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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영민. 이때는 빠른 걸음으로 미영 옆으로 간다.” 아내 미영(신민아)과 여자 ‘친구’의 첫 대면에 어색하고 불편해 보이는 영민. 조정석은 감독의 말에 따라 냉큼 극중 아내 곁으로 다가간다.
“대체 양배추가 왜?” 신민아와 집주인 역의 라미란의 웃음보가 터졌다. 이유는 영민 친구들의 깜짝 방문에 무슨 음식을 할 건가를 두고 이야기하던 중 정력 강화에 좋은 양배추가 식재료로 등장했기 때문. 라미란의 음흉한 눈빛 연기가 일품이다.
골목길을 걸어올라올 때의 동선을 일일이 짚어주는 임찬상 감독.
다른 친구들보다 앞서 걸어오는 영민과 그의 오랜 친구인 작사가 승희(윤정희). 승희를 바라보는 영민의 표정에서 약간의 설렘이 느껴진다. 두 사람, 수상해!
“안녕하세요, 밤 늦게 죄송합니다~.” 형식적인 친구들의 인사에 살짝 목례로 답하는 미영. 드디어 이날의 출연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미리 근처 200가구를 돌며 양해를 구했다. 여기서 이틀 밤을 더 찍어야 하는데…
[씨네스코프] 임찬상 감독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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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는 펫>(2011), 드라마 <상속자들>(2013) 등으로 이름을 알린 강하늘은 “흔히 상상 가능했던 공포영화였다면 출연하지 않았다. <소녀무덤>은 로맨스라기보다 드라마에 가까운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감정들이 인상적이었다”고 출연한 소감을 밝혔다.
영상원 영화과 출신인 오인천 감독은 학생 때부터 공포, 스릴러 장르를 주로 만들어왔다. <크랭크업>(2008), <모멘토>(2010), <변신이야기>(2011) 등 그가 만든 단편은 공포, 스릴러, 드라마, 액션 등 다양한 장르가 뒤섞인 작품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겁이 많았다. 지금도 가끔 TV를 켜고 잘 정도”라며 “공포 자체에 스릴을 느끼다보니 공포영화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소식을 듣고 먼저 연락을 해왔잖아. 협조해주겠다고.” 4월3일 한국철도공사분당차량사업소에서 만난 주피터필름 주필호 대표의 목소리에는 안도감이 묻
[씨네스코프] 오인천 감독의 공포영화 <소녀무덤>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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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Lucy
감독 뤽 베송 / 출연 스칼렛 요한슨, 모건 프리먼, 최민식, 애널리 팁턴
최민식의 할리우드 진출작 <루시>의 예고편이 공개됐다. <루시>는 몸에 마약을 숨겨 운반하며 마약상들에게 이용당하던 루시(스칼렛 요한슨)가 약물을 투여받고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액션 스릴러 영화. 최민식은 그녀를 추격하는 마약상 보스 ‘미스터 강’으로 출연한다. 영화의 주요 배경은 타이베이. 뤽 베송 감독의 신작이며 프랑스 및 북미에서 8월 개봉예정이다.
[WHAT'S UP] <루시> Lu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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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만 잡꼬 잘께 ]
겉뜻 손을 잡는 것 외에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
속뜻 손도 잡겠다는 약속
주석 손을 잡는 것과 잠드는 것은 전혀 무관한 현상이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접촉성 수면장애라 부를 만한 증상을 갖고 산다. 마누라랑 닿을까봐 옷 껴입고 잔다고 고백하는 가장들이라면 누구나 이 증상을 안다. 그러니 손을 잡고 자겠다는 말은 잠들지 않겠다는 말이나 매한가지다. 사실 손과 입이 차지하는 표면적은 우리 피부에서 얼마 되지 않지만, 그것이 담당하는 지각의 비율까지 작은 것은 결코 아니다.
