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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트 오브 킬링>의 충격은 어디서 오는 걸까. 1965년 인도네시아에서 100만명이 학살당했다는 사실일까? 학살자들의 상상하기 힘든 뻔뻔스러움, 혹은 그들이 21세기에도 여전히 한 나라의 지배자라는 사실 때문일까? 아니면 이 다큐멘터리의 표현과 형식의 기괴함 때문일까? 아마도 그 모두 때문일 것이다. 이 다큐를 말하면서 100만명의 고통과 죽음, 학살자들의 가공할 만한 그리고 변치 않은 잔인성을 괄호 안에 넣는 것은 정당화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괄호를 푸는 순간, 이 작품을 평자로서 말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 사실들 앞에서 평자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의 말문을 막는 것이 사건 자체의 악마성뿐인가. 달리 말해 현실의 과도한 끔찍함이 비평이라는 행위를 하찮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뿐일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충격의 또 다른 진원은 학살자들의 말이다. 그들은 많은 말을 한다. 진담과 궤변, 허언과 농담, 반성과 정당화, 과장과 위장의 말들을 끝
[신 전영객잔] 기록을 압도하는 표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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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스 미드 전성시대다. 이미 스크린을 장악한 마블과 DC의 슈퍼히어로들이 재빠르게 TV로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는 것. 지난해 마블 코믹스는 <어벤져스>(2012)에서 모티브를 따와 TV 드라마로 만든 <에이전트 오브 쉴드>로 톡톡하게 재미를 봤고, 그보다 앞서 DC 코믹스는 악당을 향해 분노의 화살을 날리는 또 다른 ‘다크 나이트’ 히어로 <애로우>를 선보이며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배트맨>의 프리퀄이라 할 수 있는 새로운 미드 <고담>은 DC 코믹스의 독주체제를 굳건히 했다. <고담>을 중심으로 스크린에 이어 TV 정복까지 나선 코믹스 슈퍼히어로들의 신세계를 살펴본다. 옛날 옛적 고담에서 무슨 일이?
“펭귄이라 부르지 마!” 다시 봐도 걸작인 팀 버튼의 <배트맨2>(1992)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역시 대니 드비토가 연기한 ‘펭귄맨’(본명 오스왈드 코블팟)이었다. 귀족 집안 출신이지만 태
코믹스의 TV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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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는 비쌀까? 100만원은 넘겠지?” “요새 전세 100짜리가 어딨어? 너네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너네 집은 얼마짜린데?” “한… 500?” 장면 전환. 부동산 가게에 붙은 ‘평당 500만원’ 전단지를 본 열살 지소와 채랑은 분당 근처 어딘가 ‘평당’에 500만원짜리 집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10살 아이들은 500만원으로 집을 살 수 있다고 믿을 만큼, 개를 훔쳤다 돌려주면 사례금 500만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을 만큼 순진하다. 원작은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 소설. <거울속으로>(2003) 이후 11년 만에 두 번째 장편영화를 만든 김성호 감독을 만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완성되기까지의 노고를 들었다.
작은 이야기를 큰 훈훈함으로
소설을 각색하는 완벽한 방법
영미 소설을 영화화한 첫 작품이라는 사실은 그저 하나의 타이틀에 불과하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원작이 어느 나라에서 출
아기자기 오밀조밀 따스함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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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정이 ‘애엄마’가 됐다. 딸 하루의 엄마가 되고 5년 만에 영화계로 돌아온 강혜정은 한결 너그러워지고 편안해졌다. 부루퉁한 표정으로 되바라진 눈빛을 쏘는 대신 생글생글 미소에 말끝마다 아이 얘기가 따라붙는다. 혹시 한국영화가 예민하고 힘 있는 여배우 하나를 잃은 게 아닐까 싶어 불안해졌다. “까놓고 말씀드릴까요. 멋모르는 얘기죠. 사람이 어디 그렇게 쉽게 변하나요. 하루가 지금은 풍선을 잘 못 불지만 제 나이가 되면 터지기 직전까지 풍선 부는 법을 알게 될 거예요. 어떻게 불어야 불 줄 모르는 사람처럼 부는지도 알게 될 거고요. 저는 풍선을 터뜨리지 않을 수 있을 정도의 통제능력이 생긴 거예요. 예전의 제게서 보셨던 예민함과 우울함은 여전히 죽지 않았어요. 다만 지금은 그걸 내보일 타이밍이 아닌 것뿐이죠.” 영영 잃어버린 것인지, 잠시 숨겨둔 것인지는 앞으로의 그녀를 지켜보면서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찌됐든 지금 강혜정은 첫 엄마 역인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trans × cross] 풍선을 터뜨릴 순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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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있어 사연을 보냅니다. 저는 서울 사는 초등학교 교사 준수(이승기)입니다. 제게는 인기 기상 캐스터로 활약하고 있는 현우(문채원)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알고 지낸 지 18년 된 ‘고환’ 친구입니다. 그래서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그 친구의 오피스텔 비밀번호까지 압니다. 가끔 청소도 해놓고 옵니다. 자주 만나 밥도 먹고 술도 마십니다. 하지만 정작 그 친구는 제가 “결정적일 때 흥분이 안 되는 남자”라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그녀 곁에서 얼쩡대는 다른 남자가 마음에 걸립니다. 같은 회사 상사인데 유부남(이서진)입니다. 저 역시 다른 여자들을 안 만나본 게 아닙니다. 만나는 여자마다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었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지 100일을 못 넘기고 헤어졌습니다. 그때마다 현우가 생각나더군요. ‘썸’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이런 저는 ‘그린 라이트’인가요? 내년 1월15일 개봉하는 <오늘의 연애>(감독 박진표)를 보시고 한번 생각해봐주세요.
