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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더이상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이리 답답한 일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우리네 문화에서 고인에 대한 소소한 추억을 여러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며 서로의 마음을 도닥이는 경우는 사실 많지 않다. 하지만 특별한 사람에겐 그를 기억하는 팬들과 지인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런 시간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사실 난 그가 위중하다는 말을 듣고 힘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릴까 했다. 남들도 알지만 자세히는 모르는 그 시작의 순간에 대해. 바로 <고스트스테이션>이란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해서 말이다.
2001년 3월 SBS 라디오 봄 개편을 앞두고 신해철과 나는 여의도 모 빌딩 1층 커피숍에서 만났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DJ와 PD라고는 믿을 수 없는, 가벼움과 허무맹랑함으로 키득거리며 구성을 짜봤다. 큰 틀은 이랬다. 우선 반말로 하자. 그리고 욕도 하자. 비방용 멘트, 브랜드명도 마음대로 말하자. 물론 전략은 필요했다. 공중파인 SBS 라디오는 비
어떤 사심도 없는 당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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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7일, 음악인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 마흔여섯의 생. 그를 사랑했고 그의 음악을 아꼈던 이들에겐 너무 갑작스럽고 이른 죽음이었다.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그대에게>를 부르며 음악이라는 궤도에 올라선 신해철은 솔로 활동과 밴드 N.EX.T 활동을 오가며 음악적 실험을 쉼 없이 해왔다. 마성의 저음과 자유로운 세계관, 거침없는 직설화법의 소유자로서 라디오 DJ로도 크게 사랑받았던 신해철. 그런 슬픈 표정 하지 말라던 그대에게, 내 마음 깊은 곳의 그대에게 세명의 필자가 추모의 글을 보내왔다. 나에게 쓰는 편지이자 그대에게 쓰는 편지. 라디오 <고스트스테이션>을 함께했던 고민석 전 PD, 김홍집 영화음악감독, 음악가이기도 한 성기완 시인의 글을 여기 띄운다.
편히 잠드소서 우리의 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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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2014 <나의 독재자> 미술감독
2014 <신촌좀비만화> 미술감독
2013 <변호인> 미술팀장
2013 <설국열차> 세트 디자이너
2011 <고지전> 미술팀
2010 <악마를 보았다> 컨셉 디자인
2010 <이끼> 소품팀
2009 <마더> 세트 드레서
2007 <눈부신 날에> 촬영팀
2005 <새드무비> 촬영부
“시대극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나의 독재자>는 김병한 미술감독의 입봉작이다. 하지만 ‘얼음’ 대신 ‘어름’이 적힌 간판이 즐비한 70년대 거리는 그에게 낯선 공간이 아니다. 류성희 미술감독팀에서 <고지전>과 <변호인> 등을 제작하며 시대극만의 독특한 공기와 방법론을 익혔기 때문. 미술팀 식구들도 시대극에 정통한 팀원들로 꾸렸다. 옛날 풍경이 사실적이라는 칭찬에 차분하게 답하던 그가 미술팀에 고마움을 표한다. “70
[STAFF 37.5] “시간에 대한 섬세한 감각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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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나를 찾아줘>의 결말 부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를 찾아줘>의 부부 닉(벤 애플렉)과 에이미(로저먼드 파이크)의 애증으로 얼룩진 결혼 생활사에 관한 설명이 간략하게나마 필요한 것 같다. 결혼 5주년이 되던 날 에이미가 홀연히 사라진다. 영화는 닉과 에이미의 황홀했던 첫 만남에서부터 결혼 뒤 관계가 서서히 악화되어간 과정까지를 주요하게 술회하는 한편, 속속 드러나는 정황에 따라 닉이 에이미 실종 사건의 주범이자 피의자로 지목받는 과정을 전개해간다. 여기까지를 이 영화의 1부라고 부를 수 있다. 2부에서는 시작과 함께 버젓이 살아 있는 에이미가 돌연 등장한다. 그녀는 실종되지 않았고 죽지도 않았다. 이것은 그녀 스스로 꾸민 일이고 일종의 남편 체벌 프로그램이다. 에이미는 남편이 자신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사형당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에이미에게도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계획은 수정된다. 결국 에이미는 자신을 짝사랑해온 갑부 콜링스가 자신을
