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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재능 있는 감독 클라우즈는 작고한 감독 빌렘이 20여년 전에 썼던 <말로야 스네이크>를 다시 무대에 올리려고 한다. 그가 중년의 여주인공 헬레나 역으로 점찍어둔 배우는 과거에 헬레나의 상대역 소녀인 시그리드로 분해서 스타덤에 올랐던 마리아(줄리엣 비노쉬)다. 마리아의 비서인 발렌틴(크리스틴 스튜어트)은 마리아가 클라우즈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길 바라지만, 마리아는 망설인다. 심지어 캐스팅을 수락한 뒤에도 싱그러운 시그리드가 아닌 시그리드의 사랑을 갈구하다 자살을 감행하는 헬레나에게 동화되지 못해 내내 갈등한다. 마리아에게 헬레나는 초라하고 비굴하며 무엇보다 늙어버린 여인이다. 그러나 마리아를 헬레나의 적역이라고 믿는 클라우즈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시그리드와 헬레나는 같은 상처를 지닌 두 인물, 달리 말해 결국은 동일인물이며, “시그리드의 20년 후가 헬레나”이므로 마리아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라고 설득한다.
그의 논리를 확장하면 <말로야 스네이
[신 전영객잔] 소멸 중인 흘러넘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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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부 프로젝트(이하 어어부)는 무엇이다, 라고 규정하려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좀처럼 들어본 적 없는 음색의 보컬, 기이한 사운드, 그보다 더 파격적인 앨범 구성은 어어부를 규정 불가한, 아니 규정을 허하지 않는 밴드로 만들어버린다. 어어부의 보컬이자 작사를 담당하는 백현진과 작곡과 편곡을 책임지는 장영규 두 기인이 오랜만에 정규앨범 ≪탐정명 나그네의 기록≫을 발매(2014년 12월18일)했다. 앨범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더니, 앨범의 구성을 들여다보면 더욱 기묘해 도통 빠져나올 수가 없다. 대강의 내용은 이러하다.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남한에 거주하는 40대 이혼남. 그의 직업은 탐정이며 탐정명은 나그네다. 그가 쓴 1년간의 일기 혹은 일지 뭉치를 누군가가 주워든다. 그리고 일기는 뒤죽박죽 뒤섞인다. 그러니까,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모두 그 남자의 어떤 하루들이 무작위로 섞인 모음이다. 어어부는 어째서 나그네를 앞세우고 나타난 걸까. 음악뿐 아니라 영화와도 범상치 않은
[trans × cross] 탐정명 나그네의 분노와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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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강타한 한류스타의 호방함이란. 이민호는 141개국을 도는 4개월여의 글로벌 투어 <2014 리부트 이민호(RE:MINHO)>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며칠 전 귀국했다. 여독을 다 풀기도 전에 <강남 1970>의 홍보에 뛰어들었지만 이민호에게 이 정도 바쁜 일정쯤은 익숙해 보였다. 인터뷰 중에도 이민호는 천진함과 당당함을 넘나드는 차세대 셀러브리티로서의 애티튜드를 한순간도 잃지 않았다. “피곤하지 않냐고요? 벌써 4, 5년째 계속하고 있는 투어라 이젠 무대 위에서 즐겁게 놀고 있어요. 노래를 너무 많이 불러서 목도 다 쉬었네요. 하하하.” 무엇보다 이민호는 정말 즐거워 보였다. 쉴 틈 없는 일정과 자신을 향한 대중의 환호 모두가 못 견디게 좋다는 듯.
드라마 <시티헌터>의 이윤성, <신의>의 최영 장군, <상속자들>의 김탄은 모두 필요 이상으로 고민하고 방황하는 청년들이었다. 밝고 명랑한 이민호의 실제 모습과는 사뭇 다른
[이민호] 더 깊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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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아르에 자주 불려나가는 배우들이 있다. 김래원도 그중 하나다. 유하 감독은 이미 김래원에게 한번 러브콜을 보낸 적이 있다. “그 반대예요. 제가 오히려 유하 감독님을 꼭 뵙고 싶었죠. 하필 다른 작품과 겹쳐 고사했는데 이번에 불러주셔서 적극 참여했어요.” <강남 1970>에서 김래원이 연기한 백용기는 “그냥 나쁜 놈”이다. “태생부터 야망이 넘치고 욕심 많은 친구예요. 영화 안에서 용기가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에 대한 배려는 사실 없어요. 그래서 감독님을 직접 찾아뵀죠. 감독님은 ‘그냥 깡패’라고 가볍게 일축하시더라고요. 그 말의 행간을 파악하고 나니 바로 수긍이 됐죠.” 김래원에 따르면 <강남 1970>에서 백용기의 몫은 크지 않다. 하지만 김래원에게 <강남 1970>은 “배우가 작품 안에서 해내야 할 몫의 의미”를 깨우쳐준 중요한 작품이다. 김래원은 인터뷰 도중 “이 작품은 종대의 이야기”라고 몇번이나 힘주어 말했다. “용기는 종대만큼 내면이 깊
[김래원] 여유를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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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적등본에 이름도 올리지 못한 두 소년, 종대와 용기는 서로에게 기대며 자랐다. 친형제 이상의 우정을 나누며. 김래원과 이민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드라마 <펀치> 촬영이 끝나는 대로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어요.”(김래원) “데뷔 전부터 알던 사이라 종대와 용기의 관계를 연기하기도 어렵지 않았어요.”(이민호) 촬영을 하는 동안에도 이민호는 김래원의 곁에 딱 붙어 쉴새없이 말을 걸어댔다. 김래원은 그런 이민호를 귀엽게 바라보며 내내 입가에서 미소를 내려놓지 않았다. 너그럽고 다정한 형, 솔직하고 쾌활한 동생이었다. 시작은 같았으나 다른 길을 걷게 된 김종대와 백용기처럼, <강남 1970>이란 영화는 김래원과 이민호에게 각각 다른 형태의 배움을 안겼다. 얻은 것 한 가지는 같다. 진짜 ‘남자’ 되기.
