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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고는 그저 부럽다는 탄식이 나오고, 사연을 읽고 나면 더 부럽다는 탄식이 나오는 책. 서울대 국어교육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미국인 로버트 파우저가 체부동의 낡은 한옥을 사 크게 수선한다. 그 과정을 담은 <작은 한옥 한 채를 짓다>는 한옥의 장점과 단점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한옥 개조공사의 어려움과 즐거움을 말한다. 돈이 없는 나 같은 독자에게는 실용적 가치보다 눈요기로서의 가치가 훨씬 높은 책.
[도서] 한옥의 장점과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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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가진 엄마들과 대화를 해보면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딸의 결혼’에 대해 생각이 복잡하다는 걸 알게 된다. ‘남들처럼’(한국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들 생각하는 가치!) 결혼해서 애 낳고 살면 좋겠다 싶다가도, 세상이 아무리 달라졌다 해도 살림과 육아 때문에 날개를 못 펴지 않을까 하는 근심에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본인만 행복하다면 좋겠다고 느끼기도 한다. 서른둘과 서른하나 연년생 남매의 어머니이자 33년차 주부(25년은 시집살이)인 김재용의 <엄마의 주례사>는 그 두 가지 상반되는 생각 사이에서 딸의 행복을 함께 고민하고 돕고자 하는 노력의 결실이다. “결혼,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어”라고 입을 떼는 이 책은 딸에게 신혼 때부터의 추억을 전한다. “결혼해서 혼자 있을 때 외로움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라고 한 뒤, 자신의 팁을 덧붙인다. “일단 몸을 움직여줘야 해. 난 사우나에 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따뜻한 물이 ‘괜찮다, 괜찮다’
[도서]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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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런던유학생 리차드>를 찍으며 “경쟁력 없는 청춘이 사회에서 어떻게 고립되는지 묘사하고 싶었다”던 이용승 감독은 그 “확장판”인 장편 데뷔작 <10분>으로 돌아왔다. <10분>은 PD가 되길 꿈꾸던 호찬(백종환)이 정규직 자리와 개인적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첫 소개돼 국제영화평론가 협회상과 KNN관객상을 수상, 제20회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에서는 황금수레바퀴상과 이날코 스페셜 페이버릿상을 수상했다. 이밖에도 제39회 서울독립영화제와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다수의 영화제에 출품됐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계약직으로 일했던 경험이 <10분>에 얼마나 반영돼 있나.
=내 경험이라기보다 대부분 보고 들은 얘기다. 오히려 직장 안에서 나는 노정래(성민재)처럼 상황에서 늘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캐릭터였다. 분위기를 조장하는 말들이 있지 않나. 영화 속에선 상사들이 호찬을 불러놓고 하는 얘기나 부모가
[flash on] 주인공은 두 번째 정규직 제안을 받아들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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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거리에 실제 전투 패트레이버 ‘잉그램’이 출현했다. 80년대 말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애니메이션 <패트레이버>의 실사화를 기념하며 제작된 8m 크기의 실제 ‘패트레이버’를 두고 원작 팬들은 흥분 상태에 빠졌다. 최근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의 실사 버전 영화들이 연달아 제작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패트레이버>는 특별하다. 애니메이션의 장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작품이자 리얼 로봇을 대표하는 메커닉이기 때문이다. 실사판 <패트레이버>는 과연 팬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왜 하필 지금, 다시 <패트레이버>인가. 오시이 마모루 감독에게 물었다.
-정비반장 시바 시게오만 남기고 등장인물이 전부 교체됐다. 2013년을 배경으로 ‘3세대’의 특차 2과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
=애니메이션에서 한 일을 그대로 실사화하는 것은 별로 흥미가 없었다. 전후 일본을 생각해보면 지금의 일본을 만든 고도성장을 이끈 세대와 그다음 세대가 있었고
[flash on] 원작의 생활감과 리얼리티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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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기후 변화였다. 봄이 되어도 점점 추워지기만 하는 드래곤 왕국에 문제가 생겼음을 감지한 켄은 아들 엘피와 함께 왕국을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이 오래전 얼음요새에 봉인되어 있던 ‘악의 화신’ 이골 칸이 드래곤 왕국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꾸민 음모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페인에서 <드래곤 힐> <매직 큐브>에 이어 ‘드래곤 이야기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로 제작된 이 애니메이션은 ‘성장모험극’에 포함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잊혀진 전설, 주인공의 각성, 모험을 위한 여정, 주인공을 돕는 수호신과 현자, 복수나 정복을 꿈꾸는 악당, 그리고 악당 곁에서 어딘가 모자란 듯 사고만 치는 부하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들이 예측 가능한 이야기 전개에 따라 큰 이변 없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러한 경우 연출자가 어디에 강조점을 두는가가 작품이 ‘경쟁우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드래곤 이야기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 <드래곤 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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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픽사의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 시리즈와 <몬스터 왕국>은 아무 관련이 없다. <몬스터 왕국>은 덴마크 감독이 연출한 유럽 애니메이션이다. <몬스터 왕국>은 엄마를 찾아 저승에 가는 아기 토끼 토토(장은숙)의 모험담이다. 영화에서 저승은 몬스터 왕국으로 불린다. 영화 도입부에 토끼 나라와 몬스터 왕국에 대해 설명하는 내레이션이 들린다. 토끼 나라 토끼들은 일생에 한번 초록색 티켓을 받는데 티켓을 받으면 몬스터 왕국에 가야 한다. 토토의 엄마도 초록색 티켓을 받고 몬스터 왕국으로 떠났다. 토토의 아빠는 엄마를 잃은 뒤 토토와 배에서 생활한다. 토끼를 데려가는 페더킹(김준호)이 물을 무서워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토는 엄마가 있다는 몬스터 왕국으로 가고 싶어 한다. 아빠가 배를 비운 어느 날, 페더킹을 만날 기회가 생기자 토토는 그를 만나러 길을 나선다.
