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마을 그린데일의 팻 아저씨는 친절한 얼굴로 사람들에게 행복한 소식을 전하는 우편배달부다. 이탈리아 여행이라는 아내의 꿈을 실현시켜주고 싶은 팻 아저씨. 오디션 쇼 <톱스타>의 우승 상품이 이탈리아 여행권이라는 말을 듣자 팻 아저씨는 지역 예선에 도전하기로 한다. 예상외로 뛰어난 그의 노래 실력은 심사위원과 마을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곧 그는 전국적인 오디션쇼 스타가 되어 결승전에 진출한다. 한편 팻 아저씨의 우체국에 새로 부임한 본부장은 비용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을 기획한다. 그는 팻 아저씨 모양을 본뜬 로봇을 만든 후 우체국 직원들을 해고하고 회사를 장악하려 한다.
<BBC>에서 제작된 유서 깊은 TV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행복배달부 팻 아저씨>가 극장판으로 찾아왔다. 영화는 시골 출신의 팻 아저씨가 서바이벌 오디션에 참가하는 과정과 우체국 경영이 탐욕스런 관리자에 의해 장악되는 과정을 엮었다. 가족과 일상의 소소한 가치들을 긍
영국의 유서깊은 애니메이션 <행복배달부 팻 아저씨>
-
강북의 한 동네에서 6개월간 10여명의 연쇄실종사건이 발생한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수정(김새론)은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언니 연서(정유미)를 마중하러 나간다. 연서의 퇴근길 수정과 영상통화가 급작스럽게 끊어진다. 연서는 땅속으로 사라진 수정을 찾아 맨홀 아래 세상을 헤매기 시작하고, 그곳에는 아버지에 대한 강한 트라우마를 간직한 연쇄살인범 수철(정경호)이 정글의 사자처럼 군림하고 있다. 그는 하수구와 어두운 골목을 자유롭게 누비며 새로운 희생자들을 사냥하러 다닌다. 딸을 잃은 아버지와 두 자매 그리고 그들의 흔적을 좇는 경찰이 힘겨운 추격전과 탈출기를 보여준다.
우리가 매일 지나다니는 길, 그 아래 우리가 전혀 모르는 비밀의 세계가 있다. 흥미로운 설정이다. 무심코 지나가며 본 맨홀의 구멍 사이로 누군가의 눈동자를 발견하게 되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신재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 <맨홀>은 그런 설정과 장면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심장을 저미는 공포를 좀처
우리가 전혀 모르는 비밀의 세계 <맨홀>
-
한적한 섬마을에 살고 있는 소년 카이토(무라카미 니지로)와 소녀 쿄코(요시나가 준)는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부모의 이혼을 겪으며 엄마와 섬에 들어와 살게 된 카이토는 더이상 아빠를 그리워하지 않는 엄마가 원망스럽다. 카이토를 사랑하는 쿄코는 신을 모시는 엄마가 큰 병에 걸려 죽어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해변에서 시체 한구가 발견되면서 마을이 술렁이기 시작하고, 카이토와 쿄코의 관계도 변해간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이 영화는 <너를 보내는 숲>이나 <하네즈> 등으로 잘 알려진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신작이다. ‘자기치유의 영화’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그녀의 많은 작품들이 일관성 있게 자연과 인간, 삶과 죽음, 상처로부터의 치유와 재생이라는 다소 모호하고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는데,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공간적 배경이 ‘바다’로 설정된 것은 흥미로운 변화다. 다가오는 엄마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는 쿄코
치유의 공간이자 두려움의 공간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
