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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겨울왕국이 도래했다. 원래 겨울은 애니메이션의 계절이라지만 올해는 더 특별하다. 뽀통령부터 인기 시리즈의 속편, 참신한 기획력으로 승부하는 작품은 물론 디즈니의 신작까지 충실하고 화려한 라인업을 보노라면 흐뭇할 정도다. 우선 주목해야 할 작품은 디즈니의 신작 <빅히어로6>. 한 천재소년이 수수께끼의 사고로 형을 잃은 뒤 악당에 맞서기 위한 6인의 히어로로 팀을 조직한다는 내용이다. 동명의 마블 원작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롭게 각색한 작품으로 디즈니-마블의 콜라보가 어떤 효과를 거둘지 기대를 모은다. 캐릭터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는 디즈니인 만큼 이번에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특히 의료용 로봇을 개조한 베이맥스는 이 영화의 마스코트인데 몽실몽실한 디자인으로 차세대 귀요미 자리를 일찌감치 예약했다. 북미에서는 11월7일 개봉하여 <인터스텔라> <헝거게임> 등 블록버스터들과 맞붙는다. <겨울왕국>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 중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진짜 겨울왕국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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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Exodus: Gods and Kings
감독 리들리 스콧 / 출연 크리스천 베일, 조엘 에저턴, 시고니 위버 / 개봉 12월3일
아는 이야기라 더 궁금하다. 블록버스터의 핵심이 볼거리라면 이 영화만큼 기대감을 북돋는 소재도 흔치 않을 것이다.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은 강력한 이집트 왕국 건설이란 목표하에 형제처럼 자란 람세스와 모세가 각자의 운명에 따라 서로 반목하는 과정을 그린다. <십계>(1956), <이집트 왕자>(1998) 등 이미 수차례 영화화된 모세의 출애굽기를 바탕으로 했으니 관건은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 보여줄지에 달렸다. 그런 점에서 <글래디에이터> <프로메테우스>를 연출한 리들리 스콧은 더할 나위 없는 믿음을 준다. 메뚜기떼, 피바다 등 이집트를 덮친 10가지 재앙이나 홍해의 기적 같은 환상적인 요소는 기본이다.
“<글래디에이터>를 능가하는 화면
블록버스터: 스펙터클의 향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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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감독 윤제균 / 출연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정진영, 장영남 / 제작 (주)JK필름 /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 12월
<해운대> 이후 제작자로 바삐 뛰어온 윤제균 감독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국제시장>은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60여년의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한 가장의 일대기로 꿰어낸 드라마다. 6•25 전쟁통에 아버지(정진영)를 잃고 집안의 가장이 된 덕수(황정민)는 생계를 위해 서독의 탄광으로, 베트남전쟁의 포화 속으로 뛰어든다. 사랑하는 아내 영자(김윤진)를 만나 결혼도 하고, 국제시장에서 자식들도 번듯하게 키워놓지만 정작 덕수는 자신의 꿈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덕수는 가족을 위해 늘 자신부터 희생해온 이 땅의 가장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우리네 아버지의 얼굴은 배우 황정민이 연기한다. <국제시장>은 <해운대>와 부산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공유하지만, <해운대>보
한국영화 매치업: 드라마, 액션, 장르, 로맨스… 없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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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당신의 마음을 훔칠 영화들을 한데 모았다. 골라 보기 좋게 영화들을 카테고리로 묶었다. <국제시장> <상의원> <기술자들> 등 12월에 개봉하는 주요 한국영화와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호빗: 다섯 군대 전투> 등 손꼽아 기다린 블록버스터,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 믿고 보는 배우들의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거장들의 신작, 예술영화, 속편, 애니메이션까지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개봉 대기 중인 영화들을 총망라했다. 낮이 짧고 밤이 긴 겨울만큼 영화 보기 좋은 계절도 없다.
