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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이 최근 발표한 15집 ≪루루≫는 그의 음악인생에 있어 또다른 전환점이다. 그는 모든 수록곡의 작사·작곡뿐 아니라 편곡과 녹음까지 직접 해냈다. 이전까지 편곡은 전문가에게 맡겨왔지만, 이번에는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홈레코딩으로 편곡·녹음 작업을 하고, 일부 믹싱과 마스터링 같은 마무리 작업 때만 록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 멤버 김남윤의 도움을 얻었다. 그렇게 해서 완성한 15집 앨범의 속지를 보니 “이번 음반을 후원해주신 아버지, 고맙습니다” 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아버지가 앨범 제작비라도 댄 것일까?“그건 아니고요. 아버지는 건축을 하셨던 분인데, 이번 앨범의 방향을 조언해주셨어요. ‘이번엔 네가 사운드까지 직접 다 만들어봐라. 그리고 너무 미래지향적으로 가기보단 과거를 추억할 수 있도록 따뜻한 감성의 음악을 해봐라’라고요.” 이전 발표작인 14집 ≪위 아 메이드 오브 스타 더스트≫(2010)를 작업하며 컴퓨터로 음악을 만드는 법을 조금은 익혀둔 터였다. 14집 때
[music] 시린 삶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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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썸’이 대세다. 개인적으로는 이 말은 정말로 혁신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제까지 애매하게 둘러 표현되던 어중간한 관계를 제대로 짚어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썸씽’에서 ‘썸’으로 바뀌면서 이 말은 감정의 긴장을 경쾌하게 묘사한다. 연애 직전의 감각, 이 곡의 노랫말대로 ‘Honey라고 부르긴 우리 아마도 결국 시간문제인’ 사이를 지칭하는 이 말의 등장은 연애 직전의, 약간은 진지하고 약간은 가벼운 관계를 단번에 정의하면서 관계의 폭을 확장시켰다고 본다. 그 점에서‘썸 탄다’는 말은 이전의 ‘간 본다’는 표현보다 훨씬 위트 있고 적확하지 않은가. 내가 이 말을 쓸 일은 없겠지만 지금 세대들이 이 말을 거리낌 없이 쓰면서 ‘썸씽’을 추구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기분이 좋다.
아, 당사자들은 그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나는 아저씨니까 넘어가자. 마마무는 아직 정식으로 데뷔하지 않은, 싱글 두개만 발표한 신인 걸그룹이다. 작곡가 김도훈이 제작한 여성 그룹으로,
[muvie talk] 상큼한 스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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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안 되는 나도 내가 미치겠다.’ 원칙이 효율을 저하시키는 걸림돌쯤으로 취급되는 시대다. 함부로 불의에 맞섰다가는 5톤 트럭앞에 뛰어든 고라니처럼 속수무책으로 짜부라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송곳>의 주인공 이수인은 불의가 지나가는 길목을 막고 그것을 온몸으로 들이받는 쪽을 택한다. <송곳>은 영웅의 일대기가 아니다.
수인은 직업군인 시절 선거개입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쓴맛을 본 이후 ‘꼰대’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인물이다. 그러나 숨죽이고 살기로 결심하고 입사한 외국계 마트 푸르미(Fourmis, 불어로 개미라는 뜻)에서 그는 또다시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마트 직원들을 괴롭혀 자진퇴사시키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이다.
송곳처럼 양심을 찔러오는 불의와 힘의 논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그는 수인(囚人)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고뇌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하는 수인이라는 캐릭터는 우리들 ‘보통사람’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
[webtoon] 이게 현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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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출판만화쪽으로 활동했다. 웹툰 연재를 한 이유가 궁금하다. 왜 네이버였는지도.
=많은 독자에 대한 욕심이 있는 성격은 아니다. 책 내고서는 볼만큼 보면 된다는 주의였는데 이번 작품은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분량이 기니까 연재를 안 하면 한없이 늘어질 수밖에 없고…. 특히 어린 친구들이 많이 봤으면 했다.
-노동문제에 대한 취재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언론을 보고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수준이랑 그걸 그릴 수 있는 능력의 차이는 엄청나다. 그래서 (성공회대 노동대학장인) 하종강 선생님한테 연락드리고 무작정 만나서 얘기 좀 해달라고 했다.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선생님의 젊은 시절 이야기부터 들으면서 조금씩 감을 잡았다. 투쟁 사업장이 있으면 찾아가서 앉아 있다가 어깨너머로 보기도 했다.
