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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용강성의 허름한 집, 파리한 얼굴의 여자가 목을 매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귀임 할머니(이옥희)가 자살하려는 손녀 향옥(조안)을 발견해 가까스로 그녀의 목숨을 구한다. 할머니는 향옥에게 “한국에서 있었던 일은 다 잊어버려”라고 말한다. 하지만 할머니 자신도 위안부 시절의 기억 때문에 여전히 괴로워한다. <소리굽쇠>는 재중 위안부였던 귀임 할머니의 과거 회상과 향옥이 한국에서 겪은 사건을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가며 진행한다. “저는 한국이 좋습니다”라고 서툴게 말했던 향옥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위안부 문제를 다뤘다고 하면, <소리굽쇠>를 다큐멘터리라고 오해할지 모른다. <소리굽쇠>는 배우와 전 스탭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흔치 않은 극영화다. 그동안 다큐멘터리영화들이 위안부의 역사를 진술하고 기록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면 <소리굽쇠>는 위안부 할머니의 트라우마를 극적으로 생생하게 재현하고 향옥이라는 인물을 통해 위안부 다음
위안부 문제를 다음 세대로 확장하다 <소리굽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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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마(페넬로페 크루즈)는 옛 친구의 전화를 받고 사라예보를 찾는다. 그리고 시작되는 30년 전의 이야기. 1984년 사라예보를 여행하고 있던 젬마는 미국인 사진작가 디에고(에밀 허시)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와 결혼한다. 세월이 흘러 젬마와 디에고는 내전 중인 사라예보를 찾는다. 그리고 이방인인 그들에게도, 전쟁은 깊은 상흔을 남긴다. 30년 전에 시작된 사랑과 그 사랑이 남긴 아이, 전쟁과 세월의 폐허에 묻은 비밀. 대하 멜로드라마라고 불러도 좋을 스토리를 품은 <투와이스 본>은 서로만 있다면 무엇도 바라지 않았을 연인의 비극을 들려주는 영화다. 거대한 역사적 사건 사이로, 그에 비하면 사소하지만 하찮다 말할 수 없을 러브스토리를 누벼넣는다. 익숙한 방식이다. ‘사라예보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알려진, 함께 탈출하다 사살된 연인의 사진처럼,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논설과 분석보다 가슴을 울린다. 누구도 겪어선 안 될,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라고.
진
‘사라예보의 로미오와 줄리엣’ <투와이스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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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1년, 덴마크에서 미국으로 떠났던 존(매즈 미켈슨)은 7년 만에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다시 만난다. 존은 가족과 함께할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에 차 있지만 그 꿈은 곧 산산조각난다. 우연히 만난 불한당들에게 가족을 모두 잃고 만 것이다. 존은 그들을 집요하게 추적한 끝에 그들이 죗값을 치르게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벌어진다. 죽은 불한당의 형인 델라루 대령(제프리 딘 모건)이 복수를 위해 존을 찾아나선 것이다.
덴마크 출신의 크리스티안 레브링 감독이 만든 서부극 <웨스턴 리벤지>는 ‘서부’라는 세계의 야만성을 묘사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영화는 시작과 거의 동시에 성폭행과 아동 살인을 보여주고, 계속해서 끔찍한 사건들을 잇따라 묘사한다. 당혹스럽게까지 느껴지는 서부의 잔혹함에 대해 영화는 건조한 태도를 취한다. 서부는 원래 이런 곳이었다는 듯 무심하게 지옥 같은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감독은 이 야만적인 사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암시
‘서부’라는 세계의 야만성 <웨스턴 리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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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꽃>이라는 제목의 첫 소설집으로 신인문학상을 받은 30대 중반의 작가 노보루(무카이 오사무)는 출신 고교에서 강연 제안을 받고 고향을 찾는다. 그는 우연히 애 엄마가 된 고교 시절 선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을 떠올린다. 칸바야시와 미야자키는 킹카 퀸카 커플 선배다. 후배 모모세(하야미 아카리)는 선배 미야자키를 흠모하며 그의 곁을 맴돈다. 미야자키 선배가 자신과의 소문으로 곤란해하자, 모모세는 노보루와 거짓으로 사귀는 척하게 된다. 은밀한 끌림과 견제, 타인들의 흔들리는 마음, 가까이 있는 소녀를 향한 미묘한 설렘 속에서 내성적인 노보루도 감정의 변화를 느끼며 성장통을 앓아간다.
