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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출, 조명, 촬영 등 전문 분야에 대한 책은 의외로 적지 않다. 영화비평에 관한 책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영화 비즈니스, 특히 프로듀서 분야에 관한 입문서는 진정 찾기 힘들다. 그래서, 목마른 자가 직접 우물을 팠다. <영화 비즈니스 입문>은 현장과 강의 경험을 두루 갖춘 저자가 몸으로 겪으며 뽑아낸 최적의 입문서다. 여러 프로듀서들의 현장 경험담을 바탕으로 기획개발, 자금조달과 예산편성, 프로덕션 운영, 마케팅, 계약, 배급, 부가시장까지 아쉬운 곳을 두루 긁어준다.
[도서] 몸으로 겪으며 뽑아낸 최적의 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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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모텔 방이라는 곳은 대체로 엇비슷한 생김새이기 마련이다. 전남 장흥으로 출장을 갔던 언젠가, 밤새 술을 마시고 차편으로 올라가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광주까지 한참을 차를 얻어타고 와, 새벽 첫 비행기까지 3시간 누울 방을 찾던 날은 ‘모텔’이라고 쓰고 ‘러브호텔’이라고 읽어야 하는 한국 숙박업이 활황의 정점을 찍는 토요일 밤이었다. 여자 혼자 방을 잡으면 ‘이상하게’ 볼지 모른다는 ‘이상한’ 이유로 같이 방을 잡아주겠다는 운전자는 다섯곳쯤 “방 없어요”라는 답을 듣고 나자 “그냥 술 마시자”고 권했지만, 사실 내가 다음날 첫 비행기로 서울에 가야 했던 이유는 거기서 약속이 있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술을 더 마실 수는 없었다. 결국 혼자 알아서 하겠다고 하고는 “지금 막” 비었다는 방의 3시간 대실에 성공했다. 창문은 잘 열리지 않았는데, 열려도 밖의 전경이라고 할 것은 <마지막 잎새>에 나오는 앙상한 나뭇가지의 형상을 한 전기 배선 정도였다. 물론 이것은 도심의 모텔에
[다혜리의 요즘뭐 읽어?] 남녀의 종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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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7일 부산 벡스코에서는 아시아필름마켓2014의 주요 행사 중 하나인 아시아스타캐스팅포럼이 열렸다. 중국 영화시장의 성장세는 영화산업의 근간이랄 수 있는 스타시스템이 자리잡아가는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아시아스타캐스팅포럼에 중국 대표로 부산을 찾은 이지엔터테인먼트가 그 좋은 증거다. 이지엔터테인먼트는 올해 2월에 문을 연 신생회사지만 주아문, 송가를 비롯한 스타들과 감독, 시나리오작가로 구성된 만만치 않은 진용을 자랑한다. 물론 이러한 내실이 하루아침에 쌓인 건 아니다. 중국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자들이 모여 분명한 목적의식 아래 설립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지엔터테인먼트의 공동대표 제시카 첸 역시 10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아시아스타캐스팅포럼에는 어떻게 참가하게 됐나.
=4년 전 홍콩영화제 고문으로 활동하던 중 중국 배우의 발전에 대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알게 된 분 중 한명이 지금 아시아필름마켓에서 일하고 있는데 올해 이런 행사가 있는데 참여해보는
[flash on] “중국어 하는 배우에 대한 수요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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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주 쓰는 문구가 있다. 이를테면, ‘이를테면’이라든가 ‘다시 말해서’라든가 ‘그게 아니고’라든가, 또는 내 경우처럼 ‘솔직히 말해서’라든가. 그렇게 말하게 된 데는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요약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일 수도 있고, 정확히 말하지 않으면 계속 다시 말해야 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라는 말을 왜 자주 하게 됐는지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다. 주위를 둘러보면 ‘솔직히 말해서’ 혹은 ‘솔직히’라는 반복어를 쓰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 같긴 하다. 요즘 세대들도 ‘솔까’(솔직히 까놓고 말해서의 준말)라는 말을 사용하는 걸 보면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솔직하기 어려운 시대다. 아니, 다들 솔직하게 까놓고 말하는 거니까 지나치게 솔직한 시대인 건가.
