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이트풀 에이트> The Hateful Eight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 출연 새뮤얼 L. 잭슨, 커트 러셀, 제니퍼 제이슨 리
쿠엔틴 타란티노가 다시 웨스턴영화를 만들었다. 배경은 남북전쟁 직후 눈 내리는 와이오밍. 연합군 장교, 현상금 사냥꾼, 보안관, 카우보이 등 여덟 인물이 눈보라로 술집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촬영감독 로버트 리처드슨, 배우 팀 로스, 마이클 매드슨 등 익숙한 이름들이 참여했다. 타란티노가 자기 영화에 수차례 음악을 사용하면서 존경을 바쳐온 엔니오 모리코네가 드디어 직접 영화음악을 만들었다. 크리스마스 북미 개봉.
[WHAT'S UP] 쿠엔틴 타란티노의 웨스턴영화 <헤이트풀 에이트> The Hateful Eight
-
내가 속한 ‘마감인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전히 마감에 쫓기며 산다. 좋은 의미로는 밥벌이가 (아직도) 끊기지 않았다는 뜻이지만, 마감 없는 삶이 과연 어땠는가 회상하며 잔뜩 긴장한 마음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는 자신이 가끔 처량하다.
푸념은 이 정도로 하고, 필자가 실제 마감 때 듣는 음악 얘기를 해볼까 한다. 여기에는 경험으로 터득한 몇 가지 기준이 있다. 먼저 ‘가사’가 들리지 않을 것. 기승전결을 알 수 있는 한국어 가사 노래들은 제외한다. 하도 많이 들어 귀에 익은 팝송들도 마찬가지로 뺀다. 그리고 처량하더라도 흥겨울 것. 늦은 장맛비가 내리고, 아직 써야 할 글이 태산일 때, 하지만 주말 기분만큼은 이어폰에서라도 느끼고 싶을 때는 재즈(Jazz)가 좋다.
세월을 담은 거장의 목소리 대신 손가락 마디의 움직임과 백 밴드의 연주와 수군대는 바(bar) 풍경이 느껴지는 라이브 음반이면 좋다. 매끈한 스튜디오 녹음보다 어느 정도 들리는 소음이 한층 더 집중하게 해주니까. 추
[마감인간의 music] 맥주유발자
-
[정훈이 만화] <베테랑> 세상은 넓고 비리는 많다
[정훈이 만화] <베테랑> 세상은 넓고 비리는 많다
-
불빛 한점 없는 시골길을 걷는 건 생각보다 무서운 일이다. 농담의 차이만 있을 뿐 천지가 어둡기는 매한가지여서,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내 그림자가 남의 그림자 같고, 혼자인데도 다른 이의 기척이 느껴진다(이게 제일 무섭다). 거기에 물안개까지 깔리면 그 자체로 <전설의 고향>이지. 농활 가서 제대로 씻지도 않고 일주일을 부대끼는 대학생들이 그 더러움을 극복하고 괜히 정분이 나는 게 아니다, 밤길 걷다 보면 옆에 있는 게 누가 됐든 손잡고 싶어지거든. 그런 밤길을 홀로 걷고 돌아온 후배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폐가에서 도란도란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느니 헛소리를 하며 무서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호소했지만, 그것 또한 헛소리로서 자리 깔고 5분 만에 잠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후배는 여전히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누나, 여기 이상해요, 엉엉.” 간밤에 잠깐 눈을 떴는데 옆에 머리가 긴 사람이 누워 있었다는 거였다. 그러려니 하고 다시 잤는데 새벽녘에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머리 감겨줄까?
-
-
※<암살>과 <베테랑>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저 사람은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여차하면 정말 죽을 참이야.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도 여전한 톰 크루즈의 극한 스턴트를 지켜보다 생각했다. 언젠가 필히 굴복해야 하는 육체의 노쇠가 다가오는데도 감속을 고려하지 않는 인간. 그 모습이 불러오는 위태함이 이 스타가 계속 대중의 시선을 붙드는 이유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 위험한 액션에 불나방처럼 끌리는 그의 행보에는 프로다움 외에도 심리적 문신 비슷한 것이 느껴진다. 본인의 회고에 따르면 톰 크루즈는 네댓살 무렵 높은 나무에 기어오르며 ‘스턴트’를 시작했고 여덟살 때는 동네 공사장 고철더미를 향해 자전거를 날렸다가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07/27
<암살>은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를 추억하게 만든다. 두 작품에는 처지와 성향은 달라도 식민지 상황에서 가해지는 일방적 폭력과 착취 앞에 한 시절 뜻을 모으고 상처를 나눈 사람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어처구니를 찾아서
-
영화 <종이 달>을 본 뒤, 원작인 가쿠타 미쓰요의 <종이달>을 읽었다.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을 두고 원작과 비교해 따져 묻는 건 사실 좀 허무한 일이다. 연출자의 목표가 ‘소설의 빈틈없는 재현’일 리 없을뿐더러, 설사 데칼코마니 하듯 소설을 영화로 찍어내려 했다고 해도 쓰인 ‘글’을 ‘(움직이는) 이미지’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생겨난 ‘얼룩’들은 차라리 필연에 가깝다.