캐나다의 신경학자 와일드 펜필드는 감각 지각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면적에 맞춰 인간의 신체부위를 나타낸 모형을 발표했다. 몸의 각 부분을 맡고 있는 뇌의 면적에 따라 몸의 비례를 표시한 모형인데, 두손과 입술이 엄청나게 확대되어 있다(구글에서 ‘wilder penfield homunculus’를 검색하면 모형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이 모형은 손과 입술이 담당하는 감각이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손만 잡고 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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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우린 모두 알고 있다. <시네마 천국>을. 영화로 꿈꾸던 꼬마 토토와 꿈지킴이 알프레도와의 우정, 그리고 그 아름다웠던 키스 장면들.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사위원같은 신부님이 미친 듯이 검열했지만, 끝까지 살아남아 인생의 아름다움에 대해 교훈을 주던, 그 <시네마 천국>.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알지 못한다. 시네마지옥이 있다는 것을. 시네마 파라디소의 정반대말, 시네마 인페르노. 지옥이니 아름다울 리 없다. 요상하고, 이상하고, 망측한 영화들이 즐비한 지옥이란 말이다. B무비? 시네마지옥은 B무비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CDF급 망작들을, 한편도 아니고 예닐곱편을 연달아서, 그것도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새벽 7시까지 밤새도록 달려보는, 정말 버텨야 하는 지옥 같은 영화 상영회다.
얼마나 지옥스러운지 상영목록을 한번 볼까나? 에드 우드 감독의 <외계로부터의 9호 계획>은 예의상 틀었다고 치자. 북한의 <장군의 아들>이라는, 국군들이 대
[곡사의 아수라장] 고통의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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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1. 작가
역광을 받은 5m 높이의 불상은 거뭇하고 위압적인 쇳덩이에 불과하다. 오히려 불상 주위를 지나가는 예광탄의 빨간 불빛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박격포탄에 불상 목이 부러지며 눈앞으로 떨어질 때 비로소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부처님 얼굴이 보인다. 웃는 얼굴에 깔려죽을 판이다.
70대 중반을 오락가락하는 임 노인이 놀라 눈을 뜬다. 그냥 죽었으면 차라리 좋았을 것을, 불행히도 꿈이었다. 노인은 미련을 털듯 이불을 걷어낸다. 오른쪽 팔과 왼쪽 다리가 없는 앙상한 몸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끝내고 새로 쓸 시나리오 줄거리를 잡겠다고 자판을 토닥이다 멈춘다. 시나리오작가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길을 잘못 들어섰다. 늦게라도 깨달았으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할 텐데 어디로 가야 할지 답이 없다. 평생 꿈이 한량이었으니 매 작품 치열한 생존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현실이 버겁다. 어느 삶이라고 무겁지 않겠냐마는 나이가 드니 엄살만
[천성일의 은밀한 트리트먼트] 차라리 ‘작자’(作者)라고 불러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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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메리칸 허슬>이 번역 경력 중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란 소릴 들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어? ID 아메리칸허참
A. 번역 작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작품은 대사가 빠르고, 러닝타임이 길고, 문화색이 강한 작품인데 <아메리칸 허슬>은 이 세 요소를 다 갖춘 작품이야. 게다가 거의 연기 배틀을 벌이는 작품이라 애드리브가 많아서 대본이 큰 도움이 안 되고, 서로 말을 잘라먹는 장면이 많아서 관객이 빠른 자막을 쫓아오도록 대사를 평소보다 더 함축하는 게 힘들더라고. 진짜 브래들리 쿠퍼의 혀를 뽑아서 채를 썰고 싶었어. 거기에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이잖아. 이 양반은 미국식 유머를 굉장히 많이 쓰고 작품마다 미는 표현이 있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crazy’라는 단어가 계속 반복됐듯이 <아메리칸 허슬>에선 진짜(real)와 가짜(fake)란 단어가 작품 내내 반복돼. 이렇게 연출자의 의도가 분명한 부분은 살려주는 게 번역자의 의무라
[황석희의 두줄 타기] <아메리칸 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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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쓰리데이즈 투 킬> 이게 왜 거기 있었지
[정훈이 만화] <쓰리데이즈 투 킬> 이게 왜 거기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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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아리는 어째서 종아리일까. 종아리라고 발음할 때마다, 종아리라는 말을 들을 때에도, 종아리는 어째서 종아리일지 궁금하다. 알고 있는 말 같은데 발음하면 낯설다. 입이 동그랗게 모였다가 벌어졌다가 혀끝이 종아리를 흘려보낸다. 종아리, 종아리, 종아리, 단어는 계속 흐른다. 채호기 시인의 시 <얼음>의 한 대목. ‘물은 중얼거림이고, 얼음은 침묵이다. 단어는 얼음이고, 말은 물이다.’ 종아리라고 말할 때마다 종아리가 녹아서 펄떡거린다. 종아리라고 발음할 때마다 동그란 열매 같은 걸 떠올린다. 종아리의 ‘종’은 망울을 뜻하는 ‘종’일지도 모르겠다. 마늘 위로 치솟은 ‘마늘종’처럼 종아리는 몸의 가장 아래쪽에 매달린 인간의 열매일지도 모르겠다. 다리의 옛말이 ‘아리’이니까 다리에 매달린 열매, 동그랗고 탐스러운 인간의 열매가 종아리다. 아니다. 종아리는 뜻이 없어도 좋다. 종아리라고 발음하면 종아리가 드러난다. 유하 시인은 ‘구릿빛 종아리’를 노래했다. 장정일 시인은 ‘흘린 듯
