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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느 시뇨레가 세계 영화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자크 베케르 감독의 <황금 투구>(1952)를 통해서다. 벨 에포크 시대를 배경으로, 당대의 인상주의 그림과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 등장하는 시대물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개봉 당시의 전쟁의 상흔이 그대로 느껴지는 ‘가난한 자들’의 멜로드라마이다. 등장인물들이 대개 깡패, 전과자, 실업자들이고, 시뇨레는 매춘부로 나온다. 그녀는 조직범죄자들의 통제를 받고 있지만 이들이 행하는 폭력의 위협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찾아가는 당찬 여성을 연기한다. 아름다운 금발을 마치 투구처럼 장식한 데서 이 영화의 제목이 나왔고, 매춘부이지만 자신에게 당당한 강인한 인상은 시뇨레의 여성적인 아름다움에 중성적인 매력까지 더하기도 했다. 이런 이중성은 시몬느 시뇨레의 스크린 페르소나뿐 아니라 현실의 정체성으로도 남아 있다.
분신 같은 존재 이브 몽탕
영화 데뷔 시절, 시뇨레는 첫 남편인 영화감독 이브 알레그레의 여러 작
[한창호의 오! 마돈나] 중성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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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와의 추문뿐 아니라 술에 취해 택시 기사랑 실랑이를 벌이다 큰 소동까지 낸 상현이 아내에게 뒤늦은 사과의 말을 전하는 장면이다. “요즘 뒤통수에 아령 두서너개를 매달고 있는 것 같다”라며 장현성은 상현을 이해하고 감정 잡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최정원은 왜 그동안 영화를 하지 않았을까. <사랑이 이긴다>는 뮤지컬계에서 방방 날아다니던 최정원의 첫 번째 스크린 데뷔작이다. 시나리오를 읽고 실제로 딸을 둔 엄마 입장에서도 “이 가족처럼 살아서는 안 되겠다” 싶을 만큼 “충격적”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은아의 아파트. 최정원이 곧 걸려올 남편의 전화를 받으며 베란다쪽으로 걸어가는 장면을 리허설 중이다. 그사이 촬영팀은 은아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담기 위해 고정 삼각대 대신 슬라이드 위에 카메라를 설치 중이다.
민병훈 감독이 두 배우와 대본을 보며 대사 하나하나를 짚어나간다. 그때 장현성이 아이디어를 낸다. “상현이가 길에서 은아한테 전화를 걸 때 말야. 몸에 물
[씨네스코프] 민병훈 감독 <사랑이 이긴다>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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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시크릿 서비스> Kingsman: The Secret Service
감독 매튜 본 / 출연 새뮤얼 L. 잭슨, 콜린 퍼스, 테론 에거튼, 마이클 케인
영국 정보부의 베테랑 요원이 신참 견습생을 전문 스파이로 길러내는 과정을 담은 액션 스릴러물이다. 첩보세계에 이제 막 발을 들인 천둥벌거숭이로는 영국의 신인 배우 테론 에거튼이, 그를 전문 요원으로 키우는 선배 해리 하트 역은 콜린 퍼스가 맡았다. 마크 밀러의 만화 <시크릿 서비스>가 원작이며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매튜 본 감독이 연출한다. 10월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 Kingsman: The Secret Ser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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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유인원 세계
[정훈이 만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유인원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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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썰미가 있는 독자라면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4년 전 <씨네21> 창간 15주년 기념호 특집기사 ‘충무로 팔팔세대 50’에 소개됐던 배우 구교환. 기사에 실린 뒤 그는 연출(<거북이들>(2011), <술래잡기>(2012))과 연기(<늑대소년>(2012), <서울연애>(2013), 단편 <4학년 보경이>(2014), 단편 <희야>(2014))를 종횡무진 오가며 한시도 멈추지 않았다. 구교환 감독이 연출하고, 주연을 맡은 단편영화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가 얼마 전 막을 내린 제13회 미쟝센단편영화제 희극지왕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수상 소감부터 듣고 싶다.
=동작구 이수 토박이다. 동네 극장 아트나인에서 열린 영화제에서 상을 받아 기분이 좋다. 영화 만드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외려 응원을 받은 것 같아 힘이 난다.
-지금까지 만든 영화의
[flash on] 연출과 연기 모두 놓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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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더니 대학 때부터 온갖 업종과 업소를 전전하며 아르바이트를 했다(그러다 졸업하고 사회생활도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지, 그 일자리 풍년의 시대에). 당시 평균 시급은 1800원, 머나먼 20세기의 일이었다.
