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이 오고 있다.” 책으로만 선을 보였을 때는 판타지 소설 마니아가 아니면 알지도 못했던 이 문장이, 드라마화된 뒤 미드 팬들 사이에서는 이제 다가올 새 이야기를 상징하는 암호가 되었다. 새로 출간된 <세븐킹덤의 기사>는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의 외전. <왕좌의 게임> 시대로부터 100여년 전인 세븐 킹덤을 배경으로 하며 <떠돌이기사> <맹약기사> <신비기사>라는 제목의, 중편소설 세편이 실렸다.
[도서]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의 외전
-
작곡자이자 음악학자인 롤랑 마뉘엘과 피아니스트 나디아 타그린이 3년간 매주 일요일 <라디오 프랑스>에서 음악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묶은 두권의 책. 나이팅게일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저 소리는 음악일까, 음악은 무엇일까를 논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1권은 장르를 불문하고 음악이라는 것, 인간을 기쁘게 하는 소리라는 것에 대한 ‘음악의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고루 담고 있다. 2권은 베토벤까지의 음악사를 담았다.
[도서] 음악에 대해 나눈 이야기
-
경미한 우울증, 즉 우울감에 대해 지나친 경계를 할 필요가 없다는 조언을 담은 책 두권이 선을 보였다.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은 정신 의학계의 야심과 제약업체의 잇속 챙기기가 합쳐져 정신장애가 과잉진단되고 과잉처방되고 있다는 말을 전한다. 과거에는 각종 귀신들린 병들(종교의 힘을 빌려 쫓을 수 있다고 믿어 종교권력이 세속사회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만든)이 유행했다면 이제는 자기통제 이슈가 정신병의 새로운 유행이 되었음을 지적한다. 미국 십대의 4%가 항우울제를 복용 중이다. 한때 ‘산만한’ 정도로 표현되던 활달한 아이는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처방을 받는다. 한편 <위험한 자신감>은 “자신감은 성공의 결과지 원인이 아니다. 즉 자신감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성공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자기애와 무한긍정은 자기고양 편향의 결과이며, 이런 사람들은 무능력으로 발생하는 부정적 상황을 자신감으로 대응해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도서] 현대의 우울
-
나는 아코디언을 켤 줄 안다. 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짠한 눈으로 나를 보며 밥값을 내주곤 한다. 피아노나 바이올린과는 다르게 아코디언이라고 하면 저녁 끼니를 걱정하며 동전 그릇 놓고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가 떠오르나 보다(그래서 내가 바이올린도 했다는 건 굳이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코디언을 배우게 된 이유가 내 숱한 불행의 씨앗 중 하나이기는 하다. 가난 때문이 아니라 그걸 가르친 음악 선생 때문이었는데… 그걸 밝히기 전에 먼저 음악 선생이란 어떤 존재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음악을 가르치려면 뻔뻔해야 하는 건가. 오래전 <짱>을 보며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던 나는 진짜 선생님처럼 생긴 선생님들만 가득했던 시골 초등학교에서 홀로 베토벤처럼 헝클어진 머리에 지휘자 스타일의 검은 정장만 입고 다녔던 나의 음악 선생, 정확하게 말하면 밴드부 지도교사를 떠올렸다. 초등학교였으니 음대가 아니라 교대 나왔을 텐데, 카라얀 행세를 했었지.
당시 한창 인기 많았던 차인표가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문득, 나의 슬픈 아코디언
-
-
지난해 할로윈, TV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가 가상의 웨스 앤더슨표 공포영화 트레일러로 화제를 모은 데 이어 동영상 사이트 ‘비메오’에 “<포레스트 검프>를 웨스 앤더슨이 만들었다면?”이라는 전제로 연출된 가상 예고편이 등장했다. <초콜릿 상자 같은 인생>이라는 제목을 붙인 루이 파케 감독의 2분 길이 영상은 웨스 앤더슨이 애용한 바 있는 푸트라 서체와 대칭 구도, 소품의 ‘각’(角)에 집착하는 앤더슨의 정리벽을 인용하고 있다. 새우 더미에 섞인 홍합을 골라내는 대목이 클라이맥스다.
