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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히말라야> <강남 블루스> <제보자> <명량>
2013 <끝까지 간다> <코알라>
2012 <서울유람> <내가 살인범이다> <동창생>
2011 <최종병기 활> <악인은 너무 많다>
“옛날 조명은 스위치를 켜면 ‘퐁’ 하는 소리가 난다. 그 순간 배우를 환하게 비추는데, 와~ 나는 조명 아닌 다른 일은 못할 것 같더라.” 조명이야기에 선량한 인상이 더욱 둥그스름해진다. 김경석 조명감독은 19살 때부터 MBC에서 드라마, 교양팀 조명 스탭으로 일을 시작해 지금껏 한길만 파왔다. 경력은 어느덧 20년 가까이 됐지만 감독 타이틀은 <최종병기 활> 때부터 달았다. 단편 작업을 함께한 박종철 촬영감독이 <최종병기 활>의 촬영팀이었기에 그에게 조명감독직을 제의해왔다. “김한민 감독님을 처음 뵌 날 밥을 먹자고 하셨는데 너무 떨려서 쭈뼛거리
[STAFF 37.5] 캐릭터에 맞는 콘트라스트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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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영화는 단단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일정한 패턴으로 변주되는 그 구조들은 공간, 주체, 재현에 관한 문제를 던진다. 이번 신작 <자유의 언덕>은 덧붙여 시간을 섞어놓았다. 과거, 현재, 미래의 연대기 순으로는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없다. 이 영화의 주인공 모리(가세 료)는 과거에 결혼하려고 했던 권(서영화)을 찾기 위해 한국에 다시 왔다. 그때 권은 집을 떠나 요양을 가고 없다. 모리는 그녀에게 편지를 남겼고 몸 상태가 나아진 권은 이전에 일했던 학원에 가서 모리의 편지를 전해받는다. 권이 처음 편지를 펼쳐 읽다가 바닥에 떨어트리는 바람에 편지 순서는 뒤죽박죽 섞인다. 권은 그 상태로 편지를 읽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모리가 편지에 쓴 북촌에서의 행적들, 그것들이 뒤섞인 형태의 일상기록은 모리의 내레이션을 통해 그의 회상처럼 화면에서 재현된다.
이 영화의 내러티브가 연대기 순으로 펼쳐지지 않으므로 그에 대해 관객이 괘념치 않아도 된다는 것은
[신 전영객잔] 현실인가 꿈인가 환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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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뺑덕>은 <남극일기>(2005), <헨젤과 그레텔>(2007)을 만든 임필성 감독의 세번째 장편영화다. 그사이 옴니버스영화 <인류멸망보고서>(2012)가 개봉했다. 고전 <심청전>을 재해석한 <마담 뺑덕>은 연기 경력 20년 된 배우 정우성이 처음으로 전신 노출을 감행한 영화로 화제가 됐지만, 변신은 배우만 한 것이 아니다. “당대의 트렌드를 거스르는 작품”들을 만드는 바람에 흥행에서 썩 좋은 결과를 맛보지 못했던 임필성 감독이 이번엔 상업적 노선을 따르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임필성 감독의 비주류적 감성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 둘 사이의 긴장이 <마담 뺑덕>을 흥미롭게 만든다. 삼청동의 한 카페로 임필성 감독이 덕이와 학규와 청이를 불러냈다.
-키 큰 배우들과 함께 무대인사 다니느라 고생 많겠다.
=배우들과 함께 찍힌 사진이 인터넷에 뜨면 악성댓글이 300개씩 달린다. 대왕오징어라고. &
[임필성] 욕망에서 권태까지, 사랑이라 불리는 모든 감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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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를 인터뷰하는 건 오래된 사전을 뒤적거리는 일과 비슷하다. 그녀는 한번에 ‘이것’이라고 단정지어 답하는 법이 없다. 처음 도전하는 스릴러 장르가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쉽지는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오고, 액션 연기가 육체적으로 버겁지 않았냐는 질문에 무슨 그런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렵다’와 ‘쉽지 않다’ 사이에 놓일 수 있는 방대한 행간을 읽지 못하는 이는 그녀의 대답을 무성의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시만이라도 그녀를 직접 대면해본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그녀가 지금 자신의 진심을 온전히 전달하려 갖은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대충 기계적으로 답변을 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텐데 단어 하나라도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면 쉽게 내뱉지 못하는 그녀는 검색어를 치면 답이 툭 튀어나오는 전자사전이 아니라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며 앞뒤 아래위 단어까지 함께 읽게 되는 오래된 사전 같다. 익숙한 울림들 사이, 정유미라는 행간을
[정유미] 친근해서 더욱 특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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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늦은 출발을 질책하는 당신에게 변명하는 말
속뜻 당신의 출발을 격려하는 말
주석 한 시간째 소식 없는 중국집이다. 뱃속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가 성조가 붙은 중국어 같다. 위장과 십이지장과 소장이 민란 일보 직전이다. 참다못한 당신이 다시 전화해도 중국집은 요지부동이다. 그 이름처럼 만리장성이다. 그래도 중국집은 당신에게 복음 하나를 선포해준다. “방금 출발했어요.” 그것은 조만간 현관 벨이 울릴 거라는 암시. 사실은 삼십분 전에 전화했어도, 삼십분 후에 전화해도 똑같이 들었을 말.