영화 <프랭크>에서 주인공은 인형 탈을 쓰고 등장한다. 참으로 노골적이기 이를 데 없는 영화 제목인 것이, 인형 탈 쓰고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을 ‘
[김중혁의 바디무비] 솔직히 말해서, 솔직해지긴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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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나 사물에 움직임을 주어 살아 있는 존재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 움직임은 애니메이션의 본질이다. 이때 움직임을 추동하는 바탕에는 논리적인 연관관계 이전에 상상력이 우선시된다.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PISAF)이 국내외 유일한 ‘학생’ 영화제를 표방한 것은 말랑말랑한 두뇌에 담긴 상상력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높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로 16회를 맞은 PISAF가 10월22일(수)부터 26일(일)까지 5일간 한국만화박물관과 부천시청에서 열린다. 올해의 주제는 ‘애니 클라우드’다. 클라우드는 멀리 떨어져 있는 수많은 서버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저장소를 공유하는 컴퓨팅 기술을 뜻하는 말로서, 세계의 애니메이션을 한자리에 모으고 이를 공유하는 축제의 본디 성격을 분명히 한 것이다. 움직임 자체만으로 눈을 사로잡는 단순한 형태의 작품부터 내러티브가 두드러지는 작품까지 다양한 상영작이 마련된 가운데 <우당탕 마을>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의 스테판 오비에 감독의
[영화제] 상상력이 말랑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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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막 졸업한 테일러(한나 아터턴)는 이탈리아 동남부에 있는 풀리아로 휴가를 떠난다. 친언니 매디(애나벨 스콜리)를 만나기 위해서지만, 3년 전 그녀는 이곳에서 이탈리아 남자와 사랑에 빠진 적이 있다. 먼저 도착한 매디 또한 그곳에서 평생의 인연을 만났다. 고작 5주 만에 결혼까지 결심하게 만든 남자다. 그런데 하필 테일러의 형부가 될 그는 3년 전 그녀가 사랑했던 이탈리아 남자, 라프(줄리오 베루티)다.
<할리데이>는 다소 빤해 보이는 휴양지 가이드북 같다.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전형적인 로맨스를 왕년의 인기곡을 활용하는 주크박스 뮤지컬 안에 녹였다. 일단 80년대의 대표적인 댄스팝 레퍼토리를 테마로 잡은 뒤, 테일러가 처하는 극적인 상황마다 히트곡 메들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식이다. 테일러가 공항에 도착하면 마돈나의 <Holiday>가 플래시몹으로 재현되고, 결혼식 전날의 총각파티는 신디 로퍼의 <Girl just wan
‘옛 추억을 자극하는 유쾌한 로맨스’ <할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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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올리가 활동하는 해저에는 ‘무지개 해적단’의 전설에 관해 떠드는 수달 밥시가 산다. 자신을 그들의 자손이라고 소개하며 해적단이 숨겨놓은 보물단지를 찾자고 떠들지만 바다 밑 생물들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 한편 ‘해마 히어로’를 자칭하는 네 마리 해마들도 바다에 침수된 난파선을 조사하며 보물을 찾고 있다. 그러다 해마들이 발견한 무지개 해적단의 기록이 올리와 동료 베스의 귀에 들어오고 여기서부터 밥시의 허무맹랑한 제안은 올리가 떠나는 모험의 시작이 된다.
2013년 중국에서 제작된 <꼬마 잠수함 올리>는 2005년부터 제작된 TV시리즈 <Dive Olly Dive>의 극장판이다. 바닷속 세계를 탐험하는 해양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는 11년 전 <니모를 찾아서>를, 탈것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은 대목은 존 래세터 감독의 <카>를 연상시킨다. 선배 애니메이션들이 보여준 매력을 모양새에 상당 부분 차용한 듯 보이고 기발한 변주나 색다른 장점
바닷속 세계를 탐험하는 해양애니메이션 <꼬마 잠수함 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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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인종간의 갈등과 그것의 해소 과정을 영화화하고 싶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수많은 선택지가 있지만 크게 둘로 나눌 수 있겠다. 전쟁처럼 규모가 큰 거시적인 상황으로 풀거나, 혹은 개인의 문제를 통해 미시적으로 그리거나. 당신이 보게 될 영화가 프랑스 영화라면 그것은 대개 후자의 방식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컬러풀 웨딩즈>는 아마도 인종문제를 가장 프랑스적인 방식으로 다룬 영화일 것이다.
