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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바꾼 건 트랜지스터 라디오”라고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이브(에밀리 브라우닝). 이 엉뚱하고 괴팍한 소녀는 거식증 때문에 정신병동에 머무는 중이다. 하지만 인디밴드 ‘절뚝이는 생쥐’처럼 라디오에 출연하는 게 꿈인 그녀에게 병원은 너무 좁고 갑갑한 세계이다. 한밤중에 몰래 병원을 빠져나와 클럽을 찾은 이브는 무대에서 공연을 마치고 내려온 제임스(올리 알렉산더)와 친구가 된다. 제임스는 뮤지션을 꿈꾸는 몽상가 캐시(한나 머레이)를 이브에게 소개시켜준다. 그해 여름, 음악이 인생의 최대 오락이자 목표인 세 사람은 밴드를 결성하기 위해 마지막 멤버를 찾아나선다.
뮤지컬영화 <갓 헬프 더 걸>은 스튜어트 머독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역시 식이장애를 앓았고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첫 앨범을 발매한 순간이 있었다. 데뷔 20년차,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밴드 벨 앤드 세바스천의 리더가 된 그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주인공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낸다. 감독 자신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 <갓 헬프 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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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노리코(아라이 나나오)가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이 SNS를 뜨겁게 달군다. 그녀의 회사 동료 가노 리사코(렌부쓰 미사코)는 방송사에 근무하는 동창 아카호시 유지(아야노 고)에게 유력한 용의자를 안다며 연락을 취한다. 아카호시 유지는 노리코의 주변 동료들을 차례로 인터뷰하며 범인을 추적해가는 한편 그 과정을 SNS에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인터뷰를 하는 사람마다 내놓는 진술은 다르지만 모두 시로노 미키(이노우에 마에)를 의심스러운 인물로 지목한다. 하지만 SNS에 그녀의 실명이 공개되자 또 다른 증언들이 나타난다.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기억은 조작되기도 해.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말하는 거라고”라는 대사로 압축되는 영화다. 원작 소설가 미나토 가나에가 기억이 중첩되거나 엇나가는 순서를 치밀하게 배열하며 서스펜스의 토대를 마련했다면,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은 원작의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연출방식을 활용했다. 인터뷰와 뉴스영상, SNS 자막의 적극적인 사용은
사건이 왜곡되는 과정 <백설공주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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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객석은 관객 하나 없이 텅 비어 있다. 보다 못한 무명의 연극배우 연신(신동미)은 극장을 뛰쳐나온다. 울적한 마음으로 찾아간 공원에서 그녀는 우연히 낯선 남자(유준상)를 만난다. 그 남자는 자신이 형사라고 말한다. 그것도 해몽에 꽤 능한 형사. 연신은 재미 삼아 자신의 꿈 얘기를 털어놓는데 남자가 희한하게도 그럴싸한 꿈풀이를 내놓는다. 대화가 끝나갈 때쯤 연신은 꿈속에서 본 듯한 장면이 현실에서 비슷하게 재현되는 신기한 경험까지하게 된다. 마치 자신의 꿈이 예지몽이라도 된 것처럼 혹은 꿈과 현실이 데자뷔를 일으킨 것인 양. 그 후로도 영화는 연신의 꿈과 그녀의 현실이 상호작용을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이광국 감독은 데뷔작 <로맨스 조>에 이어 두 번째 장편 <꿈보다 해몽>에서도 기승전결의 전형적 서사 구조에는 도무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마치 블록을 이리저리 조립해보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조합이 나오는 걸 즐기는 눈치다. 연신의 꿈과 현실의 경
현실을 새롭게 마주하는 드라마 <꿈보다 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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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머러스한 과거의 스파이는 죽었다. 마티니와 미녀를 사랑하고, 몸에 딱 맞는 슈트와 권총을 즐겨 사용하는 제임스 본드 스타일의 스파이는 이제 현대 첩보영화에서 종종 희화화의 대상으로 인용되는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 육탄전과 최신 장비 사용에 최적화된 일련의 스파이들- 제이슨 본(<본> 시리즈), 잭 바우어(미드 <24>), 에단 헌트(<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을 생각해보라. 매튜 본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이처럼 21세기 첩보영화가 사망 선고를 내린 과거의 스파이물을 소환해 나름의 방식으로 계승해내는 영화다.
