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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고질라> !!!
[헌즈 다이어리] <고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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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시사를 놓치는 바람에 인터뷰 전까지 익혀둔 감독의 얼굴은 포털에 올라와 있는 프로필 사진이 전부였다. 젖살이 통통하게 올라 수줍게 웃고 있는 열혈 영화 소녀. 그게 그 사진 속의 감독의 이미지였다(이 글을 쓰며 다시 검색을 해보니 최근 사진으로 바뀌어 있다. 10년도 더 된 사진이라며 민망해 하더니만 직접 바꾼 것일까?) <도희야> 속 김새론의 도발적이면서도 순수한 눈망울과 그 흑백사진 속 소녀의 미소를 몇번이나 견주어보며 정주리 감독을 만났다. 장편 데뷔작으로 난생처음 외국, 그것도 칸에 가게 된 설렘과 첫 시사에서 발견한 어긋난 사운드 싱크 때문에 녹음 스케줄을 조정하는 분주함이 한 얼굴 안에서 교차하고 있었다. 사진 촬영을 하다 잠시 들러 “칭찬 많이 해주세요”라는 배우 배두나를 앞에 두고는 어색한 웃음만 짓더니만 인터뷰가 끝난 뒤에 “두나씨는 현장에서 완전한 동지 같았어요”라며 쑥스럽게 덧붙이는 그의 모습이 조용하면서도 강단 있게 꼭 해야 할 이야기들을 풀어낸
생존을 위한 아이의 영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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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대면할 때 대개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모른 척 고개를 돌리거나 자신이 아는 방식에 맞춰 멋대로 해석하거나. <도희야>는 상처 입은 어른이 아무도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소수자의 이름을 부르는 이야기다. 폭력에 오랜 시간 노출된 아이는 폭력의 언어로밖에 화답할 줄 모르고, 우리가 그들을 외면하는 사이 서로의 언어는 달라져버렸다. 그 순간 불편하다고 이를 외면할 것인가, 편한 대로 이해하고 자기만족에 취할 것인가. 아니면 소통을 위해 눈을 맞추려고 애쓸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을 떠돌고 있을 이름 없는 ‘도희들’의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그 방법을 곰곰이 생각해본다.
<도가니> 열풍 이후로 한국영화에서 아동들은 순수한 동심의 세계에서 다양한 종류의 폭력 사건과 연루된 희생자로 대거 위치 이동을 감행했다. 특히 스크린에 인적 드문 곳을 혼자 걷고 있는 여자아이가 나온다면 거의 납치
흉터의 언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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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러스 에드워즈 감독은 원래 고질라의 엄청난 팬이었다고 하던데, 당신들은 어떤가.
=애런 존슨_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1954년에 만들어진 오리지널 버전은 이번에 감독을 통해서 접했다. 이번 <고질라>는 오리지널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기에 세심하게 봤다.
엘리자베스 올슨_어려서부터 고질라 캐릭터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 감독이 보여준 티저 영상을 보면서 처음 접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엄청난 임팩트로 다가왔다. 난 무조건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웃음) 게다가 전에는 단순한 몬스터 캐릭터로 생각했지만, 그외의 깊은 상징을 지닌 캐릭터라는 것도 중요하게 다가왔다.
-맨 처음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의 느낌이 어땠나.
=애런 존슨_사실 <고질라>를 다시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더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웃었다. 하지만 감독이 <몬스터즈>의 개러스 에드워즈라는 얘기에 바로 결정했다. <몬스터즈>의 열렬한 팬이기 때문이다.
이번엔 그리워하지만, 다음엔 늘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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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을 기다리는 현재 기분이 어떤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이기적인 작업이다. 내가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하니까. 그러면서 세상에 나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재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웃음)
-장편 데뷔작 <몬스터즈>(2010)에 비해 두 번째 작품인 <고질라>는 예산이 무려 1억6천만달러의 블록버스터다. 부담되지 않았나.
=<몬스터즈>를 20만달러로 만들 때도 부담이 됐다. “오 마이 갓, 이렇게 큰돈을! 내가 망쳐버리면 어쩌지?” 하면서. (웃음) 당연히 들어간 예산과 사람들이 내놓는 말들에 대해 걱정하지만 어릴 적부터 꿈꿔온 감독의 길을 포기하는 것이 더 두려웠다. 결국 어떤 환경에서건 나 스스로 잘 버텨낼 수 있는지에 대한 중압감이 가장 컸던 것 같다.
-<고질라> 연출을 맨 처음 제안받았을 때 바로 승낙했나.
