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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심사를 맡은 소감과 포부를 말해달라.
=제인 캠피온_무거운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걸 느낀다. 하지만 세계를 보는 감독들의 비전에 대해 이해하고 느끼는 것은 늘 매혹적인 일이다. 나는 이번 영화제를 찾은 작품들에 대한 예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모든 영화는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작품은 야만적이고, 어떤 작품은 폭력적이며 또 어떤 작품은 재미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놀라움과 새로운 감정을 담고 있을 것이다.
전도연_많이 걱정되고 떨리긴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다른 심사위원들과 함께 소통하며 하나하나 차분히, 성실히 임하겠다.
지아장커_칸영화제의 일부가 된다는 건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편의 영화들과 사랑에 빠지게 될 거다.
니콜라스 윈딩 레픈_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 어젯밤 제인(캠피온)의 말을 그대로 옮기겠다. 언론과 말하지 말라, 대신 영화를 보고, 느끼고, 계획을 세우라!
-제인 캠피온에게
[현지보고] 보고 느끼고 결정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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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회 칸국제영화제의 막이 올랐다. 올해도 변치 않은 칸의 특징은 세계영화의 거장들이 대거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또 하나의 특징은 올해도 역시 최종 명단을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지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의 경우에는 일단 거장들을 포함하고 젊은 신예들까지 포괄한 이번 프로그램이 낙점받을 만하다는 반응이다. “85살의 장 뤽 고다르에서부터 25살 자비에 돌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감독들이 포진했다”며 긍정적으로 쓰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유력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황금종려상을 둘러싼 경쟁부문은 언제나처럼 정규 멤버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면서 따끔한 비판을 잊지 않았다.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는 비판에 응수하고 나서며 “칸의 선택은 언제나 거장과 신예를 함께 껴안는 것이며 올해는 오히려 새로운 감독들을 편애한 면까지도 있다”며 <누벨 옵세바퇴르>를 통해 반박성 인터뷰를 했다. 아마도 티에리 프레모가 새로운
[현지보고] 영화와 사랑에 빠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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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계층의 삶을 꾸준히 영화화해온 영국 감독 켄 로치 특별전이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5월20일부터 6월1일까지 열린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켄 로치 대표작 중 10편이 상영된다. 이번에 상영되는 작품은 <케스>(1969)를 제외하고 1990년대부터 2007년까지 작품들로 선정되었다. 이 시기 켄 로치는 <랜드 앤 프리덤>(1995),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 등의 작품을 연출하여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이번에 상영되는 10편은 켄 로치의 세계를 압축하는 작품들로 그의 영화 세계에 입문하는 관객부터 시네필까지 두루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개관 12주년을 맞이한 서울아트시네마는 서울에 있는 유일한 비영리 극장이자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이다. 서울아트시네마 외에 비상업적 목적의 극장은 한국영상자료원에 3개관이 있을 뿐이다. 지난 5월10일 서울아트시네마는 개관기념영화제 대신 관객
[영화제] ‘블루칼라의 시인’이 그리는 인간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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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화들은 몇번을 다시 보아도 매번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요즘처럼 많은 영화들이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기에 한번쯤 곱씹어보아야 할 말인 것 같다. 이에 고맙게도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는 5월20일부터 6월5일까지 12편의 나루세 미키오 영화를 35mm필름으로 상영하는 ‘앙코르! 나루세 미키오’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초기작에 속하는 <아내여 장미처럼>에서부터 유작인 <흐트러진 구름>에 이르기까지, 나루세 미키오가 활동했던 거의 대부분의 시기에 걸친 대표작 12편을 상영한다.