눈이 내리면 극장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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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축구 영화다. 임유철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누구에게나 찬란한>(11월6일 개봉)은 국내 최초 지역아동센터 유소년 축구팀 희망FC의 도전을 다룬 이야기다.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 축구팀을 그렸던 전작 <비상>(2006)이 그랬듯이 어려운 환경에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축구를 하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촬영 도중 다큐멘터리의 원래 주인공이었던 희망FC 박철우 감독이 사임하고, 김태근 감독이 새로 부임하는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임유철 감독이 6년 동안 끝까지 카메라를 놓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시사 때 희망FC 아이들이 참석해 영화를 봤다.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나.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들도 굉장히 좋아했다. 박철우 감독이 팀에서 나간 뒤 김태근 감독이 오기까지 3개월 정도 걸렸다. 그동안 실질적으로 연습이 불가능했다. 부모님들 모두 나를 원망했다. ‘영화 때문에 박철우 감독을 자른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영화를 공개한 뒤에는 모든 오
[임유철] 정직한 땀이 일구는 가치를 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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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웃느라고 바쁘다.” 에픽하이의 정규 8집 앨범 ≪신발장≫이 각종 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에 대한 타블로의 말이다. 올해로 데뷔 11주년을 맞이한 에픽하이의 세 멤버들은 순간의 감정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그 찰나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얻은 듯 보였다. 지난 앨범의 부진, 학력위조 논란 등의 시련을 겪으며 타블로와 투컷, 미쓰라가 떠올렸던 건 지난 11년간 그들과 함께했던 다양한 감정의 파노라마였다. 그 감정들을 신발장에 가지런히 놓인 신발처럼 차곡차곡 눌러담은 에픽하이의 8집 앨범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신발장≫의 타이틀곡 <헤픈 엔딩>이 각종 차트에서 2주간 1위를 했다. <Born Hater>와 <스포일러> 등 다른 곡들도 상위권에 오르는 등 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최근 서로 어떤 얘기들을 나누나.
=타블로_그냥 웃느라고 바쁘다. 다시 음악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이런 놀라운 결과는 기대도 안
[trans x cross] 상처 뒤에 얻은 여유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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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 문정희가 연기한 지수는 ‘슈퍼맘’이다. 10년째 백수로 지내는 남편 태만(김상경)을 대신해 미용실을 운영하며 가족 생계를 책임진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강한 모성애를 보여줬던 전작 <연가시>(2012)와 <숨바꼭질>(2013)과 달리 지수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평범한 아줌마다. 스튜디오에 들어오자마자 사진 찍는 순서를 직접 챙길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문정희의 모습은 슈퍼맘 지수와 똑 닮았다.
-사진 찍는 순서까지 직접 체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씨네21> 표지 촬영이 처음이라 그런 건 아니고. (웃음) 사진은 오래 남는 데다가 영화가 잘됐으면 좋겠다 싶어서. 영화는 봤나. 어땠나.
-따뜻한 가족 드라마였다. 전작 <연가시>와 <숨바꼭질>에 비하면 지수는 지극히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다.
=전작에서 센 캐릭터를 연기했다.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인물들이었다. 그래서 <숨바꼭질>
[문정희] 한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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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출신이면 뭐하나. 하는 일마다 족족 실패다. 심지어 지금은 하는 일도 없는 백수 아빠에 무능 남편이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 김상경은 집안의 근심 덩어리인 가장 채태만이 되었다. 고집스레 현장을 누비던 형사(<살인의 추억> <몽타주>)나 의사, 검사, 재벌 2세 같은 번듯한 캐릭터를 익숙하게 소화해온 김상경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김상경은 태만이라는 낯선 인물로 어떤 변화를 시도한 걸까.
-전작인 <몽타주>와 비교해도 전혀 다른 장르와 캐릭터다. 어떤 면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나.
=일단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아빠를 빌려준다’는 설정도 충분히 개연성 있어 보였다. 심부름센터나 흥신소도 많잖나. 무엇보다 내가 안 해본 캐릭터였다는 게 컸다. 어떻게 보면 <몽타주>까지는 내가 해온 틀 안에 있는 편이었다. 근데 이건 전혀 해본 적 없는 거라 흥미로웠다.
-그간 해보지 않았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코믹.
