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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은 <화장>을 자신의 ‘102번째 영화’로 수식하는 걸 극구 거부한다. “그런 말은 사양합니다. 기념비적 영화라고 말들을 하는데 그런 게 아니에요.” 어느 작품에 대해서나 의미를 부여하려 들면 멋쩍어하며 손사래를 치는 임권택 감독의 화법 그대로다. 하지만 그가 102번째 자리에 <화장>을 놓기를 거부하는 것은 비단 겸손의 발로에서만은 아니다. 영화는 소설가 김훈의 <화장>을 원작으로 한, 암으로 죽어가는 아내와 연정을 품고 있는 젊은 여자 사이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는 중년 남자의 이야기다. 오랫동안 자신이 주목해온 전통의 아름다움과 풍광을 모두 버리고, 한 남자의 내면이라는 좁디좁고 알기 힘든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가려는 낯선 시도다.
지난 1월1일 크랭크인해서 3월8일 촬영을 마친 <화장>은 최근 임권택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적은 회차로 촬영된 작품이다. 명필름과의 작업에서 오는 영화적 환경의 변화, 김형구 촬영감독과의 첫 만남
[임권택] 결국 내 안의 ‘흥’을 찍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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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너츠> Peanuts
감독 스티브 마티노 / 목소리 출연 미정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강아지 스누피와 그의 주인 찰리 브라운이 새롭게 태어났다. 2D 캐릭터를 어떻게 3D 캐릭터로 구현해낼 것인가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안겼던 <피너츠>가 티저 예고편을 공개했다. 원작자인 찰스 M. 슐츠의 아들인 크레이그 슐츠와 손자인 브라이언 슐츠가 각본을 맡아 화제가 됐었다. 북미에서 내년 11월 개봉예정이다.
[WHAT'S UP] <피너츠> Peanu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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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논스톱> 테러리스트
[정훈이 만화] <논스톱> 테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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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만 했다 하면 ‘불법’ 딱지를 붙이는 한국에서, 최근 사용자쪽의 무기로 가장 자주 동원되는 것은 손해배상가압류다. 손해배상가압류는 미래를 저당잡는다. 오늘은 물론 내일도 모레도 죽도록 빚만 갚을 게 아니라면 조용히 있어, 라는 경고. 먹고살기 위해 무릅써야 하는 일들은 그렇게 날로 늘어갔다. 중앙대가 휴가도 없이 일해야 했던 청소 노조원들에게 노래 1회, 구호 1회, 대자보 1장당 100만원을 내라고 했던 일을 기억하는지. 두산에 인수된 중앙대에서 진중권 교수의 재임용 탈락을 필두로 학과 구조 조정을 비롯한 이슈를 위해 싸우다 퇴학당한 노영수의 <기업가의 방문>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묶은 <안녕들 하십니까?>가 출간되었다. 인간적인 삶과 돈 중 후자가 압도적 우위에 놓이는 현실에 대한 현장보고서들. 얼마 전 삼성이 대학총장추천제를 하겠다고 했다가 무효화한 일도 여기서 특별히 다른 일이 아니다. 기업의 논리로 학교가, 사회가 돌아갈 때 벌어지는 일은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우리보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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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으로 즐겨보던 개 매디의 사진이 책으로 묶여나왔다. 사진을 찍은 테론 험프리는 할아버지의 죽음과 여자친구와의 이별이 부추긴 무모한 여행의 동반자로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만난 개 매디를 선택했다. 그리고 1년 동안 미국을 떠돌고 사진을 찍었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험프리가 쓴 ‘dog’를 ‘애완견’이라고 번역했다는 것이다. 개는 개고 친구는 친구다. 아직 그 존재에 ‘애완’이라는 표현을 더하지 않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
[도서] 무모한 여행의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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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생물학자 마크 넬리슨이 쓴 알기 쉬운 다윈의 이론. 시시콜콜한 사례들을 통해 다윈을 알기 쉽게 전하는 필자의 재치가 돋보인다. 이기심과 협동 중 어느 쪽이 이득일까? 회의 시간에 팔짱을 끼는 사람들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담배를 끊을 수 있을까? 사랑에 취한 사람들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사랑에 대해(심지어 모성애에 대해서조차도) 약간은 냉정한 분석이 뒤따르지만 행동에 깔린 유전자의 원칙을 무시하기란 불가능하다.
