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즈 다이어리] <역린> 시나리오
[헌즈 다이어리] <역린> 시나리오
-
팔당유기농단지 농민투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팔당 사람들>은, 제작 당시 푸른영상에 소속돼 있던 고은진 감독이 두물머리에 도착한 2010년 1월 이후부터 무려 4년의 시간을 들여 만들어졌다. “첫 번째 작품은 2년 안에 끝내는 게 공식이라고 선배들이 누누이 말했는데 그 두배의 시간을 초과해버렸다. 데뷔에 연연한 건 아닌데 기간이 길어지니까 점점 지쳤고, 제발 끝만 보자는 마음이었다.” 염원하던 “끝”을 보았는데도 고은진 감독은 쉬기는커녕 여전히 부천미디어센터에서 다큐멘터리를 교육하는 푸른영상 선배들을 돕고 있다.
푸른영상 소속 감독들은 2010년, 천주교 연대로부터 의뢰를 받고 자료 조사차 두물머리를 방문했다. 그 뒤 김준호 감독이 두물머리에 관해 다큐멘터리를 찍으려 했으나 <23x371일-용산 남일당 이야기>의 편집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이 작업은 고은진 감독에게 오게 됐다. “처음 두세달은 분위기를 살피느라 현장에서 일이 생길 때만 카메라를 돌렸
두물머리에서 농사일도 돕고 다큐도 찍고
-
“어느 관객이 그러더라. 결국 가족과 친밀해지려다가 실패한 영화가 아니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내게는 너무나 친밀하고 사랑스러운 영화다.” <친밀한 가족>은 8년째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가족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려 한 윤다희 감독의 시도를 담은 영화다. 신진 다큐멘터리 감독 지원 프로젝트인 2013 인디다큐 새 얼굴 찾기 ‘봄’에 선정돼 만들어졌고, 올해 열린 제14회 인디다큐페스티발 국내신작전을 통해 소개됐다.
출발은 학교 과제로 찍은 짧은 필름 무성영화였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연을 날리며 놀았던 기억을 재현해 필름으로 기록한 영화다. 막상 만들어보니 특별하게 느껴져 이 작업을 더 확장해보기로 했다.” 그 무렵 감독이 만난 영화가 가와세 나오미의 <달팽이: 나의 할머니>와 <따뜻한 포옹>이다. <친밀한 가족>을 만들 때 가장 큰 참고가 됐다. 비슷한 시기에 함께 본 <아버지의 이메일>과 <마이 플레이스>를
가족들이 모두 모인 ‘원래 집’을 찾아
-
<퍼스트 댄스>는 한 레즈비언 커플의 결혼식을 카메라에 담는다. 한편의 이야기지만 ‘레즈비언’에 방점을 찍느냐, ‘결혼’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생애 첫 장편다큐를 들고 조심스레 인디다큐페스티발의 문을 두드린 <퍼스트 댄스>의 정소희 감독을 설명하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 미디어 활동가라는 직함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른 사연을 들려준다. “다큐멘터리는 시작부터 모든 순간이 주관적인 선택의 연속이다. 내가 옳다고 믿는 이야기를 담는 것, 무엇을 목적으로 찍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녀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퍼스트 댄스>를 촬영했다. <퍼스트 댄스>는 사회적 메시지를 통해 무언가를 고발하거나 교화시키려는 작품이 아니다. 이 따뜻하고 행복한 영화의 출발점은 친구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함이었고 덕분에 애정 가득한 감독의 시선이 듬뿍 묻어난다.
<퍼스트 댄스>는 주변의 시선으로부
소박한 진심이 느껴지는 결혼식 비디오처럼
-
-
영화제는 끝났지만 문제제기는 계속된다. 제14회 인디다큐페스티발이 얼마 전 폐막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공적, 사적 영역을 넘나들며 카메라에 담아낸 한국 사회의 단면들과 이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내 독립다큐멘터리의 새로운 흐름을 살피는 국내신작전에 데뷔작을 출품한 세 여성감독을 만나 그들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봤다. 레즈비언 커플의 결혼식을 촬영한 <퍼스트 댄스>의 정소희 감독, 정부의 무리한 4대강 사업 추진으로 농지를 잃게 된 농민들의 투쟁을 기록한 <팔당 사람들>의 고은진 감독, 가족사를 되짚어 새로운 관계맺기를 시도한 <친밀한 가족>의 윤다희 감독이 그들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
이재규 감독의 <역린>이 월 일 개봉한다 드라마와 영화가 사랑했던 왕 정조를 다시 스크린에 되살린 이 작품은 퓨전 사극 열풍을 지나 당도한 오랜만의 정통 사극이다 본격적인 한국 사극 블록버스터 경쟁의 포문을 열어젖힌 이 작품의 면모와 영화를 보기 전 더불어 알아두면 좋을 정조 시대의 역사적 인물들을 함께 소개한다.
