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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할로윈, TV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가 가상의 웨스 앤더슨표 공포영화 트레일러로 화제를 모은 데 이어 동영상 사이트 ‘비메오’에 “<포레스트 검프>를 웨스 앤더슨이 만들었다면?”이라는 전제로 연출된 가상 예고편이 등장했다. <초콜릿 상자 같은 인생>이라는 제목을 붙인 루이 파케 감독의 2분 길이 영상은 웨스 앤더슨이 애용한 바 있는 푸트라 서체와 대칭 구도, 소품의 ‘각’(角)에 집착하는 앤더슨의 정리벽을 인용하고 있다. 새우 더미에 섞인 홍합을 골라내는 대목이 클라이맥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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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크리스 에반스는 하루 종일 촬영장에서 캡틴 아메리카를 연기하고 나면 “나한테도 농담 대사가 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같은 슈퍼히어로물인 예전 출연작 <판타스틱4>만 해도 에반스는 ‘한 유머’ 하는 인물을 연기했으니 뒷목이 뻣뻣해질 만도 하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흰소리를 함부로 던지는 순간 캡틴 아메리카 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다크 나이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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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생각하는 축제”인 서울환경영화제가 열린다. 제11회를 맞이한 서울환경영화제는 5월8일부터 15일까지 광화문 일대 공간에서 펼쳐진다. 씨네큐브 인디스페이스를 비롯한 세곳의 상영관에서 영화를 상영하며, 환경 관련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서울역사박물관 광장에서 진행된다. 올해 서울환경영화제에 선보이는 영화는 총 35개국 111편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환경영화제인 서울환경영화제는 전체적으로 비경쟁영화제의 성격을 갖지만 국제 환경영화 경선은 유일한 경쟁부문이다. 비경쟁부문은 ‘그린 파노라마’, ‘한국 환경영화의 흐름’, ‘지구의 아이들’,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으로 나뉜다. 서울환경영화제를 대표하는 ‘그린 파노라마’에서는 직접적인 환경 문제를 다룬 작품부터 환경 관련 소재를 망라한 최근 2∼3년간의 세계 환경영화가 상영된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두배 이상 많은 영화가 소개되며 몇개의 서브섹션이 추가되었다. 핵/원자력을 주제로 다
[영화제] 광화문에펼쳐지는 그린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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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식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지만 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한 아이가 있다. 벨기에로 입양돼 간 그는 양부모와 형제자매의 따뜻한 손길을 받으며 자랐지만 결국 자신은 이방인이란 생각을 쉽게 버릴 수 없었다. 그런 자각과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친모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깊어지면서 이런저런 말썽도 많이 피웠고, 한번은 아예 집을 나가 살다가 몸에 병이 나 다시 양부모의 품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된 그는 자신의 정체성과 대면하고자 한다. <피부색깔=꿀색>은 수십년 만에 한국을 찾은 그가 자신이 만든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자료를 바탕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다.
해외입양아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 혹은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솔직한 묘사력이다. 애니메이터 융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보다 자신에 대한 자신의 시선을 되돌아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는데, 그렇게 드러난 그의 마음속 풍경 중에는 누구든 스스로 인정하기 쉽지
해외입양아의 자전적 이야기 <피부색깔=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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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뉴욕, 경찰의 꿈을 접고 경비업체에 취직한 크리스(리암 헴스워스)는 현금운송차량의 경호를 맡게 된다. 강도와의 총격전 끝에 크리스의 파트너는 숨지고 크리스는 야간에 현금보관창고를 지키는 경비직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그 창고는 3천만달러가 넘는 돈을 보관하고 있지만 돈 가방 하나는 슬쩍 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경비가 허술하다. 동료의 유가족에게 돌아가는 보험금이 얼마 안 되는 것을 알게 된 크리스는 돈 가방 하나를 훔쳐 그 돈을 유가족에게 준다.
