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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구박을 피해 반찬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잘 풀리지 않는 시나리오를 붙들고 작가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규정(최윤영)은 친구의 남자친구를 짝사랑하는 신세다. 일도 사랑도 꼬여만 가는 규정 앞에 어느 날, 마늘도 먹지 못하고 햇빛도 싫어하는 천재과학자 남걸(박정식)이 나타난다. 규정은 자기도 모르게 그의 기이하고 수상한 모습에 점점 더 빠져들고, 꽉 막혀 있던 그녀의 시나리오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댄 나의 뱀파이어>는 ‘한국형 뱀파이어 로맨스 영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신인감독의 의지가 담겨 있는 영화다. 그런데 어떤 장르도 현실에서 조금만 발을 떼면 쉽게 설 자리를 찾지 못하는 ‘한국’에서 ‘뱀파이어’를 과연 어떻게 ‘수긍 가능’하게 불러올 것인가는 큰 골칫거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재치 있게 장르적 상상력이 필요한 순간들은 규정의 시나리오로 우회해서, 그리고 규정과 남걸이 겪는 일상의 이야기들은 현실에 기반을 두고, 일정 정도의 공감대를
‘한국형 뱀파이어 로맨스 영화’ <그댄 나의 뱀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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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범 감독의 이전 영화들에서 남자주인공은 모두 울었다. 하나같이 미성숙했고 늘 어떤 사건 속에서 한 여자를(<열혈남아>의 나문희, <아저씨>의 김새론) 만나고서야 비로소 성장했다. 그러니까 제목을 <우는 열혈남아> <우는 아저씨>라고 해도 됐다. 그리고 이번에도 운다. 모두 ‘불현듯 터져나오는’ 울음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번에 가장 많이 운다. 세 번째 장편영화 <우는 남자>는 감독 스스로 ‘우는 남자 3부작’이라고 부르는 시리즈의 종착역이다. <우는 남자>는 언제나 비슷한 남자주인공을 그려온 그의 선명한 자의식이 ‘<아저씨> 다음 영화’라는 타이밍과 충돌한다. <우는 남자>를 향한 만족과 불만족 모두 거기서 기인한다.
어려서 한국 땅을 떠나 낯선 미국에 정착한 뒤, 홀로 킬러로 살아온 곤(장동건)은 목표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한 소녀를 죽이고 만다. 그로 인해 자신의 삶에 깊은 회
‘우는 남자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우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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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천국>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신작 <베스트 오퍼>는 상당히 섬세한 미스터리물이다. 일단 제목부터 상기할 필요가 있다. ‘베스트 오퍼’란 미술품 경매에서 최고 제시액이자, 인생과 맞바꿀 가치가 있는 작품을 만났을 때 제시하는 최고가를 의미한다. <베스트 오퍼>의 주인공인 버질 올드먼(제프리 러시)은 인생을 건 베스트 오퍼를 하게 되고 영화는 과연 그의 선택이 옳았는지 지켜본다. 세계 최고의 미술품 경매사 버질은 한번도 실수를 범한 적이 없는 명실상부 완벽한 경매사이다. 절도 있으면서도 유머러스한 버질의 경매 진행은 그가 소개하는 미술품들의 명성에 걸맞다. 고급스러운 취향을 갖고 있는 버질은 의상, 음식 등 모든 것을 최고급으로 누리며 살고 있다. 결벽증을 갖고 있는 버질은 평생 여자를 사귄 적 없는 모태 솔로다. 현실에서는 여자를 만날 엄두도 내지 않는 버질이지만 남들이 모르는 특별한 취미를 갖고 있는데 바로 여성 초상화 수집벽이다. 마음에
인생과 맞바꿀 가치가 있는 작품 <베스트 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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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도시 자체가 거대한 무덤인 천년 고도 경주에서의 하룻밤을 다룬다. 친한 형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한 베이징대 정치학과 교수 최현(박해일)은 문득 7년 전 본 춘화(春畵)의 기억을 더듬어 경주를 찾는다. 하지만 춘화가 있던 찻집 아리솔의 주인은 바뀌고 그림의 행방은 알 수 없다. 최현은 옛 애인, 조용한 모녀, 관광안내원 등을 만난 뒤 다시 찻집 아리솔을 찾아오고, 찻집 여주인 공윤희(신민아)는 두 번째 본 최현에게 묘한 매력을 느낀다.
