간대 상영 대부분 거의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으로 찾아와 현장에서 티켓을 구입하는 관객도 많다.
-개봉 첫날 112개관 상영으로 출발했다. 애초 목표였던 스크린 수 300개에 크게 못 미치는 숫자다.
=스크린 수가 약간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나 종일 상영이 아닌 교차 상영인 까닭에 상영 횟수는 하루 600회로 큰 변화가 없다. 최대 8만명밖에 불러모으지 못하는 상영 횟수다. 극장도 머리를 굴리고 있는 거다. 스크린 수를 늘려줬
[포커스] 관객을 믿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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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사연을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상영관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이목을 모으고 있다. 지난 2월4일 <또 하나의 가족>의 제작사 에이트볼 픽쳐스의 윤기호 PD는 “전국 영화극장 개봉관 수를 줄이려는 외압이 심하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제작두레 회원들에게 보냈다. 이후 메일의 전문이 같은 날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 워스트’에 게시되면서 외압설에 대한 비판여론을 형성 중이다. 제작사쪽은 <또 하나의 약속>이 “2월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으로 예매율 3위를 기록했지만 전국 80여개도 안 되는 스크린밖에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는 대기업의 외압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예매율 3위라는 수치 역시 예매관을 제대로 열어주지 않아 고작 30개관에서 이뤄낸 기록”이라며 여타 영화와의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더불어 관객의 호의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포커스] 외압은 아니라면서도 상영관 늘리지 않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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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윤리성은 영화의 성취를 축하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중요할까? 한달 뒤로다가온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작 두편을 두고 윤리성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첫 번째 영화는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등 세 부문에 후보로 지명된 우디 앨런 감독의 <블루 재스민>이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자신의 블로그에우디 앨런과 미아 패로가 함께 입양했던 딸 딜런 패로가 투고한 서신을 공개했다. 어린 시절 우디 앨런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내용을 담은 이 서신은, 지난 2월1일 블로그에 공개된 지 2일 만에 3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학대의 구체적인 장소와 방법까지 생생하게 묘사한 딜런 패로는 할리우드 영화계의 무관심이 자신의 처지를 더욱 악화시킨 제2의 가해자라고 비난했다. 패로는 할리우드가 우디 앨런을 거장이라고 추앙할수록 자신과 같은 피해자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뿐이라
[LA] 돌을 던질까 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