일하던 카페에서 미군 부대를 통해 불법으로 싸게 들여온 버드와이저 한병을 팔면 내 1시간40분 시급이 남는다는 사실을 알고 왠지 억울해진 나는 보다 높은 시급을 찾아 밤에 일하기로 마음먹었다. 오후 6시부터 새벽까지 일하는 호프집의 평균 시급은 2500원, 임금 상승이 무려 28%! 과외하는 친구들의 시급에 비하면 1/10에 불과한 액수였지만 어차피 밤에 하는 일도 없이 노닥거리던 나는 마냥 기뻤다. 커피 향기에서 벗어나 술독에 빠지니 고향에 온 것 같았다(진짜 고향에선 미성년자로 우유만 먹었지만, 여기가 바로 내 마음의 고향). 그래, 재즈 카페는 무엇이며 B. B. 킹은 누구더냐. 나는 이현우와 쿨의 노래를 틀고 서비스 오징어를 뜯어 생맥주를 마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20세기 알바생이여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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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0일 일기에 <와즈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케빈 스페이시는 2003년부터 런던에 거주하며 극단 올드빅(Old Vic)의 예술감독으로 일해왔다. <나우: 인 더 윙스 오브 어 월드 스테이지>(Now: In the Wings of a World Stage)는 샘 멘데스가 연출하고 스페이시가 제작과 주연을 맡아 세계 12개 도시에서 공연한 <리처드 3세>의 메이킹 다큐멘터리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넷플릭스 체험을 통해 신형 플랫폼의 위력을 실감해서일까? 스페이시는 이 다큐멘터리를 본인의 웹사이트(www.kevinspacey.com)에서 자체 온라인 배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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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아름다운 탈것이다. 이 기계는 안장과 손잡이, 페달로 운전자의 신체와 연결돼 원래부터 한몸인 양 감쪽같은 실루엣을 이룬다. 통상 지면과 직각을 긋고 다니는 우리는 자전거의 매개로 땅과 둥글게 화해한다. 자전거는 원래 발명된 목적대로 걷고 달릴 때보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백퍼센트의 소녀와 백퍼센트의 사나이를 만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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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7일(목)부터 27일(일)까지, 부천시청 일대에서 제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열린다. 공포영화부터 로맨틱 코미디까지, 8개 부문의 재기 넘치는 영화 210편이 소개되는 이번 행사의 개막작은 <스테레오>다. 비주얼 면에서 독보적 세련미를 선보이는 맥시밀리언 엘렌와인 감독의 이 독일영화는 올해 영화제의 테마인 ‘사랑, 환상, 모험’과도 잘 어우러진다. 폐막작은 이권 감독의 <내 연애의 기억>이다. 송새벽과 강예원이 열연한 이 로맨틱 코미디는 8월 개봉을 앞두고 한달 먼저 관객과 만날 채비를 끝냈다. 장/단편 부문으로 나뉘어 소개되는 ‘부천 초이스’ 섹션을 통해 올해 영화제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프루트 챈의 <미드나잇 애프터>는 ‘홍콩반환’이란 역사적 물결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포스트 묵시록 장르의 영화이다. 10년 만에 다시 홍콩으로 돌아온 감독의 섬세한 고뇌가 세련된 판타지에 녹아든다. 토미 위르콜라의 <데드 스노우2>는
[영화제] ‘사랑, 환상, 모험’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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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 출현한 <혹성탈출> 시리즈는 미래 사회에서는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충격적인 상상력으로 명성을 얻었다. 더불어 특수분장 역시 당시로서는 손꼽히는 수준의 성취를 자랑했는데, 더 그럴듯한 유인원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할리우드 특수분장팀은 그로부터 몇 십년을 거치면서 실력을 쌓아갔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나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에 이르자 할리우드는 특수분장이 아닌 모션 캡처 액션과 CG의 결합으로 완벽한 유인원의 모습을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은 치명적인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로 인류가 거의 멸망하고 소수만이 살아남은 시점에서 시작된다. 유인원들은 도시를 떠나 숲에서 그들의 세상을 만들었다. 도시는 폐허가 되었고, 10년간 인간과 유인원은 서로 다른 공간에 머물며 마주치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에 유인원들은 인간이 멸종한 것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그 평화가 깨진 것은 도시의 비상전력이
인간과 유인원의 전쟁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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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성격을 가진 27살의 프란시스는 뉴욕에서 활동 중인 댄서다. 그녀에게는 안락한 집은 물론 마음을 털어놓을 애인과 친구가 있으며 꿈을 펼칠 직장도 있다. 그런데 그것들이 어느 날부터 사라지기 시작한다. 애인과 헤어지고 친구와는 싸우더니, 어느 날 무대에 설 기회가 사라지고 급기야 주머니 사정마저 나빠진다. 이 정도면 절망에 빠질 법도 하지만 프란시스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이 어려움을 이겨낸다.