[도서] 행동에 깔린 유전자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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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여왕’이라는 찬사가 과하지 않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자서전이 출간되었다. 사후 1년 뒤인 1977년에 처음 출간된 책으로, 한평생 쓴 100권이 넘는 책들에 대해서부터 두번의 세계대전과 두 번의 결혼 등 그녀에 대한 시시콜콜한 궁금증을 만족시킬 만하다. 자서전이라 그런지 두 번째 남편과 막 좋아지던 시절에 대한 대목 같은 것은 몹시 간지럽지만, 그래서 더 재밌게 읽힌다. 총 30장이 넘는 사진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도서] 그녀에 대한 시시콜콜한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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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에 죽은 뒤 사후 출간된 시집으로 유명해진 시인의 친구(이자 소설가)가 술자리에서 말하길, 그 친구가 살아 있었다면 시집에 넣지 않았을 시까지 긁어모아 책을 엮었는데 그 친구가 버렸을 법한 시들이야말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아 괴롭다고 했다. 작가 사후 남은 원고를 마주한 가까운 이들의 딜레마가 그것이다. 작가가 남은 원고에 대해 별말이 없어도 문제이고 말을 해놓았어도 문제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남긴 <오리지널 오브 로라> 원고를 ‘폐기하라’는 엄명을 받은 아들 드미트리 나보코프는 이 원고의 운명을 결정짓기 위해 자신의 어머니가 수십년 전 <롤리타> 초고를 소각장으로 향할 운명에서 구해냈던(아버지로부터 가로챘던) 일을 떠올렸다. 카프카가 막스 브로트에게 <변신>과 <성>을 비롯한 이미 출판됐거나 미출간된 걸작들을 파기하라는 임무를 맡긴 것이 (우리에겐 다행스럽게도) 실패했듯이, 어쩌면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원고 파기를 부탁하
[도서] 소설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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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출신의 한국영화 평론가 달시 파켓. 그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영화라면 가리지 않고 두루 보고 글을 썼다. <돈의 맛> 등 영화에도 출연했고 <괴물> 등 150여편의 한국영화의 자막 번역과 감수도 했다. 이번에는 직접 영화상을 제정했다. 이름하여 ‘들꽃영화상’. 야생에서 제힘으로 힘껏 자라는 들꽃에 한국 저예산 독립영화를 비유한 그의 아이디어다. 지난해 개봉한 순제작비 10억원 미만의 한국 저예산 독립영화들을 기준으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한 아홉개 부문의 시상이 있을 예정이다. 한국 대중조차 쉽게 접하지 못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 소규모 영화에 이토록 애정을 쏟는 이유를 달시 파켓 조직위원장에게 물었다.
-어떻게 영화상을 만들 생각까지 한 건가.
=2009년 <씨네21>에서 외신기자 칼럼을 쓸 때다. 뭘 쓸까 고민하던 차에 한국 독립영화에 눈이 가더라. 독립영화가 많이 개봉하던 시기이기도 했고. 영화상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그때 처음 했
[flash on] 독립영화 진영이라는 경계 허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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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탄 핀핀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싱가포르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녀의 카메라에는 역사가 외면해온 개인의 목소리가 중요하게 담기며, 인터뷰는 그녀가 선택한 최선의 방식이다. 탄 핀핀은 <상가포르에게, 사랑을 담아>에서 싱가포르에서 추방된 뒤 수십년간 고국에 돌아가지 못한 채 영국, 말레이시아, 타이 등지에서 살고 있는 이들을 만난다. 편지를 연상시키는 제목은 결코 닿을 수 없는 망명자들과 모국의 거리감을 상기시킨다.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다큐멘터리 제작펀드 지원작으로 2013년 부산에서 처음 공개된 뒤, 지난 3월13일부터 열린 AFC 쇼케이스영화제를 통해 두 번째로 한국에서 상영됐다. 검열의 압박이 센 싱가포르 개봉 준비를 앞두고, 영화제를 돌며 숨을 고르고 있다는 탄 핀핀 감독을 만났다.
