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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에선 한 뭉텅이의 명함이 쏟아졌고, 입에선 속사포 랩과 다를 바 없는 대구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명함을 뭘로 드릴까요? 영화계 명함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국숫집 명함 하나 드릴까? 만복국수가 현업입니다. 그들(아마도 박근혜 정부)이 ‘시장으로 가라’ 해서 시장으로 갔고, 잘 벌고 있습니다.” 국숫집 사장님으로부터 명함을 받고서야 독립과 가난, 두 단어가 꼭 쌍으로 붙어다니라는 법은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대구 동성아트홀,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에서 탈락하다
“망하니까 (날) 찾네.” 면목 없지만 그의 말이 맞다. 남태우 대구동성아트홀 프로그래머는 최근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나는 친박이다-시즌3> 32회 ‘문성근의 민주집권 대망론’ 편에서, 대구 동성아트홀에서 6개월째 월급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형편이 걱정됐다. 악덕 극장주가 돈을 떼먹어서가 아니다. 동성아트홀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2014년 예술영화전용관 운영 지원 사업’
문화로 시작해 문화로 끝내는 방법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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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일,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 심사 결과가 나왔다. 독립영화인들의 오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힘빠지는 결과였다. 지원 사업에서 탈락한 대구 동성아트홀의 남태우 프로그래머에게 먼저 괜찮냐고 물었다. 그는 지난 4월부터 월급을 못 받고 있다고 했다. <송환> <워낭소리>를 배급한 인디스토리의 곽용수 대표, 올해로 40주년을 맞는 서울독립영화제의 조영각 집행위원장, 20년간 독립영화감독으로 살아온 이송희일 감독에게도 차례로 안부를 물었다.독립영화라는 땅이 더 비옥해질 수 있도록 10년 이상 힘써온 4인의 독립영화인들에게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는 곧 현재의 독립영화가 짊어지고 있는 근심과 걱정일 것이다. 물론 깨달음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독립영화 영화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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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경희대 연극영화학과 연출 전공으로 동국대 영상대학원에서는 이론을 전공했다. 단편영화를 대여섯편 찍었고 <인사동 스캔들>(2009) 제작 초기 연출부 막내로 들어가 일하던 중 제작이 무산되어 나온 경험도 있다. 영화는 한참 뒤 새로운 스탭을 꾸리면서 완성됐다. <씨네21> 영화평론상은 2011년, 2012년 최종 본선까지 올랐다. 수상자 발표 심사평에도 내 이름이 언급됐었기에 좌절이 컸다. (웃음) 작품비평과 이론비평 모두 미국영화로 결정하는 게 전략상(?)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냥 솔직하게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에 대해 써보자고 생각했다.
-연극 연출가로도 데뷔했다고.
=지난해 연극 <거짓말 게임>을 연출하며 데뷔했는데, 처음에는 희곡만 쓰고자 했다가 제작사인 ‘블루 바이씨클’ 대표이기도 한 김준삼 교수가 ‘하는 김에 연출까지 할래?’ 권유하셨다. (웃음)
-그들 영화와 감독을 선택한 구체적인 이유는 뭔
“직관을 합리로 풀어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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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가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을 확신하며 조르주 멜리에스를 낭만적으로 소환한 <휴고>(2011)와 몇몇 다큐멘터리를 제외하면, 공교롭게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한 마틴 스코시즈의 근작 세편은 모두 본질과 허상의 괴리가 파생하는 긴장을 담고 있다. <디파티드>(2006)는 갱단에 위장 잠입한 경찰이 정체성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누아르이고 <셔터 아일랜드>(2010)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내면 탐방기를 스릴러로 풀어낸 작품이다. 두 영화에서, 자아를 잃은 주인공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끝없는 투쟁을 벌인다. 부재와의 투쟁은 애초에 승리할 수 없는 싸움이다. 허상을 적으로 상정한 캐릭터의 서사는 패배로 끝날 수밖에 없다. 스코시즈는 장르적 쾌감에 한껏 공을 들여 관객을 몰입시킨 후, 캐릭터의 패배를 고스란히 함께 맛보게 한다. 동일시를 통한 열패감의 전달은, 개인의 희생을 종용하는 사회 시스템에선 누구나 실패의 가능성을 짊어졌음을 깨닫게 한다.
무알코올맥주에 취한 시대를 위무하는 마틴 스코시즈의 해장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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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작은 예년보다 많은 수의 112편이었으며, 예심을 거쳐 그중 11편이 본심에 올랐다. 본심은 변성찬, 송효정 영화평론가와 이영진 <씨네21> 편집장이 맡았다. 특정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주목할 만한 쏠림 현상이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치열한 대결을 요하는 대상영화의 부재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베를린>까지의 1기 류승완 영화의 궤적과 한국영화 세대론을 살펴보는 작가론이 본심에 2편이 올라왔다는 점이다. 올해 특히 한국영화 감독론이 상대적으로 적었음을 감안할 때 주목할 만한 현상이었다. 마틴 스코시즈, 조너선 글레이저, 소노 시온, 제임스 그레이, 마이클 만에 대한 장르론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지금 왜’ 그 작가, 그 장르인가에 대한 치열한 내적 고민은 부족해 보였다.
