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25일 국내개봉을 앞둔 <맵 투 더 스타>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21번째 장편영화이자, 그가 미국에서 촬영하는 첫 영화다. 야간 버스를 타고 할리우드에 입성한 소녀(미아 바시코프스카)는 작가 혹은 배우 지망생인 리무진 운전기사(로버트 패틴슨)에게 스타들의 집을 지도에 표시한 스타맵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묻는다. 아닌 게 아니라 이들을 포함하여 한물간 여배우(줄리언 무어), 최연소 약물중독 셀러브리티, 처세술 혹은 자기계발서 저자이자 강연자인 그의 아버지(존 쿠색) 등 과잉된 욕망 속에서 길을 잃은 등장인물 모두는 자신만의 지도가 필요하다. 할리우드에 첫발을 내딛었다는 면에서 소녀와 다르지 않은 크로넨버그는 별들이 그리는 추락의 궤적을 서늘한 차분함으로 그려냈다. 그가 지닌 빛나는 지도를 엿보고 싶어, 눈 오는 토론토로 화상 대화를 청했다.
-시나리오를 쓴 브루스 와그너와는 첫 작업이다. 원래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이번에 함께 작업하게 된 계기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그게 할리우드 현실이니까
-
“그래, 알았어. 일단 전진.” 업무 전화인 듯하지만 누구와의 통화인지는 모르겠다. 이석준은 일단 ‘고’ 하는 것으로 통화를 마쳤다. 2004년 4월에 시작한 소극장토크쇼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이하 <뮤지컬 이야기쇼>)도 이렇게 지난 10년을 버텨왔구나 짐작된다. <뮤지컬 이야기쇼>는 월 2회, 공연계 휴일인 월요일에 열린다. 이석준이 “아는 사람은 아는” 양질의 대학로 창작공연을 배우들과 함께 소개하고 그 비하인드와 음악을 들려주는 형식이다. 어렵다, 어렵다 하는 대학로 연극계에서 대형스타 없이 10년을 지속해온 것만 봐도 보통 내공이 아니다. 2011년 6월부터 시즌2를 시작해 현재 71회 공연을 앞두고 있다. 매회 다른 배우들이 출연료 없이 참여하며 티켓 판매 수익금 전액은 사회복지 NGO 단체 ‘함께하는 사랑밭’에 기부한다.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이야기쇼>는 과감한 프로젝트를 하나 궁리 중이다. <배우수업>
[trans x cross] 관객의 가려운 곳 긁어주고 싶다
-
“맞다”고, “그렇다”고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부터 쳐주는 남자. 더 많이 말하기보다 더 오래 듣는 쪽에 서 있는 사람. 그가 바로 고수다. 배우로서 고수가 걸어온 길도 그와 똑 닮았다. 소란스럽지 않게 작품에 임하면서 쉼 없이 꾸준히 자신의 보폭을 유지해왔다. 속독으로 더 많은 걸 탐하는 다독가보다는 마음에 드는 책 하나를 오래도록 정독하는 애서가와 같은 배우. 그런 그가 이번에 꺼내든 작품은 <상의원>이다. 그가 맡은 이공진은 조선에서 최고의 디자이너로 불리지만 정작 그 자신은 그 모든 수식어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사람이다. 얼핏 보면 공진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거침없이 말하는 호방한 남정네 같다. 그런데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진만큼 사랑하는 사람의 말에 귀를 세우는 사람도 없다. 그러고 보니 고수와 공진, 둘 사이에 묘한 교집합이 그려진다. 그럴듯한 조합이다.
우당탕탕. 웬 날짐승 같은 사내가 지체 높은 양반들이 모여 있는 술자리로 겁 없이 뛰어든다. 예의니
[고수] 자유롭게, 거침없이
-
겉뜻 잘생긴 애인이나 배우자를 둔 사람을 축복하는 말
속뜻 그 사람의 잘생긴 애인이나 배우자를 저주하는 말
주석 절세미인이나 엄친아를 애인으로 둔 사람들이 흔히 듣는 말이다. 쟤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봐. 구국에 대한 보상으로 멋진 짝을 얻는다고? 어째 좀 억울한 것 같기도 하고 낭만적인 것 같기도 하다. 나라와 한 사람을 교환하다니 이렇게 손해 보는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이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나라를 버리겠다니 이보다 낭만적인 게 또 어디있겠는가? 낙랑국과 서동 왕자를 교환한 낙랑 공주, 트로이와 헬레네를 교환한 파리스의 선택이 다 그랬다.
