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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베른의 고전문헌학 교사인 그레고리우스(제레미 아이언스)는 아내와 이혼하고 자식도 없이 쓸쓸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출근길, 그는 다리 위에서 투신자살을 하려는 한 여인을 우연히 보고 본능적으로 그녀를 구한다. 그녀를 학교로 데리고 온 그는 그녀가 학교를 떠나자 수업까지 내팽개치고 그녀를 쫓아간다. 그녀가 두고 간 겉옷에서 책 한권과 리스본행 열차표를 발견한 그는 그녀를 만나 겉옷을 줄 요량으로 기차역까지 가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이쯤이면 최선을 다했고 다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과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상적인 일이건만 그는 출발하는 기차를 보며 순간 잠시 망설이다 그 기차에 올라탄다. 알 수 없는 생(生)의 힘에 이끌려 기차를 탄 그는 기차 안에서 그 책에 흠뻑 빠지게 된다. 리스본에 도착한 그는 책의 저자인 아마데우(잭 휴스턴)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그의 집을 찾아간다.
이렇듯 영화는 먼저 우리의 삶이 논리와 인과율에 따라 직선으로 움
죽어 있던 과거를 현재로 불러오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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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면 카메라는 텅 빈 성당 안에서 벌어지는 쓸쓸한 장례식들을 순례한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았던 자의 죽음에 오직 한 남자만 동참하고 있다. 구청 고객관리과 22년차 공무원 존 메이(에디 마산)의 삶은 영화 제목처럼 변화 없는 정물(Still Life)과도 같다. 고독사한 고인의 유품을 조사하여 아무도 듣지 않을 정성스러운 추도사를 쓴다. 좁은 사무실에선 단정하게 서류를 정리하고 고인의 사진을 모아 그들을 기억한다. 퇴근 뒤엔 참치캔에 식빵 한쪽이 전부인 일인용 식탁 앞에 앉는다. 그런데 매일처럼 같은 일을 반복하던 그의 미니멀한 삶에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난다. 자신의 방 맞은편 아파트에 살던 노인 빌리가 고독사한 채 발견된 것이다. 자신도 모르던 이웃의 죽음에 그는 마음이 편치 않다. 설상가상으로 존은 효율과 비용을 강조하는 시장에게 해고통보까지 받는다. 결국 최후의 공무를 완수하기 위해 그는 난생처음 관할구역을 벗어나 빌리의 연고자를 찾아 생의 단서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압도적 고독감에 감염되다 <스틸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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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같기도 하고 현재 같기도 하다. 나이가 많고 행동도 제멋대로인 여배우 로빈 라이트(로빈 라이트)는 스튜디오로부터 최후통첩을 받는다. 컴퓨터 스캔을 통해 그녀의 외모와 연기 데이터를 통째로 팔라는 것이다. 실제 연기는 완전히 포기해야 하지만 그렇게라도 경력을 유지하며 아픈 아들을 보살피고자 그녀는 계약을 수락한다. 그리고 20년 뒤 영화도 유물이 된 시대, 그녀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가상 세계에 초청받아 갔다가 추가 조항 수락을 요구받는다. 자신을 화학식 형태로 팔게 허락하는 조건이다. 이제 누구든 그녀를 섭취함으로써 그녀로 변할 수 있다. 영화도 환각제를 팔기 위한 광고에 불과하다. 로빈은 스튜디오가 테크놀로지를 통해 대중의 욕망을 길들이는 것에 반대하다 가상 세계에 그만 갇히고 만다.
