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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트 원티드 맨> A Most Wanted Man
감독 안톤 코르빈 / 출연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레이첼 맥애덤스, 로빈 라이트,윌렘 데포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은 아직 떠나지 않았다.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2주 전, 선댄스영화제에서 공개됐던 <모스트 원티드 맨>이 개봉한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작가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독일 함부르크를 배경으로 해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체첸 모슬렘 청년의 체포를 놓고 인권변호사와 국제정보기관들간의 대립을 그린다. 북미에서 7월 개봉예정.
[WHAT'S UP] <모스트 원티드 맨> A Most Wanted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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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다이버전트> 핵심부서 5개
[정훈이 만화] <다이버전트> 핵심부서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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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 걱정 없이 해맑아서 골치였던 상사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부잣집 막내아들로 태어나 놀기만 하다가 그 천성을 버리지 못하고 직장에서도 계속 놀고만 있는 철부지로 살아온 세월이 어언 반세기, 상사에게도 드디어 험한 세상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인가. 나는 기뻤다. 기쁜 나머지 3X년을 갈고닦은 필살의 애교를 장착하고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부당니임, 요즘 무슨 걱뎡 있으쩨요?” 그는 흠칫했다. 겁먹은 것 같았다. “아니, 뭐… 옆집에 무당이 이사를 와서….” 굿이라도 한다는 건가. “그건 아닌데… 그 무당이… 닭을 잡아.” 겁먹은 그의 눈이 촉촉해졌다.
상사의 이웃인 박수무당은 이따금 두집 사이 공터에서 하얀 수탉을 잡아 피를 뿌린다고 했다. 심약한 도련님은 그 피비린내와 비명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하지만 태생이 잡초인 나는… 오옷, 제대론데! 흥분하고 말았다. 나도 연화보살과 같은 건물에 살아봤지만 닭 피는커녕 병아리 눈물도 구경 못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진짜 무당이구나,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이런 무당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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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21일 일기에 <론 서바이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방이 레드 라이트다.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온리 갓 포기브스>에 없는 것은 동기와 캐릭터이고 넘치는 것은 운명과 조명이다.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에게 특별히 헌정된 영화답게 <온리 갓 포기브스>에는 조도로프스키의 컬트 <성스러운 피>의 그녀 못지않은 ‘지옥에서 온 엄마’(크리스틴 스콧 토머스)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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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 실화에 기대지 않은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소수파로 밀려나고, 예고편은 물론 예고편의 예고편, 예고편의 속편이 시간차 배포되는 시대에, 신작 영화를 아무 정보 없이 보러 가는 일은 점점 드물어진다. 경험이 축적되면서 ‘나쁜 전조(前兆)’의 목록도 나름 생긴다. 촬영 과정의 잡음, 밑천을 몽땅 노출하는 트레일러, 뷔페식 장르 명명(예컨대 ‘휴먼액션멜로 대서사극’), 언론 시사가 없거나 늦다는 소식 등등을 접하게 되면 영화 기자들은 <스타워즈>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무)자막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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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에 시작한 부산국제단편영화제가 올해로 벌써 31회를 맞이한다. 4월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부산 영화의 전당과 모퉁이 극장에서 진행될 이번 영화제는 전세계 단편영화의 새로운 경향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한국 단편영화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우선 공식경쟁섹션에서는 94개국, 2076편의 단편영화 출품작 중에서 32개국, 52편의 작품들이 최종 선정되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애니메이션(8편)이나 다큐멘터리(8편)에 비해 극영화(36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출품작들의 비율을 따져본다면 최종선정된 52편은 양질의 단편영화들을 다양하고 균형 있게 소개하려는 영화제쪽의 노력을 느낄 수 있다.
먼저 가출한 청소년들이 모여 만든 ‘가출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환의 <집>은 집을 뛰쳐나와도 결국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청소년들의 답답한 심정을 한 소녀의 시각에서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영화제] 작은 영화로 만나는 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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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삶을 극화한 작품이다. 니콜로 파가니니(데이비드 가레트)는 한 허름한 공연장에서 막간 공연을 하는 신세다. 파가니니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를 하지만 그의 연주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없다. 그는 바이올린으로 동물 소리를 흉내내는 기예를 벌인 뒤에야 겨우 대중의 주목을 받는다. 이런 그의 모습을 누군가가 의미심장하게 지켜본다. 그의 이름은 우르바니(자레드 해리스). 단번에 파가니니의 천재성을 간파한 그는 파가니니에게 성공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한다.
<불멸의 연인>에서 베토벤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했던 버나드 로즈는 이번에는 파가니니의 (음악가로서의) 탄생에서 시작한다. 여기에서 감독은 우르바니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키는데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힘의 대부분이 둘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우르바니는 오늘날로 치면 스타의 매니저라고 할 텐데 감독은 둘의 관계를 마치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처럼 그린다.