[이민호, 김래원] 두 남자가 배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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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통화를 시작함
속뜻 통화를 완성함
주석 반복에 관해서 생각해보자. 반복은 같은 행동을 거듭하는 것이지만, 이때 반복되는 행동은 처음 행동과 같은 의미를 띠지 않는다. 많은 이야기들은 구원이 반복에서 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똑같이 따라하는 제스처를 통해서 죽음은 생명으로 전환된다. 눈이 멀어 물에 빠진 심 봉사를 대신해서 물에 뛰어든 심청이가 아버지 눈을 뜨게 했고, 거북이 등을 타고 죽으러 간 토끼가 거북이 등을 타고 사지에서 빠져나왔다. 감옥에 갇힌 춘향을 구원한 것은 변학도의 감옥행이고, 놀부는 흥부의 박 타기를 흉내내다가 영혼의 구원을 받았다.
왜 그런가? 반복에서, 두 번째 행동은 첫 번째 행동에 상징적 의미만을 덧붙이는 일이다. 바뀐 것이 아무것도 없으므로 이때 덧붙는 것은 무(無)이지만, 이것은 아무것도 덧붙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다. 정신분석가들은 거식증자가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게 아니라, 무(無)를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 전자가 먹는 일의 결여라면 후자는 먹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여보세요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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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란 제목의 회화 작품이 있다. 뭐가 그려져 있냐고? 작품엔 버젓이 파이프가 그려져 있다. 악취미가 아니다. 제목과 제목이 지시하는 대상의 불일치, 그 역설이 주는 당혹감이 작품의 주제다. <샘물>이라는 설치 작품도 있다. 싱그럽고 아름다운 옹달샘을 퍼와서 설치해놨냐고? 아니올시다. 떡하니 변기가 하나 놓여 있는 작품이다. 뭐 역시나 제목과 내용의 불일치로 역설감을 주는, 대표적인 초현실주의/다다이즘 작품이다. 그 시절 음악도 역설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가 꽤 있었는데, 존 케이지가 피아노 앞에서 4분33초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퇴장한 퍼포먼스는 유명하다. 침묵이 음악이 되는 역설이라니. 과연 전후 시대의 니힐리즘 아방가르드답다.
역설(혹은 아이러니). 사전적 의미로는 “1. 발화된 언표와 의미하는 언의가 불일치하는 상태. 2. 예상밖의 결과가 빚은 모순이나 부조화”라고 나와 있다. 위 작품들 말고도 역설을 주제로 한, 역설로 이루어진,
[곡사의 아수라장] 모순, 부조리, 불일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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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올 나이트> Run all night
감독 자움 콜렛 세라 / 출연 리암 니슨, 제네시스 로드리게스, 조엘 킨나만
리암 니슨은 자식을 위해 총을 든 할리우드 아버지들의 아이콘이 된 것 같다. <테이큰> 시리즈에서 딸을 지켜냈다면, <런 올 나이트>에서는 아들을 위해서다. 오랫동안 청부살인을 해온 지미(리암 니슨) 곁에 남은 것은 30년째 자신을 쫓고 있는 형사와 위스키뿐이다. 지미는 별거 중인 아들이 다음 타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조직을 등진다. 4월17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런 올 나이트> Run all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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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기술자들> (주)대한민국 기술자들
[정훈이 만화] <기술자들> (주)대한민국 기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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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어느 작은 동네에 돈이 필요했지만 나쁜 짓은 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 살았어요. 고심 끝에 그 사람은 이웃이 키우는 개를 훔치기로 결심했답니다. 뭐, 그것도 일종의 납치이긴 하지만, 옆집 애를 훔치는 것보단 낫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은 어둠을 틈타 이웃 마당에 잠입하여… 잠깐,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다고요? 이건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아니랍니다. 21세기 초엽, 우루과이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라고요.
