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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제보자> 또 한 명의 제보자
[정훈이 만화] <제보자> 또 한 명의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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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룸>은 할리우드의 에이전시 시스템을 개발, 발전시킨 주역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세대별 스타(마릴린 먼로에서부터 브래드 피트까지, 1937년부터 1999년까지)와 당시 상황을 자세히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에이전시에서 가장 말단 직원들이 일을 시작하는 곳인 메일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다룬다. 저자 데이비드 렌신은 에이전트들의 이야기를 200여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주디 갈랜드가 극장 뒤 드레스룸에서 TV를 보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순간이라든지 마릴린 먼로가 데뷔할 즈음 매니저와 모종의 관계였으리라는 암시라든지 하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도서] 엔터테인먼트 세계의 숨은 주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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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컴은 쉽게 흥분한다.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머리를 더 써야 한다. 퍼거슨 감독은 PSV 시절 미리 내게 접촉해왔다.” 키가 크고, 몸집이 탄탄해 ‘캄펜의 바위’라 불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비수 야프 스탐이 2001년 자서전에 썼던 이 내용은 퍼거슨 감독의 심기를 건드렸다. 당시 비에이라 사전 접촉설로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던 퍼거슨 감독은 스탐을 라치오로 팔아버렸다. 웨인 루니 역시 2006년 자서전에서 에버튼 시절 호흡을 맞췄던 모예스 감독을 두고 “그가 나를 왕따시키고 내쫓았다.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선 어디든지 갈 수 있었다”고 묘사했다. 모예스 감독이 루니에게 명예훼손 소송으로 맞서면서 영국 축구계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자기 자랑이 대부분인 보통의 축구선수 자서전과 달리 이들의 자서전은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쾌감이 있다.
최근 번역, 출간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자서전 <나는 즐라탄이다>는 스탐보다 과감하고, 루니보다 화끈하다. 스웨덴 출신의
[도서] 슛만큼 통쾌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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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 콘텐츠 이동훈 대표의 주무대는 한국과 미국이다. 그는 양국을 오가며 영화와 드라마를 공동제작하고 있다. 미국 CBS 스튜디오, 배우 대니얼 대 김이 설립한 제작사 3AD와 함께 제작하는 한국 드라마 <굿 닥터>의 리메이크작에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고, <ABC>와 함께 제작하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리메이크작의 제작 총괄(EP)을 맡고 있다. 또한 배우 김남길의 소속사 스타제이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미국 드라마 <홈랜드>의 판권을 구매해 ‘한국판 <홈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영화 <연가: 포카레카레 아나>로 아시아 프로젝트마켓(APM)에 참여한 그를 부산 마켓에서 만나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연가: 포카레카레 아나>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지난해 10월4일 뉴질랜드 대사관의 소개로 뉴질랜드에서 감독과 작가로 활동하는 마이클 베넷을 소개받았다. 그때 <연가
[flash on] 뻔한 비즈니스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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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보러 갔다. 보트를 타고 먼 바다를 향해 두 시간을 달린 다음 10분 동안 고래 한 마리의 등판과 아주 멀리서 점프하는 고래 두 마리를 보고, 다시 한 시간을 달려 항구로 돌아왔다. 고래란 원래 그렇게 허무한 법이지, 그런 거야, 집에 앉아 <고래사냥>을 봐도 고래는 나오지 않아. 그런데 갈 때는 두 시간이었던 거리가 올 때는 어떻게 한 시간이 되었을까. 보트가 폭주하면 그렇게 된다. 그리고 폭주하는 보트는 파도를 가르며 앞으로 달리는 동시에 파도를 타며 위로 솟았다가 아래로 떨어지고… 나는 허리가 나갔다…. 그해 내 나이 서른하나, 고래가 보고 싶다면 한살이라도 어릴 때 보도록 하자.
<캡틴 필립스>를 보면서 왠지 짠하다 싶었더니 고래 관광의 추억이 생각나서였다. 신체에 뼈와 가죽만 존재하는 해적 네명이(그중 한명은 별명이 ‘갈비씨’인데, 넷이 모여 있으면 누가 갈비씨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모터 단 조각배를 타고 달리는데, 내가 다 허리가 아팠다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바다는 넓고 할 일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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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자매>는 미국 사진작가 니콜라스 닉슨이 1975년부터 2005년까지 매년 한 차례씩 아내와 그 자매들을 모아 촬영한 장기 연작이다. 포트레이트인 동시에 몸과 옷차림에 스며든 시간을 기록한 이 작품에서 닉슨은 네 사람을 항상 일정한 순서로 세워, 세월에 따른 자매들의 미묘한 관계 변화까지 포착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보이후드>가 극장에 도착한 지금 말하자면 ‘시스터후드’?