클로드(크리스티앙 클라비에)와 마리(챈털 로비)는 개성 강한 네딸을 둔 중년 부부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들이니 사위 욕심을 낼 법도 한데 부부에게 최고의 사윗감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란다. 이렇게 된 데에는 세딸이 줄줄이 외국인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첫째는 아랍인, 둘째는 유대인과 결혼했으며, 셋째마저 중국인과 결혼식을 올려 동서양의 경계마저 허문 참이다. 부부의 남은 희망은 이제 넷째딸 로라(엘로디 퐁탕)다. 그러나 로라는 마치 글로벌한 가족을 완성이라도 하려는 듯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가족 <컬러풀 웨딩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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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를 당하던 아이가 학교에서 자살했다. 아이들은 휴대전화 메신저 창에서 친구의 죽음을 ‘특종’ 거리로 전락시켰고 학교는 빠른 수습만을 원한다. 우등생 하나(이청미)도 ‘그런 일로 죽기까지 해야 했을까’라며 친구의 죽음을 의아해한다. 그러던 차에 하나에게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평소 자상하던 아빠가 엄마를 때리는 장면을 목격하고 거리를 헤매던 날, 하나는 밴드부 선배 세미(정성희)가 소개해준 사람들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심지어 세미는 하나에게 그날의 끔찍한 영상을 들이밀며 거액의 돈까지 요구한다.
<천 번을 불러도>는 폭력 앞에 방관자이거나 비겁자로 전락한 어른들, 그 속에서 곪아가는 아이들을 조명하는 문제의식 짙은 학원물이다. 영화는 비극적 현실만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상처 입은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회복시키고자 애쓴다. 뮤지컬 제작자인 감독은 음악과 사람들 앞에서의 자기고백을 치유의 방법으로 제안한다. 곡을 만들며 외로움을 달래는 같은 반 친구 대현(김최용
‘고백은 치유의 시작’ <천 번을 불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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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피어스 브로스넌)는 전직 CIA요원으로 은퇴 후 스위스에서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은밀하고도 거절하기 어려운 임무가 부여되고 그는 사건의 실마리를 쥔 여성 앨리스(올가 쿠릴렌코)를 보호하게 된다. 차기 러시아 대통령이 될 정치인의 숨은 비밀에 다가가는 미션 수행 중 피터는 자신의 옛 연인을 잃고 과거의 제자 데이빗(루크 브레이시)과 대적해야 하는 난관에 처한다.
<노벰버 맨>은 피어스 브로스넌의 새로운 스파이영화다. 코드네임 ‘노벰버 맨’은 그가 지나간 자리에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을 만큼 황량한 겨울 같은 풍경이 생겨난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감독은 <노웨이 아웃>에서부터 <뱅크 잡>에 이르기까지 액션 전문인 로저 도널드슨이다. 중후하고 노련한 피어스 브로스넌은 올드보이 스파이의 귀환 이상의 인상은 남기지 못한다. 순수와 매혹의 사이를 오가는 다층적 캐릭터를 선보인 앨리스 역의 올가 쿠릴렌코는 이 영화의 가장 흡인력 있는 캐
피어스 브로스넌의 새로운 스파이영화 <노벰버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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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에 연어낚시를 허하라. 영국 해양수산부의 어류학자 알프레드 존스 박사(이완 맥그리거)는 투자 컨설턴트 해리엇(에밀리 블런트)으로부터, 중동 예멘의 무하메드 왕자(아므로 웨이크드)가 계획 중인 ‘예멘에서 연어낚시’ 프로젝트에 대한 도움을 요청받는다. 존스는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단박에 거절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총리실 홍보담당자 패트리샤(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의 압박을 받은 상관의 명령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공사비 5천만파운드, 살아 있는 연어 1만 마리가 필요한 일생일대의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무하메드 왕자의 ‘고상한’ 취미를 향해 “그럴 돈이 있으면 축구팀을 사는 게 낫다”고 말하는 존스, 하지만 급여가 현재의 2배라는 얘기에 당장 짐을 꾸린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건 연어낚시 프로젝트 그 자체보다 각자 ‘꼬인’ 인생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로맨스다. 존스는 아내와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고, 해리엇 또한 남자친구와 떨어져 지내게 된
무하메드 왕자의 ‘고상한’ 취미 <사막에서 연어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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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장> <후란강 이야기> <우차상> 등의 작품을 남긴 중국의 천재작가 샤오홍. “1970년대에 샤오홍의 소설을 읽은 뒤부터 그녀의 삶에 매력을 느꼈다”는 허안화 감독은 샤오홍을 두고 “탁월한 ‘로맨틱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로맨틱 아티스트’라는 말은 샤오홍의 전기영화 <황금시대>가 그녀의 삶에서 무엇을 크게 취하고 버릴 것인지 짐작하게 해준다.