<종이 달>을 만든 요시다 다이하치는 이 ‘얼룩’을 즐길 줄 아는 감독이다. 이 영화 전까지 그는 총 네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모두 원작 소설(혹은 만화(<퍼머넌트 노바라>))을 출발점으로 하는 작품으로, 그 각색 방식이 무척 흥미롭다. 실제로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에서 그가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을 그만두는’ (작은) 사건이 불러일으킨 동요를 높낮이가 서로 다른 네 등장인물의 ‘시점-감정’과 정교하게 분할된 ‘시간’이라는 두개의 축 위에 정신없이
[우혜경의 영화비평] ‘있어야 할 곳’은 어떤 곳일까
-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4)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한국경쟁 부문 대상을 차지한 안국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 27기로 장편제작연구과정을 거쳐 2년간 공들인 시나리오로 영화를 완성했다. 촬영 전 각본을 읽은 박찬욱 감독은 “근래 읽은 가장 재밌는 시나리오”라고 말했고, 전주국제영화제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한국 독립영화계의 지형도 안에서 B급영화적 분위기로,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끝까지 밀어붙인 흔치 않은 경우”라고 평했다. 영화는 엘리트가 되고 싶었지만 공장에 취직하는 데 만족해야 했던, 사랑을 꿈꿨지만 남편의 자살 시도 이후 계속되는 시련에 허덕여야 했던 수남(이정현)이라는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수남이 어찌하여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이정현을 캐스팅하는 데 박찬욱 감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수남 역의 캐스팅 1순위가 이정현씨였다. 그런데 정현씨 소속사에 시나리오를
[people] 현실의 답답함을 코믹하게
-
국내에 이처럼 색깔이 뚜렷한 영화제가 또 있을까? 음악과 영화, 모두를 즐길 수 있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올해로 제11회를 맞는다. 8월13일부터 6일간 메가박스 제천과 청풍호반무대 등지에서 진행될 이번 영화제에서는 한국 최초의 여성 보컬 그룹 ‘김시스터즈’의 삶을 담은 김대현 감독의 다큐멘터리 <다방의 푸른 꿈>을 개막작으로, 7개 섹션, 103편의 국내외 음악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국제 경쟁 섹션인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에서는 노르웨이를 비롯한 중국, 대만, 터키 등 여러 국가에서 초청된 6편의 극영화와 1편의 다큐멘터리가 관객을 기다린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년,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성장영화들이다. 1960년대 말, 비틀스를 동경하는 네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비틀즈>는 가족의 붕괴, 첫사랑의 아픔,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는 성장영화의 단골 요소를 비틀스의 음악과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배경으로 따뜻하게 담아낸다. <미라클 벨리에&
[영화제] 음악처럼 영화처럼 여름나기
-
“울고 짜고 해봐야 소용 있나요, 막노동판에라도 나가봐야죠. 불쌍한 언니는 어떡하나요. 오늘도 철야명단 올렸겠지요.” 김민기의 곡 <야근>이 흐르고 영화가 시작된다. “생지옥 같은” 일터에서 몸 상하고 마음 상해가며 일했던 1970~80년대 여성 노동자들이 당시의 노동 환경을 증언한다. 1978년 동일 방직 똥물 투척 사건, 1985년 구로동맹 파업 같은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의 역사가 따라 길어올려진다. 똥물 투척 사건을 사진으로 남긴 사진사는 “그때 그 아가씨들처럼 순수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여태 못 봤다”고 말한다. 똥물을 뒤집어쓴 순수한 얼굴의 10대 여공들의 바람은 아프게도 “나도 나이키를 신고 싶다”였다. 삼성반도체 공장의 여성 노동자, “미적 노동”을 강요받는 항공사 승무원, 수시로 언어폭력에 노출된 콜센터 노동자 등 ‘여성’이면서 ‘노동자’인 오늘날의 그녀들도 울음을 참아가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나의 어머니, 나의 여동생, 나의 언니, 나의 누나 혹은
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한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 <위로공단>
-
에스더(스테파니 클레오)와 줄리앙(마티외 아말릭)은 오랜 친구 사이다. 각자 결혼을 한 뒤 오랜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두 사람은 비밀리에 정사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한다. 에스더는 사랑을 나누는 도중 종종 줄리앙의 입술을 깨물어 상처를 낸다. 이것이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알 수 있는 전부다. 그러던 중 줄리앙이 살인사건으로 기소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영화 속 사운드와 이미지는 종종 시공간적으로 엇갈린다. 줄리앙과 에스더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불현듯 심문을 받는 줄리앙의 목소리가 보이스 오버로 끼어든다. 보이스 오버는 관객이 앞서 본 이미지를 사후 서술하면서 이미지가 플래시백임을 뒤늦게 지각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플래시백의 독특한 사용을 통해 과거 이미지를 현재의 시점에 종속된 것으로 그리는 대신 과거 이미지의 독립성을 온전히 보전하려 시도한다.