소년 에그시(태런 에거턴)의 삶은 불행하다. 영국의 공용 아파트에서 엄마, 동생과 살아가고 있는 그는 어린 시절 아빠의 친구가 남기고 간 메달을 유품처럼 간직하고 있다. 엄마의 남자친구 일행과 시비가 붙어 구치소에 수감된 에그시는 메달에 적혀 있던 번호로 전화를 걸고, 거짓말처럼 풀려난다. 구치소에서 나온 그는 아빠의
소년은 어떻게 ‘젠틀맨’이 되어가는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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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입체효과가 필요할까 싶은 <도라에몽>이 3D로 탄생했다. <도라에몽: 스탠바이미>는 원작자 후지코 F. 후지오의 탄생 8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첫 3D애니메이션이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지금까지 연재된 수많은 에피소드 중 도라에몽과 진구의 첫 만남을 비롯해 도라에몽의 비밀도구를 둘러싼 갖가지 소동 등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에피소드 7개가 엄선돼 재구성됐다. <도라에몽>을 오랫동안 지켜본 팬이라면 각각의 시퀀스가 낯익을지도 모르겠지만, 하나의 이야기로서 완성도를 갖췄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무엇 하나 특출한 게 없는 소년 진구. 소심한 데다가 덜렁거리기까지 해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기 일쑤다. 그런 그에게 도라에몽이 나타난다. 진구가 열심히 살지 않아 성인이 되어서도 후손들을 고생시키는 탓에 22세기에 살고 있는 진구의 후손이 진구에게 행복한 미래를 선물하기 위해 도라에몽을 보낸 것. 도라에몽은 하늘을 날 수 있는 대나무 헬리
3D를 통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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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코(하시모토 아이)는 시골의 작은 마을 코모리에서 혼자 살고 있다. 전업 농부인 그녀의 일상은 대부분 농사일과 음식을 만들고 먹는 행위로 채워져 있다. 그렇게 바빠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절대 쉬는 건 아닌, 시계태엽처럼 돌아가는 일상. 그 안에서 시간은 여름에서 가을로 흘러가고 그녀의 식단도 계절의 변화에 맞춰 변해간다. 그리고 이치코는 도시에서 짧게 살았던 과거와 지금은 집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가끔씩 떠올린다.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그린 동명의 만화 원작을 충실하게 영상으로 옮긴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은 조금 독특한 구성을 가진 작품이다. 일단 ‘여름’과 ‘가을’, 두편의 영화를 묶었기 때문에 엔딩 크레딧이 두번 나온다는 점도 그렇고, 이치코가 집에서 혼자 만들어 먹는 요리를 중심으로 극이 이루어져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즉, 이 영화는 인물보다 음식이 더 큰 자리를 차지하는 작품으로 애초에 시퀀스의 구분도 ‘식혜’, ‘밤 조림’, ‘시금치 볶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포착한다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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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19년, 불량 은의 유통을 막은 공로로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명탐정 김민(김명민)은 영문도 모른 채 도리어 외딴섬에 유배된다. 그러던 어느 날 단짝 서필(오달수)이 찾아와 사라진 줄 알았던 불량 은이 다시 나돌고 있음을 알린다. 한편 사라진 동생을 찾아달라며 매일같이 그를 찾아오던 한 소녀가 어느 날 갑자기 종적을 감춘다. 김민은 행방불명된 소녀를 찾고 불량 은을 유통시킨 범인을 쫓기 위해 유배지 이탈을 감행한다. 그렇게 사건의 실마리를 따라 왜관을 찾아간 김민과 서필 앞에 의문의 여인 히사코(이연희)가 나타난다.
