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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인문학>의 저자 얼 쇼리스의 유작.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인문학 과정인 ‘클레멘트 코스’가 전세계에 확장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삶의 기반을 잃고 목표 없이 휘청거리는 사람들, 정신적으로 고립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인문학과의 만남은 자신만의 자유를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도서] 자신만의 자유를 찾는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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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담긴 <자살의 전설>은 프랑스 메디치상을 비롯해 전세계 12개의 문학상을 수상했고, 11개국에서 ‘올해의 책’에 40회 선정됐다. 하나의 중편과 5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어린 시절 겪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30여년에 걸쳐 이를 아프게 반추할 수밖에 없었던 작가는 마침내 여섯개의 문을 통해 아버지와의 상상 만남을 시도한다. 아버지의 죽음, 아버지의 사랑, 아버지의 부재, 아버지와의 휴가, 아버지의 여인, 아버지와의 화해의 과정을 통해서.
[도서] 여섯개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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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고 인류 문명이 발달해도 변치 않는 것이 있다. 카카오 재배농민의 열악한 삶도 그중 하나다. 카카오에 얽힌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자 노력한 이 책에는 카카오 원두를 지불 수단으로 사용했던 중앙아시아와 그 기록을 남긴 알렉산더 폰 훔볼트부터 어떻게 유럽이 카카오를 식민지에서 들여오고 소비했는가 등이 실려 있다.
[도서] 변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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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년에 (일이나 공부와 무관한) 책을 3권 이하로 읽는 독자에게 권할 만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자녀의 독서를 장려한답시고 책상 앞에 앉혀놓는 부모라면 누워서 읽어도 괜찮다는 조언에 귀를 기울여보라. “독서는 마음의 몫이다. 그래서 ‘한번 책을 잡으면 다 읽을 때까지 침식을 잊는다’라는 말도 있는 것이다. 기왕에 자는 것도 먹는 것도 잊었다면 아예 몸을 잊는 것이 독서의 이상이 아닐까? 물론 가장 편한 자세여야 할 것이다.”
책과 가까운 독자라면 “책을 읽지 않는 ‘독서술’’’이라는 신통방통한 장을 주목할 것. 읽을 책을 선택하는 것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특히 문학에 관해서라면 한번쯤 한 작가의 작품만 읽어보기를 권하는데, 특정 작가와 동시대를 걸으며 함께 나이들어간다면 유행하는 작품만을 따라 읽어서는 맛볼 수 없는 독서의 진면목을 경험하게 된다. 어려운 책을 읽는 ‘독파술’ 대목도 흥미롭다. 글에 비해 내가 너무 무식한가 고민한 적이 있는 숙련된 독자라면, “쓰고
[도서] 누워서 읽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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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시민학교 유정아 교장은 요즘 영화제 준비 때문에 눈코 뜰 새가 없다. 노무현 시민학교가 ‘다섯개의 민주주의: 인권, 노동, 정의, 진보, 화해’를 주제로 한 영화제 ‘사람사는 세상 영화축제’를 8월25일부터 29일까지 서울극장에서 연다. 노무현, 바웬사, 링컨, 올로프 팔메, 넬슨 만델라 등 깨어 있는 시민정신을 소중하게 여겼던 다섯 정치인을 소재로 한 영화 <변호인> <바웬사, 희망의 인간> <킬링 링컨> <올로프 팔메>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이 각각 상영된다(상영 일정은 노무현재단 홈페이지(www.knowhow.or.kr) 참조).
-영화제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준비는 잘되고 있나.
=원래 노무현 전 대통령 5주기 추도식에 맞춰 5월에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때문에 8월로 연기됐다. 지금은 최종적으로 행사를 점검하고 있다. 빈틈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끼리 긴장을 많이 하고 있다
[flash on] 깨어 있는 시민만이 나라를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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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9일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열리는 제3회 경찰인권영화제는 경찰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시민들에게 한 발짝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기획됐다. 일년마다 바뀌는 센터장직에 올해는 손장목 총경이 선임됐다. 손장목 총경은 경찰대학교 6기로 졸업했고, 런던대학 대학원에서 형사정책학을 전공했다. 제주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 경기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을 역임했고 현재 경찰청 인권센터 센터장으로 근무하며 제3회 경찰인권영화제를 이끌고 있다.
-영화제의 세 번째 책임자로서 어떤 변화를 모색했나.
=올해는 경찰관 부문과 시민 부문을 나누어서 작품 접수를 진행했다. 꾸준히 경찰인권아카데미도 진행 중인데 이와 연계한 부대행사를 늘렸다. 8월28일엔 유지나 영화평론가가 ‘영화, 여성 그리고 인권’이라는 주제로, 29일엔 김경형 감독이 ‘영화 속 인권’을 주제로 강의를 한다.
-올해 출품작의 경향은.
