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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처럼 존재감 없는 사이먼(제시 아이젠버그)은 자기 집 창문에서 마주 보이는 곳에 사는 복사사무원 한나(미아 바시코프스카)에게 반해 있다. 그는 회사에서도, 요양원에 있는 가족에게서도 얼간이 취급을 받으며 무기력한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자신과 똑같은 외모에 교활하고도 매력적인 분신 제임스가 나타난다. 제임스는 일과 연애 뭐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사이먼에게 충고를 해주며 다가오지만 결국 회사, 여자, 집까지 차근차근 사이먼의 것들을 독차지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기괴한 소극인 표트르 도스토예프스키의 <분신>을 각색한 것이다. 원작에서처럼 영화의 사건들이 소심한 사이먼의 망상과 피해의식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의 분신과의 갈등과 충돌을 다룬 것인지 분간하긴 힘들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사이먼의 내면을 시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기 삶의 이방인처럼 사는 주체가 어느 순간 낯선 힘에 존재의 기반을 잠식당한다. 이러한 철학적 설정은 영화의 외피를 다소 난
교활하고도 매력적인 나의 분신 <더블: 달콤한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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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파스빈더가 상영시간 내내 탈 쓰고 나오는 영화. 무엇보다 <프랭크>는 그렇게 널리 알려졌다. 특별한 경력이나 재능도 없지만 멋진 뮤지션이 되길 꿈꾸는 존(돔놀 글리슨)은 우연히 한 인디밴드의 키보드 연주자로 들어가는데, 그 밴드의 정신적 지주인 프랭크(마이클 파스빈더)는 샤워할 때조차 탈을 벗지 않는 남자다. 이후 존이 앨범 작업과정을 트위터와 유튜브에 올린 덕분에 음악축제 무대에 설 기회까지 얻지만, 신시사이저를 연주하는 클라라(매기 질렌홀) 등의 멤버들과 사사건건 충돌한다. 설상가상 프랭크의 불안 증세는 갈수록 심해지고, 답답한 존은 프랭크의 탈을 벗기려고까지 한다. 하지만 프랭크가 가면을 벗지 못하는 데는 말 못할 이유가 있었다.
프랭크는 첫 등장마저 기괴하다. 커다란 탈을 쓴 채 리허설 무대에 오르자마자 무심히 드럼을 때리고는 노래를 시작한다. 아마도 자신의 창작곡이지 싶은 노래의 가사는 더 가관이다. “수프 안에 든 생강, 빵 조각, 기름투성이 익히지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의 총체 <프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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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연어낚시>
감독 라세 할스트롬 / 출연 이완 맥그리거, 에밀리 블론트,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레이첼 스터링, 아미르 웨이키드 / 수입 (주)시네마천국 / 배급 (주)나이너스엔터네인먼트 / 개봉 10월16일
사막에서 진짜 연어낚시를 할 수 있을까? 어류학자 알프레드 존스(이완 맥그리거) 박사는 사막에서 연어낚시를 하고 싶다는 예멘 석유 재벌의 황당한 의뢰를 받는다. 그는 처음엔 불가능한 프로젝트라며 거절하지만 상사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되고, 여기에 영국 총리의 공보 담당 비서 패트리샤 맥스웰(에밀리 블론트)이 연어낚시 프로젝트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합류하면서 연어 1만 마리와 800억원이 투입된 프로젝트는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작가 폴 토데이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아카데미 최우수각본상을 수상한 바 있는 사이먼 뷰포이가 각색을 맡아 이야기의 탄탄함만큼은 믿어도 좋을 듯하다. 삶을
[Coming Soon] 석유 재벌의 황당한 의뢰 <사막에서 연어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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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이 책에 관한 것이다 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새 책을 만지고 또 하루가 멀다 하고 하루 만에 헌책이 된 새 책을 만난다. 일주일이면 어림잡아 내 허벅지까지 책이 쌓이는 것 같다. 그 중 2/3는 구입을 하고 나머지 1/3이 지인들로부터 도착하는 사인본 정도 되겠다. 여름 지나 아침에 살살했다가 저녁에 쌀쌀한 바람 불기 시작하니 특히나 시집 출간이 느는 모양이다.
