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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는 철저한 계획자다. <허삼관>의 감독 겸 주인공 허삼관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그는 무서울 정도로 시나리오에 파고들었고 프리 프로덕션에 온 힘을 쏟았다. 감독인 자신이 작품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만 배우로서 연기에 집중하고 드라마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곧 희극적 인물 허삼관이 진한 부성애를 깨달아가는 대장정 <허삼관>을 만든 하정우의 제일원칙이었다.
-첫 연출작 <롤러코스터> 이후 1년을 조금 넘기고 곧바로 두 번째 연출작을 내놨다. 여러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는 멀티 플레이어형 배우라는 건 알았지만 감독 하정우와 이렇게 빨리 재회할 줄이야.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후 제작사로부터 감독 제안을 받았을 때 가슴이 막 뛰더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롤러코스터>를 끝내고 상업영화를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었고 <허삼관>이라는 산을 넘으면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출연을
[하정우] 엉덩이 힘으로 끝까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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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사석에서 독립영화나 학생 실습 작품에서 남용되고 있는 들고 찍기 촬영 스타일에 관해 지인들과 얘기를 나눴다. 그렇게 찍은 화면들은 아무렇게 붙여도 다음 컷과 연결되는 데다 화면 내의 운동감도 잘 느껴지지 않아서 젊은 감독들이 남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내가 말했다. 갑론을박이 오가는 사이 누군가가 다르덴 형제 감독의 <아들>을 예로 들었다. 시종일관 주인공의 가슴팍이나 뒤통수를 카메라가 따라다니는 그 영화가 6개월 가량 리허설한 영화인 걸 알고 있느냐고 그는 물었다. 저명한 배우인 그는 매우 사실적으로 연출된 그 영화도 아마 기계처럼 반복하는 가운데 감독이나 배우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걸 현장에서 건져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르덴 형제의 신작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 뛰어나게 연기한 마리옹 코티야르의 스크린 형체를 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다. <씨네21>에 실린 인터뷰에 따르면 마리옹 코티야르는 한달여간 실제 촬영장소에서
[신 전영객잔] 세밀한 예행연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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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크리스마스이브. <허삼관>의 감독 하정우는 하지원에게 <허삼관>에서 허삼관, 허옥란으로 부부의 연을 맺자고 프러포즈했고 그날 비로소 결실을 맺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 후, 2014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두 사람은 <허삼관>을 완성해 스튜디오를 찾았다. 감독이자 주연배우로 <허삼관>을 책임진 하정우에게서는 위화 작가의 <허삼관 매혈기>를 스크린으로 옮겨온 과정을 세세하게 전해들었다. 시대극 속에서 처음으로 엄마 역을 맡으며 배우로서 변화를 시도한 하지원에게서는 생생하고 유쾌했던 현장의 추억을 들을 수 있었다. 동갑내기 두 배우가 들려줄 허삼관네 이야기 <허삼관>(1월15일 개봉)을 미리 만나봤다.
[하정우, 하지원] 許許 河河 好好(허허 하하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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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내 자식이 아니라는 뜻
속뜻 내 아버지가 아니라는 뜻
주석 철들기 전에 한번씩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아버지가 얼굴에 웃음기를 거두지 않고 하는 말, “어렸을 때, 널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우리를 단번에 홍길동이나 신데렐라로 만드는 그 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게 하는 그 말. 계모와 이복누이들 사이에서 하염없이 설거지나 하는 게 나의 운명이라는 걸 깨닫게 한 그 말. 아버지는 왜 저토록 잔인한 진실을 폭로할까. 우리가 가출할 능력을 갖추기도 전에.
철이 든 후에야 우리는 저 말이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말놀이라는 걸 알게 된다. 저 다리는 마포대교나 영도다리가 아니라 어머니의 다리를 말하는 것이었지. 어째서 “다리 아래서”라고 하지 않고 “다리 밑에서”라고 말했는지도 그제야 알게 된다. 그래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왜 저렇게 재미없는 농담을 여러 번 반복할까. 웃기도 어렵고 울기도 어려운 농담을.