파가니니 명곡의 재발견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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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방콕에서 킥복싱 체육관을 운영하는 줄리언(라이언 고슬링)은 형 빌리(톰 버크)가 잔인하게 살해당하자 범인을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줄리언은 빌리가 어린 소녀를 강간하고 죽인 뒤, 그 소녀의 아버지에 의해 살해당했음을 인지하고 복수를 멈춘다. 하지만 아들의 장례식을 위해 방콕으로 온 어머니 크리스탈(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은 줄리언에게 형을 죽인 사람을 찾아 당장 죽일 것을 지시한다. 얼마 뒤 줄리언은 형의 죽음의 배후에 ‘악마’라 불리는 경찰 챙(비데야 판스링감)이 연루돼 있음을 알게 된다.
<드라이브>(2011)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니콜라스 윈딩 레픈이 다시 라이언 고슬링과 만났다. 그들은 여전히 ‘잔혹한 복수’를 테마로, ‘액션 누아르’라는 장르로 또 한번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다. 하지만 그 세계는 더욱 어두워졌다. 방콕이라는 낯선 공간은 <드라이브>의 LA에 비해 거의 초현실적으로 느껴지고, 세상 모든 짐을 다 짊어진 것 같은 표정의
출구 없는 복수극의 세계 <온리 갓 포기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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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23일 아침 8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이메일>은 아버지의 죽음을 알리는 건조하고 담담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 속에는 어떤 회한도 아쉬움도 없다. 뒤늦게 컴퓨터를 배운 아버지는 죽기 직전 1년간, 2녀 1남 중 둘째인 감독에게 자신의 삶이 담긴 43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감독은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난 뒤 이메일을 열어보고는 어머니와 형제들에게도 보여주지만, 가족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아버지의 죽음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는 감정의 골이 아버지와 가족들간에 남은 탓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6.25 전쟁 발발 2년 전인 1948년, 고향인 황해도를 떠나 월남한 이북 실향민이다. 죽기 직전 그는 평생 일궈온 자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 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한다. 떠남과 집, 이 두 단어는 아버지의 삶에 있어 거의 모든 것이다. 남한에서도 그는 늘 어딘가로 떠나야만 했는데 베트남전쟁 때는 자청해서 베트남에 갔고 중동 붐이 일때는 사우
아버지와 가족들간에 남은 감정 <아버지의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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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구제의 길이 안 보인다. 만년 취업준비생인 윤서(김혜나)는 가족과도 절연하고 살아가는 신세다. 그러나 구질구질한 인생에도 숨통 트일 기회가 한번은 오는 모양이다. 부러울 것 없는 재력과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을 갖춘, 게다가 건강한 연애관까지 지닌 태인(이선호)이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이다. 초상화 모델 제의를 핑계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는 황홀하리만치 완벽하다. 물론 태인의 옛 여자가 등장해 둘 사이에 제동을 걸기 전까지 얘기다. 윤서에게 태인을 잃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전부 토해내고 시궁창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야 함을 뜻한다. 태인을 붙잡아둬야 한다는 윤서의 강박이 서서히 광기를 띠면서, <멜로>는 스릴러 장르로 궤도를 바꾼다.
윤서의 궁극적인 목적은 태인과의 무결한 사랑이다. 이미 괴물이 되어버린 윤서는 태인에게만큼은 성녀처럼 헌신한다. 윤서는 얻으려 애쓰면 더 많이 잃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댄다. <멜로>는 점점 병적인 상태에 빠져드는 윤서의 심리
얻으려 애쓰면 더 많이 잃는 수렁 <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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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90년대 초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시리즈가 실사로 만들어졌다. TV판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던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원작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애니메이션 실사판과 달리 설정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바꿨다. 레이버라 불리는 인간형 로봇이 범죄에 악용되는 세계, 레이버 범죄를 상대하기 위해 창설된 경찰 특수부대 특차 2과는 원작의 주인공이었던 1세대 대원들이 은퇴하고 최악이라는 2세대를 지나 3세대 대원들로 교체되었다. 장기불황과 유지, 보수의 어려움을 이유로 레이버가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는 2013년을 배경으로 낙오자들의 집합소가 된 특차 2과는 경찰용 레이버 98식 잉그램과 함께 다시 현장에 투입된다.