내게 뭐라 썼는지 면지에 남긴 시인의 글씨체에 채 흐뭇해지기 전에 또 다른 시인의 시집이 도착한다. 짧은 엽서는커녕 잘 받았다는 인사를 겸한 안부의 메시지마저 자꾸 놓친다. 처음에는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어느 순간 에라, 모르겠다 너도 내 시집 받고 입 씻지 않았던가, 슬쩍 좋은 게 좋은 거지에 묻어간다. 불량식품도 아닌데 나쁜 습관은 참으로 쉽게 일상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벽돌 사이즈에 두부처럼 하얀 노트 한 덩어리가 내게 왔다. 친하게 지내는 인쇄소 직원이 잘라내고 버린 종이들을 모아 풀칠을 해서는 내 책상 위에
[김민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날마다 하나씩 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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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에서 주운 포크로 머리를 빗으며 인간세계를 상상하던 인어 이야기도 옛말. 요즘 인어는 방수팩에 넣은 스마트폰으로 <별에서 온 그대>를 시청하고 트위터 유명인을 팔로한다. 그렇게 인간계의 문물을 즐기던 18번째 인어공주 에이린(조보아)은 미남 셰프 권시경(송재림)에게 반해 한강을 얼쩡거리고, 요트에서 요리 프로그램 촬영 중이던 시경은 참치 꼬리지느러미를 닮은 의문의 지느러미에 놀라 미끄러진다. 에이린은 물에 빠진 시경과 딥키스를 나누는데, 일은 여기서부터 꼬인다. 에이린이 그간 군침만 삼켜왔던 시경의 탱탱한 힙을 주무르는 동안 물에 뛰어들어 그를 건져올린 이는 역시 시경을 노리고 있던 신입사원 윤진아(박지수)다. 에이린의 키스가 시경의 생명연장에 도움이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고, 심지어 시경은 생명의 은인에게 식사대접으로 빚을 갚는 현실적인 왕자님이니 동화 속 사랑도 자연히 물음표를 그린다. tvN <잉여공주>는 육지로 올라온 인어가 ‘잉여’가 되는 이야기다.
[유선주의 TVIEW] 성장판 닫힌 세계에서 일과 사랑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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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돌아오고 싶었던 고향이죠.” 오랜만에 영화를 찍은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신은경은 영화가 ‘고향’이라고 했다. 신은경은 당시로선 드물게 중학생이었던 1988년에 KBS 탤런트 특채로 연기 인생을 시작, 구로공단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그린 <구로아리랑>(1989)으로 데뷔한 뒤 줄곧 영화와 TV를 오가며 전성기를 누렸다. 지금도 팬들은 TV드라마 <종합병원>(1994)의 중성적이고 명랑한 레지던트 혹은 <조폭마누라>(2001)에서 ‘형님’이라 불리던 무뚝뚝한 표정의 여자 보스를 기억할 것이다. 굳이 영화계를 고향이라 부르는 데는 잠시나마 연예계 활동을 쉴 수밖에 없었던 때 임권택 감독의 부름으로 <노는 계집 창>(1997)에 출연하며 재기할 수 있었던 기억, <조폭마누라>의 기록적인 흥행 이후 영화배우로서 더 인정받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어쩔 수 없이 영화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l
[신은경]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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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올슨에게 ‘올슨’이라는 성은 결코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던 적이 없다. 아역배우로 시작해 패션디자이너로 성공한 쌍둥이 언니들(메리 케이트 올슨, 애슐리 올슨)의 명성은 오히려 할리우드가 얼마나 소란스러운 동네인지를 일찍 깨우쳐줬을 뿐이다. 엘리자베스 올슨은 올슨가의 ‘베리 굿 걸’로 자랐다. 그리고 언니들만큼이나 똑똑하게 제 길을 닦아나갔다. 4살 때부터 TV에 얼굴을 비쳤고, 7살 때부터 연기 수업을 받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좀더 편한 옷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는 과정을 손쉽게 건너뛰지 않았다. “LA에 살던 십대 시절,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왠지 부끄러웠다”던 올슨은 열넷, 열다섯살 시절에 “배구에 소질이 있는 것 같아 특기생으로 아이비리그에 진학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연극의 매력을 알게 되면서 배구는 그만뒀다.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때가 된 것이다.
올슨은 뉴욕대 티시예술학교에 진학하면서
[엘리자베스 올슨] <베리 굿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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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와 더불어 독일 ‘질풍노도의 시대’와 고전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프리드리히 실러를 다룬 영화 <비러브드 시스터스>(Beloved Sisters)가 화제다. 1952년생 독일 중견감독 도미닉 그라프가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이 영화는 올해 초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당시 독일 언론들은 수상을 점쳤으나 그라프 감독은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런데 최근 이 영화가 오스카상 외국어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비러브드 시스터스>는 실러가 생전에 남긴 편지의 한 구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오늘 밤, 혹은오늘 아침 나는 내 행위의 주인이 아니었다’라는 모호한 문장에 상상력을 덧붙여 실러가 자신의 처형과 뜨거운 사랑을 나눴다는 가설을 세운 것이다. 영화 속 실러는 가난하지만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29살 청년 작가다. 그는 몰락한 귀족 집안의 딸인 샬로테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청혼하기 위해 그녀의 본가를 방
[베를린] 18세기 젊은이들의 차이트가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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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을 운영하며 <로렌스 애니웨이> <만신> <님포매니악 볼륨1, 2> <야간비행> <더블: 달콤한 악몽> 등의 수입/마케팅/배급을 진행한 (주)엣나인 필름이 영화배급과 마케팅 업무를 담당할 신입 및 경력사원을 모집한다. 모집기간은 9월21일까지. 자사양식의 이력서를 다운(http://at9hosting.co.kr/resume.zip)받은 뒤 이메일(shuku@naver.com)로 접수하면 된다. 이메일 접수 시 파일명에 지원자 이름_지원분야(홍길동_해외세일즈/마케팅) 명시.