영화는 1982년 당대 절도금액 중에선 최고인 3천만달러가 도난당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당시로선 어마어마한 금액이지만 영화는 <오션스 일레븐>처럼 전문가들의 치밀한 계획과 두뇌게임을 다루지 않는다. 영화는 먼저 크리스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는 왜 그가 돈을 훔치게 되었는지 그의 상황과 고민,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을 보여준다. 크리스의 아버지는 10년 동안 일한 직장에서 퇴직금 한푼 못
어떻게 범죄자가 되어가는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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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
감독 장진 / 출연 차승원, 오정세, 박성웅, 고경표, 이솜 / 개봉예정 6월 초
3년 만의 귀환이다. <하이힐>은 <로맨틱 헤븐>(2011) 이후 tvN <SNL 코리아>, 뮤지컬 <디셈버>를 연출하며 영화 바깥에 머물렀던 장진 감독의 신작이다. ‘외도’가 길었던 만큼 변화도 확실하다. 등장인물이 죽어나가는 도중에도 웃음과 풍자가 녹아들어 있던 그의 전작들과 달리 <하이힐>은 진한 ‘19금’ 누아르가 될 거라고 장진 감독은 말한 바 있다. 인물과 이야기를 극단으로 밀어붙인, 장진 감독 최초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어떨 것인가. 그게 이 영화에 가장 궁금한 점이다. 과거에 대한 상처와 비밀을 안고 사는 강력계 형사 지욱(차승원)이 주인공이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길 원하던 그는 조직과 위험한 거래를 시도하고, 이내 치명적인 사건에 휘말린다. 장진의 가장 파격적인 페르소나가 될 배우 차승원의 변신
[Coming Soon] 장진 감독 최초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하이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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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중 연합군이 독일의 드레스덴 지역에 가한 무차별 항공 폭격으로 민간인 수만명이 숨졌다. 현장의 목격자였던 작가 커트 보네거트는 분열적 혼란을 경험했다. 그는 독일계 미국인이었고, 미군으로 참전하여 독일군에 포로로 잡혔다. 폭격을 퍼부어 그의 목숨을 위협하는 쪽은 아군인 미군이었고, 지하 도살장으로 피신시켜 그의 목숨을 살린 쪽은 적군인 독일군이었다. 그는 살상의 가해자인가, 아니면 피해자인가?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가? 보네거트는 <제5도살장>에서 이 드레스덴을 배경으로 세웠는데, 작중 인물이 정신분열에 시달리기에 사건이 놓인 시간축마저 뒤죽박죽이다. 그런데 ‘드레스덴 폭격-도살장-정신분열-시간축 교란’이라는 심상의 연쇄고리를 경험한 것은 보네거트뿐만이 아니다. 군사정권 시절 대공분실에서 고문당했던 김근태는 수기에서 그 인상을 보네거트와 흡사하게 기록하고 있다.
“인간 도살장, 이것은 지나친 표현일지 모릅니다. (…) 직접 고문을 당할 때는 극도로 혼란되어
[손아람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분열과 착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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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을 과감하게 열고 외국 자본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것만이 우리 경제를 살릴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전 경제부총리 김재갑(이호재)의 자서전 출판기념회 연설 내용이 너무나 앙상해서 웃음이 터졌다. 한국 경제가 외국 투기자본의 ‘먹튀’를 경험하기 이전의 회상 장면인가 싶었으나 2014년 현재 시점이다. 4조원이 넘는 가치의 한민은행을 1조원대의 헐값에 가져가겠다는 국제적 헤지펀드 팍스의 한국 지사장 마이클 장(엄기준)에게 제값을 치르라고 저항하는 사위이자 금융정책국장 서동하(정보석)를 제지할 때도 “금융시장이 개방돼야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라고 하며 책상다리 긁는 소리를 하고 있더라. 어찌된 일일까?
KBS <골든크로스>는 특정 개인, 조직, 기관과 관련이 없음을 고지하고 있으나, 사건의 디테일은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론스타쪽 대리인이었던 거대 로펌 그리고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 전망치가 9%대에서 6%대로 급락해
[유선주의 TVIEW] 종잇장 같은 악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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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크고 움푹 들어간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의 눈은 그녀의 얼굴 전체에 불안감을 드리운다. 이 눈 때문인지 그녀는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는 연약한 내면과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팽팽한 긴장감을 드러내는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그리고 물론 적지 않은 영화에서 단순한 ‘긴장’ 이상의 신경증적 연기까지 펼쳐야 했다. 불안감 이상의 히스테리를 연기하는 것은 배우로서 기꺼이 도전해볼 만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짐이기도 하다. 그 강렬한 연기의 잔상이 길게 남아 다른 장면에서 다른 감정을 연기할 때도 계속 그 그림자를 남기는 것은 물론, 연기 자체가 1회용 도구처럼 소모될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프랑스와 영국, 미국 등을 넘나들며 60편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역시 이와 비슷한 문제를 고민했을 것이다. 불안을 담아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그녀의 깊은 눈과 창백한 피부, 그리고 마른 몸은 여러 감독들로 하여금 그녀에게 부서지기 직전의 위태로운 슬픔이나 끊어지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온리 갓 포기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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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10분>
2013 <찌라시: 위험한 소문>
2012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
2011 <장준환을 기다리며>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정작 연출작은 하나도 없다. (웃음) 그저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실기시험이 없는) 연출전공에 원서를 넣었는데 붙었다. 전공과 상관없이 공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연기를 했는데 짧게 연기의 맛을 보고 나니 계속 사람들 앞에 나서서 주목을 받고 싶어졌다.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는 비정규직 청년 연기가 사실적이다.
=실제 모습은 호찬보다 호찬의 동생에 가깝다. 형이 평범한 직장인인 덕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지난 주말엔 쉬고 있는 형에게 바깥에 좀 나가서 놀라며 괜히 화를 내고 후회한 적이 있다. (웃음) 형이 좀더 인생을 즐기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나의 미안함과 바람이 나쁘게 표현된 것 같다. 못된 동생이다.