<바시르와 왈츠를>의 아리 폴만이 스타니스와프 렘의 SF소설 <미래학 회의>를 각색한 작품이다. 전작에서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을 접목해 학살의 기억과 망각을 다뤘던
누구나 모두가 될 수 있다 <더 콩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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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의 공존을 꿈꾼 순수한 요정 말레피센트(안젤리나 졸리)는 인간 스테판(샬토 코플리)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권력을 탐한 스테판은 말레피센트를 희생시켜 왕관을 차지하고 그 일로 말레피센트는 인간을 미워하게 된다. 사나워진 그녀의 곁에 머무는 유일한 친구는 수족 같은 까마귀 디아발(샘 라일리)뿐이다. 그사이 스테판 왕은 인간 여자와 혼인해 오로라(엘르 패닝)를 낳는다. 말레피센트는 스테판 왕에 대한 복수로 오로라에게 저주를 거는데 예기치 않게도 그 저주로 인해 그녀는 오로라와 더 깊은 연을 맺게 된다.
감독 로버트 스트롬버그는 <아바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미술감독이었고,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의 시각효과 디자인을 책임졌던 이다. 분장을 맡은 릭 베이커는 <스타워즈> <혹성탈출> <맨 인 블랙>의 특수분장 마스터다. 할리우드 대표 시각효과 전문가들이 참여했고, 2억달러의 거대 제작비가 투입된
안젤리나 졸리의 완벽한 싱크로율 <말레피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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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감독이 지난 영화들을 쉬엄쉬엄 찍었다는 말은 결코 아니지만, <하이힐>은 분명 감독 장진과 배우 차승원의 ‘독기’가 서린 영화다. 단지 견고한 누아르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있다고 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건 아니다. 이전까지 장진의 영화들은 대사의 성찬이 빚어내는 절묘한 상황극의 묘미 그 자체가 종종 다루고자 하는 주제보다 앞서는 경우가 많았다면, <하이힐>은 자신을 숨기며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성소수자의 뒤늦은 선택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장진으로서는 이전과 달리 ‘발언’하는 영화를 택한 셈이고, 차승원으로서는 이전과 비교해 가장 강도 높은 액션은 물론 은밀한 ‘여장’까지 소화했다. 어쩌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지욱(차승원)은 지난 몇년간 TV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 인천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총연출감독, 뮤지컬 연출가, <SNL 코리아> 진행자 등 여러 포지션으로 지내온 그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의 반영이 아닐까.
거칠고 강한 강
성소수자의 뒤늦은 선택 <하이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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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라졌지만 홍대 근처에 자주 가던 술집이 있었다. 주인은 프랑스 유학파였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자 간판을 ‘낮술 5년’으로 바꿔 달고 대낮부터 혼자 가게에 앉아 낮술을 퍼마시기 시작했다. 나는 그를 위로하는 문장을 알고 있었다. “세계가 멸망해가고 있다. 한국은 끝났다. 여기가 지옥이다.” 나는 그를 좌절시키는 문장도 알고 있었다. “세계는 멀쩡하다. 한국의 상황은 최악이 아니다. 늘 그랬듯이 우리는 적당히 극복할 것이다.”