9/2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에 숨어 있는 아담한 영화관에서 셰인 카루스 감독의 <업스트림 컬러>를 보았다. 미술관 입장권 외에 따로 티켓은 살 필요가 없다. 아무도 팝콘을 먹지 않으며 예의를 좀 차리는 분위기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스크린 아래쪽 벽에 있는 전원을 용케 발견한 관객이 휴대폰 충전기를 꽂아두고 착석하는 광경을 보고, 상당히 감명받았다. 알뜰한 눈썰미다. 컴퓨터의 한글 자막을 스크린에 겹쳐 띄우는 방식의 상영이었는데 도중에 자막이 한동안 실종되는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가난한 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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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필름 90주년 특별전’이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10월10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모스필름은 유럽에서 가장 유서 깊은 영화 제작사로, 소비에트 연방시대인 1924년부터 현재까지 3천편 이상의 영화를 제작했다. ‘러시아의 할리우드’라 불리는 모스필름은 현대적 영화 장비와 대규모 제작 환경을 갖춘 필름타운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총 10편,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모스필름을 대표하는 작품들이 선별됐다. 특히 모스필름을 상징하는 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경우, <이반의 어린 시절>(1963), <안드레이 루블료프>(1966), <솔라리스>(1972) 등 3편이 선정됐는데 이번에는 디지털 복원판으로 상영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60주년 기념사업회와 함께 진행하는 이번 특별전에는 ‘러시아영화의 이해’라는 주제로 총 6번의 시네토크도 마련되어 있다.
개막작인 <화이트 타이거>(2012)는 1943년
[영화제] 매혹적인 러시아영화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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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44년, 강력한 태양폭풍으로 지구 인구의 99.7%가 사망한다. 남은 인류는 ‘오토마타’라고 부르는 로봇들과 함께 살아가는데, 이때 인간이 로봇에게 부과한 두 가지 법칙은 다음과 같다. 하나, 로봇은 인류를 지킨다. 둘, 로봇은 자신을 포함한 다른 로봇을 개조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험조사관인 쟈크(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스스로를 고치는 로봇들을 잇따라 발견한 뒤 도시 바깥에 정체불명의 존재가 숨어 있음을 눈치챈다.
스페인의 가베 이바네즈 감독이 만든 <오토마타>는 미래 사회의 독특한 풍경이 인상적인 SF영화다. 감독은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을 가진 미래를 그리면서도 화려한 특수효과를 억지로 집어넣지 않는다. 대신 황량한 벌판을 배경으로 로봇과 인간의 대치를 간결하게 그린다. 즉 사막 한복판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로봇과 구식 엽총을 든 남루한 행색의 인간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과거와 공존하는 미래에 대한 묘사는 장르적, 시각적 불균형을 만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을 가진 미래 <오토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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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작은 항구마을 코지. 코지 마을은 최근 계속되는 어획량 부족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마을을 지키는 꼬마 구조선 엘리아스(김하영)는 낚싯배들을 독려해 다시금 고기잡이에 나선다. 이때 어디선가 거대한 로봇 배가 나타나 마을의 물고기들을 몽땅 쓸어가버린다. 로봇 배를 관장하는 이는 북극 여왕(사문영). 그녀는 모든 것이 자동화된 최첨단 어류가공 공장을 운영하면서 돈을 모으기 위해서라면 극악무도한 짓도 서슴지 않는다. 한편, 북극 여왕은 잠수함 개디(이재현)를 이용해 바다 밑에 묻힌 보물을 찾는 데 열을 올린다. 개디는 보물을 찾던 중 엘리아스와 마주친다.
<엘리아스>는 게임과 책으로 출발해 TV시리즈로 제작된 노르웨이 애니메이션이다. 극장판으로 만들어진 건 <엘리아스: 꼬마 잠수함>(2007)에 이어 두 번째다. 운송수단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상황은 낯설지 않다. 디즈니의 <카> 시리즈, <비행기> 시리즈 등이 대표적
생소한 노르웨이 애니메이션 <엘리아스: 바다의 보물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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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을 거쳐 껍질을 깨고 어른이 된다는 공식은 이야기 세계에나 존재하는 환상이다. 먼지처럼 숱한 매일이 쌓이고 쌓여 어느 순간 뒤돌아봤을 때 자신이 지나온 길에 쓰러져 있는 일상이란 이름의 엄청난 수의 도미노 행렬을 발견하는 법이다. <보이후드>는 그 지난한 과정을 촘촘히 이어 붙인 일기장 같은 영화다. 6살 메이슨 주니어(엘라 콜트레인)가 사는 텍사스 집엔 누나 사만다(로렐라이 링클레이터)와 싱글맘 올리비아(패트리샤 아퀘트)가 함께 산다. 아빠 메이슨 시니어(에단 호크)는 음악을 한다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이따금 찾아올 뿐이다. 메이슨과 사만다는 엄마를 따라 낯선 도시로 이사를 다녀야만 한다.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보이후드>는 6살 소년이 실제로 18살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따라가는 프로젝트다. 12년 동안 매년 만나 15분 분량을 촬영한 영화에는 소년 메이슨이 대학을 들어가는 18살까지의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뒤섞인 복잡한 심경이