프로이트는 문명의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다리 밑에서 주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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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휴일>(1953)이 전세계적인 히트작이 되리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잘해야 할리우드의 고전인 <어느 날 밤에 생긴 일>(감독 프랭크 카프라, 1934)의 명성을 더 높여줄 정도로 생각됐다. 사건기자가 최상급 신분의 여성을 만나 사랑의 줄다리기를 한다는 <로마의 휴일>의 모티브는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의 그것을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알다시피 <로마의 휴일>은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최고 히트작 가운데 하나가 됐다. 예상 밖의 결과에 대한 분석들이 뒤따랐다. 멜로드라마의 거장으로 절정에 이른 와일러의 연출력, 로마 현지 촬영의 매력 등 많은 이유들이 제시됐다. 하지만 관객의 기억에 가장 깊게 남은 것은 오드리 헵번의 이미지일 것이다. 당시 인기 절정이었던 그레고리 펙이 공연했지만, 만약 <로마의 휴일>이 배우의 이름으로 기억된다면, 그건 오드리 헵번 덕분일 것이다.
윌리엄 와일러의 발굴
[한창호의 오! 마돈나] 신데렐라에서 선행의 천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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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카오스> A Little Chaos
감독 앨런 릭먼 / 출연 케이트 윈슬럿, 앨런 릭먼, 스탠리 투치
<해리 포터>의 스네이프 교수, 앨런 릭먼이 <윈터 게스트> 이후 18년 만에 발표하는 두 번째 연출작이다. 실제 인물이었던 베르사유 궁전의 조경건축가 앙드레 르노트르(마티아스 쇼에나에츠)가 분수 디자인을 위해 정원사 사빈 드바라(케이트 윈슬럿)를 고용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고풍스러운 시대극. 앨런 릭먼이 루이 14세를 연기한다. 3월27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리틀 카오스> A Little Cha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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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상의원> 장인정신
[정훈이 만화] <상의원> 장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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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의 스포일러가 나옵니다만, 그게 참, 스포일러라고 하기에도 뭔가…. <박스트롤>의 스포일러도 나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딸 머피가 아버지에게 ‘왜 자신의 이름을 머피라고 지었냐’며 투정부리는 대목이 나온다. 아버지는 ‘머피란, 나쁜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름이 아니라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뜻’이라며 딸을 달랜다. 내가 딸이었다면 “아빠, 그게 무슨 헛소리야”라고 화를 냈을 거 같은데, 머피는 아직 어려서 그랬는지, 아니면 아빠를 사랑해서 그랬는지 순순히 수긍한다. 세월이 흘러 머피가 다시 아빠를 만났을 때, 머피는 한번 더 따져 물었어야 했다. “아빠, 왜 내 이름을 아빠 마음대로 지은 거야. 머피라는 이름 때문에 내가 평생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알아?” 왜 아빠는 아들이나 딸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 멋대로 이름을 지어버리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이상하다. 왜 이름은 자신이 직접 지을 수 없을까
[김중혁의 바디무비] 때로 참을 수 없이 무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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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매년 12월이면 이삭줍기에 바쁘다. 게을러서 제때를 놓친 주요 영화를 해 바뀌기 전에 보려는 노력인데 말하나마나 중과부적이다. 올해의 가장 굵은 이삭은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였다. 스웨덴판 <렛미인> 이후 가장 아름다운 뱀파이어 영화, 올해의 제일 개성적인 코미디, 도시를 감식하는 고수의 안목, 덤으로 따라붙은 가장 멋진 소파와 최고의 디저트. 결정적으로 듀이 십진분류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독서광 이브(틸다 스윈튼)의 장서 더미는 <행복한 사전>의 편집실, <인터스텔라>의 블랙홀 서가와 더불어 온 세상 애서가를 황홀하게 만들 이미지다. 여기서 더 바라면 도둑이다.