지옥을 꿈꾸는 사회에는 살 만한 여력이 있다. 역사의 가장 암울한 시기를 맞이한 공동체는 반대로 천국을 꿈꿨다. 기독교 신화로 말하자면 천국은 노예들에게, 지옥은 부자와 제사장들에게 제시되었다. 우연이 아니다. 지옥에 못 이른 자들이 지옥을 꿈꾸는 딜레마는 왜 나타날까? 현재를 지옥으로 규정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거기 함축된 주술적인 메시지는 이러하다. 이제 더 나빠질 것이 없다. 개선될 일만 남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손아람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진짜 지옥, 가짜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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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구의 <우리 동네>를 무척 좋아한다. 서정적인 문장으로 빚어낸 <관촌수필>도 좋지만, 무엇 하나 속 시원할 것도 즐거울 것도 없는 ‘촌놈’들의 생활상이 생생하게 담긴 문장 하나하나의 단맛을 쪽쪽 빨아먹고 싶은 건 역시 <우리 동네>다. 이를테면 “야늠아, 너 시방 워디서 담배 피는 겨? 너는 또 워디 가네? 저늠의 색긔들… 그래두 안 꺼? 건방진 늠 같으니라구. 너 깨금말 양시환씨 아들이지? 올봄에 고등핵교 졸읍헌 늠 아녀? 너지? 건방머리 시여터진 늠 같으니라구”처럼 펄떡펄떡 뛰는 말에는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김운경 작가의 드라마를 보는 즐거움은 <우리 동네>를 읽는 재미와 비슷하다. <서울의 달> <파랑새는 있다>에서 서울 하늘 아래 모여든 남루한 인생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던 그가 JTBC <유나의 거리>로 돌아왔다. 등장인물의 태반이 전과자에, 연기 못하는 연기자 지망생,
[최지은의 TVIEW] 삼류들의 인생에도 낭만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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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진심”과 “인연”으로 움직이는 배우다. “김성수 감독으로부터 진심이 가득 담긴 러브레터를 받았어요. 국적보단 감독과 나의 개인적인 관계성, 인연을 먼저 생각해 <무명인>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무명인>에 앞서서도 그는 이재한 감독의 <사요나라 이츠카>, 김태희와 공연한 <나와 스타의 99일>로 이미 여러 차례 한국의 스탭들과 교류한 바 있고, 아미르 나데리의 <컷>을 촬영할 땐 미국, 터키, 이란, 프랑스의 스탭들과도 함께 일했다. “합작영화를 할 땐 문화적 장벽 때문에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극복해가며 얻는 성취감과 만족도가 훨씬 큽니다. 김성수 감독과는 동갑이라 체험적으로 통하는 구석이 있었어요. 스필버그 영화든 성룡의 영화든 우린 아마 같은 것들을 보며 자랐을 거예요. <무명인>도 서로 ‘그 느낌, 말 안 해도 알지?’ 하는 식으로 얘기를 나눠가며 만든 영화죠.”
배역을 고르는
[니시지마 히데토시] <무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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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스위트 프랑세즈>
2014 <더 다크 밸리>
2014 <말레피센트>
2012 <비잔티움>
2012 <온 더 로드>
2011 <익스트림 No.13>
2008 <프랭클린>
2007 <컨트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얼굴을 한 삐딱한 청년이 있다. 먹고 마시기를 즐기고, 그 못지않게 춤과 노래를 즐기고, 그보다 더 대마를 즐긴다. 샘 라일리가 연기한 <온 더 로드>의 작가지망생 샐이다. 느긋한 성품과 한량의 영혼을 가진 건 실제의 샘 라일리도 마찬가지다. <말레피센트>의 까마귀 디아발은 말레피센트의 수족으로 늘 반 걸음쯤 뒤에서 그녀를 지켜본다. ‘디즈니 영화’ <말레피센트>에서 말레피센트와 디아발 사이를 흐르는 위험한 분위기를 읽어낸 이가 있다면 그건 틀림없이 안젤리나 졸리를 바라보는 샘 라일리의 속 모를 눈빛 때문일 거다.
무명 록
[who are you] 샘 라일리 Sam Ri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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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하고 있는 와중에 스스로 꿋꿋하게 빛을 내고 있는 미국 저예산 독립영화들이 있어 소개한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로만 코폴라, 소피아 코폴라에 이어 코폴라 가문에서 배출한 또 하나의 연출가 지아 코폴라의 데뷔작 <팔로 알토>, 짐 미클 감독의 <콜드 인 줄라이>, TV시리즈 <메드맨>으로 알려진 배우 존 슬래터리의 감독 데뷔작 <갓즈 포켓>, 영화 <아이언맨>으로 잘 알려진 존 파브로가 연출과 주연을 맡은 <셰프>, 제2의 타란티노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제레미 솔니에 감독의 <블루 루인>이 그 작품들이다.