-왜 마트를 배경으로 했는지 궁금하다.
=마트는 익숙한 곳이다. 하청업체 공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노동자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마트 아줌마라
[webtoon] 사서 고생하는 인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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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추다솜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10학번
* <CAMPUS CINE21>은 책 읽는 대학생을 응원합니다. 이 글은 대학생 독서토론모임인 ‘리플’ (REAding peoPLE)에서 2월 첫주 소설부문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서평입니다.
2009년 6월, 모의고사 언어영역 23번 문제를 맞닥뜨리는 순간 고등학교 3학년의 나는 멈칫했다. 불과 몇달 전에 읽었던 소설이시험지 속 지문으로 등장하고 있었다. 어떤 작품이든 감상보다는 분석의 대상으로 봤던 그때, 어떤 문제든 정답을 빨리 찾으려 분주히 눈을 굴리던 그때, 그 문제만큼은 조금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소설, <외딴 방>은 내가 참고서와 문제집 위에 자랑스레 올려놓았던 유일한 소설이었다. 주인공‘나’처럼 37개의 방 중 한곳에 살지는 않았지만 나는 왠지 그녀의 고독과 아픔이 낯설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의 나는 주인공처럼 나도 아프다는데만 초점을 맞췄다. 80년대 산업화 시대는 참 삭막했겠다는
[REVIEW 책장을 덮고] 그 아픔을 이제야 조금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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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5년 만에 선보이는 김경주의 네 번째 시집. 그사이 아버지가 되고 그에 관련된 에세이를 펴낸 그의 변화를 시집에서도 경험할 수 있을까. <정겨운 우울들>은 눈을 들어 일상의 사물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시어로 그득하다. “당신 집에는 없고/ 내 집에 있는 냄비들/ 당신이 모으는 그릇들/ 내가 나르는 식기들/ 당신은 부드러운 베개를 모으고/ 나는 좁은 소매를 모으지/ 당신에겐 우람한 오토바이가 있고/ 나에겐 상냥한 모서리가 있지/ 당신에게는 없고/ 나에게 있는 냄새….”
[book] <고래와 수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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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문학동네 펴냄
2013년 9월18일 세상을 떠난 독일문학평론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 생전에 그는 ‘문학의 교황’이라 불렸다. 독일 문단에서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하고 나면 그가 내릴 ‘평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이 책에서 폴란드계 유대인인 라이히라니츠키는 개인적 삶의 기록은 물론, 인류의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 가운데 하나인 홀로코스트를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하게 증언하고 있다.
[book] <나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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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미킥스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
문학에 있어 느리게 읽기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글을 쓴 사람의 호흡에 맞춰 행간을 읽는 방법. 데이비드 미킥스는 열네 가지 느리게 읽기 규칙을 단편소설과 장편소설, 시, 희곡, 에세이 등 여러 문학장르에 적용하여 설명한다. 호메로스와 그리스 비극부터 셰익스피어, 톨스토이를 거쳐 사뮈엘 베케트, 앨리스 먼로, 필립 로스까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게 해준다.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 <천천히 읽기의 즐거움>이 있다.
[book] <느리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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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 지음│달 펴냄
주인공 용휘는 의뭉스럽다. 그러나 앞집 남자 용우는 용휘의 의뭉스러움을 모른 채 그의 강인함에 빠져들고 만다. 함께하는 일상의 연속. 그러나 잔잔하던 일상은 못내 깨지고 만다. 소설은 용우의 실연으로부터 시작된다. 떠나간 이와 함께했던 공간에서 아픔으로 나날을 보내던 용우는 이사를 결심한다. 그렇게 도착해서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곳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 그곳 생활에 적응하게 되는데, ‘용휘’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만난 덕택이다.
