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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주인공과 소설가를 일치시켜 상상하는 일은 열렬한 독자의 즐거운 망상이자 대개 끝이 비극적인 드라마다. 소설가의 프로필 사진은 그가 쓴 이야기보다 더 큰 허구의 산물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스릴러 소설 <스노우맨>을 쓴 노르웨이의 소설가 요 네스뵈와 그가 창조한 시리즈의 주인공 해리 홀레에 대해서라면 다시 한번 희망을 걸어봐도 좋다. 경찰 해리 홀레는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부상을 입으며 비극의 핵심이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섹시한 캐릭터이다. 그리고 작가 요 네스뵈는 축구 선수, 경제학자, 저널리스트, 록밴드 멤버이자 싱어송라이터, 소설가라는 직업을 거쳤고 유튜브에서 그의 밴드 디 데레(di derre, ‘그 녀석들’이라는 노르웨이어)의 열광적인 공연 실황을 만날 수 있다. 록스타-소설가인 셈이다. 또한 프로필 사진과 실물이 크게 다르지 않다, 주인공 해리보다 키는 좀 작지만.
-여러 도시를 여행하고, 그 경험을 작품에 반영하기를 즐기는 것
[trans x cross] 추운 나라에서 온 ‘록스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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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갔던 김고은이 씩씩거리며 스튜디오에 들어왔다. “아니, 문을 잠그는 게 어딨는지 몰라 안 잠갔는데 갑자기 어떤 남자가 들어오는 거예요. 놀라서 꺅 하고 소리를 질렀지 뭐예요.” 자신이 얼마나 놀랐는지 손짓, 발짓 모두 동원해 설명하는 김고은은 여배우라기보다 동네마다 한명씩 있는, 유별난 여동생에 가까워 보였다. <몬스터>에서 그가 연기한 복순처럼 말이다. “제 몸짓이 복순이 닮았다고요? 이게 다 복순이 때문인가봐요. 흐흐. 그러잖아도 복순이를 연기하고 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정신줄 놓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촬영장에서 이상한 춤을 추니까 스탭 언니들이 여배우가 그러면 안 된다고 그러고. 현장에서는 제가 아니었거든요.”
그가 한동안 몰입해 있었던 복순은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 하고, 졸리면 잠을 자야 하는, 본능에 충실한 캐릭터다(동생의 복수를 하러 가다가도 배고프다고 칭얼댄다). 시장에서 장사하지 말라고 무력을 행사하는 용역 업체 직원을 상대로 “아저씨,
[김고은] 이상한 본능의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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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하자면 내추럴 본. 난 오히려 태수에게 인간다운 면모가 많다고 느꼈다. 하루에도 수십번 변하는 게 사람 감정이지 않나. 그냥 태수라는 인간에겐 살인도 가능한 일이었을 뿐이다.” <몬스터>를 본 관객이 새로이 알게 될 점이라면 이민기도 웃지 않는 연기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몬스터>에서 이민기는 황인호 감독이 “절대악”이라고 표현한 캐릭터 태수를 연기한다. 실제 모습이 어떻든 스크린 속의 그는 대개 철없고 쉽게 흥분하지만 마음 씀씀이만은 기특해서 미워하기 힘든 인물이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흘렀어도 나이 들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언제든 남동생 혹은 연하 남자친구 역할이 기막히게 잘 어울렸다. 그의 큰 눈도 마냥 강아지 같아 보였을 뿐이다. <몬스터>에서 피 칠갑한 채로 난리를 부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몬스터>에서 이민기는 그에게 한번도 기대한 적 없었던 또는 기대할 수 없었던 역할로 거듭났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어린아이의
[이민기] 내 눈에 비친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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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남자와 이 남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괴물이 된 여자가 맞붙는다. <몬스터>(감독 황인호)의 태수(이민기)와 복순(김고은)이 그들이다. 복순의 유일한 낙은 하나뿐인 가족인 여동생을 뒷바라지하는 것. 어느 날, 소중한 동생이 영문도 모른 채 살인마 태수로부터 죽임을 당한다. 폭력과 피와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던 복순은 난생처음 식칼을 허리춤에 차고 동생의 복수를 결심한다. 쫓고 쫓기는 영화 속 관계와 달리 스튜디오에 들어온 이민기와 김고은의 모습은 남매 같았다. 사진기자가 포즈를 요구할 때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자세를 도와주며 챙겼다. 다음 장부터 이민기와 김고은의 무시무시한 스릴러영화 도전기가 펼쳐진다.