영화는 줄리앙을 법정에 서게 한 사건의 실체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은 생략하고 사건의 이전과
심문의 대상이 된 두 사람의 관계 <블루룸>
-
“저 칼 되게 잘 써요.” 말간 얼굴을 한 수남(이정현)이 자기 동네 통장(서영화)을 포박해놓고 독한 말을 서슴지 않는다. 피로 물든 정체불명의 살점을 통장의 입에 우겨넣으며 수남은 자신이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때는 수남의 중학교 시절. 고등학교에 진학해 엘리트가 될 것인가, 공장에 취직해 여공이 될 것인가라는 선택의 기로 앞에서 그녀는 전자의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손재주도 많고 자격증도 무려 13개나 있지 않은가. 하지만 결국 그녀는 자격증 따위는 하등 쓸모없는 조그마한 공장에 들어가 ‘공순이’로 산다. “사회의 쓴맛을 알고 술을 배우고 남자를 겪으며” 일을 해 먹고산다는 것의 의미를 체화한다. 청각장애를 가진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남편도 그곳에서 만났다. 남편의 소망은 하루빨리 집을 사는 것이었지만 그는 수남의 권유로 청각 수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수술 후유증으로 그는 손가락을 잃고 자살까지 시도한다. 그런 남편을 보며 수남은 자책과 책
올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수상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
평소처럼 한가로이 일상을 보내던 무민 가족에게 해적떼가 찾아온다. 하지만 해적들은 별일 없이 떠나고, 그들이 두고 간 책을 보던 무민 가족은 귀족들이 술과 도박을 즐기는 섬 리비에라에 이끌려 여행을 떠난다. 거센 파도와 사막을 지나 도착한 리비에라에서 그들 역시 흥청망청 호사로운 시간을 보낸다. 예술가 친구를 사귄 무민파파는 시답잖은 얘기만 늘어놓으며 가족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군다. 무민의 여자친구 스노크메이든은 그곳에서 귀족을 만나 한눈을 팔고, 질투를 느낀 무민은 귀족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1955년 발표된 원작 <무민, 리비에라 해변에 가다>를 바탕으로 하는 <무민 더 무비>는 원작자 토베 얀손 탄생 100주년, 캐릭터 탄생 70주년을 기념하며 제작됐다. 눈을 홀리는 기교에 전혀 기대지 않고 캐릭터만으로 이끌어가는 영화는 오랜 역사에도 녹슬지 않은 원작의 힘을 방증한다. “많은 곳을 다녔지만 제 종착지는 하나였어요. 바로 이곳, 무민 골짜기.” 무민파
오랜 역사에도 녹슬지 않은 원작의 힘 <무민 더 무비>
-
동물원 사육사로 일하는 태우(정경호)의 아내 희연(정윤선)은 원인 모를 불치병을 앓고 있다. 병실에 누워 세상을 떠날 날만을 기다리는 희연은 태우에게 자꾸만 자신의 물건 모두를 불태우라고 강요한다. 태우는 희연이 자신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에 더욱 위악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병실만 가면 희연의 짜증을 받아줘야 하고 회사에서는 무료한 날뿐이며 딱히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이 없어 방황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한 여자가 태우의 눈앞에 나타난다. 그는 술에 취한 것 같기도 하고 어딘지 아파 보이기도 하는 묘령의 여인을 자신의 집에 데리고 온다. 그러고는 여자에게 따뜻한 목욕을 시켜주고 옷과 음식을 주며 호의를 베푼다. 태우는 분명 아무런 사심 없이 여자를 도와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병실에 누워 있는 희연에게서 조금씩 마음이 멀어지고 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마침 그때 태우는 희연에게서 오랜만에 외출을 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고 반가워한다. 태우는 몸
젊은 남녀에게 불어닥친 죽음이라는 사건의 파장 <그리울 련>
-
홍이(김고은)는 자신을 길러준 어머니이자 무술 스승인 맹인 자객 월소(전도연)의 손에서 자란다. 실력이 일취월장한 홍이는 무술 시합에 끼어든다. 시합의 주최자인 유백(이병헌)은 한눈에 홍이가 월소에게 사사한 것을 알아차리고는 홍이를 미행한다. 유백은 홍이에게 자신이 입가에 두른 마스크를 셋 셀 동안 빼앗으면 실력을 인정하겠노라고 말한다. 홍이는 곧 유백의 마스크를 빼앗아 들고는 자랑스레 월소에게 간다. 홍이가 유백을 만났음을 알게 된 월소는 홍이에게 칼 한 자루를 내밀며 말한다. “이것은 네 아비를 벤 칼이다.”
액션 활극에 가까운 한국식 변형 무협영화들이 존재해왔지만 전통적인 무협을 표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 의미에서 <협녀, 칼의 기억>은 용기 있는 시도다. 박흥식 감독은 고려 시대 송과 아라비아 상인들과 교역이 활발했던 무역의 공간, 벽란도를 무협의 공간으로 상상한다. 이로써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인 영화의 기본 배경이 세팅된다. 유백이 머무는 궁궐은 앞선 공
전통적인 무협을 표방하는 영화 <협녀, 칼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