=아마 2초 정도 고민했던 것 같다. (웃음)
핵무기를 먹는 괴수가 나타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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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과학적 오만이 잉태한 두려운 미래. 1999년 필리핀 쓰나미, 1999년 일본 대지진, 모두 자연재난이 아니었다. 모두 인간들이 깨운 존재로 인해 재난이 시작됐다. 1954년 비키니 섬에서 행해진 미국의 수소폭탄 실험의 기억으로 시작하는, 그러니까 그 실험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음모론으로 시작하는 <고질라>는 원작의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고질라를 재창조하려 한다. 마치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1998)는 잊고 새로이 시작하자는 듯 새로운 고질라는 거대한 등지느러미를 뽐내며 둔탁하게 걸어다닌다. 슈퍼히어로가 대세를 이룬 지금, 거대 괴수의 화려한 역습인 것. 60주년을 맞아 새롭게 태어난 <고질라>에 대해 분석하고, 이달 초 월드 프리미어가 열린 뉴욕 시사회에 참석한 양지현 통신원의 개러스 에드워즈 감독 인터뷰와 배우 애런 존슨, 엘리자베스 올슨과의 인터뷰를 더한다. 일본에서 제작된 시리즈는 <고지라>로 할리우드 제작 영
인간은 나약하고 고질라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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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헤어
2013 <인간중독> <히어로>
2012 <남자사용설명서>
2011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2009 <불꽃처럼 나비처럼>
2008 <사과> <걸스카우트> <멋진 하루>
2007 <검은집>
2006 <사생결단> <그놈 목소리>
2005 <너는 내 운명>
2003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분장팀
2003 <이중간첩>
2000 <불후의 명작>
김서희 실장은 분장사이기 전에 DJ다. 이른 아침,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분장실에 도착할 배우들을 위해 그녀는 손수 음악을 고른다. 장르는 가요부터 팝송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어바웃 타임>의 O.S.T나 장미여관의 <봉숙이>를 번갈아 틀었다. 가끔 “김광석 노래를 틀어달라”라는 식으로 곡을 신청하는 배우도 있다. 그녀는 ‘오늘 분장 너무
[STAFF 37.5] 분장실의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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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이래, <한공주>에 대한 국내외적인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다수의 국제 영화제들에서의 수상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며, 국내에서 개봉한 지 20여일 만에 20만명 이상의 관객이 이 영화를 보았다. 분명 이 영화는 더 많은 관객의 주목을 끌며 더 많이 회자될 것이다. 평단의 반응도 대체로 호의적이다. 다만 이들이 호평을 전제하면서도 영화의 특정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공통적으로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이 주목할 만하다. 많은 장점을 열거한 뒤에도 이들이 망설이는 지점은 영화의 현재에 개입하는 플래시백, 특히 성폭행 현장이다뤄지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김혜리는 같은 소재를 이야기하는 다른 영화들과 이 영화의 차별성을 섬세하게 읽은 뒤 “그날의 재현이 감독의 의도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알맞게 통제됐는지”에 대해 조심스레 의문을 제기한다(<씨네21> 950호). 혹은 정한석은 이 영화의 탁월한 면과 지지할 수 없는 면을 나눠 비평을 시
[신 전영객잔] 윤리와 폭력과 연민의 이상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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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계가 스탭들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90년대 말 격변의 시기를 거치며 결성된 영화인회의는 당시 공공기관이 미처 담당하지 못했던 자리에서 젊은 영화인들의 요구를 대변해왔다. 영화인회의에서 출발하여 현장 스탭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영화조수연대회의, 젊은 프로듀서들이 의기투합해 결성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한국 영화계 각종 단체의 결성은 한 사람의 발자취로 이어진다. 바로 미인픽쳐스의 안영진 대표다. <몽타주>를 통해 기대되는 제작자 대열에 안정적으로 안착한 그가 차기작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영화계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부지런한 일꾼이던 그는 어떻게 믿음직한 제작자로 거듭났을까.
-5월12일에 미인픽쳐스의 차기작 <살인의뢰> 제작고사를 했다.
=크랭크인은 15일부터 들어간다. 부산, 인천, 전주 등 전국을 거의 다 돌 것 같다. 아마 나도 같이 따라다닐 것 같다. 워낙 현장에 가
[안영진] 영화계 큰 일꾼, 이야기꾼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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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팬들 사이에 ‘배거슨’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 벤치에 앉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껌 씹는 습관을 재연해 웃음을 주었던 SBS 아나운서 배성재를 두고 축구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을 시작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 그리고 올여름 열리는 브라질월드컵까지 굵직굵직한 축구 대회를 중계했고, 한주의 축구 소식을 전하는 <풋볼 매거진 골! >(이하 <풋매골>)을 오랫동안 진행해온 그다. 스스로를 ‘<풋매골>의 중심’이라고 부를 만큼 그의 재치 있는 언사와 축구에 대한 열정은 축구 팬들도 일찌감치 알아봤다. 월드컵을 앞둔 현재,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in 브라질>(SBS)에 출연해 브라질의 아마존 정글까지 ‘답사’하고 돌아온 그를 만났다.