12/05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은, 감독 자신이 별로 믿지 않는 이야기를- 정확히 말하면 그다지 개의치 않는 스토리를- 어쨌거나 장대하게 찍는 방법의 시범으로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형제여, 그 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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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리 없다”라는 생각이 들 때, 인간은 “지금 행복하다”라고 생각한다. 이로써 고도성장기나 거품경제 시기에 젊은이들의 ‘생활 만족도’가 낮게 나타났던 이유가 설명된다. 말하자면, 그 시기의 젊은이들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다”라고 믿었다. 따라서 지금은 불행하지만, 언젠가 행복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은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가 26살이던 2011년에 쓴 책으로, “요즘 젊은 것들” 운운하며 혀를 차는 기성세대에게 조목조목 따져묻는다. 첫 번째 질문은 청년•젊은이라는 말의 개념이다. 청년에 대한 일반화란 가능한 일인가? “세대론이 사회에서 유행하게 되는 때는 계급론이 현실성을 잃었을 때다. 세대론이라는 것은 본래 매우 억지스러운 이론이다. 계급, 인종, 젠더, 지역 등 모든 변수를 무시하고, 그저 ‘어떤 연령’에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젊은이’라고 일괄해 명명해버리기 때문이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그럭저럭 행복하고 다소간 불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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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3권으로 분권되어 출간되었던 책이 합본 개역판으로 묶여 나왔다.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이 최근의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책으로 이 소설을 들면서, “철학자로서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 세계가 그 안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이름의 철자 순서만 다른 쌍둥이 형제 루카스(Lucas)와 클라우스(Claus)의 처절한 운명이 교차하는 3부작 소설.
[도서]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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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일본 서점 대상에서 1위에 선정된 책. <천지명찰>은 주로 SF 분야에서 활약하던 우부카타 도우가 2009년 처음으로 도전한 시대 소설이다. 권위의 상징과도 같았던 달력과 그 달력을 새로이 바꾸는 개력 사업을 중심으로 일본 고유의 지식 문화유산인 ‘와산’과 ‘산액’ 등 흥미로운 소재를 활용했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마지막에서는 묵직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도서] 2010년 일본 서점 대상에서 1위에 선정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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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이 제주도에 자리를 잡았다. 벌써 이년째다. 같이 이사간 개 두 마리 소리와 폿코와의 일상도 여전하다.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소리가 아팠고, 소리가 세상을 떠났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제주도에 도착했다며 연락하는 사람들은 그의 집 문을 두드리는 모양이다. 제주에서 살아볼까 고민하는 프리랜서라면 특히 이 책에서 도움받을 대목이 많아 보인다.
[도서] 올드독이 제주도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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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사후 200주기를 맞이해 강렬한 블랙북 시리즈로 사드 전집이 출간된다. 그 첫 책으로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가 먼저 선보였다. 사드라는 이름을 사디즘과 연계한 선정주의의 대명사 정도로 인식해왔다면, 이번 시리즈는 과연 그런가보다 하는 인식에 더해 그의 글을 읽게 도와주는 각종 장치들(묵직한 검은 책이라는 물건으로서의 매혹부터 가독성 높은 편집, 각주, 해설)에 대한 감각적인 재미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 참고로 <소돔 120일 혹은 방탕주의 학교>는 전집의 두 번째 권으로 선보이게 될 것 같다.
사드에 대한 설명. “20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불같은 기질과 극단을 탐하는 상상력으로 인해… 평생 두번의 사형선고와 15년의 감옥살이, 14년의 정신병원 수감 생활을 거치면서, 최소 열한곳 이상의 감금 시설을 전전했다.” 번역가 성귀수가 그의 모든 글이 프랑스에서 겪어야 했던 우여곡절을 설명하는데, 그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도서] 글쓰기라는 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