나루세 미키오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가 보여주었던 ‘여성’들의 삶에 대한 관심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나카노 미노루의 원작 소설 <두 아내>를 바탕으로, 어머니와 새로 들어온 아버지의 첩, 그리고 이런 ‘두 아내’를 거느리고 사는 아버지의 모습을 딸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여성으로서 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그린 <아내여 장미처럼&
[영화제] 나루세의 여성들과 재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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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 La Belle et La Be^te
감독 크리스토프 강스 / 출연 뱅상 카셀, 레아 세이두 / 개봉 6월19일
<미녀와 야수>의 캐스팅으로 이보다 의외의 조합이 또 있을까. 저주로 인해 끔찍한 외모를 갖게 된 야수를 뱅상 카셀이, 아버지를 대신해 야수의 성에 갇히는 벨을 레아 세이두가 연기한다. 대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빌뇌브 부인의 원작에 충실한 프랑스판 <미녀와 야수>는 두 배우의 화학작용으로 인해 치명적 멜로의 분위기까지 풍긴다. 야수의 성에서 허락 없이 장미 한 송이를 꺾은 벨의 아버지는 야수의 노여움을 사고, 벨은 아버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야수의 성을 찾아간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시리즈, <퍼시 잭슨과 괴물의 바다>의 컨셉 아티스트였던 프랑수아 바랑이 구현한 어둡고 푸른 화면과 야수의 성에 사는 각종 크리처도 눈여겨볼 만하다.
[Coming Soon] 원작에 충실한 프랑스판 <미녀와 야수> La Belle et La B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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넨이 아니다. 이번에는 온(怨)이다. 그리드 아일랜드에서의 모험이 끝나고 찾아온 잠깐의 휴식. 곤과 키르아는 추억이 깃든 장소인 천공격투장으로 향한다. 격투가들의 축제인 배틀 올림피아에 즈시가 출전하기 때문이다. 크라피카와 레오리오는 물론 비스케와 윙 등 반가운 얼굴이 오랜만에 모이고, 히소카와 네테로 회장까지 이곳을 찾는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의문의 사내들이 경기장을 점령하더니 ‘온’이라 불리는 베일에 싸인 능력으로 네테로 회장을 인질로 잡는다. 곤을 비롯한 헌터들은 이들의 음모를 막을 수 있을까.
도가시 요시히로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헌터x헌터>의 두 번째 극장판인 <극장판 헌터x헌터: 더 라스트 미션>은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갖는 ‘이벤트’로서의 성격에 충실한 작품이다. 특히 다양한 캐릭터의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건 원작 팬들이 좋아할만한 점이다. 비스케에서 윙, 즈시로 이어지는 스승과 제자의 합동 작전이라든지 옛날부
<헌터x헌터>의 두 번째 극장판 <극장판 헌터x헌터: 더 라스트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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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승사자도 휴대폰을 들고 다닌다. 연락용이 아니다. 영(靈)을 전송하고, 소환하며, 때려잡는 저승사자의 만능무기, ‘소울폰’이다. 어린 시절부터 유령을 보는 꼬마강림이 이 신기한 소울폰을 손에 넣는다. 주인은 저승사자 강림도령. 전투 중 자신의 휴대폰 속에 갇히고 말았다. 꼬마강림은 도령을 풀어줄 생각보다 휴대폰을 가지고 놀기 바쁘다. 결국 강림도령이 잡은 유령을 소환하게 되고, 꼬마강림은 저승세계의 걷잡을 수 없는 싸움에 휘말린다.