<넥스트 제네레이션: 패트레이버>는 예상 가능한 거의 모든 지점에서 원작 팬들의 기대를 배신한다. 팬들의 지지를 받았던 원작의 주인공들도 사라졌고 오시이 마모루 특유의 어둡고 진지한 철학적 성
실사로 돌아온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시리즈 <넥스트 제네레이션: 패트레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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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들을 모아 낯설게 만들기, <셔틀콕>이 그런 영화다. 영화를 구성하는 이야기들은 매우 익숙한데 장면은 진부하지 않으며, 바탕에 깔린 정서는 보편적인데 대사는 상투적이지 않다. <셔틀콕>은 로드무비의 공식을 십분 활용하지만 빤한 여정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셔틀콕>의 여행은 생생하고 신선하다.
첫사랑, 이복 남매, 이 두 요소는 매력적이나 잘못 결합되면 낭패를 본다. 그런데도 반복적인 모티브가 되는 까닭은 치명적인 서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셔틀콕>의 세 형제는 부모의 재혼으로 만난 관계다. 첫째딸 은주(공예지)와 막내 은호(김태용)의 엄마와, 둘째아들 민재(이주승)의 아빠가 결혼하여 셋은 형제가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이들은 사이가 좋다. 그런데 부모가 교통사고로 한날 사망하자 셋은 고아가 된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민재는 은주를 누나가 아니라 여자로 느낀다. 영화의 첫 장면은 민재의 휴대폰에
첫사랑을 경험한 모든 이들에게 <셔틀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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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살기 힘들다, <10분>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이게 남의 일이면 그냥 슬플 텐데 남의 일 같지 않아 아프다. 강호찬(백종환)은 공공기관인 한국 콘텐츠 센터에 인턴 직원으로 들어간다. 방송국 PD 2차 시험을 치른 호찬은 경험도 쌓고 돈도 벌기 위해 일을 시작한다. 물론 호찬의 꿈은 교양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기에 잠시 머물 생각이었다. 하지만 진지하고 성실한 호찬은 밤샘 작업까지 하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 호찬이 일하는 부서는 지방이전사업팀이다. 함평으로 이주하게 된 센터에서 이전을 위한 사업 부서를 꾸린 것이라 임시 사무실은 좁고 어설픈 모양새다. 부장(김종구), 노조지 부장(정희태)을 비롯해 6명으로 꾸려진 부서는 단출하지만 제각각 인물들의 성격은 천양지차다. 사람 좋아 보이는 부장은 실은 노회한 인물이고, 불평불만이 많은 지부장은 알고 보면 복지부동하는 성격이다.
호찬은 뜻밖의 정규직 제안에 당황하다 현실의 안정을 선택하기로 한다. PD 2차 시험에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청년들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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탭댄서 도니(데릭 허프)는 형 닉(웨슬리 조너선)이 운영하는 댄스 클럽 ‘스태틱’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북 공연을 선보인 아야(보아)를 보고는 첫눈에 반한다. 그런데 자신의 형과 아야의 오빠 카즈(윌 윤 리)가 오래전 친구 사이였다가 이제는 라이벌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도니는 아야를 향한 마음을 거두지 않고, 두 사람은 춤을 통해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카즈는 스태틱을 문 닫게 하려는 사건을 꾸민다.
<메이크 유어 무브>는 <로미오와 줄리엣>에 바탕을 둔 댄스영화다. <스텝업> 1편과 2편, 그리고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2001)의 시나리오를 쓴 듀안 에들러 감독의 야심은 ‘댄스 배틀’ 위주의 드라마를 벗어나는 데 있다. 과거 <플래시댄스>(1983)나 <더티 댄싱>(1987) 혹은 <열정의 무대>(2000)처럼 성장영화 혹은 멜로영화 컨셉의 댄스영화들은
‘배우 보아’를 발견하는 순간 <메이크 유어 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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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를 능가할 영리한 견공이 나타났다. 아니, 영리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IQ가 무려 800이다. 이제껏 어떤 특출한 강아지도 ‘인간의 친구’ 이상의 영예를 얻지 못했지만 피바디만큼은 예외다. 그는 남자아이 셔먼을 입양해 인간의 아버지 노릇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능력 있는 아빠가 꼭 좋은 아빠는 아니듯, 유례없는 ‘사기 캐릭터’에게도 육아는 만만치가 않다. 셔먼은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때때로 통제 불능이고, 뒤치다꺼리는 피바디의 몫이다. 게다가 이번엔 사고를 크게 쳤다. 셔먼의 현장학습(?)용으로 비밀리에 발명한 타임머신을 타고, 셔먼과 그의 친구 페니가 멋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버린 것이다.
고대 이집트,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고대 그리스를 오가는 왁자지껄한 모험을 거치며 피바디와 셔먼이 배우는 것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아버지는 아이가 결코 의도대로 자라지 않음을 인정하고, 아이는 책임과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이다. 주제는 제법 진지하지만 <천
스누피를 능가하는 IQ 800의 견공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