[김중혁의 바디무비] 종아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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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는 아주 좋은 평론이 실렸더군요. 딱히 내가 어제보다 오늘 더 부패에 정통하게 된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죠. 기자는 험프리 보가트를 주연으로 염두에 둔다는데 나 또한 굉장히 좋아하는 배우예요.”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가 1939년 2월19일, 편집자 앨프리드 크노프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이다. 챈들러의 출간 목록을 찾아보니 여기서 말하는 책은 <빅 슬립>인 모양으로, 이 영화는 1946년에 하워드 혹스 연출, 험프리 보가트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 한국에서는 <명탐정 필립>이라고 소개되었던 그 영화다.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서간집인데, 오고간 편지 모두가 아니라 챈들러가 쓴 편지만을 묶었다. 편지글마다 애초의 편지에는 없었을 스포일러성의 제목이 붙었다는 점은 아쉽지만(마치 업무 메일 같아 보인다- 상대가 제목만 보고도 열어볼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게 해주는), 그 유혹하는 제목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수다쟁이 챈들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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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와 더불어 20세기 중반 SF의 황금시대 대표 작가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스타십 트루퍼스>가 다시 출간되었다. 폴 버호벤 감독이 만든 1997년 영화로도 잘 알려진 작품이지만 소설이 가진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은 이후 많은 SF소설과 영화들에서 차용되었다. 병역이 완전한 시민권을 담보하는 미래 사회에서 외계 종족과 싸우는 주인공들의 전투담이자 성장담. 휴고상 최우수장편상을 받았다.
[도서] 폴 버호벤 감독 영화의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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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천이 초기에 쓴 다섯편의 단편을 모아 작품을 쓴 때로부터 20여년이 지난 1984년에 출간한 책이다. “설사 말소된 수표라 하더라도, 이십년 전에 쓴 작품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자신에게 얼마나 큰 충격일지 여러분은 아마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고백을 비롯한 긴 작가 서문을 붙여서 소설을 쓰기 시작할 무렵 자신의 미흡했던 점, 등장인물의 생생한 형상화가 미흡한 점 등을 고백하고 있다.
[도서] 작가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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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가 지난해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어려서는 쌍둥이처럼 붙어 지냈지만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판이하게 다른 삶을 선택하는 두 형제, 수바시와 우다얀, 그리고 그들 사이의 한 여인 가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소설 초반 저지대의 풍경을 묘사한 대목은 마치 두 형제의 미래를 암시하는 듯 강렬하다. 1970년대부터의 인도 정치사의 격변이 70여년의 세월을 두고 펼쳐진다.
[도서] 두 형제 사이의 한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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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코뮌이 처절하게 박살난 이래로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라는 구호는 선거철에 휘날리는 깃발 이상이 된 적이 없다. 하지만 완전한 자치를 이루며 살아가는 마을이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는 책의 주인공인 스페인 마을 공동체 마리날레다가 바로 그곳이다. 책의 서두는 비장하다. 건설경기 붐을 타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뒤 종래는 막대한 실업자와 자살자들의 연쇄를 낳고 만 스페인 경제의 현실을 묘사한다. 하지만 인구 2700명의 도시 마리날레다는 바깥세상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중이다. 대안공동체라기보다는 유토피아라고 자칭하는 이곳은 급진적인 아나키즘이 현실화된 땅이다.
마리날레다는 아무도 굶어죽지 않는 곳이 되었지만 동시에 아무도 명품백을 갖지 않는 동네가 되었다. 집 걱정을 하는 사람은 없지만 집을 소유할 수도 없다. 고립과 자율. 하지만 마을 전체에 무료 무선 인터넷이 깔리면서 달라진 것도 있다. 대도시와 다른 나라가 줄 수 있는 가능성에
[도서] 부디 멈추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