[신 전영객잔] 그 (여)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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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는 부지영 감독의 첫 번째 상업영화이자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이후 두 번째 장편영화다. 이랜드 홈에버 파업, 홍익대 청소노동자 파업 등을 모티브 삼은 <카트>는 마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회사의 부당해고에 맞서 제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담는다. 인터뷰 중 부지영 감독이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더 또랑또랑하게 만들어 답한 순간이 있었다. 정규직으로서 어떻게든 자기 자리만 보전하려는 최 과장(이승준)이나 자신들의 불편함이 먼저인 마트의 고객이 참 나쁜 사람들이라고 얘기했을 때였다. 부지영 감독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잘 몰라서 그렇다. 그들은 내 돈으로 마트에서 소비하는 거니 응당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중심으로 사고하면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마트 직원들이 왜 파업을 하는지까지는 생각하지 못하는 거다.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조금만 마음을 열고 눈을 뜨면 그들에게 공감
[부지영] 마음을 열고 눈을 뜨면 들리는 내 주변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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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반듯한 청년. 스튜디오에 들어선 도경수를 보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다.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와 큼지막한 눈이 만들어내는 묘한 신뢰감.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촬영 내내 별말 없이 차분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이 왠지 듬직해 보인달까. 그건 반듯함과는 또 다른 신중함처럼 보였다. 그러면서도 도경수는 예의 해사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건 또 제 주변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데울 줄 아는 능력 같아 보였다. 그런 도경수가 자신의 첫 번째 영화 <카트>에서 불만 가득한 얼굴로 엄마를 대하는 아들, 여동생에게 살가운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쌀쌀맞은 오빠로 변했다. 차분하고 예의 바른 도경수가 보여주는 방황 혹은 반항이란 어떤 걸까. 지켜보고 싶었다.
<카트>에서 도경수가 연기한 고등학생 태영은 시종일관 까칠하고 무뚝뚝하다. 이유는 있다. 마트 일로 만날 바쁜 엄마(염정아)가 깜빡 잊고 급식비를 미납해 속상해서이기도 하고 친구들과 달리 자신만 구
[도경수] 마음속 어둠을 열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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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쭉하고 가냘픈 몸의 곡선을 그대로 살려 도도하고 까칠하며 새침한 캐릭터를 두루 걸쳐온 여배우. 염정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런 염정아에게 <카트>의 한선희는 지금까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분위기의 캐릭터다. 이번만큼은 염정아의 큰 키가 더없이 껑충해 보이고, 호리호리한 몸은 있던 특징도 없애버린다는 유니폼 속에 흔적도 없이 파묻혀버린다. 그녀가 구부정한 어깨로 주변의 눈치를 보며 이리 뛰고 저리 뛸 때면 금방이라도 고꾸라질 것 같아 위태롭다. “모니터 보면서 알았다. 내 큰 키, 그게 되게 안쓰러워 보이더라.” 그렇게 염정아와 마주앉아 염정아와 한선희를 견줘보다가 문득 염정아는 한선희를 온몸으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더 마트’의 비정규직 사원 한선희는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5년 동안 단 1점의 벌점도 받지 않았고 갖은 연장 근무도 군소리 없이 해왔으니 이번만큼은 희망을 걸어본다. “선희는 우리 엄마처럼 희생적이고
[염정아] 소박함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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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거 있니?”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선배 염정아가 후배 도경수를 살뜰히 챙긴다. <카트>에서 엄마 선희와 아들 태영으로 호흡을 맞출 때도 그랬을까. “선배 앞에서 눈치 보고 연기하면 절대 안 된다”, “떨지 말고 너 하던 대로 편하게 해라”. 염정아는 엄마 같은 마음으로 연기를 처음 하는 도경수를 편안한 분위기로 이끌었다. 그렇게 엄마와 아들로 만난 두 사람은 <카트>를 통해 각자의 도전을 시도했다. 도도할 것만 같던 염정아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선희가 됐고 큰소리 한번 내지 않고 살아왔다는 도경수는 반항기 가득한 소년 태영이 되었다. 영화 개봉(11월13일)에 앞서 두 사람을 만났다. <카트>가 두 사람에게 남긴 진한 흔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카트] 노동자 엄마 반항아 아들의 세상을 향한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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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아이의 사랑을 확인하는 질문
속뜻 이혼하겠다는 부모의 통보