소박한 유머들과 엉뚱함이 살아 있기에 <경주>는 장률의 유쾌한 영화일 것이다. 곳곳에 죽음을 딛고 있으면서도, 생의 긍정일 춘화의 행방을 좇는다는 점에 있어서도 그러하지만 생명력이 충만한 지방 도시 여름의 낮과 밤을 다룬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만남의 반복, 술자리 그리고 남녀간의 미묘한 감정 등은 홍상수적 소재처럼 보이지만, 장률은 끝내 인간과 풍경에 대한 기품을 잃지 않는다. 경주의 여신으로 묘사될 뿐 환상에서조차 위험
낭만적 판타지의 공간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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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동 원작 만화를 각색한 <황제를 위하여>는 돈을 좇는 인간 군상의 상승과 하강을 보여주는 누아르다. <황제를 위하여>는 누아르 장르에 친숙한 과거 회상 방식을 사용하되, 회상 시점을 주인공이 절체절명 딜레마에 빠진 지점으로 잡아 장르적 관습을 살짝 비틀었다. 즉, 결정적인 순간까지 과거형으로 이야기를 잡아두다가 첫 장면에 도달하면 그때부터 시간이 현재형으로 바뀌는 것이다. <황제를 위하여>는 폭력과 노출 수위가 상당히 높다. 총기류 사용이 급증한 최근 한국 액션영화와 달리 주먹과 칼싸움 위주의 액션으로 구성되었다. 승부 조작이 발각되어 은퇴한 전직 야구선수 이환(이민기)은 빚을 갚기 위해 사채업체를 찾아가게 되고 거기서 대표 정상하(박성웅)와 조우한다. 황제 캐피탈 대표인 정상하는 사채업을 배경으로 합법적인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한때 최고의 제구력을 자랑하던 투수 이환은 돈 때문에 야구를 그만두게 되고 다시 돈 때문에 사채업계에 발을
돈을 좇는 인간 군상의 누아르 <황제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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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감독 맷 리브스 / 출연 앤디 서키스, 게리 올드먼, 제이슨 클라크 / 개봉 7월
1편이 서막의 느낌이었다면, 본격적인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은 2011년 리부트된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의 속편이다. 영화는 1편으로부터 10년 뒤, 바이러스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인간들이 진화를 거듭하는 유인원 무리와 목숨을 건 전쟁을 벌이는 과정을 조명한다. 전편의 딜레마가 ‘인격을 지닌 유인원을 어떻게 볼 것인가’였다면, 이번 영화의 갈등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비롯된다. 바이러스로부터 살아남은 인간들의 지도자 드레퓌스(게리 올드먼)는 시저 무리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시저와 깊은 유대 관계를 형성한 말콤(제이슨 클라크)은 유인원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제안한다. <클로버필드>의 볼거리와 <렛미인>의 드라마를 통해 연출력을 인정
[Coming Soon]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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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7년 반 만이다. 데뷔작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의 흥행 실패는 김성훈 감독에게 위기이자 기회였다. 차기작을 못 만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한동안 방황도 했다. 하나 좋은 약은 입에 쓴 법, 데뷔작의 참패는 스스로를 되돌아볼 소중한 시간을 선물했다. 김성훈 감독은 신작 <끝까지 간다>에서 자신이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장르와 소재를 들고 정면 승부한다. 욕심을 덜어내고 하고 싶은 걸 찾아낸 그간의 과정을 들어봤다.
-호평 일색이다. 뿌듯할 것 같다.
