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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이하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인물은 울버린이다. 자가 치유력을 지닌 울버린만이 과거로의 시간여행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엑스맨>부터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까지 14년 동안 울버린을 연기한 휴 잭맨이기에 과거와 미래, 오리지널과 프리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스탭과 배우를 통틀어 가장 오랜 기간 <엑스맨> 시리즈에 참여한 휴 잭맨을 5월15일 싱가포르에서 만났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과 오랜만에 재회했다. 그와의 작업은 어땠나.
=환상적이었다. 14년 전 내게 처음으로 <엑스맨> 캐릭터를 맡긴 사람이 브라이언 싱어였다. 1편과 2편을 함께 찍은 뒤 한동안 같이 작업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사이먼 킨버그, 로렌 슐러 도너 등 오리지널 시리즈의 프로듀서들, 배우들과 다시 뭉칠 수 있어 좋았다
매그니토 연기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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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시리즈의 창조주, 브라이언 싱어가 돌아왔다. 그가 <엑스맨2> 이후 11년 만에 연출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시간여행이라는 설정을 통해 과거와 미래의 엑스맨들을 한곳에 불러모은다. 7번째 <엑스맨> 시리즈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가 이전 시리즈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무엇인지, 브라이언 싱어의 귀환이 왜 반가울 수밖에 없는지 살펴봤다. 뉴욕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월드 프리미어 행사장에선 휴 잭맨을 비롯한 엑스맨의 주역들을 만났다.
5월14일 싱가포르의 오차드 로드. 휴대폰의 날씨 어플을 작동시키니 현재 기온이 33도라고 일러준다. 시차적응이 필요 없어 좋아했건만 고온다습한 열대성 기후와 정면으로 대결할 판국이었다. 이날 오후 싱가포르 쇼 시어터 리도(SHAW THEATRES LIDO)에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이하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블루
조물주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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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막 한가운데에 자식을 버렸다. 아이는 들개처럼 세상을 떠돈다. 벌을 받아 마땅한 엄마가 눈앞에 없었으므로 아이는 대신 세상을 벌하기로 한다. <우는 남자>의 곤은 그렇게 냉혹한 킬러가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은 그 순간부터 곤은 성장을 멈췄다. 그의 육신은 지금을 살아도 그의 정신은 사막에 묻혔다. 그런 곤이 되어 돌아온 남자가 있다. 반박을 할 수 없는 완벽한 외모 때문인지 누구에게도 버림받아본 적 없을 것 같은 배우 장동건이다. <우는 남자>의 이정범 감독은 “누가 조금만 건드려도 바로 깨져버릴 것 같은” 그의 얼굴이 주는 인상이 캐스팅의 주요 이유는 아니었다고 전한다. 그보다도 감독은 22년간 배우 생활을 해오며 장동건이라는 사람이 촘촘히 쌓아올린 시간과 경험을 탐했다. “<아저씨> 이후 나와 함께하고 싶다는 젊고 근사한 배우들은 많았지만 그건 내면의 아픔이 중요한 곤이라는 캐릭터와는 맞지 않아 보였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장동건] 마음 가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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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화난는지 몰라]
겉뜻 상대방의 잘못에 대한 추궁
속뜻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고백
주석 여자는 단단히 화가 나 있다. 그녀 앞에서 남자는 점점 더 작아진다. 사과해야 하는데,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잘못을 지적해주면 좋으련만 웬걸, 그녀는 오히려 반문한다.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모른다는 대답은 불쏘시개다. 그녀의 분노는 더욱 맹렬히 타오를 것이다. 그렇다고 안다고 해서도 안 된다. 더 무서운 질문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알면 말해 봐. 남자는 자신도 모르는 얘기를 아는 사람이 되어, 무서운 불가해(不可解) 앞에 선다.
남자는 지금 심문을 받고 있다. 실제로 법도 저런 방식으로 작동한다. 저 질문을 심문대 앞에서 말하면 이렇다. 네 죄를 네가 알렷다! 이 호통이 감추고 있는 것은 법이 내 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내게 묻는 거지. 너는 네 죄를 아느냐고.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고.