[who are you] 백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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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인도는 총선으로 그 열기가 한창이다. 연이은 성범죄와 함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여성인권문제는 이번 선거에서 주요 정치공약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흥미로운 영화 한편이 이목을 끌었다. 액션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영웅과 악당 역을 모두 여배우들에게 맡긴 <굴랍 갱>이 그 주인공이다. 인도 중부에 현존하는 굴라비(분홍색을 의미) 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분홍 사리를 입은 여전사 라조(마두리 딕시트)와 야욕의 여성 정치인 수미트라(주히 차울라)간의 대결을 그렸다. 자경단을 구성한 라조는 학대 여성들을 대표해 가해 남성들에게 철퇴를 가하고 기득권을 대표하는 수미트라와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 감독 사우미크 센은 여성을 액션영화의 전면에 내세운 것은 발리우드에서 이상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라조의 모델이 된 삼파트 팔 데비가 동의 없이 자신과 단체를 영화화했다는 이유로 상영 금지를 요구한 것이다. 팔
[델리] 발리우드 아마조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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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콘텐츠진흥원과 명지전문대학 산학협력단/(사)한국영화감독조합(대표 이준익 감독)은 미래를 꿈꾸는 젊은 창작자를 키우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멘토들과 함께 현장 참여형 숙성 교육을 제공하는 ‘창의인재 동반사업’의 교육생(멘티)을 모집한다. 콘텐츠 창조분야의 전문가(멘토)와 교육생을 매칭하여 장기간의 도제식 훈련과 견습창작의 장을 제공하며, 플랫폼 기관의 인턴십 과정에 참여하여 매월 약 108만원(4대보험 포함)의 창작활동 급여를 지급할 예정이다. 지원 자격은 신청일 현재 만 18살 이상 35살 이하로, 창작에 대한 소질과 소양을 갖춘 예비취업자이며, 5월9일(금)부터 13일(화) 오후 4시까지 ‘창의드림’ 홈페이지(dream.kocca.or.kr)를 통한 온라인 접수를 할 수 있다. 모집 관련 문의 02-300-3820, research@mjc.ac.kr.
*2014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순회상영전 ‘좋았다니, 다시 한번!’이 5월부터 6월까지 2개월 동안 서울, 강릉, 대구,
[소식] 제1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단기 스탭과 인턴을 모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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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보이면 무조건 직진!
황금연휴와 더불어 전주국제영화제가 시작됐다. 5월 초 전주를 찾을 계획이라면 다음 목록부터 머리에 새겨두고 출발하자. 전일슈퍼의 황태포, 베테랑칼국수, 마차집 양념족발, 진미집/오원집의 돼지고기 연탄구이, 옴시롱감시롱의 떡볶이, 왱이집의 콩나물국밥, 풍년제과 초코파이, 길거리야 바게트버거, 외할머니솜씨의 흑임자 빙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당신의 영화제 관람을 200% 즐겁게 해줄, 전주의 기특한 맛집들이다.
아빠 되기 쉽지 않네
올레마켓 웹툰에 연재됐던 주호민 작가의 <셋이서 쑥>(애니북스)이 단행본으로 나왔다. <셋이서 쑥>은 <짬> <무한동력> <신과 함께>를 그린 일명 ‘파주 스님’ 주호민 작가가 아빠가 된 사연을 그린 육아만화이자 엄마, 아빠의 성장만화다. 1년 동안 쑥쑥 자라는 아기의 모습이 무척 귀엽고 사랑스럽다.
프리재즈계의 샛별을 만나러
재즈 평론가 황덕호는 색소포니스트
[culture highway] 간판 보이면 무조건 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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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았다. 지난 1월9일 타이베이시에 자리한 영상자료원에 들어가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배우 석준이었다. 호금전 감독의 <협녀> <산중전기> <공산영우>에 나왔던 배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의 얼굴에선 빛이 났다. 회고전 준비중일까?
신임 원장으로 부임한 린웬치 교수를 만나러 원장실로 갔다. 함께 <저 하늘에도 슬픔이>(김수용, 1965)의 듀프네거(네거필름을 똑같이 한벌 더 만든 것)를 확인하러 타이베이 외곽에 있는 수장고로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2013년 9월 추석 연휴를 이용해 대만 영상자료원을 찾았을 때만 해도 이런 상황이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당시 내가 건네준 것은 대만에서 공개된 한국영화의 중국어 개봉제목 목록이었다(트랜스 아시아 영상문화연구소의 권용숙, 김정구씨가 조사를 맡았다). 대만 영상자료원 담당자인 황테레사는 이전에도 한국 영상자료원에서 필름 확인 요청을 한 적이 있어
[포커스] 유령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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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스 콩 아 페 오 봉 디유?> Qu’est-ce qu’on a fait au bon Dieu?
감독 필립 드 쇼베롱 / 출연 크리스티앙 클라비에, 챈털 로비, 아리 아비탄, 메디 사둔
직역하자면, “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이다. 프랑스의 보수적인 가톨릭 집안에서 자란 세딸이 각각 이슬람교도, 유대인, 중국인과 결혼한다. 속이 탄 부모는 막내딸만은 가톨릭 청년과 결혼시키리라 다짐한다. 각본을 쓴 올리비에 다한의 <드림팀> 등 인물간의 갈등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것이 특기인 필립 드 쇼베롱의 신작.
[해외 박스오피스] 프랑스 2014.4.2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