4/10
배우 크리스 에반스는 하루 종일 촬영장에서 캡틴 아메리카를 연기하고 나면 “나한테도 농담 대사가 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같은 슈퍼히어로물인 예전 출연작 <판타스틱4>만 해도 에반스는 ‘한 유머’ 하는 인물을 연기했으니 뒷목이 뻣뻣해질 만도 하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흰소리를 함부로 던지는 순간 캡틴 아메리카 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다크 나이트의 추억
-
“영화를 통해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생각하는 축제”인 서울환경영화제가 열린다. 제11회를 맞이한 서울환경영화제는 5월8일부터 15일까지 광화문 일대 공간에서 펼쳐진다. 씨네큐브 인디스페이스를 비롯한 세곳의 상영관에서 영화를 상영하며, 환경 관련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서울역사박물관 광장에서 진행된다. 올해 서울환경영화제에 선보이는 영화는 총 35개국 111편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환경영화제인 서울환경영화제는 전체적으로 비경쟁영화제의 성격을 갖지만 국제 환경영화 경선은 유일한 경쟁부문이다. 비경쟁부문은 ‘그린 파노라마’, ‘한국 환경영화의 흐름’, ‘지구의 아이들’,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으로 나뉜다. 서울환경영화제를 대표하는 ‘그린 파노라마’에서는 직접적인 환경 문제를 다룬 작품부터 환경 관련 소재를 망라한 최근 2∼3년간의 세계 환경영화가 상영된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두배 이상 많은 영화가 소개되며 몇개의 서브섹션이 추가되었다. 핵/원자력을 주제로 다
[영화제] 광화문에펼쳐지는 그린파노라마
-
전정식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지만 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한 아이가 있다. 벨기에로 입양돼 간 그는 양부모와 형제자매의 따뜻한 손길을 받으며 자랐지만 결국 자신은 이방인이란 생각을 쉽게 버릴 수 없었다. 그런 자각과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친모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깊어지면서 이런저런 말썽도 많이 피웠고, 한번은 아예 집을 나가 살다가 몸에 병이 나 다시 양부모의 품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된 그는 자신의 정체성과 대면하고자 한다. <피부색깔=꿀색>은 수십년 만에 한국을 찾은 그가 자신이 만든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자료를 바탕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다.
해외입양아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 혹은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솔직한 묘사력이다. 애니메이터 융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보다 자신에 대한 자신의 시선을 되돌아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는데, 그렇게 드러난 그의 마음속 풍경 중에는 누구든 스스로 인정하기 쉽지
해외입양아의 자전적 이야기 <피부색깔=꿀색>
-
1982년 뉴욕, 경찰의 꿈을 접고 경비업체에 취직한 크리스(리암 헴스워스)는 현금운송차량의 경호를 맡게 된다. 강도와의 총격전 끝에 크리스의 파트너는 숨지고 크리스는 야간에 현금보관창고를 지키는 경비직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그 창고는 3천만달러가 넘는 돈을 보관하고 있지만 돈 가방 하나는 슬쩍 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경비가 허술하다. 동료의 유가족에게 돌아가는 보험금이 얼마 안 되는 것을 알게 된 크리스는 돈 가방 하나를 훔쳐 그 돈을 유가족에게 준다.
영화는 1982년 당대 절도금액 중에선 최고인 3천만달러가 도난당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당시로선 어마어마한 금액이지만 영화는 <오션스 일레븐>처럼 전문가들의 치밀한 계획과 두뇌게임을 다루지 않는다. 영화는 먼저 크리스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는 왜 그가 돈을 훔치게 되었는지 그의 상황과 고민,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을 보여준다. 크리스의 아버지는 10년 동안 일한 직장에서 퇴직금 한푼 못
어떻게 범죄자가 되어가는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
<하이힐>
감독 장진 / 출연 차승원, 오정세, 박성웅, 고경표, 이솜 / 개봉예정 6월 초
3년 만의 귀환이다. <하이힐>은 <로맨틱 헤븐>(2011) 이후 tvN <SNL 코리아>, 뮤지컬 <디셈버>를 연출하며 영화 바깥에 머물렀던 장진 감독의 신작이다. ‘외도’가 길었던 만큼 변화도 확실하다. 등장인물이 죽어나가는 도중에도 웃음과 풍자가 녹아들어 있던 그의 전작들과 달리 <하이힐>은 진한 ‘19금’ 누아르가 될 거라고 장진 감독은 말한 바 있다. 인물과 이야기를 극단으로 밀어붙인, 장진 감독 최초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어떨 것인가. 그게 이 영화에 가장 궁금한 점이다. 과거에 대한 상처와 비밀을 안고 사는 강력계 형사 지욱(차승원)이 주인공이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길 원하던 그는 조직과 위험한 거래를 시도하고, 이내 치명적인 사건에 휘말린다. 장진의 가장 파격적인 페르소나가 될 배우 차승원의 변신
[Coming Soon] 장진 감독 최초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하이힐>
-
2차대전 중 연합군이 독일의 드레스덴 지역에 가한 무차별 항공 폭격으로 민간인 수만명이 숨졌다. 현장의 목격자였던 작가 커트 보네거트는 분열적 혼란을 경험했다. 그는 독일계 미국인이었고, 미군으로 참전하여 독일군에 포로로 잡혔다. 폭격을 퍼부어 그의 목숨을 위협하는 쪽은 아군인 미군이었고, 지하 도살장으로 피신시켜 그의 목숨을 살린 쪽은 적군인 독일군이었다. 그는 살상의 가해자인가, 아니면 피해자인가?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가? 보네거트는 <제5도살장>에서 이 드레스덴을 배경으로 세웠는데, 작중 인물이 정신분열에 시달리기에 사건이 놓인 시간축마저 뒤죽박죽이다. 그런데 ‘드레스덴 폭격-도살장-정신분열-시간축 교란’이라는 심상의 연쇄고리를 경험한 것은 보네거트뿐만이 아니다. 군사정권 시절 대공분실에서 고문당했던 김근태는 수기에서 그 인상을 보네거트와 흡사하게 기록하고 있다.