=민낯을 잘 못 보는 편이라 그런지 볼 때마다 화끈거린다. 깨끗하게 닦았다고 생각했는데 미처 닦지 못한 지문이 묻은 게 계속 보여서. 현장은 늘 행복했지만 55회차를 찍는 동안에 돌아와서 반성하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이걸 내가 찍었어?’ 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당시엔 몰랐는데 지금은 보이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늘 있다. 덤덤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재촬영 거의 없이, 심지어 일
덜어내고 기울이니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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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아서가 아니다. 보면 안다. <끝까지 간다>는 한동안 과하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던 영화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인다. 빠르고 깔끔한 전개를 통해 장르영화의 기본이 무엇인지 새삼 돌아보게 만들 뿐만 아니라 상영시간 내내 관객의 주의를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제대로 웃길 줄 안다. 이 영화는 진짜다.
간만에 물건이 나왔다. 극장 문을 나설 때 남는 것이 없는 가벼운 영화라고 아쉬워 할 수도 있다. 익숙한 소재와 구성으로 버무린 기획영화 중 한편으로 치부한다 해도 틀린 건 아니다. 실제로 <끝까지 간다>는 작가적 메시지보다는 관람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설계된 기획영화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를 보면서 지루하다고 느낄 관객은 감히 없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다. 거두절미하고 <끝까지 간다>는 재미있다. 그거면 족하고 사실 그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 영화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여느 기획영화에 비해 한번 더 눈길이 가는 건 그
속도를 지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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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타이틀 시대의 시작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1994)에는 매력적인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휴 그랜트, 앤디 맥도웰,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존 한나, 로완 앳킨스까지.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이 영화에서 노총각 휴 그랜트는 남의 결혼식에 지각 참석하는 것이 일상이고, 장례식은 우연한 사건이다.
좋아하는 영화지만 영화의 장례식 분위기는 지금 우리 삶과 거리가 멀다. 그래서 ‘영화’겠지. 워낙 의례적인 일을 싫어하는 데다 ‘이성애자인 것 같은’ 나는 이성애 제도에 저항한다는 의미에서 결혼식에 가지 않는다. 장례식은 가끔 간다. 그것도 망자가 나를 모르는 경우에만 간다. 치열하게 살았던 작가나 사회운동가의 장례식에 가서 혼자 인사하고 온다.
지난 5월, 어느 금요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 설치된 세월호 분향소에 갔다.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줄이 길었다. 4명씩 한줄. 검은 정장의 진행요원이 나눠준 국화를 받아들고 분향소에 들어간다. 사망자 사진은 없고 국화만 있
[정희진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세번의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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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저렇게 평화롭게 들어가니. 정말 아름답다.”
개그맨 김준현의 입으로 들어가는 상추쌈을 아련한 눈길로 바라보던 노사연의 말이다. 동감이다. 흰쌀밥에 더덕불고기를 올려 쌈을 싼 김준현은 우악스럽게 입을 벌리지 않으면서도 큼지막한 상추쌈을 솜씨 좋게 밀어넣는다. 밥알 한톨 흘리지 않았다. “조용조용 먹어야 많이 먹어도 뭐라 안 해요.” KBS 푸드 퀴즈쇼 <밥상의 신> 중 한 장면이다.
덩치 큰 사람이 뭔가 먹을 때마다 핀잔을 주는 것을 자기 사명이나 재치쯤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넘치는 세상. 한편에선 이성의 끈을 놓은 사람처럼 먹고, 괴성과 신음으로 맛을 표현하는 이른바 ‘먹방’ 예능프로그램이 대성황이다. 먹방 예능의 목적은 식욕을 돋우는 걸까? 시청자를 대신해 절제의 허리띠를 풀어놓은 연예인의 일탈을 서비스하는 걸까? 각자 입맛이 다르듯 음식을 다룬 예능프로그램을 한데 묶어 속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손톱에서 떨어진 인조보석이 들러붙은 새우살을 클로즈업하
[유선주의 TVIEW] 알고 먹으니 더 맛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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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특히 더 팔자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취미로 나팔을 배우고 있는데, (입술을 가늘게 만들어 양옆으로 벌리며) 이렇게 해야 소리가 난다. 그러니 더 파일 수밖에. 고민이다. 때려치울까 말까. 너무 주름이 진해져서. (웃음) 나팔은, ‘이제 와서 이런 걸 배워 뭐하지’ 하는 생각을 좀 이겨보려고 배우고 있다. 소리도 좋고.”
