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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Insert Coin!
[정훈이 만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Insert 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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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의 편집자이자 뛰어난 서평가이기도 한 (친애하는) <씨네21>의 이다혜 기자는, 나와 함께 책 관련 팟캐스트에 출연한 자리에서 “어째서 김중혁 작가님은 책의 작가 사진을 찍을 때마다 매번 팔짱을 끼는 건가요?”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 얘기를 듣는 중에도 나는 팔짱을 끼고 있었으므로 이다혜씨의 눈을 보는 순간 뜨끔했다. 내가 그랬나? 그랬구나.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이 일렬로 눈앞을 스쳐갔다. 사진 속의 나는 대체로 팔짱을 끼고 있거나, 팔짱을 낀 채로 한손을 들어올렸거나 (말하자면 제임스 본드 스타일이랄까) 막 팔짱을 끼려던 찰나에 카메라에 찍혔거나, 팔짱을 못 끼게 하니 팔꿈치라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어째서 그토록 팔짱이 편했던 것일까, 이다혜씨 눈치를 보며 슬며시 팔짱을 풀고 대답을 생각하고 있는 사이, 이다혜씨가 대규모 2차 질문 공습을 감행해왔다. “여자들은 가슴을 크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남자 앞에서 팔짱을 끼는데, 김중혁씨는 무엇을 위해 팔짱을
[김중혁의 바디무비] 이제 소설은 내 손을 떠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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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3일과 14일 일기에 <도희야>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여태 동조자를 만난 적은 없지만, 예나 지금이나 내 눈에 디즈니 만화영화 최고의 미인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1959)의 말레피센트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의 디자인을 성실히 계승한 실사 말레피센트의 외모 중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날개다. 얇고 하늘하늘한 시폰 날개는 팅커벨에게나 주라고 말하듯 말레피센트는 거대한 맹금류나 익룡의 강건한 날갯죽지를 가졌다. 그녀의 날개는 비행 수단일 뿐 아니라 적을 후려치고 쓸어버리는 무기이기도 하다.
5/12
스승의 날이 있는 달이다. 1년 전 이맘때 개봉한 <라자르 선생님>과 올해의 <디태치먼트>까지 보고 나니, ‘리버럴한 교사와 그를 따르는 아이들 vs. 진학 실적에 목매는 권위적 학교’ 구도로 갈등이 전개되는 <죽은 시인의 사회>류 영화나 사명감 넘치는 스승이 문제아들을 감화시키는 <언제나 마음은 태양>과(科)의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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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떻게 찍었을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고든 윌리스에게 물었다고 한다. 수많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든 윌리스의 대답은 늘 이러했다. “어떻게 찍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왜 그렇게 찍었는가가 중요하다. 사람들은 내가 찍은 장면을 두고 ‘리얼하다’고 하지만 그건 리얼한 게 아니다. 완벽히 계산해서 찍은 거다. 리얼하게 보일 뿐이다.” 홍경표, 김우형, 김태경, 박홍열 촬영감독이 꼽은 고든 윌리스의 명장면을 곱씹으며 그가 어떻게 그 장면을 찍었는지가 아니라 왜 그렇게 찍었는지를 되물어보자.
홍경표 촬영감독(<해무>(2014), <설국열차>(2013), <마더>(2009) 등)
<대부>(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1972)
“<대부>의 오프닝 시퀀스. 카메라가 대부를 찾아온 장의사의 얼굴을 보여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장의사의 얼굴에서 서서히 줌아웃되면서 드러나는 대부 돈 콜레오네(말론 브랜도)의 실루엣이 굉장히 인상
진짜 ‘리얼’을 보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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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 오운>(1997)
<맬리스>(1993)
<대부3>(1990)
<의혹>(1990)
<재회의 거리>(1988)
<환상의 발라드>(1987)
<머니 핏>(1986)
<카이로의 붉은 장미>(1985)
<젤리그>(1983)
<스타더스트 메모리즈>(1980)
<맨하탄>(1979)
<인테리어>(1978)
<55년 9월30일>(1977)
<애니 홀>(1977)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1976)
<명탐정 하퍼2>(1975)
<대부2>(1974)
<암살단>(1974)
<대부>(1972)
<배드 컴패니>(1972)
<클루트>(1971)
지난 5월18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수많은 매체가 촬영감독 고든 윌리스에 대한 긴 부고기사를 실었다. 촬영감독의 이름
필름 시대의 ‘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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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때부터 모델로 활동한 미르카 비올라는 스무살 무렵부터 영화를 공부하며 십여년간 연출팀 스탭으로 일했다. 2011년에야 내놓은 늦은 데뷔작 <사랑의 상처>는 미혼모가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이야기였다.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초청된 그의 두 번째 영화 <캠걸>은 네명의 여성들이 자립하는 과정을 그렸다. 먹고살 길이 막막한 알리체(안토니아 리스코바)와 친구들은 웹캠 앞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캠걸 사업을 시작하지만 알리체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캠걸>은 또한 대학생 딸을 둔 엄마 미르카 비올라가 자신의 자녀 세대에 보내는 응원과 당부이기도 하다.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인물들, 디지털 문화의 부작용 등 <캠걸>은 여성 문제뿐만 아니라 청년 세대의 문제도 관심 있게 다루고 있다.