영화의 첫 장면. 샤오홍(탕웨이)은 카메라를 바라보고 직접 자기소개를 한다. 1911년 6월1일 헤이룽장성의 지주 집안에서 태어났고 본명은 장나이잉이며 1942년 1월22일 홍콩의 성스테판 여학교 임시병동에서 31살에 생을 마감했다는 짧은 소개가 끝나면, 그녀의 순탄치 않았던 삶이 대하드라마처럼 펼쳐진다. 매정한 아버지 대신 할아버지로부터 사랑과 따스함을 배운 샤오홍은 집에서 정해준 약혼자와의 혼사를 거부하고 스무살에 집을 나온다. 그러다 1932년 하얼빈에서 일생의 남
중국의 천재작가 샤오홍의 일대기 <황금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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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학은 누군가에게 부치는 연애편지다. 다만 막 피어오르기 시작한 정념의 불꽃이 보편타당한 형식으로 정제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좌절의 밤과 상실의 순간들이 요구된다. 그리하여 늙고 노쇠한 문학가들은 말한다. 작품을 쓰기 위해선 형식과 규칙에 맞춰 “사적인 감정을 죽이라”(Kill Your Darlings)고. <킬 유어 달링>은 틀에 박힌 제도권의 그물을 찢어발겼던 1950년 미국 비트 세대 작가들의 출발을 담은 영화다. 영화의 제목은 이들을 억누르는 제도권 문화의 무게인 한편 “사랑하는 것들을 죽인” 뒤에야 성장할 수 있는 청춘의 운명에 대한 추도문이기도 하다.
1950년 중반 미국 문학사조를 뒤엎으며 등장한 비트 세대 문학은 절망과 패배의식 속에서 ‘목적 없음’을 공유하는 반항의 상징이었다. 영화는 비트 세대의 선구자 앨런 긴즈버그(대니얼 래드클리프)의 시점에서 그에게 욕망과 집착이라는 수레바퀴를 달아준 뮤즈 루시엔 카(데인 드한)와 얽힌 ‘의문의 밤’에 대해 서
청춘의 운명에 대한 추도문 <킬 유어 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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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게임: 모킹제이> The Hunger Games: Mockingjay Part1
감독 프란시스 로렌스 / 출연 제니퍼 로렌스, 조시 허처슨, 리암 헴스워스,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줄리언 무어 / 수입 (주)누리픽쳐스 /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 11월20일
저항의 상징 모킹제이는 작은 날개를 펼쳐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인가.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영 어덜트 소설 <헝거게임>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헝거게임이 끝난 뒤 캣니스(제니퍼 로렌스)가 혁명군과 함께 사라지자 캐피톨은 그녀의 고향 12구역을 폭격해 초토화 시킨다. 절망도 잠시, 12구역의 생존자들이 13구역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캣니스는 13구역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13구역의 대통령 코인으로부터 혁명의 불꽃이자 반군의 상징인 모킹제이가 되어줄 것을 부탁받는다.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 만큼 스케일은 한층 거대해졌고 분위기는 사뭇 비장해졌다. 청소년들의 생존게임으로부터
[Coming Soon]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다 <헝거게임: 모킹제이> The Hunger Games: Mockingjay Part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