영화는 30대 중반 노보루의 현재와 10대 고교생 시절의 노보루(다케우치 다로)의 과거를 오가며 전개된다. 노보루와 정반대의 성향인 당찬 여고생 모모세 역할에는 아이돌 그룹 ‘모모이로 클로버’ 출신 하야미 아카리가 나섰다. 작품은 나카타 에이이치라는 필명으로 로맨스 소설을 쓰는
엇갈린 첫사랑 <모모세, 여기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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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살기 위해 36시간마다 맞아야 하는 주사.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좀비 바이러스에 걸린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게 됐지만 이들은 ‘리턴’이라 불리며 여전히 차별을 받는다. 게다가 비축해둔 치료제는 바닥나고, 리턴들을 모조리 죽이려는 무차별 테러까지 발생하자 리턴으로 살아가던 알렉스(크리스틴 홀든 리드)는 140개의 약과 함께 살기 위한 도주를 시작한다. 그는 과연 계속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매번 새롭게 변화하는 좀비 장르의 최근 유행은 좀비에서 인간으로 다시 돌아온, 좀비도 인간도 아닌 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스페인에서 활동하던 마누엘 카르바요 감독의 <리턴드>는 그 흐름을 좇는 영화 중에서도 색다른 길을 걸으려 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이 영화에 좀비물의 클리셰인 신체훼손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좀비와 싸우는 인간들의 사투가 아니라 약을 얻기 위해 인간들과 싸우는 인간들의 모습에 더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이 설정은 의외로 높은
좀비물의 새로운 변화 <리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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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J. 왓슨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의 주인공이 겪는 공포의 근간은 기억상실에 있다. 40대의 크리스틴(니콜 키드먼)은 매일 아침 20대의 기억에서 멈춘 채 깨어난다. 난생처음 보는 남편(콜린 퍼스)이 늘 옆에 있고, 거울에 비친 노화된 자신의 얼굴은 생경하다. 남편은 대학 동창이던 자신들이 결혼을 했고, 그녀가 사고를 당해서 기억을 잃었다고 말한다. 남편이 출근한 뒤 걸려온 전화 한통, 내쉬 박사라는 사내가 자신이 그녀의 치료를 돕고 있는 정신과 의사이며, 침실 서랍장에 기억을 되살려줄 카메라가 숨겨져 있다고 알려준다. 내쉬 박사와 만나 단편적으로 생성된 기억들을 통해 남편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크리스틴은 누구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기억을 잃는 것은 대부분의 인간이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 중 하나다. 기억은 자기동일성을 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 같을 수 있는 것은 어제 내
기억을 잃은 인간의 원초적 공포 <내가 잠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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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소년 하루타와 소녀 칸나(나가사와 마사미)는 단짝이지만 서로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칸나 앞에 새로운 남자친구가 등장하고, 하루타의 마음은 조급해져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하루타가 세상을 떠나고, 그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던 칸나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하지 못한 채 8년의 시간을 보낸다. 마음이 굳게 닫힌 칸나 앞에 우연히 비슷한 상처를 안고 사는 로쿠(오카다 마사키)가 등장하고, 둘의 상처는 공명하기 시작한다.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를 만들었던 신조 다케히코 감독이 ‘순정만화’의 대가 이쿠에미 료의 동명의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것이라는 사실이 이 영화의 많은 부분을 한번에 설명한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하는 십대 소년 소녀의 핑크빛 감성에, 지울 수 없는 비밀스러운 상처를 새로운 사랑으로 극복한다는 20대의 ‘사랑-성장담’을 한번에 묶어낸 이 영화는