-추방된 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보이지 않는 도시>를 찍으면서 발굴된 문서나 예술품에 관한 이야기는 그 당시 사람들이 아니면 알
[flash on] 한국은 싱가포르와 참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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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추격전은 마담 D가 구스타브(레이프 파인즈)에게 상속한 16세기 거장 요하네스 반 호이틀의 작품 <사과를 든 소년>으로 말미암아 벌어진다.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영향을 받은 북유럽 화풍을 따르는 이 초상화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전체가 그렇듯 ‘정교하게 발명된 역사’다. 반 호이틀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은 감독의 작명이고 실제로는 영국 화가 마이클 테일러가 앤더슨의 구체적 의뢰를 받아 실제 모델을 두고 그림을 완성했다. 극중에서 <사과를 든 소년>을 훔친 자리에 걸어두는 얼핏 에곤 실레의 실패작처럼 보이는 그림 역시 ‘실레풍’의 누드를 의뢰받은 현대 화가 리치 펠레그리노의 패러디 그림이다. 모르긴 해도 10년 안에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팀 버튼에게 헌정한 것과 유사한 웨스 앤더슨 전시회가 열릴 거라는 예측에 내가 소장한 앤더슨 영화 DVD를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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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진 건가.
=캡틴은 쉴드를 위해 일하고 더 많은 책임을 지게 되며 자신의 임무를 좋아하게 된다. 다만 2차대전 시기엔 누가 악당인지 쉽게 알 수 있었지만 현대에서는 악당을 구별하는 게 쉽지 않다. 1940년대와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옳은 것이며, 또 그것을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이번 영화에서 즐거웠던 점은.
=새로운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피어스 국장 역에 로버트 레드퍼드, 팔콘 역에 앤서니 마키, 에이전트13 역에 에밀리 반캠프 등 배역에 적합한 좋은 배우들을 잘 찾아냈다.
-<퍼스트 어벤져>와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1편의 스티브가 캡틴으로 신체적인 성장을 이뤘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내면의 갈등이 핵심이다. <어벤져스>에서는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바람에 그런 부분을 다룰 시간적 여유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그 부분에 좀더 집중할 수 있었다.
-21세기를 지나오면서 캡
[현지보고] 내면의 갈등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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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이후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가 더 가깝게 작업하는 이유는 뭔가.
=영화 전반에서 캡틴과 블랙 위도우는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흑백이 명료하게 구분되지 않는 상황이 이 영화의 핵심적인 요소이고 두 캐릭터간의 접점인 것 같다.
-블랙 위도우는 이번에도 조연인데, 블랙 위도우가 주인공인 영화를 찍고 싶진 않나.
=지금까지 마블의 모든 영화가 관객의 요구와 관심의 결과로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대중이 관심을 가진다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될지는 마블 말고는 아무도 모르지만. (웃음)
-코믹스 팬은 아니라고 들었는데 블랙 위도우의 매력은 무엇인가.
=훌륭한 캐릭터다. 차갑고 미스터리하며 탁월한 예지력을 지녔다. 그런가 하면 다른 캐릭터들과의 관계를 통해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본인이 가진 성적인 매력을 적절히 활용하는 반면 그것에 전적으로 의지하지는 않는다. 이런 양파 같은 성격을 연기하는 건 언제나 흥미롭다.
[현지보고] 블랙 위도우와 함께 나도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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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를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앤서니 루소(왼쪽)_우리도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설명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지만(웃음), 정치 스릴러 요소는 명확하게 있다. 70년대 스릴러가 재미있었던 건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기 때문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이러한 요소를 최대한 끌어들이려 했다.
-캡틴 아메리카만의 액션이 있는가.
=조 루소(오른쪽)_잘 알다시피 캡틴은 하늘을 날아다니지도, 초록괴물로 변하지도 않는다. 인간적인 요소를 끌어들여 현실적인 캐릭터를 보여주고자 했다.
앤서니 루소_기본적으로 모두를 잃게 되는 비극적인 운명을 극복해나가는 강한 캡틴을 그린다. 강한 슈퍼히어로의 모습, 특히 내면의 강인함이 액션 장면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 핵심이다. 가령 70년대 작품 중 특히 <프렌치 커넥션>(1971)의 차 추격 신은 정말 끝내준다. 영화적 요소뿐만 아니라 액션 장면에 대중을 끌어들이는데, 액션과 정서적인 측면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이번
[현지보고] 액션과 정서가 맞물리는 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