[김상경] 내가 모르는 나를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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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빌려준다? 딱 봐도 한심해 보이는 백수 아빠 채태만을 참다 못한 딸이 세상에 던진 당돌하고 발칙한 제안이다. 사람은 좋은데 변변한 일자리 하나 없는 태만을 답답해하는 건 아내 지수도 뒤지지 않는다. 홀로 가정을 이끌어가는 지수의 눈엔 “쓸모없는” 남편이 매사 걸리적거릴 뿐이다. 그런데 웬걸. 불량 아빠, 빵점 남편 태만을 빌려달라는 수상한 전화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기 시작한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 코믹하고 어수룩한 태만이 된 김상경과 온 힘으로 가족을 보듬는 지수를 연기한 문정희를 만나 물었다. ‘아빠 렌털’이라니요? 황당한 상황 속에서 이 가족은 대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집에서 놀지만 말고 뭐라도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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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알고 지내는 사이
속뜻 깊이 사귀는 사이
주석 여자 연예인들이 남자친구와 있는 장면을 들키면 그런다. “그냥 아는 교회 오빠예요.” 여기서 ‘그냥’과 ‘아는’과 ‘교회’는 모두 같은 뜻이다. 진지하거나 심각하지 않고 ‘그냥’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왜 꼭 교회가 등장할까? 절 오빠나 성당 오빠, 모슬렘 오빠나 만신 오빠가 등장하는 건 본 적이 없다.
파파라치의 시선을 먼저 따라가보자. 그러면 <처용가>의 21세기 판본이 펼쳐진다. 서울 밝은 달 아래 밤늦도록 노니다가, 들어와 자리를 보니… 아는 교회 오빠로구나. 둘은 내 것인데 둘은 누구 것인가? 아, 그냥 교회 오빠 거라니까! 본디 내 것도 아니고 뺏긴 것도 아니라니까! 뒷부분이 예전의 <처용가>와는 다르지만, 이해하지 못할 얘기는 아니다. 처용의 시선이 아니라 아내의 시선으로 본다면 불륜의 현장을 들킨 것도 아니니 신경질이 날 만도 하다. 왜 저런 난감한 자리에 교회 오빠가 출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교회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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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폭력적인 한해> A Most Violent Year
감독 J. C. 챈더 / 출연 오스카 아이삭, 제시카 채스테인, 데이비드 오예로워
1981년 겨울, 뉴욕은 어느 때보다 높은 범죄율을 기록한다. 미국으로 이민 온 뒤 사업을 확장해나가던 모랄레스 가족도 부패와 폭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위기에 빠진다. 건조하고 냉혹한 드라마로 주목받아온 J. C. 챈더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인사이드 르윈>의 오스카 아이삭과 <인터스텔라>의 제시카 채스테인이 주연을 맡았다. 12월31일 북미 개봉.
[WHAT'S UP] <가장 폭력적인 한해> A Most Violent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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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나를 찾아줘> 아내가 사라졌다
[정훈이 만화] <나를 찾아줘> 아내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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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설에 혀를 담그고 있으면 나를 취하게 만들고 뼈를 덥혀준다. 그런데 자신이 소설을 쓴다는 것은, 마치 성가시기 짝이 없는 자위 행위 같은 것 아닐까 나는 생각했었다. 그러니 나는 문학청년들에 대해 엄청난 편견을 지녀왔던 것이다.” 이 바로 앞대목에서는 이런 문장도 나온다. “인간은 도약하지 못할 때 쓰는 것이리라.”
이야기꾼이 되기, 거짓말을 만들기, 환상 속에 살기, 꿈을 현실로 만들기. 구라하시 유미코의 <성소녀>는 이야기를 둘러싼 남녀의 괴이쩍은 체험담이다. 미키라는 젊은 여자가 교통사고를 내고 기억을 잃어버리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그 사고로 인해 사망. 기억을 잃은 그녀가 약혼자인 ‘나’에게 건넨 글에는 ‘파파’라고 부르던 엄마의 옛 연인과 애인으로 꽤 오랜 시간을 보냈음을 낱낱이 고백하는 내용이 있다. 그런가 하면 ‘나’쪽도 별로 도덕적으로 깨끗한 인간은 아닌데, 친구들과 어울려 여학생을 집단강간한 일이 있다. <성소녀>는 ‘파파’라는 남자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진짜 외설은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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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의 직계로 인정받는 캐나다 작가 루이즈 페니의 작품으로, <냉혹한 이야기>와 이어 읽으면 좋다. 스리 파인스라는 고즈넉한 마을에서 이상적인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사람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깨지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환경을 바탕으로 선한 듯 선하지 않고 악한 듯 악하지 않은, 결국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사람들의 이중성을 다루고 싶었다고 말한다. 가장 끔찍한 효과를 주기 위해 범죄는 평화로운 곳에서 일어나야 했다는 것이다.
[도서] 평화로운 곳에서 일어난 범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