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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빈, 이종석, 안재현, 홍종현…. 지금 스크린과 TV가 주목하고 있는 이 젊은 배우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패션 화보 촬영현장에서, 혹은 런웨이 무대에서 모델로 활동했던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패션계를 벗어나 광활한 엔터테인먼트 세계로 뛰어든 이들의 행보는 1990년대 이후 끊임없이 배출되어온 모델 출신 선배배우들과도 같지 않다.
패션계와 연예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모델의 가능성과 한계에 도전하는 ‘모델테이너’들의 활약상과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를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에게 물었다.
더불어 모델테이너의 전성시대를 가능하게 한 과거의 모델 출신 배우들의 계보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새로운 이름들, 올가을 첫 영화 출연작 <패션왕> 개봉을 앞둔 모델 출신 배우 안재현과의 만남을 함께 소개한다.
A STAR IS B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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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현은 신인배우다. 어떤 이들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동생 혹은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꽃미남 신입 형사 태일이라는 수식어를 덧붙여야 비로소 그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안재현은 스타다. 그는 모델 시절부터 SNS상에서 2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보기 드문 사례였으며, 10대 소녀들에겐 밤잠을 설치게 하는 애정의 대상이었다. 연기 활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영화, 드라마 관계자들이 앞다투어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건 너무도 분명하게 빛나는 안재현의 잠재력을 런웨이가 독점하도록 놔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델이라는 직업의 미래와 가능성을 짐작하려는 이들에게도 안재현은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다. 스물여덟, 모델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첫 번째 정체성이 모델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연기자와 음악 프로그램 MC(<엠카운트다운>), 주얼리 디자이너(AA.Gban) 등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할 수 있는 것과
[안재현] 배우라는 열매, 모델이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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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팀
2007 <열세살, 수아> <어린왕자>
미술팀장
2014 <해무>
2013 <관상>
2012 <도둑들>
2011 <푸른소금>
2010 <하녀>
2009 <요가학원>
“무슨 영화였는지 말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미술팀원으로 첫 작품을 하던 때였는데, 도저히 못하겠더라. 그래서 중도하차했다. 한마디로 도망간 거지. 아… 이거 우리 팀원들한테 한 번도 안 한 이야기인데 어쩌지? 나처럼 도망가면 어떡하나? (웃음)” 하지만 옛이야기 알면 좀 어떤가. 결국엔 용감하게 돌아왔고 <하녀> <도둑들> <관상> <해무>에 이르기까지 미술이 중요했던 한국영화 현장마다 꿋꿋하게 있지 않았던가. 2005년에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한 배정윤 미술팀장은 같은 과 친구들처럼 “박사가 되거나 큐레이터가 되는 길” 대신에 무작정 영화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첫 번째는 실패였
[STAFF 37.5] 실내 세트엔 스탭들조차 깜빡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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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주인공은 실어증에 걸린 젊은 피아니스트 폴 마르셀이다. 사고로 부모를 잃고 고아로 자란 그는 두 이모가 운영하는 댄스학원에서 피아노를 친다. 솜씨가 좋긴 하지만 그의 피아노 연주는 기예에 가깝다. 폴은 텅 빈 눈동자로 영혼 없는 연주를 한다. 그의 삶의 유일한 낙은 과자 슈게트를 먹는 것뿐이다. 그가 감정을 유일하게 표현하는 것은 슈게트가 떨어져 먹지 못해 짜증을 낼 때다. 어느 날 두 이모가 마련한 집안 잔치에서 연주를 하다가 슈게트가 떨어지자 폴은 화가 나서 집을 나선다. 집에 돌아온 폴은 마침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계단을 오르다가 우연히 비밀정원이 있는 마담 프루스트의 집에 들어선다. 거기서 과거로 떠나는 마담 프루스트의 묘약, 마들렌 과자와 홍차를 먹은 뒤 폴은 마담 프루스트의 단골손님이 된다.