김뢰하의 얼굴엔 팔자주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오래된 강의 물줄기처럼 두뺨에 가지런히 얹힌 팔자주름은 김뢰하의 얼굴을 세찬 남성의 얼굴로 만들었다. 어느 인터뷰에선 굵게 팬 주름이 “태생적인 것”이라고도 했지만,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 주름의 3할 정도는 스스로가 만들어간 것일 테다. 거기에 바둑돌처럼 단단한 두눈. 두눈에 슬쩍만 힘을 줘도 상대로 하여금 방어 태세를 취하게 만드는 그 눈빛도 김뢰하를 강한 남성으로 각인시키는 데 일조했다. 건달, 깡패, 조폭, 혹은 형사. <살인의 추억>의 조용구 형사, <달콤한 인생
[김뢰하] <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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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2013 <어덜트 월드>
2012 <킥 애스2: 겁 없는 녀석들>
2011 <겟 썸2>
2010 <킥 애스: 영웅의 탄생>
2008 <겟 썸> <리마커블 파워> <가든 오브 더 나잇>
2007 <아메리칸 크라임> <마마 보이>
2004 <클리핑 아담> <필 오브 더 퓨처> <슬립오버>
2003 <원 트리 힐>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본 뒤 그에게 홀리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퀵실버, 에반 피터스는 그야말로 <엑스맨>을 휩쓸고 지나갔다. 순간이동에 가까운 속도로 관객의 혼을 빼놨고, 주방 신에서 총알의 위치를 조정하는 동안 관객의 마음까지 조정했다. 슈퍼히어로물인 <킥 애스: 영웅의 탄생>에서 영웅이 된 친구 애런 존슨의 활약을 지켜
[who are you] 에반 피터스 Evan Pe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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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쿨한 도시”(<뉴욕타임스>) 베를린이 몸살을 앓고 있다. 베를린은 한때 대안 예술가, 대학생, 이주민들이 어우러져 특유의 생동감을 내뿜던 도시였다. 하지만 최근 이들은 베를린에서 쫓겨날 처지가 돼버렸고, 이들을 몰아낸 자리엔 고급 주택과 관광객이 머물 고급 펜션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같은 베를린의 도시 문제를 다룬 저예산 다큐멘터리 두편이 6월 초 베를린에서 개봉했다. 베를린의 현재를 보여주는 두 영화는 <세입자 반란>과 <웰컴 굿바이>. <세입자 반란>은 베를린의 고급 주택화(gentrification) 현상의 첫 번째 희생양인 가난한 예술가, 장애인, 노인, 실업자,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서로 뭉치는 과정을 기록한다. 2012년부터 이들의 움직임을 담아온 이 영화의 첫 장면은 홀로 살던 로즈마리 플리스 할머니의 장례식 장면이다. 플리스 할머니는 급등한 임대료를 내지 못해 강제퇴거를 당하고,
[베를린] 가장 쿨한 도시의 핫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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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서울노인영화제는 9월24일부터 27일까지 4일간의 영화축제를 앞두고 영화제를 빛내줄 경쟁부문 출품작을 공모한다. 제7회 서울노인영화제 출품 대상은 노인 섹션과 청년 섹션으로 나뉜다. 노인 섹션은 만 60살 이상 어르신이 제작한 작품으로 주제에 관계없이 출품 가능하다. 청년 섹션은 60살 미만 세대가 연출한 영화로, 노인세대, 노인문화, 세대통합을 주제로 제작한 작품이면 출품 가능하다. 40분 이내 단편 작품으로 극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장르 구분 없다. 공모기간은 6월9일부터 7월8일까지, 우편 및 방문접수 가능.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http://sisff.seoulnoin.or.kr) 참조.
*제2회 무주산골영화제 ‘무주 산골 캠프’ 참가자 모집. 이용료는 1개 면 기준 5천원으로 이용료는 오폐물 처리 비용으로 사용하게 된다. 캠핑장은 자가텐트 70면 및 공동샤워장, 취사장 등 편의시설, 체육시설(족구장, 테니스장, 씨름장, 수영장) 등이 마련되어
[소식] 제2회 무주산골영화제 ‘무주 산골 캠프’ 참가자 모집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