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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김강우가 연기하는 매니저 우곤은 ‘찌라시’때문에 이뤄놓은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잃을 위기에 처한다. 그래서 우곤은 소문의 최초 유포자를 찾아 이른바 ‘증권가 정보지’라 불리는 그 찌라시의 세계로 뛰어든다. 각종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비밀 회의는 물론 사설 정보지가 완성되어 유포, 확산되는 일련의 과정은 그야말로 박진감 넘치며 초현실적이다. 영화의 원제가 <찌라시: 예언자들>이었던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말하자면 영화는 우곤이 수많은 우리 시대의 예언자들을 만나고 겪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김강우는 일단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그리고 ‘도대체 왜 필요 이상으로 찌라시에 집착하는 걸까’ 하는 근본적인 물음과도 싸웠다. ‘힘든 만큼 많이 얻었다’는 평범한 진리,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내가 이 자리까지 KTX 타고 왔겠어? 인생 밑바닥부터 두 다리로 따악 버티고 오면서 터득한 거지.” <찌라시: 위험한 소문>(이하 <찌라
[김강우] 믿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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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스탭들과 쪼그려앉아 찬합을 쌀 보자기 디자인까지 손수 고르는 강제규 감독(맨 오른 쪽). 사소한 소품에까지 강제규 감독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것이 없다. 여러 후보들 가운데 최종적으로 낙점된 디자인은 “부드러워 보이는” 은은한 핑크빛 꽃무늬 보자기다.
만류하는 통일부 직원들을 뿌리치는 연희(문채원, 가운데). 남편에게 “숭어국이랑 밥 좀 먹이게” 북으로 자신을 보내달라고 울부짖고 있다. 문채원이 들고 있는 찬합은 잠시 뒤 바닥에 내팽개쳐질 운명이다.
연희(문채원)는 정성스레 싼 도시락을 들고 남편을 만나러 가지만 이산가족 상봉은 갑작스레 취소된다. 연희는 이를 믿을 수 없어 버스를 강제로 멈추고 검문소 앞 군인들에게로 달려간다. 문채원과 손숙이 번갈아 연기한 장면이다.
이번엔 만류하는 통일부 직원들을 뿌리치는 노인 연희(손숙, 가운데)다. 손숙은 강제규 감독에게 “연희가 바닥에 쓰러져보는 건 어떻겠냐”며 즉석에서 새로운 연출을 제안하기도 했다.
2년 만의 연출이어
[씨네스코프] 우리 남편 좀 만나게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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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 The Rover
감독 데이비드 미코드 / 출연 로버트 패틴슨, 가이 피어스, 스쿳 맥네이리, 내시 에드게턴
방랑자를 뜻하는 제목의 <로버>는 사회 시스템이 무너진 10년 뒤의 미래에서 호주 사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남자의 로드무비다. 감독의 전작 <애니멀 킹덤>에 이어 가이 피어스가 출연하며 <코스모폴리스>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 로버트 패틴슨이 가세했다. 올여름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로버> The R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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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남자가 사랑할 때> 지고지순한 사랑
[정훈이 만화] <남자가 사랑할 때> 지고지순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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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10일, 11일 일기와 사진 설명에 <만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만찬>의 말미에는 거의 숙명처럼 보이는 폭설이 내린다. 관객은 외출한 인철의 가족이 귀가하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 돌아오지 않기를 원하는 모순된 입장에 처한다. 그동안 영화는 우리로 하여금 이름도 모르는 형사들의 피로한 얼굴을 쳐다보게 만든다. 그러다 문득 우리는 이 익명의 남자들이 돌아갈 집과 거기 있을 가족을 상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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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가장 유쾌한 한탕. 제대로 사기치고 화끈하게 즐겨라!”