=이탈리아는 오랜 경제 위기로 직장인들의 은퇴 시기도 빨라지고, 젊은이들이 직업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인터넷은 접근성이 좋아 효과적이
[flash on] 여성의 강한 면모를 그려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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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웨이즈>는 <⑲곰 테드>로 극영화에서도 성공을 거둔 세스 맥팔레인의 두번째 연출작이다. 그는 <심슨>과 더불어 미국 애니메이션계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패밀리 가이>의 창조자이자, 역대 최고의 집필료를 받는 극작가이기도 하다(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폭스사와 1천만달러의 계약을 성사했다고 한다). <밀리언 웨이즈>를 통해 극작가이자 연출자로서 자신의 이력을 다시 쓰고 있는 그가 고른 장르는, 기이하게도 ‘웨스턴’과 ‘코미디’의 조합이었다. 그리고 그는 엉터리 미신과 폭력이 난무하는 1880년대 서부의 한 마을에서 예상치 못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고 있는 양치기 청년 알버트(세스 맥팔레인)의 사랑 이야기를 완성해냈다. 또한 그는 이 작품에서 (목소리가 아닌) 주인공 역할까지 맡았다. 할리우드에서 요즘 가장 핫한 배우 중 한명으로 꼽히는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어떤 작품, 어떤 배역에서든 자신의 존재
[현지보고] 서부에서 ‘웃기는’ 백만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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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다시 보는 행위는 매우 안전한 일인 동시에 모험적인 일이다. 이미 확립된 평가들 사이에서 아직 말해지지 않은 미지의 무언가와 조우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조셉 L. 맨케비츠와의 만남은 더욱 모험적일 수 있다. 그는 생전에도 사후에도 엇갈린 평가를 받은 작가였기에, 오늘날의 영화 관객은 여러 이견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감상과 판단을 형성해가며 보는 재미를 더 많이 누릴 수 있다. 6월6일부터 부산 영화의 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열릴 ‘위대한 플래시백의 작가, 조셉 맨케비츠 특별전’을 기다리며 그의 영화 세계에 대한 몇 가지 정보와 단상과 잡념을 무작위적 플래시백처럼 끼적여보았다.
플래시백 하나.
“사람들은 ‘촬영된 연극’(filmed theater)의 프랑스어 표현을 빌려와 내 영화를 설명합니다. 말하자면 내 영화들은, 극히 드문 예외를 제외하면 거의 연극 공연이나 다름없다는 겁니다.” “확실히 내 영화의 서술 방식은 소설적으로도 느껴질 만합니다.” 1967년 2월 <카이
[영화제] 과도한 작위인가, 동물적 감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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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구축이 먼저일까, 자료조사가 먼저일까.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넘치는 것은 의지와 열정이고 부족한 것은 돈과 자료다. 작가에게 ‘자료’라는 단어를 인수분해시키면 대부분 ‘경험과 지식’으로 나눈다. 결국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은 대상을 인터뷰해 그들의 경험을 얻는 방법과 대상을 공부해 지식을 주워담는 것으로 구분되기 마련이다. 물론 이런 구분이 우스울 수도 있다. 온누리 작가들이 인터넷이란 귀인을 만나 구글링은 빛이 되고 지식검색은 소금이 되어 통합 자료라는 은총을 내려주기 때문이다. 스토리 구축과 자료조사의 선후 문제는 뒤로하고 경험과 지식을 얻는 두 가지 방법 먼저 살펴보자.
대부분 작가들의 보조작가이자 자료조사원인 인터넷, 북향사배(北向四拜)를 올릴 만큼 감사하다. 핵공격을 받더라도 지휘통제망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 개발한 미 국방성의 군용통신망 기술이 인터넷으로 발전했으니, 대국에 대한 예의로 치자면 북향사배도 모자랄 지경이다. 자료조사를 위해 서점에 가는 수고를
[천성일의 은밀한 트리트먼트] 그래서 총은 가지고 다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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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황금희)은 습작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소설을 쓰고 싶어 한다. 그사이 친구 희경(김희진)은 유명한 소설가가 된다. 지윤과 희경은 서로 비슷하기에 지윤이 하는 모든 것은 결국 희경을 따라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소설에 도움을 줄 만한 그림을 찾던 지윤은 희경 역시 그림을 소재로 글을 구상 중이라는 말에 신비한 사연을 가진 고가의 명화를 선점한다. 그 그림은 중국 파견 미국 정보원이자 재미동포인 피터(남성진)가 중국의 부호 왕 회장으로부터 선물받은 그림이다.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던 피터는 알고 지내던 동생 혜진(배정화)의 도움으로 그림을 팔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그러던 중 피터는 그림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왕 회장으로부터 감시와 협박을 받는다.