아이들이 죽음이라는 관념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
죽음을 설명해주는 좋은 교재 <몬스터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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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이라는 말은 “임금의 분노”를 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영화 <역린>은 정조의 역린에 관한 것이다. 영조의 손자이자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현빈)가 왕위에 즉위한 지 1년여가 지난 시점, 여전히 왕권은 공고하지 않다. 공고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조는 시시각각 암살의 위협에 시달린다. 그를 지키는 건 곁에 둔 충직한 내관 상책(정재영)과 금위대장 홍국영(박성웅), 그리고 어머니 혜경궁 홍씨(김성령) 정도다. 강력한 노론 일파와 왕대비 정순왕후(한지민)는 마침내 검객 살수(조정석)를 위시한 암살단을 앞세워 정조 암살을 모의한다.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등의 TV드라마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의 영화 데뷔작이다. 고증과 창의가 적절하게 섞인 듯한 소도구나 복식, 거기에 큰 공이 들어간 흔적이 역력하다. 그리고 그것들이 큰 매력 중 하나다. 정조를 주인공으로 삼았다고는 하지만 주•조연이라고 할 만한 인물들이 지닌 각자의 역할이 분명해서 서로 맞설 때
정조 암살을 모의하다 <역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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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은 만회하고 기대는 채우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목적이 뚜렷한 작품이다. 전편에 이어 마크 웹 감독이 연출하고 앤드루 가필드, 에마 스톤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의 야심은 스파이더맨이 뉴욕 도심을 활공하며 러시아 악당을 소탕하는 전반부 시퀀스에서부터 확연해 보인다. 1편에서 실망감을 자아냈던 액션은 속도감이 붙었고 화려해졌으며, 등장인물도 늘었다. 마크 웹은 자신의 장기인 로맨스 연출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제이미 폭스, 데인 드한 등의 개성 넘치는 배우들을 캐스팅해 1편의 리저드보다 몇십배는 매력적인 두명의 악당을 창조해냈다. 특히 도심의 전기를 자유자재로 흡수하고 사용할 수 있는 악당 일렉트로(제이미 폭스)의 묵직한 존재감은 2편을 보는 큰 즐거움이다.
<500일의 썸머>에서 썸머(여름)가 떠나고 어텀(가을)이 왔듯, 속편을 맞이한 스파이더맨의 세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피터(앤드루 가필드)는 그웬(에마 스톤)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그사이
점차 어른이 되어가는 피터의 모습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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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의 희귀 앵무새 블루(시완)와 주엘(써니)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터를 잡고 세 마리 아기 새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간다. 어느 날 자신들과 같은 푸른 마코 앵무새가 아마존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한 주엘은 동족을 찾아가보자고 블루를 설득한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불안함을 누르고 모험을 떠나는 블루 가족과 그의 친구들. 하지만 복수를 꿈꾸며 이들을 추격하는 앵무새 나이젤(류승룡), 푸른 마코 앵무새의 서식지를 위협하는 불법 벌목꾼 등 사방에 도사린 위험이 이들의 모험을 방해한다.
스크린이 형형색색 화려한 음악으로 물들어간다. 한마디로 신나는 콘서트장이다. 전작에서 관객을 삼바 축제 한복판으로 초대한 블루스카이 스튜디오는 이번엔 다채로운 볼륨의 음악을 통해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한 절정을 보여준다. 대개의 속편이 그렇듯 <리오2> 역시 전작의 장점을 살리고 볼륨을 늘리는 쪽을 선택했다. 라틴, 팝, 힙합, 오페라까지 방대한 볼륨을 자랑하는 음악이 주는 흥겨움은
형형색색의 화려한 음악 <리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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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우사의 딸로 태어나 사디스트 새엄마의 학대를 받던 소녀가 죽을 위기를 겪는다. 그 뒤 소녀는 왕자의 키스를 받아 행복하게 살았을까? 영화는 기이하고 우아하며 가혹한 동화의 세계로 관객을 인도한다. 배경은 카메라와 축음기가 등장한 20세기 초, 투우와 플라멩코의 정열 가득한 스페인의 세비야다.