인디언의 기우제는 반드시 효과를 발휘했다고 한다. 그것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냈기 때문. 당신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마침내 배달원이 온다. 일하는 젊은이는 누구나 비슷하다. 소음기 뗀 오토바이를 탔고 머리에는 노란 물을 들였고 한손에 철가방을 들었다. 귀에는 이어폰, 허리엔 전대, 거기에는 당신에게 제공할 쿠폰도 있다. 서른 그릇에 탕수육, 쉰 그릇에 팔보채. 당신은 앞으로도 자장면 스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방금 출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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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광화문에는 쓰레기 냄새가 진동한다고 한다. 바로 일베충들이 풍기는 악취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정부에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하는 와중에, 일베충들은 닭을 시켜먹는 등 온갖 쓰레기 같은 짓으로 그들을 욕보이고 있다. 온라인에서 자기들끼리 누가 더 쓰레기 같은지, 누가 더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지 배틀하는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진 않으니까. 하지만 일베충들이 온라인을 빠져나와 오프라인에서 악취를 풍겨대니 정상적인 사람들의 불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쓰레기들은 역시 쓰레기통에 모여 있을 때가 가장 쾌적하다. 고로 일베 사이트는 우리 사회를 쾌적하게 만드는 쓰레기통이며, 절대 없어져서는 안 될 사회의 안전장치다.
주인공보다 사랑스러운 쓰레기통 캐릭터
영화에도 쓰레기통이 있다. 영화에서는 모든 캐릭터와 상황들이 제각각의 논리와 이유를 가지고 움직여야 하는데, 말이 쉽지 극을 짜다보면 앞뒤가 맞지 않거나 동기가 부족하거나 심지어 개연성이 떨어져 극
[곡사의 아수라장] 없앨 수 없다면 한곳에 모아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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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Annie
감독 윌 글럭 / 출연 제이미 폭스, 쿠벤자네 왈리스, 로즈 번, 바비 카나베일
비즈니스계의 거물이자 시장 후보 출마를 준비하는 벤자민 스택(제이미 폭스)은 심술궂은 양어머니 밑에서 고군분투하는 어른 소녀 애니(쿠벤자네 왈리스)를 데려오려고 한다. 1982년과 1999년에도 선보인 바 있는 고아 소녀 애니의 가족 상봉기 <애니>의 또 다른 버전. <프렌즈 위드 베네핏>을 연출한 윌 글럭이 메가폰을 잡았다. 12월19일 북미 개봉한다.
[WHAT'S UP] <애니> An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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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슬로우 비디오> 동체시력 능력자
[정훈이 만화] <슬로우 비디오> 동체시력 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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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말할 때 중심이 되는 것은 남자의 욕망이다. 아버지를 증오하고 어머니를 성적으로 욕망하는 아들의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 그리고 신탁을 내린 존재들이 있다. 샐리 비커스는 아들의 욕망에 초점을 맞춘 프로이트의 신화 해석은 틀렸다고 판단했다. <세 길이 만나는 곳>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중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해당하는 부분을 인용하고, 프로이트의 말년을 설명한 뒤, 그 둘을 합친다. 프로이트는 누군가의 방문을 받는다. 프로이트는 그가 죽음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10년 넘게 훌쩍 건너뛰며 방문객은 자신이 행한 일을 그에게 들려준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의 운명을 결정지은 두번의 그 악명 높은 신탁이 어떻게 행해졌는지를 듣는다. 그렇게 다시 살피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부모가 자식을 버리는 이야기이다. 또한 자신에 차, 알지 말아야 할 것까지 알고자 하고 어떤 진실이든 감당할 수 있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리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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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친구의 정규직 아내가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다. 지방에 있는 처가에 아이를 맡기고 주말에만 만나다 보니 아이가 괜찮을지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이번 달 생활비나 걱정하거라. 태어난 지 여섯달 만에 부모와 생이별을 하고 네살 때까지 외갓집에서 자란(그렇다고 마음 아픈 가정사가 있거나 한 건 아니고, 동생을 임신한 전업주부 엄마가 그냥 키우기 귀찮다고 보낸 거였다) 나는 친구를 말리려고 했다. “괜찮아, 괜찮아. 알잖아, 나도….” “우리 애가 너처럼 될까 봐.” 아, 그래.