그들은 불멸의 사랑을 선택했지만 그 때문에 나라는 쫄딱 망했다. 이 부등가교환이 전생 타령에도 스며들어 있다. 우리는 바로 되물어야 한다. 쟤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고? 쟤가 횡재한 거라면, 그럼 쟤 애인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냐? 전리품으로 전락한 애인 말이야. 구국의 영웅과 매국노의 만남이라니, 도대체 전생에 무슨 일이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봐
-
-
배우에 대한 최고의 호칭 가운데 하나가 ‘국민배우’다. 많은 사랑을 받는 배우이자, 국민을 상징하는 배우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국민의 동일시 대상이다. 그 배우가 우리 같고, 더 나아가 국가의 정체성까지 표상하고 있어서다. 해방 이후 한국인의 동일시의 대상이자, 한국의 국가 정체성까지 표상한 국민배우를 꼽자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가 최은희다. 전통적인 한국 여인상은 차치하고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1961)의 주인공인 게 첫째 이유다. 한국영상자료원에 따르면 당시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성춘향>은 서울에서만 36만 관객을 동원했다. 흔히 그 숫자는 요즘의 ‘천만 관객’과 비교된다. 말하자면 최은희는 지금도 어려운, 여성주인공 흥행대작의 첫 스타다. 한국의 관객은 <성춘향>을 통해 자기의 모습을, 더 나아가 한국의 정체성까지 보았다. <성춘향>은 국민배우 탄생의 서곡인 셈이다.
<성춘향>, 국민배우 탄생의 서곡
멜로드라
[한창호의 오! 마돈나] ‘국민배우’의 초상
-
<신데렐라> Cinderella
감독 케네스 브래너 / 출연 릴리 제임스, 리처드 매든, 헬레나 본햄 카터, 케이트 블란쳇
<말레피센트>로 서막을 연 디즈니의 고전동화 실사화 작업의 두 번째 주자는 <신데렐라>다. 부모를 잃고 계모에게 시달리는 가련한 소녀 신데렐라(릴리 제임스)가 주인공이다. 디즈니의 가장
고전적인 오리지널에 도전하는 영국 출신 제작진과 출연진(감독 케네스 브래너와 주연배우 릴리 제임스, 리처드 매든 등)의 시선이 궁금해지는 작품. 내년 3월13일 북미 개봉예정이다.
[WHAT'S UP] <신데렐라> Cinderella
-
[정훈이 만화] <국제시장> 국제시장 한국상회
[정훈이 만화] <국제시장> 국제시장 한국상회
-
<인터스텔라>의 스포일러가 나옵니다만, 그게 참, 스포일러라고 하기에도 뭔가….
우주에 남는 역할은 왜 전부 남자들의 몫일까. <인터스텔라>를 보다가 <그래비티>를 떠올렸다. <그래비티>에서 조지 클루니는 샌드라 불럭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줄을 끊는다. <인터스텔라>에서 매튜 매커너헤이는 앤 해서웨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우주선을 본체에서 분리시킨다. 기사도 정신의 확산을 위한 교육적 목적일까, 아니면 멋진 매력남들을 우주에 남겨둠으로써 관객의 안타까움을 배가시킨다는 영화적 전략일까. 내 생각엔 ‘남자들은 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남녀의 차이에 대한 뛰어난 보고서인 오기 오가스와 사이 가담의 <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에는 이런 비교가 나온다.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감정적인 상황을 더 많이 반추하고 나쁜 감정이나 부정적인 인생 경험에 대한 기억을 더 자주 떠올린다고 한다. 여자들은 남자들에
[김중혁의 바디무비]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는 순간순간 예측하기 어렵지만 크게 보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소녀와 중년 여성의 러브 스토리에서 어린 유혹자 역할로 스타덤에 올랐던 배우 마리아(줄리엣 비노쉬)는, 20년이 흐른 이제 버림받은 상대 여성을 연기하게 됐다. 연습 중인 마리아는 구름의 움직임을 바라보기 위해 거듭 언덕에 오른다. 거기 해답이라도 있는 것처럼. 많은 화가들도 일찍이 그랬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반 고흐의 <올리브 나무>,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드레스덴 인근의 큰 목초지>, 조반니 도메니코 티에폴로의 <헤라클레스의 숭배>, 콘스터블의 <봄 구름 습작>(모두 부분).