폴 마르셀과 마담 프루스트의 만남, 이 의도적인 이름 짝짓기에서 마르셀 프루스트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폴이 마들렌을 먹고 혼절해 과거의
[신 전영객잔]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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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훈 감독, 천성일 작가의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은 올여름 한국영화들의 ‘역대급’ 대결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코미디로 승부를 걸었다. <해적>은 위화도 회군을 둘러싼 조선 개국 초기의 혼란스런 분위기를 배경으로, 나라의 국새가 한동안 없었던 역사적 사실로 파헤쳐 들어간 코믹 팩션 사극이다. 앞서 도망친 노비를 쫓는 조선시대 노비 사냥꾼의 이야기를 그린 TV드라마 <추노>(2010)로 이름을 알린 천성일 작가였기에, 그가 조선 개국 초기로 눈길을 돌린 것은 꽤 흥미롭다. 더구나 <7급 공무원>(2009) 등 코미디에 관한 한 타율 높은 창작력을 과시한 그였기에 ‘사극’과 ‘코미디’라는 그 특유의 솜씨 좋은 장르의 만남은 <해적>을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그가 말하길, 가진 것 없는 ‘싸구려 작가’로 시작하여 주목할 만한 흥행 작가의 자리에 오른 뒤 이제 영화사 하리마오 픽쳐스의 대표를 거쳐 한국전쟁을
[천성일] 영화와의 끈질긴 인연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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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최상급의 칭찬
속뜻 일급칭찬
주석 드라마 <밀회>는 ‘천상천하 유아인독존’이나 ‘물광’ 같은 유행어를 낳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핫한 유행어는 ‘특급칭찬’일 것이다. 개인 오디션을 보러 온 선재(유아인)와 나란히 앉아서 피아노 연주를 마친 혜원(김희애), 선재에게 다가가 볼을 꼬집으며 말한다. “이거, 특급칭찬이야.” 이 말 때문에 수많은 애인들, 후배들, 제자들 볼이 수난을 당했지. 볼 꼬집기는 본래 체벌에 속하는데 어째서 최상급 칭찬으로 변했을까?
많은 이들이 평했듯이 둘의 연주 장면은 서정적이고 섬세하고 에로틱하다. 연주에 몰두한 선재와 달리 혜원의 눈은 자주 악보와 건반을 벗어나 선재를 향한다. 선재의 연주 실력에 놀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눈빛은 아련하다. 너는 연주에 몰두해 있구나. 나는 네게 몰두해 있어. 그래서 너를 잡을 수가 없구나. 지금의 너는 선율과 하나이고 너는 음악이니까. 연주가 끝난 뒤에야 그녀는 그를 꼬집는다. 꼬집는 건 비틀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특급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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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크리스티는 1960년대 소위 ‘영국의 점령’(British Invasion) 시대의 아이콘이다. 팝 음악, 패션, 문학, 생활 스타일 등 영국의 문화가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로 퍼져나갈 때의 이야기다. 비틀스로 대표되는 로큰롤, 트위기 같은 모델이 입고 나온 모던한 의상, 그리고 존 오스본 같은 작가가 주도하던 ‘성난 젊은 세대’(Angry Young Men)의 문학이 전후의 세대 교체를 선언하며 청년들의 환대를 받을 때다. 정치적 위상은 약화됐지만 영국은 문화 영역에선 여전히 ‘제국주의’의 지위를 향유했다. 줄리 크리스티는 이때 등장한 ‘영국 뉴웨이브’(British New Wave) 영화의 신데렐라였다. 그녀의 등장에선 청춘의 상징인 자유와 독립, 그리고 ‘속도의 삶’이 느껴졌다.
<닥터 지바고>의 스타에 대한 저평가
줄리 크리스티는 존 슐레진저 감독에 의해 발굴됐다. 그는 토니 리처드슨, 카렐 라이스 등과 더불어 영국 뉴웨이브를 이끈 주인공이다. 이 감독들이
[한창호의 오! 마돈나] 영국 뉴웨이브의 신데렐라에서 ‘배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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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더 메신저> Kill the Messenger
감독 마이클 쿠에스타 / 출연 제이미 레너,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마이클 신, 로버트 패트릭
기자인 게리 웹(제이미 레너)은 미국 내 코카인 밀반입에 CIA와 니카라과 반군 세력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을 밝혀낸다. 이 사실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그는 정부와 보수 언론으로부터 맹비난을 받고 결국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저널리스트 게리 웹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10월10일 북미 개봉.