=시민들의 참여가 조금 더 활발해졌다. 경찰관들도 지난해까진 개별적으로 작품을 만든 이들이 많았는데 이
[flash on] “과오를 인정하고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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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트 원티드 맨>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올여름, 나는 어딘가 구멍이 나 있는 자전거 타이어 같다. 펌프로 열심히 바람을 집어넣어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여지없이 쭈글쭈글한 상태로 변해 있다. 전부 새고 있는 것 같다. 구멍이 하나뿐이라면 찾아서 메우면 될 테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언제부턴가 타이어에 공기 채우는 일도 그만두고 말았다. 펌프를 움직일 힘도 없다.
시작은 아마도 세월호 침몰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사고 소식이 더해지고, 더이상 생존자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그 위에 얹히고, 이 모든 일들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는 소식이 다시 들려오고, 충격이라는 단어를 끝내기도 전에 또 다른 충격이 덮쳐와서 도대체 어떤 일이 더 큰 충격인지도 셈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사건의 갈피를 잡고 싶었지만 사건은 생각보다 거대했고, 배후는 예상외로 많았다. 누가 누구의 배후이고, 누가 누굴 비호하는지는 여전히 정확하지 않지만, 모든 일들은 이미 일
[김중혁의 바디무비] 여름의 한가운데, 뜨거운 운전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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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0일 일기에 <언더 더 스킨>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허큘리스> 시사회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인터스텔라> 예고편을 보았다. 황폐해진 지구를 대체할 인류의 서식지를 찾아 우주로 떠나는 주인공으로 매튜 매커너헤이가 나온다. <싸인> <아폴로 13> <그래비티>에서 본 듯한 예고편의 이미지와 사건은, 소문이 떠들썩했던 것치고 평이했지만 마이클 케인의 대사는 철렁했다. “우리는 이 세계를 구하려는 게 아니다. 이 세계를 떠나려는 것이다.” 놀란은 이번에도 관객에게 독한 선택을 요구할 모양이다.
7/20
<언더 더 스킨>은 배짱이 굉장하다. 무엇보다 영화를 통틀어 관객이 알아볼 만한 유일한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완벽한 진공에 가깝다는 점이 놀랍다. 외계에서 온 인간사냥꾼 로라(스칼렛 요한슨)는 대사와 행위는 있으나, 개성이 텅 비어있는 인물이다. 심지어 ‘외계인’이라는 신원조차 극중에서 한번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투명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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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EBS국제다큐영화제(EIDF2014)가 ‘이스라엘 특별전’을 마련했다가 취소한 일은 하나의 현상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기획해온 특별전이 최근 가자지구 공습 사태와 맞물리면서 한국 영화인들의 반발에 부딪혔고 EIDF 사무국은 영화제 개최를 열이틀 앞두고 결국 특별전 취소를 결정했다. 개별 작품이 지닌 특수성과는 무관하게 이스라엘군의 야만과 정부의 기만적 문화정책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현실과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다큐의 숙명이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드러난 셈이다.
‘다큐, 희망을 말하다’라는 올해 EIDF2014의 캐치프레이즈가 2014년에 채택된 문구라는 점 또한 쉽게 봐넘기기 어렵다. 대체 무슨 수로 희망을 말할지 알 길이 없는 2014년 지구 곳곳의 비극들 앞에서, 이건 너무나 손쉬운 캐치프레이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행히 출품작들의 면면은 무난하지 않다. 개막작 <그 노래를 기억하세요?>는 음악이 치매 환자들에게 놀라운 치유력을
[영화제] 비극 앞에 놓인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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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와 비슷한 또래가 등장하는 영화를 본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비슷한 연령대에서 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주인공의 경험을 내 것처럼 바짝 흡수하게 되는 데다 나이가 들어서는 영화를 떠올리는 일이 곧 나의 한 시절을 떠올리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성장영화를 소개해온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청소년에게는 든든한 마음의 친구를, 성인에게는 잊었던 기억 속 친구를 만날 기회다. 제16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가 8월 21일(목)부터 28일(목)까지 8일간 아리랑시네센터, 성북천 바람마당, 성북아트홀에서 열린다. 40개국 142편의 영화 속 발칙한 소년, 소녀들의 이름이 곧 당신의 기억에 저장될 친구들의 목록이다. 첫 번째로 만날 친구는 <꼬마 재즈왕 펠릭스>의 귀여운 꼬마뮤지션 펠릭스다. 백인과 흑인이 어우러진 재즈의 도시, 남아공에 살고 있는 펠릭스는 재즈 뮤지션이었던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음악에 대한 열정이 꿈틀댄다. 그러나 재즈에 미쳐 일찍 생을 마감한 아
[영화제] 너의 고민이 바로 나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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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 마을은 주민의 소원을 들어주는 축제 준비에 한창이다. 마을에는 소원에 관한 100년 전설이 내려오는데, 그 전설이 담긴 절대바퀴가 소원을 얻기 위한 에너지의 핵심이다. 100년 전설을 이해하기 위해 절대바퀴를 연구하던 토비 박사가 사라지고 난 뒤, 그의 아들 볼트와 디디는 새로운 축제를 준비하며 아버지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볼트가 찾아낸 것은 절대바퀴를 통해 오복 주민들의 소원을 빼앗으려는 ‘고스트’ 세력의 음모다.