나는 지금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보도자료 표지로도 인쇄된 한국판 포스터의 카피를 보고 있다. 이건 좀 세다. 문구에 힘입어 한국판 포스터의 조던 벨포트는 훨씬 동경할 만한 인물로 보인다. 이 카피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가 공개된 직후 <LA 위클리>에 항의 글을 투고한 금융사기 피해자 가족들에겐 보여주지 않는 편이 나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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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이동진이 ‘부메랑 인터뷰’ 시리즈의 두 번째 권을 냈다. 박찬욱, 최동훈, 이명세 감독과의 대화를 엮은 것으로 5년 전의 첫 번째 권에 비하면, 다루는 감독 수는 절반으로 준 대신 감독당 인터뷰가 무려 1천매에 달할 정도로 보다 길고 깊어졌다. 물론 영화 속 대사들에서 끌어낸 질문을 통해 감독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탐색하는 형식은 그대로다. 그를 통해 그는 ‘말과 말로 이뤄진 감독론’을 꿈꾼다. 아마도 이 고행의 인터뷰집은 인기 팟캐스트와 TV방송 진행자, 그리고 한개의 몸으로 가능할까 싶은 각종 감독과의 대화(GV)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스타 평론가’를 향한 세간의 시선에 대한 내밀한 자기고백일 것이다. 더불어 “긴 시간을 내어 정성을 다해 이야기를 들려준 세분 감독에게 정말 감사드린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추천작으로 무려 7시간이 넘는 벨라 타르의 <사탄 탱고>를 선택했고 1, 2, 3회 전석 매진이었다. (웃음)
[flash on] 숨은그림찾기에 머물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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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미술품을 굳이 미술관까지 가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미술은 공감각의 예술이다. 건축, 전시는 말할 것도 없고 회화에서도 공간감은 실로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11월 4년여의 준비 끝에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미술관으로서 대중과의 소통을 지향한다. 1986년에 개관한 과천관이 20세기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덕수궁관이 한국 근대미술 위주로 전시된 공간으로 활용되었다면 세 번째 국립미술관인 서울관은 동시대 국제미술과 한국 현대미술의 교차점을 살펴볼 수 있는 융합의 공간이다. 여러 장르와의 자유로운 교류와 현대미술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그야말로 열린 장소인 셈이다. 1월22일부터 3월16일까지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특별전은 이같은 서울관만의 개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는 영화관이 마련되어 있다. 3D영화를 테마로 한 이번
[영화제] 3D영화, 공간미학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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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 호텔>은 타이와 라오스의 국경 사이를 흐르는 ‘메콩 강’을 소재로 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다큐멘터리이다. 타이의 북서부, 강이 내려다보이는 호텔 테라스에 기타리스트(차이 바타나)가 자신의 곡을 기억해내려 애쓰고 있다. 그의 옆에는 영화감독(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앉아 있는데, 이후 그들이 만들어내는 기타 선율은 상영 내내 이어진다. 음악을 따라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구상 중인 새 영화의 리허설 현장이 드러난다. 그의 영화에는 ‘폽’이라 불리는 귀신이 등장하는데, 폽은 인간이나 동물의 내장을 먹는 타이 고유의 유령이다. 2002년에 위라세타쿤이 쓴 <엑스터시 가든>의 리허설 장면이 영화에 삽입된다. 시나리오의 주인공은 어머니와 딸이다. 귀신인 어머니 젠(젠지라 퐁파스)과 함께 사는 딸 폰은 바나나 농장을 소유한 부유한 청년 통(사크다 카에부아디)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폰은 자신의 어머니가 폽인 것을 알지 못하고, 끝내 어머니에게 잡아먹히게 된다. 이후
‘왜곡’에 대한 의식 <메콩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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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망받는 천재 탐정이었지만 검은 조직에 의해 초등학생 몸으로 돌아간 명탐정 코난(김선혜)은 오늘도 주위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가는 가운데 열심히 사건을 수사한다. 어느 날 비밀에 싸인 의뢰인의 연락을 받은 코난은 유명한 형사(이정구)와 친구들과 함께 약속 장소로 나간다. 그런데 의뢰인은 ‘TAKA3-8’이라는 단서만 준 뒤 사건을 해결하라 지시하고, 그러지 못할 경우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한다. 코난은 물론 친구들에게까지 폭탄을 장치한 뒤 여차하면 터트리겠다는 것이다. 이제 코난은 자신과 친구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탐정들과 힘을 모아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그것도 바로 오늘 밤까지 말이다.