*명필름영화학교가 10월1일(수)부터 8일(수)까지 신입생 원서접수를 받는다. 입학을 원하는 이들은 명필름문화재단 홈페이지(www.myungfilm.org)에서 필요한 서류양식을 다운받은 뒤 작성해 이메일과 우편으로 접수하면 된다. 문의: 02-2193-2010, apply@myungfilm.org.
*40주년을 맞는 서울독립영화제20
[소식] 명필름영화학교가 10월1일(수)부터 8일(수)까지 신입생 원서접수를 받는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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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의 남자, 잭 블랙이 온다
한국에 오르가슴 경계령이 내려졌다. 미친 존재감, 잭 블랙이 속한 2인조 밴드 테네이셔스 디가 처음으로 내한공연을 갖는다. 잭 블랙과 기타리스트 카일 개스는 1997년 라이브 코미디쇼 <테네이셔스 디>로 만나 지금까지 앨범 3장을 냈다. 이들이 자신들을 소개할 때 꼭 덧붙이는 경고 문구가 있다. 이 밴드를 보는 건 29번의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과 같다. 공연은 12월5일 오후 8시, 6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다.
<악마를 보았다> 블루레이 타이틀 출시
플레인 아카이브가 <악마를 보았다> 블루레이 타이틀을 출시한다. 2장으로 구성된 디스크는 인터내셔널 버전(142분)과 극장판(140분) 모두 수록되어 있다. 공간(미술&프로덕션 디자인), 맵시(의상), 날것(액션), 혈전(특수분장), 스코어(영화음악), 아직 더 있다(삭제장면) 등 여러 공정을 담은 부가영상이 포함됐다. 9월24일 플레
[culture highway] 마성의 남자, 잭 블랙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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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의 일제시기 극영화 컬렉션이 한편 더 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드린다. 식민지 조선영화의 문제작이자 대표작인 <수업료>(1940)가 중국전영자료관(CHINA FILM ARCHIVE)에서 발굴되었다. 이 영화는 1930년대 중반부터 조선 영화계의 대표적 제작사로 두각을 나타낸 고려영화사의 두 번째 작품이자 최인규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기록된다. 최인규의 세 번째 작품 <집없는 천사>가 2004년 발굴되었으니, 말 그대로 10년 만의 낭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중국전영자료관은 식민지 조선영화의 보고(寶庫)와도 같은 곳이다. 2004년 방문조사로 <군용열차>(1938), <집없는 천사>(1941) 등 4편을, 2005년 방문 조사로 <미몽>(1936), <반도의 봄>(1941) 등 3편을 발굴한 바 있고, 2006년에는 중국전영자료관에서 1945년 이전 일본영화 목록을 받아 ‘조선군보도부’가 제작
[포커스] 최인규의 두 번째 영화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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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 <군도: 민란의 시대> <신의 한 수> <역린> <수상한 그녀> <관상> <베를린>의 공통점은?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은 <군도: 민란의 시대>를 제외하면 모두 흥행작이다. 공통적인 건 또 있다. 투자 크레딧에 같은 투자사, 아니 은행 이름이 올라갔다. ‘되는 영화’를 고르는 감식안이 뛰어나고, 그 감식안 덕분에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영화계와 금융계 양쪽에서 최근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는 IBK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다. 기업은행이라면 ‘로 리스크, 로 리턴’을 추구하는 제1금융권이 아닌가. 대체 어떤 이유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특징인 영화 산업에 직접 투자를 하게 됐을까.
제1금융권이 영화 산업에 뛰어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 하나은행이 시네마서비스, 로커스홀딩스와 손잡고 ‘하나 시네마 투자신탁 제1호’ 상품을 만들어 당시 시네마서비스가 제작했던 영화에
[포커스] 콘텐츠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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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테이프> Sex Tape
감독 제이크 캐스단 / 출연 카메론 디아즈, 제이슨 시걸
<배드 티처>에 이은 제이크 캐스단과 카메론 디아즈의 재결합. 서로에게 시들해진 10년차 부부가 활력을 되찾고자 섹스하는 모습을 아이패드로 촬영한다. 즉각 아이클라우드에 동기화된 부부의 섹스 동영상은 부부가 지인들에게 선물한 아이패드에도 저장돼버린다.
[해외 박스오피스] 영국 2014.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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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데이먼이 제이슨 본으로 돌아온다
=제목 미정의 다섯 번째 ‘본’ 시리즈는 이번에도 폴 그린그래스가 연출한다. 저스틴 린이 연출하는 <본 레거시> 후속편도 제작 단계에 있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가 리부트된다
=<오큘러스>의 콤비 마이크 플래너건과 제프 하워드가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있으며, 감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샘 멘데스의 <본드 24>가 12월6일 촬영을 시작한다
=영국에서 2015년 10월23일 개봉예정이며, 촬영감독은 <헤일, 시저> 일정 때문에 하차한 로저 디킨스를 대신해 호이테 반 호이테마가 맡는다.
[댓글뉴스] 맷 데이먼이 제이슨 본으로 돌아온다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