팔자에 없는 육아 칼럼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때 필자였던 고명하신 교수님 두분은 번갈아가며 ‘3. 3. 3원칙’이라는 걸 강조했는데, 아이는 세살까지 엄마가 키워야 하고, 하루 세 시간 아이와 온전히 함께 있어야 하며, 사흘 이상 아이와 떨어져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된 건가요, 그런데 요즘 세상에 그게 가능하긴 한 건가요. 아니, 일단 교수님 딸도 시어머니한테 애들 맡기고 일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오늘도 동네북은 조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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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랭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업스트림 컬러>(2013)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안의 아담한 영화관에서 보았다. 전작 <프라이머>(2004)에 이어 셰인 카루스 감독이 각본, 주연, 촬영, 편집, 작곡, 배급, 홍보물 디자인까지 도맡은 ‘원맨밴드’ SF다. 이 영화를 또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난초, 유충, 돼지, 레코드 프로듀서, 도둑, 사기꾼 등이 등장하고 운명적 러브스토리가 포함돼 있으며 <베를린 천사의 시>와 <투 더 원더>의 그림자가 비행운처럼 지나간다. 이 영화를 보고도 ‘올해의 괴작’을 따로 꼽는 관객이 있다면 경의를!
9/17
<프랭크>에서 마이클 파스빈더가 내내 쓰고 다니는 종이반죽(papier mache) 탈은, 가면이라기보다 가짜 머리에 가까운 형태다. 슈퍼 히어로들이나 쾌걸 조로가 이용하는 마스크와 다르게, 프랭크의 탈은 진짜를 대체하는 이목구비를 그려 넣고 뒤통수까지 완전히 가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무표정도 표정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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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저링> 도입부에 짧게 등장한 애나벨 사건에 초점을 맞춰, 1년 전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거슬러간다. <컨저링>의 제임스 완이 제작자로 참여했고 <인시디어스: 두 번째 집>의 촬영감독 존 R. 레오네티가 연출을 맡았다. 곧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는 신혼부부 존(워드 호튼)과 미아(애나벨 월리스)가 빈티지 인형을 집으로 사들인 뒤 벌어지는 이야기다.
레오네티는 1960, 70년대의 상황을 고증하는 데 신경 쓰면서 사건의 체감도를 높이는 데 공을 들인다. 초반부는 공포영화라는 편견을 버리고 본다면 당대의 미국 실내극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다. 흔들의자, 턴테이블, 재봉틀, 아날로그 TV 등의 삐걱거리며 돌아가는 움직임과 사운드는 주요 공포유발 요소인 동시에 시대의 표지로도 작용하며 향수 어린 공포의 세계를 완성한다. 반면 집 안의 사물들이 자동기계적으로 작동하는 상황은 ‘신들린 물체’라는 전근대적인 공포를 표현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비쿼터스
향수 어린 공포의 세계 <애나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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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지나 카라노)와 데릭(캠 지갠뎃)은 신혼여행으로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별장으로 떠난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둘 앞에 가이드 매니가 나타난다. 그는 높은 산 위에 연결된 줄에 매달려 내려오는 짚라인이라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소개해준다. 짜릿함을 만끽하던 중 데릭의 로프가 끊어지면서 추락 사고가 발생한다. 다리를 다친 데릭을 실은 앰뷸런스는 사라지고, 에바는 데릭을 찾아 모든 병원을 뒤졌지만 찾을 수 없다. 도움을 요청한 경찰은 오히려 그녀를 남편 실종 사건의 범인으로 몰고 에바는 데릭을 직접 찾기로 결심한다.
<인 더 블러드>는 에바 역을 맡은 지나 카라노를 위한 영화다. UFC 이중격투기 출신의 그녀는 데이비드 소더버그의 <헤이와이어>(2011)에서 화려하면서 현실적인 액션을 선보인 적이 있다. 같은 배우를 통한 비슷한 접근법을 지닌 두 영화는 매우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헤이와이어>가 지나 카라노의 액션을 위해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면 <
지나 카라노를 위한 영화 <인 더 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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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아스트로)과 알렉스(테오 할름), 먼치(리스 하트위그)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하지만 마을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개발 계획이 진행되면서 곧 뿔뿔이 흩어지게 될 신세. 이별을 앞둔 어느 날, 소년들의 휴대폰으로 알 수 없는 신호가 수신되고, 헤어지기 전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을 만들어보자는 결심으로 신호의 발신지를 찾아 모험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사막 한가운데 불시착한 외계 생명체 ‘에코’를 발견한 소년들은 에코를 고향 별로 돌려보내주기 위해 애쓰지만, 에코를 노리는 비밀조직의 방해에 부딪혀 난항을 겪는다.
감독 자신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팬임을 공공연하게 밝혔듯, 이 영화의 롤모델은 분명 <E.T.>와 <슈퍼 에이트>처럼 보인다. 군데군데 <E.T.>에 대한 오마주도 눈에 띈다. 소년들의 모험이 낯선 외계 생명체와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소년들의 동심과 외계 생명체의 신기한 능력이 결합해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세계와 싸우면서 우정
사막 한가운데 불시착한 외계 생명체 <에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