<극장판 명탐정 코난: 탐정들의 진혼가>는 아오야마 고쇼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10번째 극장판으로 지난 2006년에 개봉한 작품이다(현재 <명탐정 코난>은 18번째 극장판을 만들고 있다). 이 극장판의 특징이라면 이전 시리즈에서
<명탐정 코난> 10번째 극장판 <극장판 명탐정 코난: 탐정들의 진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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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공부하는 한국어 교재나 인터넷 사이트를 보면 이런 페이지가 종종 눈에 띈다. ‘이 단어만 알면 한국통’이라는 등의 제목 아래 ‘모므짱’(モムチャン, 몸짱), ‘생오르’(センオル, 생얼) 따위의 말뜻이 예문과 함께 친절히 설명돼 있다. 국어대사전에도 없는 인스턴트 조어들이 이웃나라의 초급 한국어 교재에 당당히 등재돼 있는 것이다. 티아라의 효민이 주연한 일본영화 <연애 징크스!!!>에서 그녀가 일본인에게 전파하는 것은 ‘미르당’(ミルダン, 밀당)이다. “남자와 있을 때 말을 많이 하지 말 것”, “트위터 아이디를 받은 뒤 곧바로 팔로하지 말고 상대를 조마조마하게 만들 것” 같은 지침을 귀띔하는 식이다. 사고로 애인을 잃고 일본으로 유학 간 지호(효민)는 기숙사 선배 카에데(시미즈 구루미)의 연애를 성사시키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다. 세상을 떠난 사랑을 잊기 위해 지호는 카에데의 연애작전에 더 적극적이다. 카에데는 중학교 시절 첫사랑 유스케(야마자키 겐토)를 다시 만
“밀당은 흥정이 아니라 노력” <연애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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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는 아름답게 포착된 풍경화 같은 영화다. 유명한 예술가 부자(父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위대한 회화의 시대가 위대한 영화의 시대로 뒤 바뀌는 전환기를 다루었다. 74살의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미셸 부케)는 누드모델 데데(크리스타 테렛)를 만나 생기를 되찾고는 말년의 걸작들을 그려낸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부상을 당해 집으로 돌아온 그의 둘째 아들 장 르누아르(뱅상 로티에르)는 아름답고 당찬 데데에게 매혹된다. 데데는 야심이 없던 장에게 영화감독이 되어 자신을 배우로 써달라고 요청한다. 화가 르누아르는 지병인 관절염으로 인해 손가락에 붓을 붕대로 감아 그림을 그리면서도 최후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 남프랑스로 이주하여 주로 여인의 육체에서 아름다움을 찾았는데, 영화는 이 시기의 르누아르와 그의 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기계 다루기를 좋아하던 아들 르누아르는 비행기나 영사기에 관심이 많았고 이후 프랑스영화의 황금기를 이끄는 위대한 감독이 되었다.
회화의 시대에서 영화의 시대로 <르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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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장르에서 남녀가 사랑을 이루기 전 넘어야 할 장애 요소들은 한편으론 극을 이끌어가는 촉매제다. 빈부 차이, 신분 차이, 성격 차이, 지리적 차이 등등 두 남녀가 한 커플로 아름답게 묶이기까지 무수한 ‘차이’들이 존재한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에서 두 남녀가 겪는 장애물은 다름 아닌 사랑에 대한 근본적 시각의 차이다.
한번 결혼에 실패한 마크(개스파드 프로스트)는 그 어떤 사랑도 믿지 않는다. 소설가인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사랑은 없다’는 명제를 입증하는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라는 소설까지 집필한 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크는 장례식장에 갔다가 우연히 알리스(루이즈 보르고앙)를 만나고 첫눈에 반한다. 섹시한 외모로 모든 남자들의 시선을 받는 알리스는 마크와는 정반대로 열정적인 태도로 사랑에 임하는 여자다. 남편이 있는 그녀는 이혼을 종용하는 마크를 향해 “싫어. 내가 당신 여자가 되면 흥미가 떨어질 테니까”라며 불같은 연애 상태를
“사랑이란 현실은 햇살이 비치자마자 사라지는 안개야”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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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찾아온 외계인들이 나사의 비밀장소에 갇혀 있다는 루머는 오랜 세월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믿거나 말거나’ 같은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3D애니메이션 <슈퍼노바 지구탈출기>는 이런 발상에 기초하여 지구에 갇힌 외계인들이 탈출하는 모험담을 그려낸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밥 행성의 항공우주국 바사에서 일하는 스콜치 슈퍼노바(브렌던 프레이저)와 게리 슈퍼노바(롭 코드리)는 형제다. 우주비행사인 스콜치는 다른 행성에 투입되어 억류된 주민을 구출해 오는 임무를 수행하는 전문가이고, 게리는 임무통제실 컴퓨터 기기들을 조작하여 스콜치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맡고 있다. 부주의하고 허풍이 있는 스콜치와 소심하지만 신중한 게리는 외모와 성격이 정반대인 형제로 늘 티격태격하는 사이다. 스콜치는 게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어둠의 행성인 지구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출발한다.
지구로부터 15광년 떨어진 밥 행성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국가라는 어리석은 개념을 갖고 있으며
어둠의 행성, 지구 <슈퍼노바 지구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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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 동안 탈북자, 간첩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분단에 대해 고민하는 작품들이 다수 쏟아져 나왔다. 북한은 이제 더이상 금기시되는 소재가 아니고 분단 상황은 무거운 짐이 아니라 영화적 설정을 위해 가벼운 터치로 활용되기도 한다. 수년 동안 탈북 경로에 대한 소식들이 전해졌고, 방송에 출연한 탈북자들의 체험담도 흔하게 접하는 게 현실이다.
지금까지 개봉한 <크로싱> <국경의 남쪽> <무산일기> 등에서 분단 문제에 접근하는 시각이나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다르다. 하지만 탈북이나 탈북자가 한국영화에서 중요한 소재로 부상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탈북자 인터뷰, 현지 촬영 영상 등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의 인권문제를 다룬 <신이 보낸 사람>은 어떤 의미를 갖는 영화일까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신이
탈북과 신앙 <신이 보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