황소에게 공격받은 아빠가 중태에 빠지자 엄마는 난산 끝에 카르멘(마카레나 가르시아)을 낳고 피에 젖은 채 죽는다. 축복받을 성찬식날 할머니의 죽음을 맞이한 어린 카르멘의 눈부신 백색 드레스는 상복처럼 검게 물든다. 새엄마의 집에서 전신마비된 아버지를 만나 투우 기술을 배우지만, 소녀는 새엄마의 음모로 숲속에서 죽을 위기를 겪고 난 뒤 기억을 잃어버린다.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그녀는 동화의 공주처럼 일곱 난쟁이를 만났기에 ‘백설공주’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는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의 영감, 루이스 브뉘엘의 시적 유머,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도발적 감각을 연상시키는 연출력을 보
스페인풍 백설공주 외전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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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인 파리>는 파리로 결혼 30주년 기념여행을 떠난 부부의 좌충우돌 2박3일을 그리고 있다. <노팅 힐> <굿모닝 에브리원> 등 로맨틱코미디의 교본이 되는 영화를 만들었던 로저 미첼 감독 작품이다. 최근 개봉했던 영국 로맨틱 코미디 <어바웃 타임>이 연상되기도 한다. 영화의 배경도 다르고 주인공의 연령대도 다르지만 분위기나 주제 면에서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발랄하고 도발적이면서도 사랑이라는 고전적인 가치를 신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영국에 사는 부부가 파리를 여행하는 이야기니만큼 파리 시내 곳곳이 흥미롭고 낯선 장소로 등장한다. 영화 자체가 한편의 파리 투어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버밍엄의 한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쳤던 닉(짐 브로드벤트)과 생물 교사인 멕(린제이 덩컨)은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파리여행을 계획한다. 런던에서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있는 부부의 모습이 보이며 영화가 시작된다. 닉은 신혼여행을 리바
한편의 파리 투어 가이드북 <위크엔드 인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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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총상을 입고 도주 중이다. 급기야 도로를 가로질러 달리다 차에 받혀 쓰러지고는 주변 사람들에 의해 병원에 후송된다. 그가 해외에서 오래 일한 민간 특수부대원 여훈(류승룡)이라는 사실은 뒤에 밝혀진다. 여훈이 병원에 실려왔을 때 응급실 담당의였던 태준(이진욱)의 집에 다음날 괴한(진구)이 침입하여 태준의 임신한 아내(조여정)를 납치해간다. 괴한은 태준에게 여훈을 살려내 자기 앞으로 데려오라고 한다. 하지만 방법이 여의치 않다. 한동안은 여훈과 태준이 티격태격하더니만 뒤이어 등장한 여형사(김성령)가 여훈과 태준을 가로막기 일쑤다. 게다가 광역 수사대의 송 반장(유준상)까지 나서며 일이 커진다. 여훈과 태준은 뒤늦게나마 자신들이 어떤 모종의 함정에 빠졌다는 걸 알게 되고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간다.
<표적>은 프레드 카바예가 연출했고 질 를루슈, 로쉬디 젬, 제라르 랑방 등이 출연했던 프랑스 액션영화 <포인트 블랭크>(2010)를 원작으로 삼았다. 곤경에
킬러로 돌아온 류승룡 <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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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야>
제작 파인하우스필름, 나우필름 / 감독 정주리 출연 배두나, 김새론, 송새벽 / 배급 CGV 무비꼴라쥬 / 개봉예정 5월22일
배두나가 김새론과 짝을 이뤄 돌아온다. 한국영화 출연은 <코리아>(2012) 이후 2년 만이다. <도희야>는 경찰대 출신 여경 영남(배두나)이 땅끝 바닷가 마을의 파출소장으로 좌천되면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도희(김새론)를 만난다. 도희는 의붓아버지(송새벽)와 알코올중독에 걸린 할머니의 폭력 아래 살아가는 열네살 소녀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영남은 일상이 폭력에 노출된 도희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단편 <나의 플래시 속으로 들어온 개> <11> <영향 아래 있는 남자> 등을 만든 정주리 감독의 장편 데뷔작. <도희야>의 제작자인 이창동 감독은 “소박하고 작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 같지만 큰 울림을 주는 방식으로 영화를 찍는 감독”이라고 정주리 감독을 소개했다. 올해 칸
[Coming Soon] 일상이 폭력에 노출된 소녀 <도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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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외교부와 함께 ‘세계 포르투갈어의 날’을 기념하여, 포르투갈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6개국 영화들을 소개하는 ‘포르투갈어권 영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5월1일부터 7일까지 진행될 이번 영화제에서는 낯선 언어만큼 소개될 기회가 거의 없었던 9편의 작품을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감독의 이름이 낯선 것은 아니다. 개막작 <센트로 히스토리코>는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아키 카우리스마키, 페드로 코스타, 빅토르 에리세, 마뇰 드 올리베이라, 네명의 감독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영화이다. 12세기, 포르투갈 최초의 수도, 기마랑스를 중심에 놓고 네명의 감독이 풀어나가는 유럽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는 단편이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울림이 있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여러 영화제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작품들이 먼저 눈에 띈다. 2012년 로테르담영화제에서 타이거상을 수상한 클레버 멘도사필로의 <네이버링 사운즈&g
[영화제] 포르투갈, 브라질, 기니비사우, 앙골라의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