-촬영장
[이승기, 문채원] 니꺼인 듯 니꺼 아닌 니꺼 같은… 우리 시대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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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쪽박’의 반의어
속뜻 ‘헐’의 유의어
주석 언제부턴가 대박이라는 말이 나라 곳곳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대박 나다’, ‘대박이 터지다’와 같은 문장에 포함되어, ‘큰돈을 벌다’ 혹은 ‘크게 흥행하다’ 정도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 시작은 한 카드사가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 꼭이요”란 말을 히트시킨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는 연말연시 인사, 이를테면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 이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따위의 말들이 모두 저 말로 대체됐다. 즐거우려면? 부자 되세요. 꼭. 행복하려면? 부자 되세요. 꼭. 복 많이 받으려면? 부자 되세요. 꼭. 강부자씨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게 왜 ‘메리’와 ‘해피’와 ‘복 많이’를 대신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물신숭배가 너무 많이 확산되어 편의점이나 음식점만 가도 “3천원이십니다”, “주문되셨습니다”와 같은 이상한 존댓말을 흔히 듣는 나라가 되었다. 돈이 존대받는 나라, 사람이 주문이 되는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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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잘 안 풀리고(얼마 전엔 드디어 영화가 하나 더 고꾸라졌다, 도합 5연타인가… 싸블알), 눈은 추적추적 내리고, 또 비행기는 돌았고 헌법재판소도 돌았으니, 내가 도통 뭐하는 짓인가, 영화 그대는 도대체 누구인가 고민이 많아지는 저녁이다. 물론 정답은 언제나 하나다. 영화는 정서, 느낌, 휠링, 이모션, 눈물이 주르륵주르륵. 그대가 사랑하는 영화를 아무거나 생각해보라, 그리고 그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 장면을 떠올려보라, 바로 그게 정서, 느낌, 휠링, 이모션, 사랑은 창밖에 눈물이 주르륵주르륵. 하지만 정서는 글로 옮기기 힘든 데다가 정서 타령만 하자니 지면이 너무 남을 듯하다. 그래서 준비했다(반말 죄송). 영화 그대는 누구인가에 대한 여섯 가지 대답.
영화라면 반드시 찾아오는 육형제
지금부터 폭로(?)할 영화를 영화답게 만드는 술어 여섯 가지를- 영화 교과서에서 허풍 떠는 것처럼- 내러티브 공식인 것처럼 과장하고 싶진 않다. 미리 말하지만 그런 공식은 없
[곡사의 아수라장] 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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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머나먼 여행
[정훈이 만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머나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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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살에 처음 비행기를 탔다. 학교에서 지원금이 나온 제주도 답사 덕분이었는데 가슴이 두근거려 뜬눈으로 밤을 새웠지만 비행기 안에서 한숨도 자지 못했다. 그 시절에도 일찍이 해외여행 갔다온 관록을 과시하던 강남 후배가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누나, 비행기 타면 오렌지 주스가 나오는데 자는 사람한테는 안 줘요.” 그래서 나는 졸린 눈을 부릅뜨고 기다렸다가 주스를 받아 마셨다. 주스는 집에도 있지만 이건 비행기 주스니까. 그때는 몰랐다, 음료수는 주스만 있는 것이 아니며 자다 일어나서도 음료수를 받을 수 있고 비행기 안엔 땅콩도 있다는 사실을.