노아 바움백 감독이 연출하고 주연배우인 그레타 거윅이 시나리오에 참여한 <프란시스 하>는 프란시스의 캐릭터에 많은 것을 기댄 영화이다. 그런 맥락에서 <프란시스 하>는 매우 사랑스러운 작품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빈틈도 많지만 솔직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프란시스는 미워하기 힘든 매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객이 프란시스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과 프란시스가 스스로를 매력적이라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즉 <프란시스 하>는 나르시
‘4차원’ 매력의 그녀 <프란시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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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도심에서 거대 크레인이 현금수송차량을 습격한다. 가면을 쓴 괴한들은 일사불란한 작전하에 금고를 탈취한다. 수송차량을 호위하던 경찰은 거친 총격전을 벌이지만, 무력하게 그들을 놓치고 만다. 수사팀의 총책임자 루이(유덕화)는 임무에 충실한 베테랑 경찰이지만 용의자 차오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일한 연결고리는 현장에서 잡힌 타오싱봉(임가동). 우연히도 루이와 안면이 있는 동창생으로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무장강도팀의 범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사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진목승 감독의 2000년대 영화에 꾸준히 각본을 쓴 원금린의 연출 데뷔작이다. 홍콩영화의 전형적인 범죄 누아르에 진목승 영화를 계승한 듯한 액션이 더해졌다. 수사팀이 현장을 급습하는 과정에서의 건물 폭파 장면이나, 시가지 총격 신 끝에 이어지는 가스 폭발은 진목승 감독의 장기를 충실히 재현한 티가 난다. 여기에 유덕화, 임가동의 노련한 연기까지 더해지면, 지난 10년 동안 홍
홍콩 액션 누아르 <파이어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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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리키에는 ‘천하무적’이 필요가 없다. “짜릿한 성취감도, 화려하게 빛날 기회도 없는” 외딴섬 키코리키는 평화로운 낙원이다. 그런데 우연히 발견한 TV가 문제의 시작이다. 키코리키의 순진한 동물 주민들은 24시간 생중계되는 파란 가면 루시엔의 활약에 단번에 사로잡힌다. 악당 칼리가리 패거리에 맞서 도시를 지키는 영웅 루시엔! 그를 TV로만 지켜볼 수 없다는 결심을 한 그들은 직접 그를 만나기 위해 도시로 떠나는 배를 띄운다. 그러나 꿈은 여기까지다. 파도를 넘어 힘겹게 도시에 이르자 입국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이민국 감옥에 갇히고, 홀로 떨어진 고슴도치 지코는 삭막한 거리에서 길을 잃는다. 고생 시작.
<천하무적 키코리키>는 2004년 러시아에서 TV시리즈로 방영된 애니메이션 <키코리키>의 극장판이다. 이야기는 끝까지 ‘천하무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파란 가면 루시엔의 활약은 연출된 TV쇼에 불과하고, 루시엔을 연기하는 배리는 값싼 급료에 고용된 노동자
“진짜 영웅이 아니면 어때?” <천하무적 키코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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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라는 질문은 이 영화 앞에서 무용하다. 이 작품은 음모를 파헤치는 미스터리가 아니며 난관의 해결을 향해 전개되는 스토리 영화도 아니기 때문이다. <언더 더 스킨>은 외계인의 신체 강탈을 소재로 한 SF영화다. 킬러 로라(스칼렛 요한슨)는 아름다운 지구인으로 가장한 채 밴을 몰고 다니며 남성들을 유인한다. 로라에게 이끌린 남성들은 검고 끈끈한 늪으로 이끌려 피부만 벗겨진 채 나머지는 상상만 가능할 어떠한 곳으로 운송된다. 이 연쇄살인이 그녀 자신을 위해서인지 다른 목적을 위해서인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배후에 있는 거대한 목적의 무심한 매개자로 보일 뿐이다.
영화를 위해 전라노출을 불사한 스칼렛 요한슨은 제몫을 다했다. 그녀의 입장이 모호해 보이는 것은 성격화의 실패이거나 연출상의 결함이 아니다. 로라에게 성격과 감성이 배제되어 있다는 것이 중요한 설정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미헬 파버르의 동명 SF소설을 느슨하게 각색했다.
추상적 감성을 실체화한 실험영화 <언더 더 스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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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가는 게 더 좋다고 주장하는 남자가 있다. 낙천적 성격의 음악감독 정우(이상윤)가 바로 그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광고 기획자 수경(윤진서)과 일하게 된 정우는 사적으로나 공적으로 그녀와 상반된 성향임을 확인한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 달리는 단독 레이스가 아니다”라는 자신의 주장과 다르게, 수경은 “혼자라도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게 더 좋다”고 말하는 타입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불안정한 가족사’가 던진 화두가 서로를 묶어주고, 또다시 ‘와인’이란 공통분모가 둘의 취향을 엮는다. 그렇게 친해진 두 사람은 미국에서의 광고 프로젝트에 동행하게 되고, 이윽고 본격적 연애를 시작한다. 그렇지만 둘의 로맨스가 꽃피우려는 찰나, 예상치 못했던 훼방꾼이 등장해서 그들을 방해한다. 5년 만에 미국에서 만난 정우의 여동생 소영(이솜)이 오빠의 곁을 지키는 수경을 질투한 것이다.
<산타바바라>는 2010년에 개봉한 <맛있는 인생&g
강렬하지 않은 삼십대의 연애 <산타바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