하지만 용휘의 매력은 허상이다. 용휘는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대면하지 못했다. 자신에게 실연의 아픔을 안겨다준 그녀에게 보여줄 ‘방세옥’이란 새로운 인물을 창조했을 뿐. 자기 자신이 만들어놓은 네모난 틀 안에 갇혀 사는 인물이다. 그렇게 탄생된 그 이름, 실내인간이다. 실내인간의 허상이 하나씩 벗겨질 즈음부터 잔잔함 대신에 흡사 수사물의 긴박함이 소설을 지배한다. 그렇게 용휘의 거짓 껍질이 완벽히 벗겨지며
[book] 위로하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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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아트선재센터
일시 2월15일~3월29일
여섯시부터 여덟시까지 진행된다는 의미를 담은 <6-8 >展은 일반적으로 미술관이 문을 닫는 밤 시간에 개장한다. 미술관 관람시간에 대한 통상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관람객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고자 함이라는데, 전시내용 또한 신선하다. 평소 관람객이 볼 수 없었던 미술관 내부의 공간을 포함해서 아트선재센터 곳곳의 건축적 요소와 공간을 모험하듯 찾아다닐 수 있다고 한다. 관람객은 미술관 입구에서부터 한옥, 정원, 건물 외벽, 옥상 등을 돌아다니며 설치, 빛과 사운드 등의 작업을 감상할 수 있다.
[exhibition] <6-8>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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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한미사진미술관
일시 2월22일~4월19일
조각가였던 스칼렛은 작품을 설치하고 난 뒤 사진을 찍어두면서 사진 그 자체가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고 한다. 광활한 대지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물 또는 인물을 배치시켜 기묘한 조합을 만들어내는 스칼렛의 사진은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스칼렛만의 세상을 담고 있는 듯하다. 자연의 모습 자체가 가지는 신비로움과 재치 있는 연출, 원색이 돋보이는 사진들은 전시의 마지막까지 흥미로운 기분으로 사진을 감상할 수 있게 한다.
[exhibition] <스칼렛 호프트 그라플랜드>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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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국립현대미술관│일시 3월30일까지
뉴스에서만 보았던 우리나라의 명작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전시이다.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천경자, 김기창 등 이름만으로도 발걸음이 아깝지 않은, 거장들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교과서의 시를 ‘본문의 시'가 아닌 ‘시 자체’로 읽었을 때 시가 다른 모습으로 마음속에 다가오는 것처럼, 익숙하게만 느꼈었던 한국회화들을 미술관 안의‘작품’으로 감상하는 경험은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한국회화의 진가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불안했던 시대적 상황과 미술가들에 대한 무시,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이루어낸 예술가들의 성취는 자유롭고 낭만적인 미술가의 작업이기보다는 고단한 현실에 맞선 투쟁같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듣게 된 미술가들의 인생사를 생각하다 보면 <빨래터>의 여인의 뒷모습이, <황소>의 광기가, <아악의 리듬>의 역동적인 선이 이전과는 다르게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4부로 나뉜 전시는
[exhibition] 명화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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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BBC아트센터
일시 3월1일~30일
베니(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애칭)의 빈자리를‘송(용진)/김(도현) 셜록’이 채워주나. 뮤지컬 <셜록홈즈>가 시즌2을 시작했다.사건은 시즌1에서 이미 예보되었던 바. 세기의 미스터리 잭 더 리퍼의 연쇄 살인사건이다. 1, 2편의 부제만 봐도 변화가 암시된다. ‘엔더슨가의 비밀’과 ‘블러디 게임’. 1편이 비밀을 풀어가는 ‘추리’로 긴장감을 높였다면, 2편은 범인과 셜록의 ‘심리 게임’에 집중한다. 중극장으로 규모를 키운 시즌2는 심리전을 화려한 무대와 영상 활용으로 시각화한다. 다음 시즌은 더욱 흥미진진하다. 시즌3에서 셜록이 상대할 자는 바로 “괴도 신사”로 불리는 자다. 두둥~
[stage] 뮤지컬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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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
일시 4월4일~20일
이적의 소극장 공연이 돌아왔다. 지난해 5집 ≪고독의 의미≫를 발표했고, 소극장 콘서트로 다시 한번 팬들을 가까이서 만날예정이라고. 작은 공연장에서 듣는 음악은 좀더 특별하다. 빛과 소리가 만나는 작은 공간에서 음악과 함께 고독의 의미를 풀어보고 싶다면, 소극장 안에서 노래하는 적군에게 가자. 콘서트 <고독의 의미>
[stage] 콘서트 <고독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