1452년. 왈라키아 공국의 군주 드라큘라(루크 에반스)는 세계 정복의 야욕을 드러내는 투르크 제국의 술탄(도미닉 쿠퍼)으로부터 아들 잉게라스를 포함해 사내아이 1천명을 바치라는 요구를 받는다. 10년 전 투르크 제국의 살인병기로 길러졌던 드라큘라는 아들에게만큼은 끔찍한 과거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투르크 제국과 전쟁을 치르기로 한다. 절대적 힘이 필요해진 드라큘라는 악마와의 거래를 통해 힘을 얻는다. 그러나 힘이 지속되는 3일 동안 인간의 피를 먹을 경우 드라큘라는 평생을 어둠에 갇혀 인간의 피를 갈망하며 살아야 한다.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드라큘라 캐릭터에 과감한 변신을 꾀한다. 브람 스토커의 소설로부터 파생된 수많은 버전이 드라큘라의 숙명을 다뤘던 것과 달리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은 드라큘라의 탄생 혹은 기원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영화는 중반까지 가족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어느 용맹한 왕의 액션 서사극으로 진
드라큘라의 탄생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
-
-
‘나쁜 남자 정우성.’ <마담 뺑덕>을 향한 가장 큰 궁금증은 역시 거기 머문다. 장동건에게 <위험한 관계>(2012), 이정재에게 <정사>(1998)와 <하녀>(2010)가 있었다면, 정우성에게는 딱히 성인 취향의 영화가 없었다. <마담 뺑덕>은 결국 정우성의 ‘멘탈’이 급격하게 붕괴되어가는 치정극이다. 게다가 미학적으로 연출했다기보다 실제 정사를 그려내려 한 것 같은, 지나치게 사실적인 정사 신에서 그야말로 ‘맨몸’을 드러낸다. 지금껏 우리가 알아온 ‘초딩 버전’의 <심청전>은 눈먼 아버지 심학규의 눈을 뜨게 하려고,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딸 심청의 희생을 다룬, 효(孝)를 칭송하는 텍스트였지만 <마담 뺑덕>의 무드는 사뭇 다르다. 피해자로 알고 있던 심학규가 가해자이기도 했으며, 그 속에는 적나라한 욕망과 집착이 숨어 있다. <마담 뺑덕>의 묘미는 바로 그 서로 다른 입장 사이의 ‘밀당’에서
‘악녀의 탄생’ <마담 뺑덕>
-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25년 만에 리메이크됐다. 4년간 열애 중인 영민(조정석)과 미영(신민아)은 우여곡절 끝에 행복한 결혼에 성공한다. 눈만 마주쳐도 달아오르던 열정적인 신혼 기간이 끝나자 오해와 반목, 질투와 권태가 출렁이는 따분한 일상이 이어진다. 사회복지 9급 공무원 영민은 아내의 잔소리로 가득한 일상을 떠나 시를 쓰는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싶다. 때때로 그는 아내가 아닌 낯선 여자와 나누는 아찔한 성적 판타지에 빠져들기도 한다. 한편 미술학원 강사 미영은 시에 빠져 자신을 방치하는 남편에게 섭섭함을 느끼지만 이를 대체할 자신만의 열정을 찾아내기도 힘들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듯 전업주부였던 미영은 미술학원 강사로 맞벌이를 하게 됐다. 영화에는 친구와 이웃들의 사정을 통해 이혼, 재혼, 비혼 등 다양한 방식의 커플 결합방식이 등장하기도 한다.
박중훈과 고(故) 최진실의 자리에는 조정석과 신민아가 나섰다. 밉지 않은 철부지 남편 역의 조정석과 평범한 미술학원
담백하고 유쾌한 리메이크작 <나의 사랑 나의 신부>
-
<웨스턴 리벤지> The Salvation
감독 크리스티안 레브링 / 출연 매즈 미켈슨, 에바 그린, 제프리 딘 모건, 에릭 칸토나 / 수입 (주)시네마 리퍼블릭 / 배급 (주)영화사 빅 / 개봉 10월30일
매즈 미켈슨이 1870년대를 배경으로 한 미국 서부극으로 돌아온다. 7년만에 가족과 만난 남자 존(매즈 미켈슨)은 안온한 평화를 누릴 새도 없이 눈앞에서 아내와 아들을 잃는 비극을 맞는다. 분노로 가득 찬 그는 총을 뽑아들어 단숨에 범인을 저격한다. 존의 총구에 동생을 잃은 범인의 형 델라루(제프리 딘 모건)도 가만있지 않을 기세다. 마을의 절대 권력자로 군림해온 델라루의 광기가 존을 향한 복수심으로 돌변하면서 마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버린다. 한편 잔악무도한 델라루로 인해 자유를 빼앗긴 채 살아온 여인 마델린(에바 그린)까지 이들 사이에 얽혀들면서 복수극은 속도를 내며 내달린다. 도그마 선언의 대표 주자이기도 한 덴마크 출신의 크리스티안 레브링 감독이 선보
[Coming Soon] 1870년대를 배경으로 한 미국 서부극 <웨스턴 리벤지> The Salvation
-
2004년 10월29일 CGV강변점에 인디영화관이 처음 문을 열었다. 2008년, 인디영화관은 무비꼴라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10년 사이 상영관은 19개관 2019석으로 늘었다. <우아한 거짓말> <한공주> <마녀> 등에 투자•배급도 했다. 무비꼴라쥬가 독립 영화계와 어떻게 상생하고 공존할 수 있을까.