주석 이 질문이야말로 아이에게 닥친 최초의 시련이자 시험이다. 이것은 성인이 될 때까지 무수히 치르게 될 수학능력시험의 전조이며, 아무리 풀어도 또 풀어야 하는 무한루프다. 사실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당연히 엄마가 좋다. 나를 품고 기르고 먹이고 입히는 이가 엄마니까. 구글 번역기로 ‘엄마’를 검색하면 이런 소리가 난다. 마(영어, 아이슬란드어, 힌디어, 스와힐리어), 마마(독일어, 러시아, 네덜란드어 등등), 머마(그리스어), 모므(라틴어), 모음(스웨덴어), 모뮈(아랍어), 마르(카탈로니아어), 맘마(타밀어), 마마(일본어), 안야(헝가리어), 마마(중국어), 매(타이어)… 어디나 비슷하다. 아기가 입을 떼고 발음하는 최초의 소리, 아이의 발성기관이 낼 수 있는 맨 처음 소리는 어디나 비슷하다. 처음 아기의 말을 듣고 그 말이 자신을 부르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엄마이기 때문에, 저 소리는 엄마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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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감독 인터뷰의 고전이 된 <히치콕과의 대화>에서 저자인 프랑수아 트뤼포는 여성의 성적 매력을 놓고 앨프리드 히치콕과 말다툼 같은 실랑이를 벌인다. 서스펜스 드라마의 거장답게 히치콕은 성적 매력에도 ‘서스펜스’가 있어야 한다며, 요조숙녀처럼 보이는 여성이 더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반면 마릴린 먼로나 소피아 로렌처럼 성적 매력이 너무 직접적이면,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자 트뤼포는 먼로나 로렌이 관객으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육감적인 스타일 덕분이라며 히치콕의 의견에 반박한다. 히치콕도 가만있지 않는다. “마치 학교 선생처럼 보이는 여성이 함께 택시를 탔을 때, 놀랍게도 당신 바지의 지퍼를 여는 것”이 성적 매력의 서스펜스라고 대꾸한다. 대사의 앞뒤 문맥을 보면 그 여성이 그레이스 켈리다. 두 감독은 <이창>(1954)에 대해 한참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히치콕이 말한 ‘성적 매력의 서스펜스’
히치콕 감독이 금발 미녀를 좋아한다는 건 잘 알려
[한창호의 오! 마돈나] 히치콕 ‘금발 계보’의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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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피> Chappie
감독 닐 블롬캠프 / 출연 휴 잭맨, 샬토 코플리, 시고니 위버
남아프리카공화국 슬럼가의 순찰로봇 채피가 2인조 도둑에게 납치됐다. 채피가 끌려간 곳은 모든 게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이상한 가정집. 그곳에서 채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디스트릭트 9>의 닐 블롬캠프 감독의 신작 SF 코미디물이다. 내년 3월6일 북미 개봉한다.
[WHAT'S UP] <채피> Chap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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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즐거운 신혼생활
[정훈이 만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즐거운 신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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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찰물이라고 하면, 가장 쉽게 예로 들 수 있는 것은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진 <춤추는 대수사선>이지 싶다. 대체로 캐리어와 논캐리어의 대립을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캐리어는 한국식으로 설명하면 고시를 합격한 소수의 엘리트를, 논캐리어는 일선에서 뛰는 경찰을 말한다.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캐리어와 당장의 사건 해결을 위해 애쓰는 논캐리어의 대립이 거대한 사건과 맞물리는 식의 이야기는 그 변주도 많아서 요코야마 히데오는 14년 전 미제로 끝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경찰들의 이야기를 <64>라는 작품으로 풀어냈다. 어쨌거나 그런 면에서 <교장>의 특이한 점은 경찰물이지만 사건의 현장이 아니라 경찰학교의 교장이 무대라는 데 있다. 주인공들은 바로 그곳의 학생들과 백발의 교관 가자마. 그러므로 당연히 학원물의 성격을 띠게 된다. 학생들은 낙오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곳에서는 낙오가 드문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이 된다는 일의 묵직함이, 에피소드마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경찰학교, 여기가 바로 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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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수도원 네곳의 이야기인 동시에 모든 종교의 수도 공동체에 해당할 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립된 장소에 집단을 이루어 사는 생활 때문에 제기된 숱한 오해와 편견에 대해서 퍼머는 용감하게 묻고 또 답을 듣는다. 세속의 사랑, 즉 욕정에 대해, 또 동성애에 대해서도 바로 질문을 던진다. “대개 수도자들이란 고된 노동과 끊임없이 밀어닥치는 영적 의무들 때문에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팍팍한 사람들이라 유혹의 속삭임 따위는 들을 새도 없이 몇 개월씩을 보낸다”는 예상 못한 답을 듣기도 한다.
[도서] 수도원에서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