6살 소년이 18살이 될 때까지의 시간 <보이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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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비디오 업계의 유명감독 박정우(윤계상)는 다혈질의 조감독 진환(오정세), 순진하게 에로배우를 흠모하는 촬영감독 준수(조달환), 한예종 출신의 막내 대윤(황찬성) 등과 함께 일하고 있지만 언젠가 자신이 쓴 시나리오 <사관과 간호사>로 상업영화 데뷔를 꿈꾼다. 그러던 중 잘못된 전세 계약으로 인해 졸지에 전세금을 날린 정은수(고준희)가 정우의 집으로 오게 된다. 그렇게 기묘한 동거가 계속되던 어느 날, 정우는 은수가 연예계에서 갑자기 사라진 왕년의 인기 아역배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레드카펫>은 워킹타이틀에서 만든 <노팅 힐>(1999)의 공공연한 변주다. ‘일반인’까지는 아니지만 상업영화계에서 천시하는 에로비디오 감독과 어느 날 갑자기 톱스타가 되어버린 유명 배우의 은밀한 로맨틱 코미디다. <노팅 힐>뿐만 아니라 <러브 액츄얼리>(2003)의 그 유명한 ‘종이 넘겨가며 대사 전달하기’ 장면도 패러디하며 노골적으로 한국판
한국판 워킹타이틀 <레드카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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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연(조진웅)과 하연(김성균)은 형제다. 어릴 때 고아원에서 생이별했던 두 사람은 사람을 찾아주는 방송 프로그램 덕분에 30년 만에 다시 만난다. 가난 때문에 미국에 입양 갔던 형 상연은 한인교회 목사가 되어 있었고, 동생 하연은 온갖 고생 끝에 굿 전문 박수무당이 되어 있었다. 믿고 있는 종교를 비롯해 말투도, 옷차림도 세월의 차이가 크지만, 피로 맺어진 관계인 만큼 두 사람은 서로를 보자마자 얼싸안고 눈물을 터트린다. 하지만 상봉의 기쁨도 잠시, 하연과 함께 방송국을 찾아온 엄마(김영애)가 사라진다. 치매가 있는 엄마는 기면증을 앓는 방송작가 여일(윤진이)과 함께 화장실에 갔다가 여일이 잠깐 잠든 사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두 형제는 엄마를 봤다는 제보를 따라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닌다.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엄마를 찾기 위해 동행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두 형제를 그린 휴먼 코미디다. 각기 다른 종교를 가진 상연과 하연 두 형제가 티격태격하는 영화의 전반부는 코
30년만에 다시 만난 형제 <우리는 형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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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의 크리스 에반스가 한복을 입고 로맨틱 코미디에 나온다면 어떤 모습일까. 저스틴 리어든 감독의 <타임 투 러브>는 개봉 전부터 크리스 에반스 팬들 사이에서 그의 사극 신으로 화제가 된 영화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시나리오작가 ME(크리스 에반스)는 사랑 불감증 환자이다. 어린 시절 엄마가 자신을 두고 애인과 떠나버린 것이 그의 오랜 트라우마다. 사랑을 믿지 않는 그에게 어느 날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 청탁이 들어온다. 집필을 시작한 뒤 그는 마법처럼 HER(미셸 모나한)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약혼자가 있는 HER는 새로운 사랑, ME 앞에서 갈등한다. 극중 ME의 대사를 빌려 한줄로 영화를 정리할 수도 있다. “당신은 잘못된 사랑을 지키려 하고 난 한번도 사랑을 지켜본 적이 없어.”
<타임 투 러브>는 신선한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는 관객보다는 크리스 에반스의 색다른 모습을 기다린 팬을 위한 영화다. 크리스 에반스가 ME뿐만 아
크리스 에반스의 색다른 모습 <타임 투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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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원제 ‘십자가의 길’(Kreuzweg)은 예수가 인간을 대신해 십자가를 지고 걸었던 수난의 길을 뜻한다. 이와 비슷한 희생을 자청한 영화 속 인물은 신앙심이 각별한 열네살 소녀 마리아(레아 반 아켄). 엄격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란 마리아에게는 거의 모든 것이 죄악이다. 식탐을 부리는 것, 외모를 꾸미는 것, 함부로 웃는 것, 부모 말을 거역하는 것, 찬송가 이외의 음악을 듣는 것. 그 밖에 신앙의 힘이 밀어내야 할 악의 범주에는 호감 가는 남학생 크리스찬(모리츠 크나프)도 포함된다. 일상적 쾌락을 포기하면서까지 마리아가 이루려는 과업은 단 하나. 아픈 동생을 치료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신에게 바치는 것이다.
<거룩한 소녀 마리아>는 ‘십자가의 길’이라는 기도문 구성에 따라 14개의 장으로 나뉜다. 완결성을 갖춘 각 장은 롱테이크로 촬영된 한 신으로 이뤄져 있다. 절제된 연출 덕분에 판단이나 평가는 온전히 관객의 몫이다. 누군가가 소녀 마리아의 죄의식에서 믿음의
‘십자가의 길’ <거룩한 소녀 마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