<팔로 알토>는 배우 제임스 프랭코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교육 수준이 최고로 손꼽히는 미국의 실제 부촌 이름을 제목으로 한 이 작품은 체육교사 미스터 B(제임스 프랭코)와 모범 고교생 에이프릴(에마 로버츠)의 부적절한 관계를 묘사해 눈총을 받기도
[뉴욕] 한여름 인디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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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모아 로맨스> <사랑해! 진영아>를 제작하고, <워낭소리> <혜화,동> <힘내세요, 병헌씨> 등을 배급한 (주)인디스토리에서 홍보마케팅팀 사원(신입/경력)을 모집한다. 6월8일(일)까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movician@gmail.com으로 제출(전화 문의 및 우편/방문 접수는 사절).
*제5회 환경다큐멘터리 UCC공모전이 열린다. 접수 마감일은 7월1일, 전국 고등학생 및 동등한 자격의 청소년이 참여하는 청소년부와 대학생 및 일반인의 참여가 가능한 일반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접수방법은 인터넷(www.kbatv.org) 참조. 문의 www.jinhakapply.com, 02-761-2776~7.
*서울극장에서 영화전공 대학생을 대상으로 6천원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기한은 올해 말까지. 할인 대상 학교의 영화 관련 전공 학생은 서울극장에서 현장 예매 시 본인의 전공 학과를 증명할 수 있는
[소식] 제5회 환경다큐멘터리 UCC공모전이 열린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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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브라질월드컵!
브라질월드컵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안타깝게 패하긴 했지만 한국 축구국가대표팀도 튀니지와의 평가전을 끝으로 출정식을 가졌다. 미국으로 건너가 가나와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 뒤 브라질에 입성한다. 6월13일부터 7월14일까지 한달 동안 호날두, 메시, 수아레즈, 네이마르, 아자르, 루니, 이니에스타 등 전세계의 축구 별들이 격돌한다. 당신이 예상하는 우승팀은 어디?
탐서가 정혜윤 PD의 신간 <마술 라디오>
20년 동안 시사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라디오 PD로 일해온 정혜윤이 그렇게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았다. 한숨, 기침 소리, 이상한 발음은 물론 애매한 주장 등 방송 편집 과정에서 잘려나간 이야기들까지 생생하게 모았다. 그런데 그것이 단순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넘어 ‘이상하게도 잊히지 않고 오랫동안 가슴속에 머무르던 이야기’들로 남았다.
뮤비도 멋진 콜드플레이 신보
팬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새 앨범 소식을 듣자마자 구매 버튼 누르
[culture highway] 드디어 브라질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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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 마이 타입> Pas son genre
감독 루카스 벨보 / 출연 에밀리 드켄, 로익 코베리
“당신네들처럼 평범한 인생을 살 거야!”라고 외쳤던 <로제타>의 단단한 소녀가 어느덧 성숙한 여인으로 자라나 사랑 앞에 눈물 콧물을 쏟는다. 에밀리 드켄은 <낫 마이 타입>에서 젊은 철학교사와 연애하는 귀여운 미용사를 연기한다. 그런데 그 사랑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해외 박스오피스] 프랑스 2014.5.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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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오버> 시리즈의 토드 필립스, 브래들리 쿠퍼 콤비가 제작사를 차렸다
=창립작 <암스 & 더 두드>는 펜타곤에 군수물자를 납품하는 두 청년이 사기 혐의로 체포된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코미디다.
-<고질라>를 연출한 개러스 에드워즈의 차기작은 제목 미정의 첫 번째 <스타워즈> 스핀오프다.
=<일라이> <애프터 어스>의 각본을 쓴 개리 휘타가 시나리오를 맡았다. 2016년 12월16일 개봉예정.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요시다 아키미의 만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영화화한다
=쇼난 바닷마을을 배경으로 피가 섞이지 않은 네 자매가 한집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2015년 여름에 공개되며, 현재 캐스팅 중이다.
[댓글뉴스] <행오버> 시리즈의 토드 필립스, 브래들리 쿠퍼 콤비가 제작사를 차렸다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