심사평
최종적으로 박소미, 김명기, 송아름, 김수씨의 글에 주목했다. 각 글이 지닌 미덕이 단점을 능가할 정도로 압도적이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최우수상 선정에 주저하게 되
성실함과 명징함에서 발견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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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한국 남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내가 왕년에(잘나갔지)…”, “내가 누군지 알아!” 술 취하지 않은 여성 버전은 “내가 소싯적에(예뻤지)…”쯤 될 것이다. 술 없이도 이 표현을 좋아하는 부류가 있다.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에게 “내가 누군지 알아!” 소리치며 매운 라면을 대령하라는 대기업 임원이 그런 경우다. 아니, 술과 성별과 무관하게 그리고 굳이 내뱉지 않아도 속으로 이 말을 다짐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내가 누군지 알아!”는 분석할 만한 국어다. 모르는 사람이 길 가다가 이렇게 묻는다면? 여러 가지 반응이 가능하다. “모르겠는데요.” “내가 어떻게 알아?”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알아야 돼?” “자기도 모르는 걸 왜 남한테 물어봐?” “바쁜데 비키세요.” “아, 고민이세요? 저도 요즘 그게 문제거든요.”
문제는 이 상황이 폭력을 동반할 때다. 몇년 전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 두명이 술에 취해 생면부지의 타인을 구타하면서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심
[정희진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내가 누군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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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적한 새벽에 채널을 돌리다 일본 선술집을 순례하는 프로그램에 멈췄다. 팔각기둥 형태의 갈색 컵을 발견한 출연자가 연신 ‘쇼와 시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어릴적 중국집에 가면 미지근한 보리차를 담아 내오던 바로 그 컵이었다. 얼마 전엔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트위터에서 ‘쇼와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그리워할 물건 50선’을 링크한 것을 보고 덩달아 향수에 젖기도 했다. 변신필통과 로켓펜슬, 보석캔디, 물탱크 속의 작은 고리를 수압으로 밀어올리는 장난감 등 대부분 낯이 익었다. 나야 한국인이니 일본 천황의 연호로 시대구분을 할 이유가 없고, 버블경제 붕괴 이전의 좋았던 시절로 쇼와 시대를 그리워하는 일본인의 정서와도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수년의 시간차를 두고 한국에서도 유행한 그맘때의 문물을 구경하다보면 유년기 추억의 원조를 발견하는 기묘한 기분에 빠져들게 된다.
어쨌건 지금은 <TV도쿄>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시즌4가 한국의 케이블 채널
[유선주의 TVIEW] 그가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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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신(神)과 천하의 몹쓸 악인 사이. 루크 에반스의 얼굴을 보고 누군가는 선한 의지를 읽고 누군가는 악한 기운을 읽는다.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에서도 루크 에반스는 상반된 얼굴을 연기한다. 이 영화에서 그는 비정한 전사이고 왕이며,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이다. 악마와 어둠의 거래를 한 뒤엔 인간의 피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드라큘라가 된다. 엄청난 힘을 얻은 대신 저주의 굴레에서 평생 고통을 맛봐야 하는 드라큘라는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 이후 끊임없이 변주되어 되살아난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인물이다. 루크 에반스는 “드라큘라를 연기한 수많은 배우들을 떠올리며 ‘이건 엄청난 도전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전형에 갇힐 필요가 없었다.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은 블라드 공작이 어떻게 드라큘라가 되었는지, 그 “기원”을 짚어가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굳이 벨라 루고시(<드라큘라>(1931)), 크리스토퍼 리(<드라큘라
[루크 에반스]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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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영화’ 하면 떠오르는 특징이 있다. 요란스러운 춤과 노래, 긴 러닝타임, 종교와 문화적 가치관에 따른 암묵적인 제약들이다. 이러한 특징과 제약들은 인도영화만의 개성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보다 넓은 관객층을 공략하는 데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은 이색적인 영화 한편이 등장했다. 바로 영화 <칵테일> 감독 호미 아다자이나가 연출한 작품으로 오는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관객을 만날 예정인 <파니를 찾아서>다.