[몬스터] 복수는 나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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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점프 스트리트> 22 Jump Street
감독 필 로드, 크리스 밀러 / 출연 채닝 테이텀, 조나 힐, 아이스 큐브, 질리언 벨
<21 점프 스트리트>에서 고등학교에 잠입해 임무를 완수했던 경찰 콤비가 이번에는 대학교 신입생이 되었다. 전편의 주요 출연진과 콤비 감독 필 로드, 크리스 밀러(<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레고 무비>)를 비롯한 제작진이 그대로 참여했다. 북미에서 6월 개봉예정.
[WHAT'S UP] <22 점프 스트리트> 22 Jump Str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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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노예 12년> 알고보니 내가 주인
[정훈이 만화] <노예 12년> 알고보니 내가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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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18일 세상을 떠난 독일 문학평론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 생전에 그는 ‘문학의 교황’이라 불렸다. 독일 문단에서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하고 나면 그가 내릴 ‘평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이 책에서 폴란드계 유대인인 라이히라니츠키는 개인적 삶의 기록은 물론, 인류의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 가운데 하나인 홀로코스트를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하게 증언하고 있다.
[도서]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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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가 남긴 총 518편의 시를 집대성했다. 시어가 깃발이 되어 붉게 나부끼며 사람들 앞에 설 수 있다면. 암흑 시대의 시인의 일이 무엇인가 묻는 그의 언어는 여전히 서슬퍼렇다. 시집을 읽는 일이 1970~80년대의 한국사 그 자체로 느껴진다. “…박해의/ 시대의/ 시인의 일 그것은/ 짓눌린 삶으로부터/ 가위눌린 악몽으로부터/ 잠든 마을을 깨우는 일/ 첫닭의 울음소리는 아닐까/ 옛사랑의 무기….” 이번 전집은 각 시의 집필 시기와 제재 등을 고려해 시의 순서를 세심하게 새로 배열했다.
[도서] 암흑 시대의 시인의 일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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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금은 넓은 범주에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생태계에 관해. <씨네21> 이번 호에는 다큐멘터리 감독 네명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한때 다큐 채널에 넋을 놓고 시간을 보냈던 사람으로서,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시급한 사회적 이슈를 담아내느라 개인적 관심을 심화시킬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다큐멘터리영화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논픽션이라는 분야는 대체로 다큐멘터리영화와 비슷한 운명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나 독일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이름 있는 상도 받고 나아가 한국에 번역 출간된 논픽션 책들을 보면 위대한 복서 이야기(<신데렐라 맨>)나 전후 일본인의 심리(<패배를 껴안고>), 미국에서 낙태를 인정한 판결의 대법관 이야기(<블랙먼, 판사가 되다>) 같은 지식과 재미를 동시에 잡아내는 두툼한 책들이 제법 된다. 한국에서 이런 책들은 흔히 해당 인물의 자서전(대필작가가 쓰는 경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먹지 않고 ‘읽는’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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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9일 영국 <ITV>에서 <브리튼스 갓 탤런트>(&t;BGT<)라는 이름의 전 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이 첫방송됐다. 재주꾼과 괴짜들 사이에서 평범하고 소심해 보이는 한 휴대폰 판매원이 오페라를 준비했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아무도 몇초 뒤에 일어날 일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첫 음절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귀를 기울였고, 그가 높은 음에 도달했을 때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후 그는 우승을 거머쥐었고, 평범한 사람들의 희망, 기적의 사나이 폴 포츠가 됐다. 그는 그 뒤 석장의 앨범을 발표했으며, 7년이 지난 지금도 전세계를 돌며 오페라 가수로서 활동 중이다. <원챈스>는 폴 포츠의 첫 앨범의 이름이자 그의 자서전 제목이며, 그의 삶을 모델로 한 영화 제목이다. 영화 <원챈스>의 개봉에 맞춰 11번째로 한국을 방문한 폴 포츠를 만났다.
-오디션 우승 뒤 전세계 투어 중이다.