<고스트 메신저>는 총 6부작으로 계획된 국산 애니메이션이다. 2010년 비디오 판매용(OVA)으로 출시한 1화에 두 번째 편을 묶어 극장판으로 만들었다. 전편이 소울폰의 기능과 전통 설화에 기반한 세계관을 소개하는 데에 치중했다면, 극장판에 추가된 2화의 전개는 사뭇 다르다. 부모와 친구가 없는 꼬마강림의 외로운 사정과, 다른 저승사자와 대치하는 도령의 비밀이 부각된다. 긴 제작기간 때문인지 전반부와 일관된 흐름을 유지하지 못하고,
저승세계의 싸움에 휘말리다 <고스트 메신저 극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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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찬 재력가 알렉스(우고 실바)는 새로운 애인과 함께할 달콤한 미래에 눈이 멀어 아내를 죽이기로 한다. 작전은 계획대로 이루어지지만 그날 밤 알렉스는 경찰의 전화를 받는다. 영안실에 있던 아내의 시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상한 사건이 잇따라 일어난다. 숨겨두었던 살인의 증거가 누군가에 의해 드러나기 시작하고, 경찰은 알렉스를 살인범으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결국 아내가 일부러 죽은 척한 뒤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이라 판단한 알렉스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범죄를 숨기려 한다.
스페인 출신의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데뷔작인 <더 바디>는 반전에 모든 것을 건 스릴러영화다.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 트릭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계속 자극하다가 결정적인 ‘한방’으로 모든 퍼즐을 풀어버리는 그런 영화 말이다. 이러한 ‘반전영화’의 공식을 따라 <더 바디>는 죽은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사라진 물건이 갑자기 등장하는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사건들을 보여준 뒤 마
반전에 모든 것을 건 스릴러영화 <더 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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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조(이효)는 세상의 모든 고통을 짊어진 듯 보이는 소녀다. 보기에 따라 고등학생으로도, 대학생으로도 보이지만 학교에 다니지 않기에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미조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졌고 이후 입양됐으나 입양부모에게 성폭행을 당한 아픈 과거를 지녔다. 삶을 포기하고 싶은 상태에 다다른 미조는 자신의 친부를 찾아가 그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는다. 미조의 친부 우상(윤동환)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냉혈한이다. 퇴직 경찰인 우상은 닥치는 대로 폭력을 휘두르면서도 죄책감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미조는 그런 우상에게 자신이 입은 상처를 되돌려줄 수 있을까.
2000년에 등장한 <대학로에서 매춘하다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라는 긴 제목의 영화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감독 남기웅은 이후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를 만들며 B급 하드코어 판타지 장르에 있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한 바 있다. <미조>
불쌍한 소녀 대 나쁜 어른 <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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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에 부적절한 사생활’로 인해 작은 마을로 좌천되어 내려온 파출소장 영남(배두나)은 마을 사람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한 채 매일을 술로 살아간다. 하지만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에게 학대받고, 학교에서도 따돌림받는 소녀 도희(김새론)에게 영남의 등장은 구원과도 같다. 도희를 우연히 도와주게 된 영남은 그녀를 용하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함께 지내며 돌보기로 결정한다.
‘두명의 상처 입은 영혼이 자신의 아픔과 외로움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쉽게 정리하고 싶겠지만, 사실 <도희야>가 건드리고 있는 이야기의 결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영화는 도희와 영남(그리고 영남의 여자친구 은정)을 하나로 묶은 뒤, 이들의 문제를 ‘감정적’ 차원으로 접근하지만, 이들의 대척점에 놓인 불법 이주노동자들과 마을 주민들에 대해서는 ‘이데올로기적’ 차원으로 접근한다. 이러한 불균질성이 관객의 마음을 힘들게 만든다. 문제는 ‘소수자’라는 이름으로
두명의 상처 입은 영혼 <도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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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동일본 대지진이 자연재난이 아니었다는 가정으로 시작한다. 시간을 더 거슬러 1954년 비키니섬에서 행해진 핵실험 또한 다른 목적이 있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포드(애런 존슨)는 15년 전 일본에서 살던 시절, 그 사건으로 인해 어머니(줄리엣 비노쉬)를 잃었다. 이후 해군 장교가 된 그는 아내 엘르(엘리자베스 올슨)와 행복하게 지내지만, 일본에 남아 과거의 사건을 계속 연구 중인 아버지 조(브라이언 크랜스턴)와는 사이가 썩 좋지 않다. 한편, 필리핀 정글에서 화석화된 매우 크고 오래된 방사능 잔존물이 발견되는데, 고질라를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친 세리자와 박사(와타나베 겐)는 그 공포의 괴수의 존재를 직감한다.