-어젯밤(11일)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라운드 맨체스터 시티 대 웨스트햄 중계가 있었다.
=1위 맨체스터 시티와 2위 리버풀의 승
[trans x cross] 축구는 일하면서 보는 게 최고다 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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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열심히 사는 아이인데 정말 나쁘게 나오더라.” 평범한 직장인도 조진웅이 연기를 하면 괜히 악당처럼 보인다. 조진웅에겐 인물이 본래 가진 성향을 증폭시키는 큰 울림통이 있는데 이 울림통은 방향을 가리지 않는다. 그 거리낌 없는 태도와 뻔뻔함이 그를 대하는 사람들을 어딘지 위축시킨다. 형사를 맡을 때나 조폭 역할을 할 때도 그는 한결같이 크고 거대한 존재감으로 돌진한다. 이것은 선과 악의 문제라기보다 욕망의 크기에 관한 이야기다. 정의로운 역할이든 지독한 악당이든 관계없이 조진웅이 그간 맡았던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욕망에 솔직했다. 자신의 욕망에 대한 확고한 믿음 아래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인물. 배우 조진웅은 그걸 두고 “열심히 산다”라고 표현한다. 확실히 조진웅의 페르소나들은 내적 갈등보다는 외적인 장애를 부수는 데 열심이었다. 그래서, 무시무시하다.
<끝까지 간다>의 박창민은 그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진웅] 액션과 웃음의 리듬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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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화면에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작품이 끝날 때 즈음이면 어딘지 희미해진다. 인상이 흐릿한 것과는 조금 다르다. 캐릭터가 약해서도 아니다. 굳이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편안함’이 적당할까. 이선균을 바라보면 눈이 편하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괴팍한 말투로 독설을 내뱉을 때도 밉지 않다. 제아무리 울퉁불퉁한 캐릭터도 이선균이라는 필터를 거치고 나면 우리 집 욕실에 걸린 수건마냥 부드럽고 친근해진다.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쌓아온 이미지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선균이라는 배우가 두르고 있는 일상의 분위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그는 작품을 발판으로 스스로 빛나기보다 스스로를 숙여 작품을 받쳐주는 쪽에 가까운 배우다. 두드러지는 한 장면을 만들기보다는 장면마다 스며들어 전체적인 정서를 쌓아나가는 진귀하고 ‘희미한’ 배우. 늘 상대배우를 돋보이게 해주는 ‘케미스트리의 배우’라는 수식어는 이선균의 강력한 친화력을 칭찬해주는 동시에 일말의 아쉬움도 대변하고 있다.
그런 의미
[이선균] 경계에서 끝까지 한숨에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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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쫄깃쫄깃하다. <끝까지 간다>는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에게 쫓기는 이야기다. 아니, 선악의 구별은 의미가 없다. 이것은 단지 큰 놈과 작은 놈, 둘 사이의 거리에 관한 이야기다. 바짝 긴장시켰다가 낄낄거리게 만들고 한참 웃다가도 나도 모르게 의자를 당겨 앉게 되는 흥미진진한 술래잡기, 그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서스펜스의 기본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끝까지 간다>만의 호흡은 이선균과 조진웅의 이인 삼각 연기를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한순간도 숨이 달리는 법 없이 관객의 가슴속 깊이 자맥질하는 두 배우의 호흡에는 진심과 배려, 배우로서의 욕심이 동시에 묻어난다. “형, 우리 끝까지 한번 가보자.” “그래, 근데 끝이 어디지?” 상관없다. 만족할 때까지 간다.
[끝까지 간다] 누가 악당을 보았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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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휴지 줄까ː 파란 휴지 줄까ː ]
겉뜻 귀신이 자신의 도래를 알리는 선언
속뜻 아직도 빨갱이 타령이나 하느냐는 충고
주석 지금은 양변기가 일반화되어서 시대착오적인 존재가 되었지만, 예전 재래식 변소에는 화장실 귀신이 살았다. 쪼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 머리 위에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거나 볼일 보는 구멍 아래서 앙상한 손을 내밀며 이런 질문을 했다. 빨간 휴지를 줄까, 아니면 파란 휴지를 줄까? 신문지 구겨서 쓰던 시절에 휴지를 내밀다니 꽤나 고마운 귀신이었던 셈인데, 그것도 컬러 휴지를 주다니 패션 감각까지 갖춘 귀신이었다. 그런데 귀신의 질문에는, 당연히 한 서린 사연이 있다.
어린 시절 운동회를 치른 기억, 다들 있을 것이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이 세상에 청군 없으면 무슨 재미로, 해가 떠도 청군, 달이 떠도 청군, 청군이 최고야. 아니야, 아니야, 백군이 최고야. 내 낭군도 우리 임금도 아닌데 해가 떠도 달이 떠도 우리는 청군 아니면 백군을 찾았다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