잘 만들어진 캐릭터는 가만 내버려두어도 스스로 살아 움직인다.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하 <조선명탐정>)의 흥행 성공은 전작을 통해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콤비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지만 은근 허당인 자칭 명탐정 김민과 어설퍼 보여도 믿음직한 파트너 서필은 이미 영화 바깥에서 살아 숨쉬는 캐릭터다.
판은 제대로 깔았다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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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목소리가 남자에게 이른다. “오빠, 나 이상한 꿈꿨어”라고 말하는 그녀의 음성은 이후 골목길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실제 장면으로 바뀐다. 이 환상적 인트로 시퀀스처럼, 꿈 속에서 보았던 거리에 진이(박란)가 서 있다. 정남(권현상)이 나타나 관심을 보이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그들은 소위 ‘나쁘다’고 치부되는 일을 하고 살아간다. 정남은 짝퉁 판매원이며, 진이는 몸을 판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남자들은 돈을 내고 구매하지만 정작 그녀에게 남는 것은 허무뿐이다. 그래서 그녀는 매일 운다. 그러던 어느 날 울고 있는 진이를 정남이 구해낸다. 진이는 그날 일을 잊은 듯 보이지만 이후 버려진 정남을 진이가 구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낸다. 극단적 두 인물 ‘비치와 애솔의 사랑’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비치하트애솔>은 2010년 <평범한 날들>로 데뷔한 이난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뮤직비디오와 사진, 광고 등 다양한 방면에 재능을 보인
순수한 사랑에의 침전 <비치하트애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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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해피 와이너리>
감독 미시마 유키코 / 출연 오오이즈미 요, 소메타니 쇼타, 안도 유코 / 수입•배급 (주)씨네룩스 / 개봉 3월 중순
<해피 해피 브레드> 제작진이 이번엔 향긋한 빵 굽는 냄새 대신 와인 풍미를 전한다. 이들의 홋카이도 프로젝트 2탄 <해피 해피 와이너리>는 일본을 대표하는 와인용 포도 산지이자 개성 넘치는 와이너리가 많은 홋카이도의 소라치 지역을 배경으로 삼는다. 터울 많은 형제 아오(오오이즈미 요)와 로쿠(소메타니 쇼타)는 포도농장을 운영하며 단조롭지만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아오가 힘쓰는 피노 누아 와인은 좀처럼 원하는 대로 양조되지 않고, 캠핑카를 타고 나타난 정체 모를 여인 에리카(안도 유코)는 이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방해한다. 힐링 무비로 불렸던 <해피 해피 브레드>처럼 <해피 해피 와이너리>도 자연 친화적이고 건강한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킨포크 라이프(Kinfolk Life)
[Coming Soon] 킨포크 라이프 스타일을 잘 담고 있다 <해피 해피 와이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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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줄에 들어섰다고 선물 한 상자를 받았다. 시집이 있었고 말린 목화가 있었고 향초가 있었다. 내 시는 한편도 못 외우면서 수피 시인 루미의 시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를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내 스타일을 감지한 이의 예민한 센스였을까.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꽃과 촛불과 술이 있어요. 당신이 안 오신다면,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당신이 오신다면, 또한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연애시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절망과 희망이 한 박자에 실린 삶이라는 인생사를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싶으니까 순간 망망대해 바다를 본 듯했다. 그러니까 우린 무슨 ‘소용’을 위해 이다지도 힘들게 눈앞에 있는 ‘당신’을 두고 평생토록 멀리 있는 ‘당신들’을 찾아 헤맬까.