<파니를 찾아서>는 인도 고아주에 위치한 가상의 마을 포코림을 배경으로 한다. 늙은 우체부 퍼디(나스루딘 샤)에게 한통의 편지가 반송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편지는 퍼디가 46년 전 결혼을 다짐하며 파니에게 보낸 연서였다. 평생 파니를 사랑한 퍼디는 자신이 거절당한 줄로만 알고 실의에 빠져 홀로 고독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그 편지가 정작 파니에게 전달된 적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델리] 인도영화, 어디까지 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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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투자배급사 ‘NEW’와 NEW의 자회사인 ‘콘텐츠 판다’에서 해외업무를 담당할 경력사원을 모집한다. 3년 이상/6년 이상. 10월9일까지 이메일(newinsa@its-new.co.kr) 원서접수. 입사지원서 다운로드 및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itsnew.co.kr) 참조.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에서 아트나인 서포터즈 ‘아트나이너’ 모집. 자기소개서 1부, 다양성영화 중 최근작에 관한 리뷰 1편과 아트나인 극장에 관한 장단점을 10월9일(목)까지 art_nine@naver.com으로 접수하면 지원이 완료되며, 합격자는 추후 공지된다. 자세한 활동내용은 http://cafe.naver.com/minitheaterartnine 참고.
*11월6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온라인 홍보단을 모집한다. 아시프(AISFF) 온라인 홍보단은 SNS, 블로그를 활용하여 영화제를 알리는 활동을 하며, 영화제 행사 초대 및 기념품 지급, 수료증 발급 등의 혜택이
[소식]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에서 아트나인 서포터즈 ‘아트나이너’ 모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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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의 지니어스는 누구?
숱한 화제와 논란을 불러왔던 tvN의 리얼리티쇼 <더 지니어스>가 시즌3로 돌아왔다. 블랙가넷이라는 부제를 달고 장동민, 강용석, 김정훈 등 13명의 도전자가 최후의 우승 상금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두뇌 싸움과 심리전을 벌인다. 시즌2 때 처음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던 카이스트 출신 학원강사 ‘숲들숲들’ 남휘종의 활약을 주목해보자. 매주 수요일 밤 11시 방송.
명반이란 이런 것
현존하는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릿과 재즈계에 한획을 긋고 올해 7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더블베이스 연주자 찰리 헤이든이 함께한 음반 ≪Last Dance≫가 LP로 발매되었다. 재즈는 역시 가을밤에 들어야 제맛이다. 오랜 세월 서로를 존중하며 교류를 나누어온 두 거장이 들려주는 스탠더드 곡들의 향연에 빠져보자.
그래, 당신은 즐라탄이다!
축구선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파리 생제르망)의 자서전을 이제 한글로 읽을 수 있다. 2011년 스웨덴과 이
[culture highway] 이번 시즌의 지니어스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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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를 정말 좋아해> Elle l’adore
감독 잔느 헤리 / 출연 상드린느 키베르나, 로랑 라피트
이혼해 두 아이를 키우는 피부 미용사 뮤리엘은 가수 뱅상 라크루아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헌신적인 팬이다. 그러던 어느 날 뱅상이 뮤리엘 집 문을 두드리고 그녀에게 도움을 청한다. 가수와 팬의 만남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해외 박스오피스] 프랑스 214.9.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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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 왓슨이 정치스릴러 <콜로니아>에 캐스팅됐다
=1973년 칠레 쿠데타에 관한 영화로, 에마 왓슨은 다니엘 브륄과 함께 쿠데타에 휘말리는 젊은 커플로 출연한다. 독일 감독 플로리안 갈렌베르거가 연출한다.
-드림웍스의 새 애니메이션 <보스 베이비>에 알렉 볼드윈과 케빈 스페이시가 목소리 출연한다
=2016년 개봉예정이며, <마다가스카> 시리즈의 톰 맥그래스 감독이 연출한다.
-넷플릭스가 웨인스타인컴퍼니와 손잡고 <와호장룡2>를 내년 8월에 배급하기로 했다
=양자경, 견자단 주연의 <와호장룡2>는 내년 8월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인 넷플릭스와 아이맥스 극장에서 동시 상영된다.
[댓글뉴스] 에마 왓슨이 정치스릴러 <콜로니아>에 캐스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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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의 결혼에 베니스가 봉쇄됐다. 베니스 당국은 그와 연하의 인권변호사 아말 알라무딘과의 결혼식에 브란젤라 커플을 비롯한 유명 하객들과 관광객들이 몰릴 것을 우려해 결혼식 당일 주요 도로와 결혼식장 일대를 통제했다. 도시 하나쯤은 거뜬히 올스톱시키는, 급이 다른 결혼식이었다. 한편 대마초 흡입으로 논란을 빚은 대만 스타 가진동은 연이은 악재에 휘말렸다. 대만판 <꽃보다 남자>의 제작자이자 가진동의 소속사 대표인 차이즈핑은 최근 뇌물수수 혐의로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UP & DOWN] 조지 클루니 VS 가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