민초를 닮은 왕. 최근 몇년간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주목할 만한 왕의 캐릭터는 그런 것이었다. <뿌리 깊은 나무>의 세종(한석규)은 “지랄”과 “우라질” 같은 서민의 말을 스스럼없이 쓰는 왕이었고,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의 하선(이병헌)은 매화틀에 용변을 보는 모습까지 공개했으며 <후궁: 제왕의 첩>의 성원대군(김동욱)은 신하들 앞에서 중전과 사랑을 나눠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씨돼지’에 비유하는 마음 약한 왕이었다. 구중궁궐 깊은 곳에서 곤룡포를 입고 나라의 명운을 결정하는 자도 한낱 백성과 다르
오늘, 왕을 죽여라!
-
드라마
<명성황후> <태양인 이제마> <장희빈> <쾌걸 춘향>
영화
분장팀 <엽기적인 그녀>
분장팀장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평양성> <최종병기 활>
분장실장 <백자의 사람>(한/일 합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역린> <사도>
“어때요? 잘 어울리나요?” <역린>의 조태희 분장실장이 배우들에게 자주 받는 질문이다. 배우들이 자신의 맨 얼굴을 맡기고 분장이 끝나자마자 맨 처음 ‘괜찮다’는 확신의 한마디를 듣고 싶어 하는 이가 바로 분장실장이다. 분장사는 현장에서 배우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교감하는 스탭이다. 특히 사극 분장을 전문적으로 하는 조태희 실장의 경우는 그 교감의 정도가 클 수밖에 없다. “사극 분장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분장으로 배우가 변화하는 폭도 가장 크다. 그러다보니 사극 출
[STAFF 37.5] 가발과 구레나룻으로 나누는 교감
-
<역린>의 이재규 감독은 유명 드라마 <다모>(2003)와 <베토벤 바이러스>(2008)를 연출했다. 사극이지만 현대적인 감성을 갖춘 <다모>, 강마에라는 괴팍해서 매력적인 지휘자가 주인공인 <베토벤 바이러스>, 두 작품 모두 드라마로서는 드물게 강력한 팬덤을 형성해냈고, ‘다모폐인’이라는 말이, 강마에를 흉내내는 우스개가 유행했을 정도다. <역린>은 이재규 감독의 영화 데뷔작이다. 조선의 제22대 임금이자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의 즉위 1년 즈음, 그를 암살하려는 무리와 정조 사이에 벌어지는 정치적 암투가 내용의 중심이다. 사극인 데다 배역까지 많은 영화여서 데뷔감독이 신경 써 챙겨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주연배우 현빈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현장 조율 능력을 손꼽으며 이재규 감독을 “착한 여우”라고 불렀다. 아마 선하게 그리고 영민하게 조율했다는 뜻일 거다. 그렇다면 ‘착한 여우’를 만나
[이재규] “더 날것 같은, 그러면서도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
-
스튜디오에 들어온 이진욱은 벽에 붙은 선배 배우들의 사진부터 둘러봤다. 데뷔한 지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씨네21> 표지 촬영은 물론, 인터뷰도 처음이다. 물론 전작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를 통해 젊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고, 드라마 <나인: 아홉번의 시간여행>(2013, 이하 <나인>)을 통해 ‘연기남’(연기를 잘하는 남자)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를 챙겨보지 않는 관객에게 이진욱은 낯선 배우이고, 낯선 이름이다. 그런 그가 <표적> 개봉을 앞두고 어깨가 무겁다. 포스터와 광고에 적힌 이름이 주연배우 류승룡 다음이다. 김성령, 유준상, 조여정, 진구 등 그보다 경력이 많은 배우들도 그의 이름 뒤에 있다. “나서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닌 까닭에 부담감이 크게 느껴진다.”
그의 이름이 류승룡 다음에 놓인 건 류승룡을 제외한 다른 배우들보다 더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 아니다.