‘일본식 감성 멜로’영화의 귀환 <깨끗하고 연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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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로빈 윌리엄스)는 큰아들을 사고로 잃은 뒤 화만 내는 불쾌한 사람이 되었다. 주치의를 대신해 헨리에게 검진 결과를 통보하던 인턴 섀런(밀라 쿠니스)은 폭언을 퍼붓는 그에게 울컥해 살날이 90분밖에 남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다. 헨리는 반신반의하면서도 남은 90분을 알차게 보내고자 병원을 뛰쳐나가고, 섀런은 언제 뇌혈관이 터질지 모르는 그를 찾아다닌다. <앵그리스트맨>은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는 영화이다. 90일만 살 수 있다고 해도 분주할 판국에 90분이라니. 90분 안에 완수해야 하는 삶의 온갖 숙제, 그리고 혈관이 터지기 전에 환자를 찾아내야 하는 긴급한 사명이 고작 83분짜리 영화에서 겹친 것이다. 보는 사람도 애가 탈 것만 같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지가 않다는 사실이다. <앵그리스트맨>은 너무 바쁘다 보니 오히려 맥이 빠진다. 집중을 안 하기 때문이다. 헨리는 마지막 섹스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아내와 집 나간 둘째아들과 화해해야 하는데,
앞으로 남은 시간 90분 <앵그리스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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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수많은 영화가 반 고흐의 삶을 소개해왔지만, 여전히 이야깃거리가 남은 걸 보니 그만큼 ‘영화적’인 삶을 산 예술가도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런 와중에 도착한 <반 고흐: 위대한 유산>이 차별화를 위해 내세운 카드는 반 고흐의 조카, 빈센트 발렘 반 고흐다. 영화는 1879년, 화가로서 인생을 막 시작했던 반 고흐(바리 아츠마)의 여정과 1959년, 파리에서 반 고흐가 남겼던 그림들의 유일한 상속인으로 살았던 그의 조카이자 또 한명의 ‘반 고흐’, 빌렘(예로엔 크라베)의 삶을 교차하며 진행된다. 반 고흐의 삶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 그대로다. 핌 반 호브 감독은 새로운 ‘예술’을 꿈꾸며 광기에 휩싸인 삶을 살았던 그가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미술계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채 그림들을 완성해나갔던 삶의 여정을 관객의 예상범위 안에서, 그의 주요 작품들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오히려 우리의 예상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우리가 알 리 없는 실존 인물, 빌
‘영화적’인 삶을 산 예술가 <반 고흐: 위대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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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주거, 취업 등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서울의 20대에게 연애 역시 난제이다. <서울연애>는 서울을 배경으로 20대 감독들이 찍은 연애에 관한 6편의 단편영화 옴니버스다. 청춘의 시간이라는 의미를 재미있는 조어로 풀어낸 제목의 <영시>(최시형)는 룸메이트였던 두 남녀가 어색함을 깨고 가까워지는 과정을 다루었다. 남자는 고백의 방법을 모르고, 아마도 여자는 남자보다 한수 위다. <서울 생활>(이우정)에서 남녀의 연애는 그들이 살아온 공간에 대한 경험담이기도 하다. 좁은 원룸 생활에 지친 여자는 3년간의 동거 생활을 청산하고 후암동으로 떠나려 한다. <상냥한 쪽으로>(정재훈)는 도심의 반대편인 야생의 숲을 향한다. 지방에 사는 남자와 연애하는 여자는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망상에 빠져 있는 남자친구의 불친절함에 화가 난다. 전투처럼 오르던 등산은 각자의 하산 길로 이어지지만, 결국 두 연인은 만나게 될 것이다. <춘곤증>
연애에 관한 6편의 단편영화 옴니버스 <서울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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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설경구)은 단역만 전전하는 만년 무명배우지만 아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아버지다. 어느 날 그는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리허설을 위해 김일성의 대역으로 뽑힌다. 결국 회담은 무산되지만 성근은 동작 하나까지 완벽하게 몰입해 들어간 탓에 자신이 김일성이라는 착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20년 후 아들 태식(박해일)은 집을 팔아 빚을 청산하기 위해 그동안 원망해왔던 아버지를 요양원에서 재개발 예정인 옛집으로 모셔온다.