“인간 도살장, 이것은 지나친 표현일지 모릅니다. (…) 직접 고문을 당할 때는 극도로 혼란되어
[손아람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분열과 착란
-
“금융시장을 과감하게 열고 외국 자본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것만이 우리 경제를 살릴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전 경제부총리 김재갑(이호재)의 자서전 출판기념회 연설 내용이 너무나 앙상해서 웃음이 터졌다. 한국 경제가 외국 투기자본의 ‘먹튀’를 경험하기 이전의 회상 장면인가 싶었으나 2014년 현재 시점이다. 4조원이 넘는 가치의 한민은행을 1조원대의 헐값에 가져가겠다는 국제적 헤지펀드 팍스의 한국 지사장 마이클 장(엄기준)에게 제값을 치르라고 저항하는 사위이자 금융정책국장 서동하(정보석)를 제지할 때도 “금융시장이 개방돼야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라고 하며 책상다리 긁는 소리를 하고 있더라. 어찌된 일일까?
KBS <골든크로스>는 특정 개인, 조직, 기관과 관련이 없음을 고지하고 있으나, 사건의 디테일은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론스타쪽 대리인이었던 거대 로펌 그리고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 전망치가 9%대에서 6%대로 급락해
[유선주의 TVIEW] 종잇장 같은 악인 앞에서
-
유난히 크고 움푹 들어간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의 눈은 그녀의 얼굴 전체에 불안감을 드리운다. 이 눈 때문인지 그녀는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는 연약한 내면과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팽팽한 긴장감을 드러내는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그리고 물론 적지 않은 영화에서 단순한 ‘긴장’ 이상의 신경증적 연기까지 펼쳐야 했다. 불안감 이상의 히스테리를 연기하는 것은 배우로서 기꺼이 도전해볼 만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짐이기도 하다. 그 강렬한 연기의 잔상이 길게 남아 다른 장면에서 다른 감정을 연기할 때도 계속 그 그림자를 남기는 것은 물론, 연기 자체가 1회용 도구처럼 소모될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프랑스와 영국, 미국 등을 넘나들며 60편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역시 이와 비슷한 문제를 고민했을 것이다. 불안을 담아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그녀의 깊은 눈과 창백한 피부, 그리고 마른 몸은 여러 감독들로 하여금 그녀에게 부서지기 직전의 위태로운 슬픔이나 끊어지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온리 갓 포기브스>
-
영화
2014 <10분>
2013 <찌라시: 위험한 소문>
2012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
2011 <장준환을 기다리며>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정작 연출작은 하나도 없다. (웃음) 그저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실기시험이 없는) 연출전공에 원서를 넣었는데 붙었다. 전공과 상관없이 공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연기를 했는데 짧게 연기의 맛을 보고 나니 계속 사람들 앞에 나서서 주목을 받고 싶어졌다.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는 비정규직 청년 연기가 사실적이다.
=실제 모습은 호찬보다 호찬의 동생에 가깝다. 형이 평범한 직장인인 덕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지난 주말엔 쉬고 있는 형에게 바깥에 좀 나가서 놀라며 괜히 화를 내고 후회한 적이 있다. (웃음) 형이 좀더 인생을 즐기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나의 미안함과 바람이 나쁘게 표현된 것 같다. 못된 동생이다.
[who are you] 백종환
-
4월의 인도는 총선으로 그 열기가 한창이다. 연이은 성범죄와 함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여성인권문제는 이번 선거에서 주요 정치공약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흥미로운 영화 한편이 이목을 끌었다. 액션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영웅과 악당 역을 모두 여배우들에게 맡긴 <굴랍 갱>이 그 주인공이다. 인도 중부에 현존하는 굴라비(분홍색을 의미) 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분홍 사리를 입은 여전사 라조(마두리 딕시트)와 야욕의 여성 정치인 수미트라(주히 차울라)간의 대결을 그렸다. 자경단을 구성한 라조는 학대 여성들을 대표해 가해 남성들에게 철퇴를 가하고 기득권을 대표하는 수미트라와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 감독 사우미크 센은 여성을 액션영화의 전면에 내세운 것은 발리우드에서 이상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라조의 모델이 된 삼파트 팔 데비가 동의 없이 자신과 단체를 영화화했다는 이유로 상영 금지를 요구한 것이다. 팔
[델리] 발리우드 아마조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