[이진욱] 책임감을 입다
-
“동갑인 내 체력의 10배는 되는 것 같더라.” 액션범죄영화 <표적> 제작을 맡은 용필름의 임승용 대표는 혀를 내둘렀다. 40대라는 나이는 가뿐히 잊고 <표적>으로 액션배우가 돼 돌아온 류승룡을 두고 하는 얘기다. 지금은 다음 작품을 위해 다시 몸을 키웠지만 류승룡은 <표적>의 크랭크인 4개월 전부터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10kg 이상 몸무게를 감량했다. 러시아 특공무술인 시스테마에 유술까지 연마한 그는 “성인이 되고 나서 제일 가벼운 몸”을 만든 뒤 촬영에 돌입했다. “그 어떤 영화보다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몸만 만든 것이 아니라 심적으로도 경건하게 임했다.” 그를 몰입하게 만든 인물은 여훈이라는 남자다. 하사관 출신의 군인인 여훈은 은퇴 뒤 해외 용병으로 일하다 한국에 돌아온다. 장애를 가진 동생 성훈(진구)과 함께 제대로 살아보려 하지만 우연찮게 살인사건을 목격한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쫓기는 신세가 된다. 광역수사대 송 반장(유준상)과 형사반
[류승룡] 과묵하게, 터지기 직전의 화산처럼
-
평생 만날 일 없는 두 남자가 만났다. <표적>의 여훈(류승룡)과 태준(이진욱) 말이다. 여훈은 전직 특수부대원이고, 태준은 병원 레지던트다.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둘은 누명을 쓰고, 동행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내내 붙어다녀서일까. 스튜디오에서 나란히 선 류승룡과 이진욱은 형제처럼 보였다. 이진욱은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힘든 촬영이 많았는데 (류)승룡 선배가 잘 챙겨줬다”라고 말했다. 다음 장부터 류승룡과 이진욱이 전하는 <표적> 작업기가 펼쳐진다. 여훈과 태준, 태준과 여훈 둘은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4월30일 극장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표적] 두 남자가 사는 법
-
[ 나 자바 바ː라 ]
겉뜻 연인 사이에서 사랑의 술래잡기를 시작할 때 하는 제안
속뜻 당신은 결코 나를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선언
주석 해변이거나 눈밭과 같은 탁 트인 곳에 이르면 여자가 남자를 치고 달아나며 말한다. 자기야, 나 잡아 봐라. 이상한 일이다. 여자가 슬로모션으로 달려도 남자는 여자를 따라잡을 수 없다. 여자가 느리게 달리면 남자의 속도도 똑같이 느려지는 것이다. 꿈속에서 하염없이 달려도 제자리인 체험, 해보셨는지? 남자는 글자 그대로 꿈을 꾸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경주에 담긴 역설이기도 하다. 둘 사이 거리가 10m라고 하자. 남자가 10m를 전진할 때 여자는 1m를 가고, 남자가 그 1m를 따라잡으면 여자는 10cm를 더 간다. 하염없이 가까워지지만 결코 추월할 수 없는 거리가 둘 사이에는 있다. 간혹 남자가 여자를 얼싸안고 모래밭이나 눈밭을 뒹구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이 장면의 본질이 아니다. 그다음 풀밭이나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나 잡아 봐라
-
아수라 백작? 아니다. 아수라는 그렇게 양념 반 프라이드 반으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혼돈이 아니다. 아수라는 더 어지럽고 난잡한 것이다. 아수라는 고대 인도 신화에 나오는 선신이었는데, 어쩌다가 불교로 흡수되면서 원하지 않는 악역을 맡은 신이라고 한다. 제석천이랑 싸워서 재앙과 기근을 경품으로 타갔단 얘기도 있고, 아수라들이 죽어서 쌓인 전쟁터가 혼돈에 빠지자 그걸 경품으로 착각하고 일부러 져주었다는 얘기도 있고. 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본의 아니게 불교에 위장취업하게 된 아수라는, 섭섭함을 숨기지 못하게 깽판을 치게 되었으니, 그게 바로 아수라다.
그래. 난장판 혹은 깽판이란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의할 것. 더 어지럽히고, 더 어질러놓는다고 해서 아수라장이 되진 않는다. 특히 요즘같이 삶 자체가 아수라장인 시기엔 웬만한 아수라장으로는 전두엽에 기별도 안 간다. 살면서 깽판을 하도 보니 이젠 영화 속에서 어설프게 연출된 깽판 장면을 보게 되면 감독과 제작진의 고충
[곡사의 아수라장] 갈팡질팡하는 인간들
-
<곤 걸> Gone Girl
감독 데이비드 핀처 / 출연 벤 애플렉, 미시 파일, 로자먼드 파이크, 리사 배인스
데이비드 핀처의 스크린 복귀작은 스릴러영화 <곤 걸>이다. 아내가 실종된 뒤, 신문기자인 남편이 남겨진 단서를 바탕으로 그녀를 찾지만 단서들을 찾아낼수록 용의자가 자신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며 혼란에 빠진다는 이야기. 예고편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엘비스 코스텔로의 <She>가 <노팅 힐> 에서와는 또 다른 감정을 이끌어낸다. 북미에서 10월 개봉예정.
[WHAT'S UP] <곤 걸> Gone Gi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