11/19
“긍정의 힘”이라는 표현을, 이해하지만 좋아하지는 못했다. 해결해야 하고, 해결할 수 있는 외재하는 문제들을 내 노력이 부족한 탓으로 돌려 동일한 문제의 영향권에 있는 다른 사람들까지 오로지 긍정의 힘에만 의존해야 하는 고역을 재생산하는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내가 그릴 구름 그림은
-
마리 앙투아네트의 바렌 도주 사건을 다룬 책. 1791년 6월20일 늦은 밤, 여섯 사람을 태운 마차가 파리 튈르리 궁을 출발했다. 궁전을 유유히 빠져나가더니 파리 시내를 쏜살같이 질주하는 그 마차는 러시아 귀족 코르프 남작부인의 소유로,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여 러시아로 귀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르프부인은 도주를 위해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이었을 뿐, 집사와 가정교사는 각각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였다. 그리고 도주의 모든 것을 진두지휘한자는 바로 마부석에 타고 있던 페르센이었다.
[도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바렌 도주 사건
-
문화를 다루는 팟캐스트 중 가장 인기 높은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메인 테마 도서로 다루었던 80여권의 책 중 청취자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외국 소설 7편을 골라 책으로 묶었다. 이언 매큐언의 <속죄>는 팟캐스트 방송 이후 베스트셀러에 진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각 작품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혹은 숨기고 있는지 꼼꼼하고 진지하게 살펴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속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파이 이야기> 같은 책들을 담았다.
[도서]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뽑은 7편
-
“소설을 읽으면 어떤 점이 좋나요?” 그런 질문을 받곤 한다. “대단한 도움이 되면 제가 이렇게 살겠어요?” 그렇게 대답하곤 한다. 농담이 아니다. 혹시나 하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건 아닌데, 아무래도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가끔 나와 비슷한 환자를 만나면 물개박수를 치며 신나한다. 혼자 망하는 것보다 누가 같이 망하는 게 마음에 위안이 되잖아?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의 데이비드 실즈는 그중 하나인데,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는 바로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지혜는 없다. 많은 지혜들이 있을 뿐이다. 아름답고 망상적인.” 이 대목에서 맨 뒤의 ‘아름답고 망상적인’의 반짝임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소설읽기만 한 시간낭비는 또 없다. 그런데 데이비드 실즈의 이 책이 특별한 점은, 그가 삶을 맹렬하게 살아내는 사람이라는 데 있다. 가상의 세계로 도망쳐 지내기 위해 소설에 빠져 있는 게 아니라 소설을 읽는 만큼 소설 밖의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많은 지혜들, 아름답고 망상적인…
-
이곳에서는 <섬광 혹은 소멸>이라는 제목으로 동시대 창의적인 아티스트필름 및 비디오들이 내년 1월31일까지 대거 상영된다. 한편 이곳에서는 <논픽션의 기술들>이라는 제목으로 동시대 주목할 만한 주요 다큐들이 이미 상영되기도 했다. 한편 이곳에서는 얼마 전 아세안필름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했다. 우리가 미처 잘 알지 못했던 이곳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영화관으로, 서울에 숨어 있는 좋은 영화관이다. 최근에야 이곳에 대해 잘 알게 된 우리는 전주영화제, 세네프영화제 등의 프로그래머를 지냈고 영화 <딱정벌레>의 감독이기도 했으며, 지금은 영화관의 모든 일을 담당하는 김은희 학예사를 만나서 그간의 일과 앞으로의 일에 대해 물었다.
-지금 하고 있는 행사부터 물어보자. <섬광 혹은 소멸>전의 특별한 점이 있나.
=예컨대 이번에 했던 포럼 제목이 ‘이미지의 막다른 길: 전시와 상영 사이에서’였다.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와 전시된 영상 설치 사이에는
[flash on] 주목! 미술관 속 영화관
-
한겨울 풍경은 흑백영화를 연상시킨다. 까만 하늘에 흰 눈이 떨어지는 밤과 쌓인 눈에 햇빛이 부서지는 낮의 풍경이 특히 그렇다. ‘한겨울의 클래식-프랑스 고전영화 특별전’이 12월19일부터 2015년 1월9일까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유성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30년부터 누벨바그가 꽃피기 직전인 1960년을 아우르는 14편의 흑백영화가 상영된다. 하얀 눈 위를 밀고 간 검은 타이어 자국 역시 겨울의 풍경인 것처럼 아름답지만 어딘가 씁쓸하고, 씁쓸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다운 흑백 영상을 만날 수 있다.
프랑스 고전영화는 유성영화와 함께 출발했다. 무성영화의 감독들이 줄줄이 퇴장하는 와중에도 쥘리앙 뒤비비에와 장 비고는 성공적으로 유성영화 시기에 안착한 감독이다. 공교롭게도 두 감독은 소년기를 다룬 작품으로 이 시기에 발을 디뎠다. 장 비고의 <품행제로>(1933)는 무성영화 기법을 적절히 활용하는 가운데, 강압적인 기숙학교에 대한 아이들의 비밀모의
[영화제] 눈 내리는 겨울밤엔 흑백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