-올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에 지원하지 않았다.
=큰 기업인 CGV가 정부 지원금을 받는 것이 적합한가 하는 생각이 있었다. 또 독립예술영화 의무상영일수(219일)를 자발적으로 지킬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지원하지 않았다.
-2004년 CGV인디영화관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2008년부터 무비꼴라쥬로 명칭을 변경했다. ‘독립’이 아닌 ‘다양성’에 더 방점을 찍으려는 것처럼 보이는 이름이다.
=처음엔 말 그대로 ‘인디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라는 의미로 네이밍을 했다. 이후 브랜드 공모를 통해 무비꼴라쥬라는 이름이
‘다양한’ 영화에 기회를
-
인디스토리가 북악산과 인왕산을 병풍처럼 두른 서촌 한복판에 둥지를 튼 것이 1998년. 조용하기만 했던 이곳이 맛집이 즐비한 ‘뜨는 동네’가 되기 직전이었을 10년 전의 독립영화와 10년 전의 인디스토리에 대해, 곽용수 대표에게 물었다. “피부에 와닿는 어려움은 없었던 때다. 최초의 제작작품이자 조영각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팔월의 일요일들>을 준비했다, 망했지만. (웃음)” 제작•배급작을 돌아봄에 있어 ‘망했지만’은 필수 어휘목록 첫 번째. 그래서인지 10년 전 개봉했던 <송환>을 떠올리는 목소리가 유난히 밝다. “극장 관객이 2만명 이상 들었고 공동체 상영 시도도 성공적이었다. 계속 단편 배급을 하다가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로 장편 배급을 시작한 게 2000년이었는데, <송환>은 인디스토리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보람과 위안을 느끼게 해준 영화였다.”
대기업의 지원 없으면 안정적 운영 힘들어
&
관객부터 탓하지는 말자
-
넘쳐나는 말이 눈앞의 실체마저 흐릴 때가 있다. 다양성, 예술, 저예산영화와 독립영화는 어떻게 구별되는가. 독립영화의 의미는 무엇인가. 모두가 독립영화를 말하지만 그럴수록 의문은 더해진다. 독립영화에 관한 글쓰기를 꾸준히 고민해온 변성찬 평론가를 만나 독립영화비평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물었다.
-거두절미하고 묻겠다. 독립영화란 무엇인가.