법은 원래가 모순투성이다. 법은 ‘하라’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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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도 기억한다. <스타워즈>(시리즈 중 최고라고 장담할 수 있는 <제다이의 귀환>!!!)를 보러, 울 아버지의 손을 잡고 허리우드극장 앞에 줄을 서던 그때를. 정말이지 기다리는 줄은 내장처럼 비비 꼬여서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져 있었고, 그렇게 2시간을 부득부득 기다려서 본 <스타워즈 에피소드6: 제다이의 귀환>(1983)! 아아아아아. 거대 내장의 2시간짜리 융털을 견뎌낸 가치는 충분했다. 그것은 내가 꿈꾸던 꿈 그 자체였다.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각종 우주선과 로봇들이 조립식 제품으로 시판되기만 하면 구해다가 만들고 또 직접 모랫바닥에서 시연도 해보면서 (스케일이야 내가 허리를 굽히고 눈을 가까이 대면 얼추 맞출 수 있다) 그렇게 놀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젠 멀티플렉스의 시대이고, 디지털의 시대다. 더이상 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더이상 로봇들도 조립식으로 시판되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는- 거대 화면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곡사의 아수라장] 춤추는 고질라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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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 상태가 심각해 복원 뒤에도 흰색에 가까워진 <이국정원>의 화면은 배우들의 생생한 목소리 연기,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온갖 효과음, 라 벤타나가 라이브로 연주하는 삽입곡들로 치장한 덕에 어떤 뮤지컬영화보다 풍성해졌다.
전계수 감독의 모든 영화에 출연한 배우 박영수가 이번엔 폴리 아티스트로 변신했다. 무대 아래 구석에서 음향효과를 담당하느라 커튼콜 때만 무대에 오르지만 사실 이번 공연의 진짜 주인공은 그다.
다섯명의 뮤지컬 배우 박형규, 수안, 손현정, 서현우, 최미용이 1950년대로 되돌아갔다. 주인공 김수평(김진규)과 방음(우민)이 서로를 바라보며 세레나데를 주고받는 장면은 로맨틱한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공연 직전 무대 아래에 늘어놓은 밥통과 문짝, 반쯤 비운 술병의 정체는? 폴리를 맡은 배우 박영수가 쓸 음향효과 소도구들이다. “KBS 폴리팀의 안익수 폴리 슈퍼바이저에게 자문을 구해 준비한” 밥통은 자동차 문닫는 소리를 만들 때 쓰
[씨네스코프] 복원 마친 <이국정원> 라이브 더빙쇼 최종 리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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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터너> Mr. Turner
감독 마이크 리 출연 티모시 스펄, 폴 제슨, 도로시 앳킨슨, 러스 신, 레슬리 맨빌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으로 영화제 기간 내내 평단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작품.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은 영국의 거장 마이크 리 감독이 2010년 <세상의 모든 계절> 이후 오랜만에 내놓은 장편영화다. 19세기 영국의 풍경화가인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의 말년을 그렸으며, 티모시 스펄이 터너 역을 맡았다. 거친 듯, 투박한 듯한 화풍으로 유명한 화가 터너의 삶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10월 영국 개봉예정.
[WHAT'S UP] <미스터 터너> Mr. Tur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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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인간중독> 금단현상
[정훈이 만화] <인간중독> 금단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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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스트 앤 본>의 결말 부분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인간은 후각 자극보다 시각 자극에 10배 이상 예민하다. 눈으로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는 물어볼 수 있지만, 냄새의 정체를 질문하기란 쉽지 않다. “저게 뭐야?”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어볼 수 있지만 “이 미묘한 냄새의 정체가 뭐야?”라고 묻기 힘들다. “무슨 냄새 말하는 거야? 말로 설명해봐”라고 되묻기라도 하면, 도대체 뭐라고 대답하나. ‘여기 이 냄새 말이야, 사하라사막의 흙냄새를 닮은 듯하고, 아마존 밀림의 나무 아래에서 나는 풀 냄새 같기도 한, 바로 이 냄새 말이야’ 같은 헛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어쩐지 사기꾼의 말투 같다). 시각을 언어화하는 건 비교적 간단한 일이지만, 후각을 언어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미세한 형용사가 필요하다. 언어화한다고 해도 제대로 전달되기 힘들다.