=<BGT>에서 우승한 2007년에는
[flash on] 동전 던지기로 바뀐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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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체육관, 문화센터 등 다양한 문화시설로 구성된 마포아트센터는 매주 화요일 오후 3시에 독립/예술영화를 튼다. 상영 프로그램 이름도 아예 ‘화요일 오후 3시’다. 관람료는 3천원. 무료 상영이 아닌데도 평균 객석점유율이 50%에 달한다. 마포구에 공동체 상영 바람이 불고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마포아트센터는 올해 1월부터 시작해 2월 마지막주까지 총 4편의 독립/예술영화(<안녕?! 오케스트라> <길 위에서> <위 캔 두 댓!> <노라노>)를 상영했다. 3월 첫쨋주엔 <늑대아이>를 상영 중이다. ‘화요일 오후 3시’의 운영자인 마포문화재단 백효진 주임은 지난 10년 동안 연극, 뮤지컬, 콘서트 제작에 참여한 공연기획자. 뒤늦게 독립, 예술영화 상영에 나선 이유를 물었다.
-마포문화재단이 공동체 상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지난해 11월, 한국영상위원회가 독립/예술영화의 상영 기회를 늘리고 관객의 저변을 확
[flash on] 화요일엔 무조건 독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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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18일 이후 일기에는 <노예 12년>의 상세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86회 오스카 시상식은 중앙집중적으로 한치 오차 없이 통제된 쇼를 포기하고 SNS 시대에 호응하는 모험적인 연출을 시도했다. MC 엘렌 드제너러스는 무대보다 객석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스타들을 쉴 새 없이 조력자로 끌어들이고 셀카를 찍었으며, 급기야 돌비 시어터로 피자를 주문해 올림포스의 신들처럼 보이는 스타들도 3시간 넘는 중계를 시청하고 있는 당신들과 똑같이 배고픈 중생이라는 점을 세계 영화팬들에게 어필했다. 몸매만 봐서는 이날의 한 조각이 10년 만에 처음 먹는 피자였을 법한 배우들도 꽤 보였지만. ‘먹방’이란 단어가 만들어지기 오래전부터 먹는 연기의 달인이었던 <노예 12년>의 제작자 브래드 피트가 제일 신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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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몇살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내 인생 최초의 ‘호러 영상물’은 미국 노예사를 한 가문의 연대기로 극화한 TV시리즈 <뿌리>였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두번 보기 힘든, 한번만 볼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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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관대하다”라는 명대사, 그리고 초콜릿 복근 열풍을 일으켰던 전쟁 판타지 영화 <300>(2007)의 후속작 <300: 제국의 부활>이 3월6일 한국 개봉한다. 영화는 300명에 불과한 스파르타 군사를 이끌고 테르모필레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한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 왕의 주검으로 시작한다. 전편으로부터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영화 속 시간은 기원전 480년에 머물며, 페르시아군과 그리스군 사이에 펼쳐진 살라미스 해전을 다룬다. 지난 2월의 마지막 날, <300: 제국의 부활>의 제작진과 출연진을 만났다. 새 영화의 메가폰은 이스라엘 출신 감독 노암 모로(<스마트 피플>)가 잡았고 <300>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감독 잭 스나이더가 제작자로 참여했다. 테스토스테론이 들끓는 전장에서 남자들 못지않은 용맹을 과시하는 여장부로 출연하는 에바 그린과 레나 헤디도 함께했다.
-(잭 스나이더에게) <300>으로부터 7
[현지보고] 이번엔 바다에서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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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7일 CGV대학로 무비꼴라쥬관에서 <조난자들>의 시네마톡이 열렸다. 지난 2009년 데뷔작 <낮술>로 국내외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던 노영석 감독의 신작으로, 강원도 곳곳을 여행하던 전작과 달리 이번 영화는 고립된 펜션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담고 있다. <조난자들>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어 화제가 된 데다가, 노 감독의 신작을 기다려온 <낮술>의 팬들도 많아 관객석이 가득 찼다.
이날의 시네마톡은 남동철 프로그래머의 호평으로 시작했다.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가 끝날 때까지 궁금증을 놓지 않게 하는 영화다. 서스펜스에 대해 가르칠 기회가 있다면 이 영화를 교재로 삼고 싶다.” 진행을 맡은 이화정 기자는 노 감독에게 “이러한 사건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를 물으며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학수(오태경)와 만나 펜션으로 가기까지의 과정은 실제로 겪었던 일을 토대로 했다. 펜션에 묵으면서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
[시네마톡] 학수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