선물 상자 안에는 철제 케이스로 된 색연필 세트와 요즘 인기에 봇물이 터졌다는 ‘컬러링북’도 몇권 들어 있었다. 그중 한권은 인형 같은 얼굴에 공주 같은 옷차림을 한 여자 아이들을 테마로 한 것이
[김민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스스로 자, 말미암을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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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서유기: 모험의 시작>
2014 <일보지요> <길 위에서> <미애지점입가경>
2013 <불이신탐> <월위자>
2012 <혈적자: 황제암살단> <신가과년>
2011 <백사대전> <실연 33일> <신기협려> <만유인력>
2010 <해양천국>(사진)
2009 <주착초>
드라마
2014 <사십구일•제>
2013 <소파파>
2011 <나혼시대>
2009 <애재일월담>
2007 <분투>
세상 가장 착한 얼굴. 예상외로 잔혹한 <서유기: 모험의 시작>에서 관객을 가장 안심시키는 건 단소저(서기)의 무공도, 스승님의 말씀도 아니다. 문장이 연기한 진현장의 얼굴이다. 동요 300수로 포악한 요괴들을 다스리겠다는 포부가 애초에 말이 되는가. 하지만 진현장의 말이기
[who are you] 문장 文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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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네마테크에서 기획해 2012년 처음으로 막을 올린 복원 영화제 ‘세상의 모든 기억’이 지난 1월28일부터 2월1일 사이 성공리에 치러졌다. 특히 1월29일 아침에는 아벨 강스 감독의 1927년작 <나폴레옹> 무삭제판을 복원, 상영하는 것으로 모자라 그간 이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숨기지 않았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을 스페셜 게스트로 초청, 상영이 끝난 뒤 직접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해서 시네필에게 더할 나위 없는 특별한 기억을 안겨주었다. 1월31일 저녁엔 코폴라 감독과 함께 <대부> 전작을 차례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시네마테크 앞 공원에는 표를 구하기 위해 모여든 관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초기영화 섹션에서는 1894년부터 1909년 사이에 제작된 작품들을, 올해 특별히 기획된 테크니컬러의 탄생 섹션에서는 1915년 이 기술의 도입 당시 만들어졌던 디즈니 만화, 그리고 이 기술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던
[파리] 코폴라와 <대부>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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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1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제20회 인디포럼2015 영화제가 신작을 공모한다. 2월27일까지 공모하며 접수방법은 출품신청서를 홈페이지(www.indieforum.org)에서 다운받아 온라인 출품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인디포럼 홈페이지(www.indieforum.org) 참조. 문의 인디포럼 작가회의 사무국 02-720-6056, indieforum@gmail.com.
*제3회 무주산골영화제에서 산골친구(자원활동가)를 모집한다. 2월2일부터 3월15일까지 영화제 홈페이지(www.mjff.or.kr)에서 지원서 다운로드 뒤 작성해 이메일(mujufilmfest@naver.com)로 접수하면 된다. 1차 서류전형 합격자 통보는 3월17일.
*제17회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가 열린다. 2월11일부터 15일까지 서울극장에서 55편 상영. 모든 작품은 무료. 홈페이지(www.kartsfilms.com) 참조.
*5월7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제12회 서울
[소식] 제20회 인디포럼2015 영화제가 신작을 공모한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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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의 사랑> 첫 방영
요란한 제작발표회로 화제에 오른 tvN 신작 드라마 <호구의 사랑>이 2월9일 오후 11시 첫 방영된다. 이리저리 치이기 바쁜 호구 중의 상호구, 강호구(최우식)가 지금까지의 적당주의 인생을 청산하고 ‘국민 인어공주’인 수영선수 도도희(유이)를 향한 턱도 없는 사랑을 시작한다는 이야기. 이제부터 월•화엔 SBS <펀치>가 끝나는 대로 채널을 tvN으로 돌리자.
밴드 선결, 첫 번째 정규 앨범 발매
“펑크가 아닌데? 라고 생각하는 그 지점이 그냥 선결의 음악이다.”(뮤지션 박다함) “선결의 김경모는 내가 아는 가장 멋진 작곡가, 프로듀서 중 한명.”(뮤지션 조월) 동료 뮤지션들이 믿고 듣는 밴드 선결(김경모, 조인철, 조용훈, 조 홀릭)이 첫 번째 정규 앨범 ≪급진은 상대적 개념≫(제작 소모임 음반, 유어마인드)을 발표했다. <음악이라 부르기로 한다> <우리의 연애는 과대평가되어 있어>를 포함한 10
[culture highway] <호구의 사랑> 첫 방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