[WHAT'S UP] <킬 더 메신저> Kill the Messe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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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명량> 명량해전 현장으로!
[정훈이 만화] <명량> 명량해전 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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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최근 저작의 연장선에서 <뉴스의 시대>를 읽으면, 그가 세상에 대한 거대한 그림을 완성하고자 그에 필요한 세부를 다루는 연구를 하는 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책에는 <일의 기쁨과 슬픔> <불안>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행복의 건축>을 연상시키는 대목들이 있다. 뉴스에 대해 말하기 위해 그는 과거 자신이 책 한권을 들여 설명한 삶의 단면을 다시 쪼개 흩어놓았다. 하여튼 이번에는 뉴스다. 뉴스에 대해서라면 책을 읽지 않아도 우리 모두 다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이 인용한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아스포델, 저 초록꽃>이라는 시는, 시를 일상적으로 접하지 못하는 우리가 처한 곤경을 알려준다. “시에서 뉴스를 얻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은 날마다 비참하게 죽는다/ 시가 발견한 것을/ 깨닫지 못하여.” <뉴스의 시대>는 정치, 해외, 경제, 셀러브리티, 재난, 소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어지러운 세상을 똑바로 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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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이 7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소설집. ‘고귀하게’ 태어났지만 처연하게 객사해 중음을 떠도는 ‘죽은 자’의 이야기(<사자(死者)의 서(書)>)로 시작해 죽음의 고비를 넘긴 할아버지의 자애로운 미소(<우이동의 봄>)로 ‘인생의 준엄한 깨달음’을 전하기까지, 천명관의 소설은 고통받고 방황하는 절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삶과 죽음, 꿈과 현실을 오가며 전한다.
[도서] 방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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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대부터 근대적 백과사전이 등장한 1900년대 초까지를 통사적으로 살펴보는 사전의 역사. 컴퓨터 데이터베이스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지의 축적과 편집, 전승을 가장 체계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최적화된 방법이었던 사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특이한 뒷이야기가 있는 사전편찬사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풀어낸 책이다. 저물어가는 한 시대에 대한 안타까움 역시 느낄 수 있다.
[도서] 일본 사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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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내셔널 갤러리는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줄을 길게 서 기다리지 않고도 많은 명화를 만날 수 있다. ‘손안의 미술관’ 세 번째 책인 <내셔널 갤러리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은 휴대하기 편한 크기와 무게로 내셔널 갤러리의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런던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에게 권할 만한 책.
[도서] 런던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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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 영화에서 ‘작가주의’(auteurism)처럼 혼란스럽고 문제적인 용어도 없는 듯하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스페인 영화: 작가주의 전통과 국가 정체성의 재현>은 스페인 영화사에서 손꼽을 만한 12명의 작가를 선정, 작가주의 영화들이 스페인의 예술문화 전통과 만나는 지점을 고찰하는 책이다. ‘작가주의 전통과 국가 정체성의 재현’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책의 근간을 이루는 두개의 기둥은 작가주의와 내셔널시네마다. 그런데 저자는 대뜸 작가주의에 대한 효용론부터 지적하고 들어간다. 오늘날 작가는 상업성과 반대되는 경향으로 인식되던 고전적인 개념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넓은 의미에서는 영화마다 자신의 인장을 선명히 드러내며 소신껏 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작가라 부를 수 있겠지만 최근엔 그 미학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일종의 마케팅 용어로 남발되는 경향이 있다. 적용의 범주가 모호한 탓에 작가주의에 대한 무용론마저 제기되는 이 시점에 스페인의 작가주의 영화를 들고 나
[도서] 작가는 죽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