인간은 시각 자극에 민감하기 때문에 속이기도 쉽다. 프랑스 보르도대학교에서 와인 양조학과 학생에게 시각과 후
[김중혁의 바디무비] 예술은 진통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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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일이라는 이름의 사내가 있다. 인생에서 단 한번도 승리를 맛 본 적이 없는 서른여섯살의 패배자. 멜론 같은 머리통, 축축한 빵 같은 거대한 살덩어리, 괴상한 선반처럼 툭 튀어나온 흉측하고 거대한 턱이 이 남자의 외모에 대한 묘사다. 어린 나이부터 턱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틈만 나면 손으로 턱을 가리는 버릇이 생겼다. 태도도 야망도 능력도, 사실상 모든 것이 실패. 아버지로부터 ‘볼품없는 녀석’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주눅들어 있던 그는 자동판매기용 사탕 배달원, 편의점 철야 판매원을 거쳐 삼류 신문사 기자가 된다.
쿼일의 실패에 사랑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어찌된 일인지 페틀 베어라는 ‘가냘프고 촉촉하고 뜨거운 여자’를 만나 바로 결혼에 골인하지만, 신혼의 단꿈은 한달뿐, 페틀은 끊임없이 다른 남자들을 만난다. 대놓고 외도를 일삼던 그녀는 결국 쿼일과의 사이에 낳은 두딸을 7천달러에 팔아먹고 다른 남자와 도망가다가 교통사고로 처참하게 죽는다. 이제 우리의 주인공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치유가 필요한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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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산업이 불황에 휩싸이면서 ‘톱100’의 힘은 더 막강해졌다. 클래식도 마찬가지다. <경향신문> 문학수 기자의 <더 클래식 하나>는 바흐에서 베토벤까지를 다루며, 클래식 걸작 34곡을 소개하고 추천음반 100여장을 꼽는다. 클래식을 오래 가까이해온 사람에게는 리스트나 글 내용이나 새로울 건 없을지 모르지만, 입문자들에게는 더없이 사려 깊은 선물이 될 만하다. 음악에 대해 쓴 편지, 혹은 음악에 바치는 러브레터.
[도서] 음악에 바치는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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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사위 폴 라파르그의 책으로, <게으를 수 있는 권리>와 궤를 같이한다. 자본주의가 사실은 종교라는 통찰을, 성경의 형식을 빌려 풍자했다. 시대에 앞선 통찰에 감탄하게 될 뿐 아니라, 자본의 종교적 속성이 강화되고 폭력적으로 드러나는 현대사회의 필독서가 아닐까. 옮긴이 서문에서부터 번뜩이는 풍자에 주목하시라. 이쪽도 저쪽도 아닌 아나키즘의 강렬한 상상력을 만날 수 있다.
[도서] 아나키즘의 강렬한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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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필수교양이 된 시대. 이런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한 영화 지식을 갖추는 게 필요한 법. 영화를 따라 국경을 넘고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다니듯 쓰인 책답게 재미있게 읽힌다. 영화의 과거사에 대해서 꼼꼼하게 알려줄 때는 섬세함이, 21세기 영화판 트렌드를 짚어줄 때는 통찰력이 돋보인다. 장르나 시대를 불문한, 영화에 대한 궁극적인 ‘아는 척 매뉴얼’. 주성철 기자가 쓴 홍콩영화에 대한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번 책을 통해 더 넓은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도서] 영화에 대한 ‘아는 척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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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지향>을 쓴 우치다 다쓰루와 사회비평가 오카다 도시오의 대담집. 두 사람이 대안이 될 만한 ‘공동체’를 구상하고 실현에 옮긴 사례를 배울 수 있어서 좋은 책이지만(직원들이 돈을 ‘내고’ 다니는 회사를 설립한다는 발상이 등장한다), 20대는 이전 세대와 어떻게 다른가를 분석하는 초반부가 특히 읽을 만하다. 오카다는 현대 일본인을 정어리에 비유한다. “정어리는 작은 물고기라서 보통은 거대한 무리를 지어 헤엄치죠. 어디에도 중심이 없지만 잘 살아가요. 지금 일본인이 이렇지 않은가요? 정어리처럼 시스템 전체가 어떻게든 잘 굴러가는 덕분에 질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돌발적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금방 흩어져버립니다. 그런 시대에 주류 미디어가 조금씩 존재감을 잃어갑니다. 정어리 무리를 컨트롤할 수 없지요.” 그렇다고 구심점을 만들어 컨트롤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가 아니다. 그 누구도 막다른 골목에 놓이지 않도록, 교육은 학생을 기다려줄 줄 알아야 하고, 가족이나 성공에 대한 신
[도서] 약자들의 생존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