=단도직입적으로 답하면 독립영화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영화다.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출범할 때부터 논의되어왔던 문제인데 소극적으로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 정의했다. 적극적으로 의미를 확대하자면 다른 무엇보다 정서적 독립이 중요하다. 예산, 제작방식, 배급경로는 다양할 수 있지만 만드는 쪽의 태도가 분명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제작 여건만 놓고 본다면 전국 대학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다 독립영화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그들 모두가 독립영화를 만들겠다는 마음은 아닐 것이다. 핵심은 자신의 작업에 대한 자각과 스스로에 대한 의심, 그 긴장관계를 놓
너무 많이 아는 굳은 머리를 깨고
-
“누가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의식적으로 선긋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만드는 사람 스스로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거 아닐까.” 독립영화가 무엇인지 묻는 우문에 대한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 조영각 집행위원장의 현답이다. 다양성, 저예산, 예술영화 등 여러 용어가 난무하는 가운데 편의상 자의적으로 용어를 섞어 쓰는 사이 감내해야 하는 첫 번째 불편은 독립영화의 테두리가 모호해진다는 점이다. 하도 여기저기 ‘독립’ 두 글자를 필요할 때만 가져다 쓰다 보니 진짜 독립영화가 무엇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서독제를 가보면 된다. 사실 영화제만큼 확실하고 선명한 노선을 드러내는 집단도 드물다. 한해의 경향부터 장기적인 방향까지 쌓여온 시간들이 기록으로 증명된다. 오늘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겹쳐만들어진 서독제는 그 단단한 결기로 뭉치고 연대하며 독립영화의 어제와 오늘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11월27일부터 12월5일까지 9일간 개최
‘어떻게 만들까’에서 ‘어떻게 보여줄까’로
-
“내가 그리고 있는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식당을 차리기 전까지는 떠돌이 요리사로 돌아다니며 이곳저곳에 내 레시피를 선보이는 것이 뭐 어떤가요. 먹는 사람이 맛있다면 된 거 아닐까요. 전 떠돌이 요리사로 지내는 게 즐거워요.” <은하해방전선>(2007),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2010), <도약선생>(2010)으로 독특한 윤성호식 세계관을 만들어낸 윤성호 감독의 이후 행보는 다소 뜻밖이었다. 영화감독이 시트콤(<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을 연출하겠다고 했을 때 세상은 조금 시끌시끌했다. 그 뒤 윤성호 감독은 차례로 웹드라마 <출출한 여자>(2013), <썸남썸녀>(2014), <출중한 여자>(2014)를 연출했고, 대중은 그가 무엇을 하겠다고 말하든 더이상 의아해하지 않게 됐다. 윤성호식 “레시피”가 대중의 입맛에 맞은 모양이다.
-그런데 왜 “떠돌이 요리사”를 자처하나.
=2000년대 영화계는 나쁘
영화계라는 생태계에서 건강히 생존하기
-
“컨셉이 ‘독립영화의 조상을 찾아서’인가? 이런 인터뷰를 하려면 머리 희끗한 그런 사람을 찾아가야지 이렇게 젊은 날 찾아오면 어떡하나. 내가 비록 머리는 하얗지만 이거 조금 버텼다고 벌써부터 원로 취급이라니 억울하다.” 포장이 거창하다며 투덜댔지만, 이송희일 감독이 지금껏 밟아온 길이 한국의 독립극영화와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독립영화 창작자 인터뷰를 하는데 “왜 또” 자신을 찾아왔느냐는 타박 아닌 타박의 한편엔 쓸쓸함도 묻어 있다. “외롭고 지겹다. 처음 나와 같이 영화 시작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독립영화를 떠났다. 영화감독이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는 건 결국 자기증명을 놓아버린 게 아니겠나. 젊은 감독들은 많지만 남아 있는 또래 감독이 이젠 거의 없다.” 그의 말대로 십여년 이상 독립영화 한길만을 오롯이 걸어온 창작자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송희일 감독이 소속돼 있던 영화창작집단 ‘젊은영화’의 구성원들 중에서도 이송희일 감독이 가장 늦게 영화 연출을 시
어떻게 관객을 모을까, 마케팅에 눈뜰 때다
-
독립영화당의 2014년 3월 집계에 따르면, 지금 한국에서 ‘독립영화를 상영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스크린 수는 모두 60개다. 이 통계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을 받는 영화관과 영진위의 지원은 받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예술영화관이라고 인식되는 영화관들(대표적으로 씨네큐브), CGV의 다양성영화관 무비꼴라쥬, 롯데시네마의 예술영화관 아르떼, 그리고 독립영화전용관을 모두 합한 것이다(집계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다. 영진위의 지원을 받는 영화관만 집계하면 25개이며, 최근 결과가 발표된 2014년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을 기준으로 20개다). 그렇다면 이 스크린들에서 한국 독립영화가 상영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독립영화를 상영할 가능성이 있는 스크린’은 2013년 말 기준으로 전체 스크린 2184개의 2.7%다. 한국영화의무상영일수가 20%인 것을 감안해보면, 독립영화가 상영될 가능성은 전체 스크린 수 대비 0.5% 이하인 셈이다. 독립영화 관
0.5%의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