<여덟 번의 감정>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려고 시도했던 감독이 여전히 진행 중인 숙제를 품고 4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소설을 쓰려는 지윤의 욕망과 그림의 소유자인 피터의 상황이 이야기를 추동하며 둘을 연결하는 인물로서
소설 쓰는 여자와 그림을 가진 남자 <미국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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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체(안토니아 리스코바)는 희망 없는 구직에 염증을 느끼고 창업을 계획한다. 그녀의 창업 아이디어는 단짝 친구인 로셀라(알레시아 피오반)가 전업으로, 농구 선수인 마르티나가 부업으로 삼고 있던 ‘캠걸’이라는 사이트에서 아이디어를 빌린 것이다. ‘캠걸’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인 화상채팅 사이트다. 카피라이터 지망생답게 알리체는 자극적이고 직접적인 키워드 대신 포괄적인 키워드를 검색어 광고에 활용하는 역전략으로 대박을 친다. 다른 사이트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을 캠걸들에게 지급하는 알리체의 사이트는 캠걸들에게도 높은 인기를 끌게 된다. 하지만 고임금은 캠걸들의 근무 태만을 불러오고, 새로운 사이트까지 가세해 경영이 악화되자 알리체와 친구들의 갈등도 깊어진다.
<캠걸>의 감독 미르카 비올라는 기혼에 엄마라는 사실을 숨기고 미스 이탈리아에 선발되었다가 뒤늦게 사실이 밝혀지면서 자격이 박탈됐던 전력이 있는 배우 겸 감독이다. <캠걸>에는 여성
그녀들이 자립하는 과정 <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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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바둑을 매개로 만난 두 사람이 있다. 민수(조동인)는 프로기사의 실력을 갖고 있지만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어둠의 세계에서 내기바둑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한편 폭력 조직의 두목인 남해(김뢰하)는 최근 조직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바둑에 부쩍 관심을 두고 있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민수와 바둑을 두고 큰 실력 차로 진 남해는 민수를 곁에 둔 채 본격적으로 바둑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민수는 어둠의 세계로 더 깊이 발을 들여놓는다.
<하얀전쟁> 등에서 시나리오작가로 활동했던 조세래 감독의 연출 데뷔작 <스톤>은 그동안 한국영화가 많이 선택하지 않은 소재인 바둑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겉보기에 정적으로 느껴지는 바둑이 과연 장르적으로 적절한 소재인지 걱정이 먼저 들지만 의외로 민수가 벌이는 여러 차례의 바둑 대결은 극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특히 내기바둑을 둘러싼 건달과 ‘꾼’들의 머리싸움은 구체적인 세부 묘사와 함께 웬만한 액션 신보다 더 신선
어둠의 세계와 바둑 <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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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외로운 사람들의 피난처가 될 수 있을까. 샘(브라이언 개러티)은 과거의 어떤 사건 이후 직업도 없이 이곳저곳을 떠도는 중이다. 그러던 중 한 술집에서 매력적인 여성 에이미(크리스틴 리터)를 만나 특별한 하룻밤을 보낸다. 마침 살 곳을 구하던 샘이 생활비 한푼이 아쉽던 에이미의 집에 얹혀살기로 하면서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한다. 이들은 가족 문제와 같은 각자의 상처로 현실의 벽을 느끼면서도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며 성장해간다.
원작 연극의 작가인 제시카 골드버그가 연출까지 겸한 <사랑은 소설처럼>은 저마다의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영화다. 인상적인 것은 이들의 아픔을 바라보는 영화의 성숙한 시선이다. 샘은 소중한 사람이 죽은 후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으며 에이미의 동생은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심지어 에이미는 마을 사람들에게 ‘헤프다’는 욕까지 듣고 있다. 하지만 감독은 이들이 쉽게 절망에 휩쓸리게 두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어려움
상처를 가진 사람들에게 <사랑은 소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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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 젭(토니 세르빌로)은 40년 전 쓴 단 한권의 소설로 인기를 얻은 사교계 유명인사다. 하지만 65번째 생일을 맞은 그는 자신이 평생 즐겨왔던 화려한 파티도, 흥겨운 음악도, 아름다운 여인들도, 예술에 대한 치열한 논쟁들도 더이상 자신의 삶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문득 알게 된다. 때마침 잊고 있던 첫사랑의 사망 소식이 날아들고, 가늠할 수 없는 상실감 속에서 그는 로마를 거닐며 삶과 죽음,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해서 사색하기 시작한다.
노년에 접어든 젭은 자신 앞에 훌쩍 다가온 죽음을 지켜보며 새롭게 세상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이 이제껏 열광하며 잡으려 애썼던 것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또한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았는지 깨닫는다. 이제 젭은 이 새로운 ‘눈’으로 자신의 삶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다시 바라본다.
셀린의 소설 <밤 끝으로의 여행>의 한 구절로 시작하지만, 젭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일련의 ‘심리적 여정’을
삶과 죽음, 그리고 아름다움 <그레이트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