한국 남자들이 베트남 같은 데 가서 신부를 산다는 이야기를 들은 우루과이 친구가 나를 유혹했다. “너도 우리 동네 와서 신랑을 사라. 너 돈 많잖아. 내 친구가 가난해도 심성은 착하고 키는 작지만 얼굴이 아주 귀여운데 말이야….” “나 돈 없다.” “아냐, 너 부자야. 2천만원만 있으면 화장실이 두개인 집을 살 수 있다고!” 나는 솔깃했다. 그 돈이면 한국에선 화장실 두개 사기도 힘든데! 우루과이에 가서 귀여운 남자와 집을 사고 한국의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너 납치범이야? 나 리암 니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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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백 투 더 퓨처>(1985)의 개봉 30주년이자 <백 투 더 퓨처2>(1989)에서 마티(마이클 J. 폭스)가 타임머신을 타고 착륙한 미래다. 작가 봅 게일과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가 그린 2015년 상상도 속 화상통화, 안경형 개인용 정보통신기는 현실화됐지만, 공중부양 스케이트보드는 아직 개발 중이라 한다. 영화 속에서 홀로그램판 <죠스19>를 연출한 스필버그 2세- 1985년생 맥스 스필버그- 는 감독을 직업으로 택하지 않았고, <USA투데이>(사진)가 보도한 ‘퀸 다이애나’는 영국 왕비가 되지 못했다. 마티가 도착한 날짜는 10월21일. 누군가 <백 투 더 퓨처> 3부작을 재개봉할 계획이라면 둘도 없는 길일이다.
12/12
다 이루었도다. 피터 잭슨 감독의 <호빗> 3부작(<뜻밖의 여정> <스마우그의 폐허> <다섯 군대 전투>)이 완결됐다. 빌보(마틴 프리먼)는 차가운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미래로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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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0회를 맞이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1월15일부터 2월15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2006년부터 총 143명의 친구가 뽑은 240여편의 영화를 상영하며 진한 우정을 나눠온 이 영화제는, 올해도 어김없이 영화를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소중한 추천작을 건네받아 관객과의 만남을 준비 중이다. 2006년 첫발을 디딜 당시 <씨네21>에서 첫 번째 후원릴레이를 했던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감독, 평론가, 영화인 등 18명의 친구들이 선택한 총 23편의 영화가 극장에서 당신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마스터피스로 불릴 만한 작품부터 쉽게 만나기 힘든 희귀작까지, 다양한 보물 중에서 여기에 8편의 영화를 골라 친구들의 각양각색 추천사와 함께 전한다. 함께해서 더 소중한 순간들. 이제 10년, 아직 10년이다. 앞으로도 계속될 영화의 친구들을 위해, 이 겨울 시네마테크가 마련한 선물꾸러미를 펼쳐보자.
그때 그곳에 내가 있었다
정성일 영화평론가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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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우정,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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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이라고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엄마 레이코(하라다 미에코)의 증상이 점점 심해지자 가족들은 그녀를 데리고 병원을 찾는다. 그리고 그녀가 말기 뇌종양이며 일주일 정도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장남인 코스케(쓰마부키 사토시)는 엄마를 치료해보겠다고 나서지만, 사업 실패 후 사채 빚에 시달리며 무력해진 아버지와 철없는 대학생 남동생 슌페이(이케마쓰 소스케), 속내를 털어놓기 어렵게 차갑기만 한 아내까지, 그가 맞닥뜨려야 할 현실은 막막하기만 하다.
<이별까지 7일>은 <행복한 사전>(2013)을 연출했던 이시이 유야 감독의 신작으로, 하야미 가즈마사의 동명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별까지 7일’이라는 한글 제목이 죽음을 앞둔 엄마와 그녀를 보내야 하는 가족의 슬픈 헤어짐을 주목하게 만들지만, 막상 영화는 원제인 ‘우리 가족’이 말해주듯 엄마의 시한부 선고가 어떻게 가족들을 변화시키는지에 더 주목한다. 그래서 공을 들여 담는
엄마의 죽음이 아니라면 꺼내놓지 않았을 가족들의 진심 <이별까지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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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가 인간이 지닌 위대한 가능성의 절정이라 칭한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가 보존되어 있는 바티칸 박물관은 500여년의 역사 속에 종교와 예술을 아우른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다. 24개 미술관, 1400실의 방에 깃든 종교 미술의 긴 역사를 한 시간 남짓의 다큐멘터리 안에 담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영화는 40여점을 선별해 관람 체험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택한다. 감독 루카 드 마타는 1997년 3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7시간에 달하는 바티칸 박물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바 있는데, <바티칸 뮤지엄>은 이 작업의 압축판이자 3D 효과를 입힌 또 다른 작업이다. 3D 화면에 더해 조명의 사용, 느린 카메라 워크, 웅장한 음악 등을 통해 박물관을 방문한다 해도 결코 볼 수 없는 이미지를 구현한다.
내레이션이 동행하는 <바티칸 뮤지엄>의 관람 방식은 도슨트와 함께하는 관람 경험과 흡사하다. 관객은 걷는 대신 자리에 앉아 카메라가
방문한다 해도 결코 볼 수 없는 이미지 <바티칸 뮤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