<브레이브 래빗: 새로운 영웅의 탄생>은 전형적인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의 진로를 따라간다. 주인공 볼트가 조력자 친구들과 함께 고스트 세력을 물리치고 오복 마을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위기 상황마다 치트키처럼 작동하는 느닷없는 설정이다. 토비 박사를 찾는 단서가 예고도 없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볼트를 돕는 삼총사는 설명도 없이 ‘절대무기’를 얻으며, 도망만 다니던 볼트는 끝에 가서야 1 대 100의 괴력을 발휘한다. 이런 극적 전환
절대바퀴를 구하라! <브레이브 래빗: 새로운 영웅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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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뭇한 소금을 뿌려놓은 듯 하얀 메밀꽃이 피어 있는 달밤, 얄밉지만 정감어린 인물들이 살아가는 농촌 마을, 진눈깨비 날리는 비정한 경성의 거리 등 식민지 시대에 창작된 근대문학의 정서가 애니메이션을 통해 재현되었다.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은 이효석, 현진건, 김유정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옴니버스작이다. 앞으로 선보일 근대 단편문학을 토대로 한 애니메이션 작업의 첫 번째 공개작이기도 하다. 수채화풍의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2011)을 제작했던 ‘연필로명상하기’의 안재훈, 한혜진 감독은 전작에 이어 한국적 서정성을 담아낸 수작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냈다. 상상대로 이미지를 창조해낼 수 있는 애니메이션만의 특징이 과거 문예영화나 TV문학관 이상으로 원작의 정서와 분위기를 재현해내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되었다.
각 작품의 농익은 서정성, 의뭉스런 해학성, 빈곤이 주는 비애감은 서로 다른 연출방식으로 선보인다. <메밀꽃 필 무렵>에
식민지 시대에 창작된 근대문학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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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꼬마로 남아 있는 소년이 있다. 그의 벗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 어른들도 있다. 꼬마 니콜라가 그런 소년 중 하나다. 1956년 첫 연재를 시작해 오랫동안 사랑받은 원작 동화의 힘은 2010년 첫 영화 <꼬마 니콜라>까지 유효했다. 그리고 다시 니콜라(마테오 부와슬리에)는 가족과 함께 바캉스를 떠난다. 파스텔 톤으로 칠해진 호텔의 외벽과 모래사장에 꽂힌 노란 파라솔들의 무늬, 푸른 바다를 헤엄치는 가족의 한낮이 스크린을 채운다. 그곳에서 니콜라는 울보 크레팽, 뭐든지 먹는 프뤽튀에 같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항상 부릅뜬 눈을 하고 있는 이자벨이란 이름의 소녀를 만난다.
감독 로랑 티라르는 <꼬마 니콜라>의 특정한 에피소드에만 주력하기보다 순수한 아이와 한여름이 만나는 생명력에 주목한 것 같다. 가족이 겪는 자잘한 소동이 가지처럼 자라나고, 꼬마들의 재기발랄한 몸짓이 끊이지 않는 동안 햇살 가득한 느와루무티에 섬의 전경이 넘실댄다. 장 자크 상페가 그
순수한 아이와 한여름의 만남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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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연애 끝에 ‘보통 남자’를 만나길 꿈꾸던 은진(강예원)은 우연히 수줍고 조용한 현석(송새벽)과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연애 기간이 길어질수록 은진은 현석이 점점 더 못 미덥기만 하다. 어느 날 현석의 휴대전화에서 낯선 여자의 문자를 찾아낸 은진은 둘 사이를 의심하고, 그 과정에서 현석의 ‘비밀’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풀려간다.
반전 로맨스영화를 표방했으나 이야기가 주는 반전의 폭은 그리 크지 않다. 영화 전체를 ‘의심스러운’ 톤으로 일관하는 송새벽의 연기도, 뽀얗게 진행되던 로맨틱한 화면이 낯선 여자의 ‘섹시바’에 들어서는 순간 <올드보이>를 연상케 하는 무겁고 짙은 화면으로 전환되는 것도 다소 노골적으로 느껴진다(실제로 이 영화는 많은 장면에서 박찬욱을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반전이 되어야 할 현석의 비밀은 어딘가 익숙하다. 야심차게 여러 장르를 한편의 영화 속에서 작동시켰지만, 각 장르의 규칙을 따라가기에 급급해 혼성 장르의 시너지를 충분히 끌어내지 못
반전 로맨스영화 <내 연애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