<고질라>는 앞서 만들어진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1998)처럼 그저 도시를 파괴하는 괴물이기보다, 오히려 지구의 균형을 되찾아주기 위해 나타난 구세주 같은 존재인 것. 폐쇄돼 있던 일본의 잔지라 원자력 발전소를 시작으로 하와이를
지구를 위해 나타난 구세주 <고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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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의 일부와도 같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눈물을 흘릴 수도 없습니다.” 탐(자비에 돌란)은 친구 기욤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기욤의 가족이 살고 있는 농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기욤의 애인이기도 했던 탐은 마음껏 슬퍼할 수 없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기욤의 어머니(리즈 로이)는 아들에게 다른 애인이 있다고 믿고 있으며, 기욤의 형인 프랑시스(피에르-이브 카디날)는 이상할 정도로 탐에게 적대적이다. 동시에 이들은 탐이 농장에 계속 머물기를 바라고, 결국 탐은 이 가족의 기묘한 분위기 속으로 조금씩 침잠해 들어간다.
최근 <로렌스 애니웨이> 등의 작품으로 예민한 감수성을 선보인 자비에 돌란이 동명 연극을 원작으로 만든 <탐엣더팜>은 긴장을 놓지 않는 이야기와 이야기에 녹아들기를 거부하는 이미지를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먼저 주목할 것은 배경 설명 없이 던지는 대사와 갑자기 벌어지는 사건들로 이야기를 쌓아가는 방법이다. 영화는 ‘탐이 애인의
친구이자 애인의 장례식 <탐엣더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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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7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 7인에 의해 차례로 불려나와 지난 5월9일 발생한 사건의 진실을 자백하기를 강요받는다. 테러리스트 집단인 그림자들은 권력의 중심과 일대일로 맞서기 위해 과격한 폭력을 동원한다. 이들은 권력(공수부대, 경찰, 미군, 조직폭력배, 국정원 직원 등)의 가짜 복장을 입고 권력이 가한 수위를 능가하는 폭력을 용의자들에게 가한다. 피해자들이 권력의 옷을 입고 더 큰 폭력을 가하게 되는 서글픈 아이러니다. 영화는 10일 동안 10회차의 촬영으로 완성되었다. 감독, 각본, 제작, 촬영 모두 김기덕이 담당했다. 김기덕 사단의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 이어 마동석은 그림자7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수취인불명>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김기덕 감독과 인연을 맺었던 배우 김영민은 용의자1 및 기타 그림자의 가해자들로 등장하여 1인8역의 다채로운 역할을 소화했다. 이이경, 조동인, 테오, 안지혜 등 젊고 가능성
김기덕의 스무 번째 영화 <일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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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 중인 테오도르(와킨 피닉스)의 얼굴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 고백은 그의 것이 아니다. 그는 모든 것이 음성인식으로 작동되는 근미래에 살고 있는 러브레터 대필 작가이며, 깊이 아꼈던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이다. 그런 그가 의외의 여자와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바로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란 이름의 인공지능 운영체제다. 사만다는 따뜻한 목소리와 뛰어난 전산처리 능력을 통해 테오도르가 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테오도르는 자신의 육체를 통해 사만다가 더 많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그렇게 둘은 직접적인 접촉보다 밀도 높은 정신적 교감을 나누며, 보통의 연인들처럼 함께 기승전결을 헤쳐 나간다.
<그녀>는 상투적인 로맨스영화의 틀을 갖추고 있으나 그럼에도 충분히 특별해 보이는 영화다. 연애의 과정에 존재하는 다채로운 면면을 단순히 드라마틱한 이야기의 차원으로만 환원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그런 표정들을 시청각적 경험
인공지능 운영체제와의 연애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