“이 세상은 하나의 무대다. 모든 인간은 맡은 역할을 위해 들락날락하는 배우에 지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가 희극 <뜻대로 하세요>에서 우울한 주변인 제이퀴즈의 입을 빌려 삶과 연기의 본질을 짚었다면, 이해준 감독은 배우 설경구의 육체를 빌려 인생이란 이름의 연극이 완성되는 순간을 그린다. 각자가 인생의 주연인 이상 다양한 배역이 있을지언정 하찮은 역할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연극의 성패는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가가 아니라 오직 ‘누가 관객
인생이란 이름의 연극이 완성되는 순간 <나의 독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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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씨의 행복여행> Hector and the search for happiness
감독 피터 첼섬 / 출연 사이먼 페그, 로저먼드 파이크, 장 르노, 스텔란 스카스가드, 크리스토퍼 플러머 /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 개봉 11월 말
자신이 불행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매일 상대하는 정신과 의사 헥터(사이먼 페그)는 어느 날 문득 자신도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자문하던 그는 진정한 행복을 찾으러 훌쩍 여행을 떠난다. 상하이의 사업가는 돈이 행복의 조건이라 하고, 아프리카의 마약 밀매상은 가족이 행복의 조건이라 한다. 헥터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자신만의 행복 리스트를 작성해간다. <세렌디피티> <쉘 위 댄스?>의 피터 첼섬 감독이 연출했고, 로저먼드 파이크, 장 르노, 스텔란 스카스가드 등이 사이먼 페그와 함께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 동참한다. 프랑수아 를로르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 책 <
[Coming Soon] 자신만의 행복 리스트 <꾸뻬씨의 행복여행> Hector and the search for happ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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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우리의 몸을 움직인다. 하지만 어떻게? 우리의 뇌 안에 팔을 휘두르게 하는 영역, 다리를 걷게 하는 영역, 입술을 씰룩거리게 하는 영역 등이 존재하는 걸까? 뇌를 연구하여 우리 몸의 신체 지도를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이 뇌 의학의 중요한 연구 과제이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특정한 신체 기능에 완벽하게 대당하는 뇌 영역은 발견되지 않았다. 뇌의 작동은 총괄적이다. 원숭이 뇌로 작동하는 로봇팔을 개발한 신경공학자 미겔 니코렐리스는 파격적인 주장을 편다. 뇌는 신체를 직접 지배하지 않는다. 가상 이미지를 통해 신체에 명령을 내린다. 우리가 데이터를 하드디스크의 오른쪽 상단 구석에 실제로 우겨넣는 대신 아이콘을 드래그 앤드 드롭하는 것처럼.
니코렐리스는 사지절단 환자의 90%가 절단 부위에서 느끼는 환상감각을 증거로 제시한다. 의사들은 이 증상을 신경학적인 문제로 여겨 외과적으로 치료하려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1980년대 이후 이것이 뇌의 기능이 신체 기능보다 늦게 재조직
[손아람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이별이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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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의 첫 한달은 이유 없이 서러웠다. 이제는 더이상 빼도 박도 못하게 ‘일’을 하고 돈을 받는,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에 설레기보다 두려웠다. 하지만 한 사람 몫도 제대로 해낼 수 있게 되기 전, 첫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일자리를 구하던 몇달간은 그에 비할 수 없이 더 괴로웠다. 고칠 수도 없는 초라한 성적표와 보잘것없는 경력으로는 세상 어디서도 내 자리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면접에서 떨어진 날 밤에는 몇 시간씩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구나. 나는 어쩌다 이렇게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을까. 내 인생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지나온 모든 시간과 경험을 부정하고 후회하면서 스스로를 미워했다. 이 넓은 세상에 내 자리 하나 만들지 못하고 ‘어른’의 줄에 서게 된 기분은 외롭고 초라했다.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바탕으로 한 tvN <미생>은 그렇게 내 자리 하나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그 자리를
[최지은의 TVIEW] ‘평범한’ 삶에 대한 간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