그래, 뉴스를 보다가 왠지 그 땅콩이 먹고 싶었다. 대한항공을 타면 주는 땅콩, 견과류를 싫어하는 나도 꼬박꼬박 받아먹는 꿀 바른 땅콩, 고소하고 달콤한 대한 땅콩. 남들은 불합리한 기업의 소유 구조와 재벌의 행태를 비판하며 분노하는데, 나는 왜 땅콩이 먹고 싶었던 걸까. 30대 중반에 가난 귀신이 내리면서 먹을 것이 있으면 일단은 몽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땅콩이 먹고 싶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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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트 오브 킬링>과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배우는 알겠는데 캐릭터 이름은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고, 영화제목만 기억날 수도 있다. 관객에게 분량을 아쉬워하게 만들었던, 때로는 배우의 이름을 확인하려고 엔딩 크레딧을 기다리도록 붙잡았던 조연들의 졸업앨범이다. 어느 영화 속 누구인지 열여섯 캐릭터를 빠짐없이 맞힌 독자에게는… 2015년 선택하는 영화 중 최소 8할이 기대 이상인 행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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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모닥불을 확 끼얹는 영화가 간혹 있다. <액트 오브 킬링>을 보는 동안 나는 자연스럽게 하라 가즈오 감독의 다큐멘터리 <가자 가자 신군>(1987)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 영화에서는 태평양전쟁으로부터 살아 돌아온 늙은 남자가, 은퇴한 일본의 전쟁 책임자들을 찾아가 추궁하고 멱살을 잡는다. 수십년이 흐른 후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피해자의 분노가 <가자 가자 신군>을 잊을 수 없는 다큐멘터리로 만드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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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의사와 표현을 검열하고 사생활과 프라이버시를 통제하며 궁극적으로 민주적인 여론과 진보적인 정치의 가능성을 폐쇄하려는 조치가 인터넷에 퍼져가는 시기에 읽어볼만한 책. 그런 현상 뒤에 숨은 자본의 욕망과 국가권력의 의지를 살핀다. 저널리즘과 자본주의, 민주주의에 관한 인터넷 시대의 질문. 도주나 망명, 냉소주의가 아닌 현실적 대처법은 무엇일까.
[도서] 저널리즘과 자본주의, 민주주의에 관한 인터넷 시대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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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제품처럼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배우 고현정이 오키나와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책으로 묶었다. 여행에 대한 기본정보를 얻는 목적보다는 고현정이 오키나와의 풍경과 하나가 된 사진과 글이 궁금한 독자에게 더 솔깃할 것 같다. 마흔을 넘기고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조용히 집중하려는 여행 이야기가 재미있다.
[도서] 배우 고현정이 오키나와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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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코너 제목이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이지만, 아무리 책을 빠르게, 많이 읽는 나라도 사람에 치여 사는 연말연시만큼은 힘들다. 모임과 모임 사이에 들여다볼 기력을 돋운 책은, 먹는 이야기. 조경규의 만화 <오무라이스 잼잼>과 박용민이 쓴 <맛으로 본 일본>이다. 조경규와 박용민의 공통점이라면 음식 전문가는 아니라는 것. 심지어 <맛으로 본 일본>의 저자는 현직 외교관으로 근무하며 영화 책, 여행 책을 쓰고 이번엔 음식문화 책을 쓴 경우.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본 여행을 좋아하고 일본 음식을 자주 먹는 독자 입장에서는 편하게 읽히는 책이기는 했다.
<오무라이스 잼잼>은 벌써 5권째다. 자녀양육기 겸 일상음식 이야기인 이 시리즈는 별거 아닌 내용을 담은 듯하지만 묘하게 한컷 한컷 집중해 보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가족의 일상음식 이야기에는 당연히 남녀 어린이와 남녀 성인의 이야기가 포함되며, 배달음식과 외식요리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의 요리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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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진은 할리우드에서 주로 활동해온 작곡가이자 뮤지션이다. 1999년 개봉한 <엔트랩먼트>의 스코어 코디네이터로 일을 시작해 <스파이더맨2> <스파이더맨3>의 오케스트라 편곡을 담당했고 할리우드 스튜디오영화와 독립영화의 음악 파트에서 두루 활약 중이다. 한국영화 <평행이론>의 작곡가로 <미스터 고>의 스코어 프로듀서로도 참여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재즈, 클래식, 연주, 작곡, 지휘 등 장르와 파트 구분 없이 음악을 공부했다. 연주부터 오케스트라 편곡까지 가능한 작곡가다. 그 내공으로 미국뿐 아니라 한국, 중국영화의 음악 작업을 꾸준히 해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이번에는 지휘자로서 한국을 찾았다.
-12월17일에 열린 소프라노 신영옥의 새 앨범 ≪미스티크≫(Mystique)의 발매 기념 콘서트에 지휘자로 나섰다.
=앨범 프로듀싱과 편곡을 맡은 게 인연이 돼 지휘까지 했다. 학생 때 지휘도 배웠다.
[flash on] 경계는 장애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