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7일(금)부터 9일(일)까지 3일간 열리는 제17회 정동진독립영화제(주최 강릉씨네마떼끄, 한국영상자료원)는 최근 만들어진 주목할 만한 한국 독립영화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매력을 갖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영화제의 ‘메인 상영관’은 작은 초등학교 운동장이며 입장료는 무료, 모든 작품은 영화제 기간 동안 단 한번만 상영된다. 단순히 작은 규모라고 지나치기엔 그 신선한 개성에서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제이다. 이번에 만날 수 있는 장•단편을 포함한 24편의 영화 목록 역시 놓치기 아쉬운 흥미로운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전통적으로 소수의 장편영화만을 초청해왔는데, 그 작품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이다. 올해는 김수빈 감독의 <소꿉놀이>(2015)와 윤성호, 강경태, 이옥섭, 구교환 감독의 <오늘영화>(2014)가 이름을 올렸다. 먼저 김수빈 감독의 <소꿉놀이>는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감독의 결혼
[영화제] 바다도 보고 영화도 보고
-
며칠 전 모 신문사 기자가 ‘이혐’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혐? 우리 사회에 그런 문제 제기가 있었던가? 나는 당연히 이성(理性)혐오인 줄 알고, 근대성 운운했다가 그의 표정을 보고 당황했다. 그가 말한 ‘이혐’은 여성혐오 vs 남성혐오를 합친 이성(異性)혐오였던 것이다!
이럴 땐 어디서부터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일단, 혐(嫌)자에 이미 ‘계집 녀’가 들어가 있잖아요.” “노/사, 흑/백, 이성애/동성애처럼 남성과 여성은 대칭적인 개념이 아니에요. 남성혐오는 가능하지 않아요.” “여혐은 여성으로 상징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이고요, 인류 문명의 전제는 남성 숭배(penis envy) 문화예요, 여아 낙태나 여성에 대한 폭력을 보세요.” 나도 모르게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근대 서구에서 페미니즘의 시작은 자유주의(“양성평등”)였다. 여성도 경제적 자립을, 참정권을, 성적 결정권을… 이것은 자유주의 페미니즘(liberal feminism)도 아니고 그
[정희진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여혐, 남혐, 이혐
-
케이블 채널의 개국 이후 일반인 가족 문제 솔루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적이 있었다. 출연자들의 감정이 극단으로 치달을수록 눈물을 흘리고 포옹하는 화해 장면은 드라마틱해진다. 그리고 선정적인 갈등을 반복해 소비하다보면 이에 따르는 피로나 감동을 가공된 TV쇼의 부산물이라 냉소하게 되고, 문제 상황에 순응하는 단계가 온다. 그렇게 문제 제기 능력과 신뢰를 잃은 솔루션 프로그램이 더이상 이목을 끌지 못하던 즈음, 전문가도 없고 이렇다 할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는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가 등장했다. 고민의 원인을 제공한 쪽이 방청석에 앉아 확신에 찬 궤변을 늘어놓다 방청객의 반응을 피부로 느끼고 한발 물러설 기회를 얻는 정도로 의미가 있다고 여겼던 이 프로그램은 전문가와 해결책이 반드시 필요한 고민, 즉 치료를 요하거나 범죄로 분류될 법한 사연을 끌어들이며 위태로워졌다.
관찰카메라를 통해 부모와 사춘기 자녀의 갈등을 들여다보고 의견대립을 조율하는 SBS
[유선주의 TVIEW] 진짜 괜찮은 거 맞아?
-
영화
<유스>(2015)
<러브 앤 머시>(2014)
<노예 12년>(2013)
<프리즈너스>(2013)
<루퍼>(2012)
<믹의 지름길>(2010)
<나잇 & 데이>(2010)
<괴물들이 사는 나라>(2009)
<데어 윌 비 블러드>(2007)
<미스 리틀 선샤인>(2006)
<잭과 로즈의 발라드>(2005)
<테이킹 라이브스>(2004)
<L.I.E>(2001)
<더 뉴커머스>(2000)
“우린 프로야. 알 만한 뮤지션들과 다 해봤어. 시내트라, 딘 마틴, 엘비스, 필 스펙터, 샘 쿡. 전부 다! (중략) 그런데… 너는…. 이것만 알아둬. 넌 천부적이야.” 새 음반 작업에 마음이 심란했던 20대 캘리포니아 청년은,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과 작업해본 세션맨(그는 레킹크루의 드러머 할 블레인이다)의 칭찬을 듣고 그제야 수줍게
[폴 다노] 웬만한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중심
-
-
영화
2014 <신의 선물>
2013 <뫼비우스>
2012 <피에타>
2012 <가족시네마>
2011 <풍산개>
2011 <홈 스위트 홈>
2010 <대한민국 1%>
2007 <아름답다>
살인이란 재능을 지닌 자가 정말 존재할까. 끔찍한 상상이다. 전재홍 감독의 <살인재능>은 누군가가 만약 살인재능이라는 걸 타고난다면 그 사람은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의 재능을 깨닫게 될지를 상세하게 기록하듯 찍어낸 영화다. 직접 각본을 쓴 전재홍 감독은 저주와도 같은 재능을 깨닫게 되는 살인마 민수 역할로 배우 김범준을 캐스팅했다. “내가 이런 중요한 역할을 맡아도 괜찮을지” 거듭 고민했던 김범준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추격자>의 지영민(하정우) 이상으로 강렬한 캐릭터”인 민수에 본능적으로 끌렸다. 오랫동안 김기덕 필름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그에게 첫 주연작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who are you] 새로운 물꼬를 터뜨리다
-
영화와 공연 의상을 제작해온 코스튬하우스 브랜드 ‘티렐리’의 50년 역사를 담은 책 <티렐리 50: 꿈의 옷장>(Tirelli 50: The Wardrobe of Dreams)이 화제다. 이 책은 움베르토 티렐리가 1964년 브랜드를 차린 이후 TV쇼, 연극, 공연, 영화 등을 위해 제작한 의상들을 정리하여 엮은 것이다. 움베르토 티렐리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카사노바>, 마틴 스코시즈의 <순수의 시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1900년>, 세르지오 레오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에 참여한 100여명의 의상디자이너를 위해 의상을 제작했다. 티렐리의 의상들은 <순수의 시대>의 의상디자이너 가브리엘라 피스쿠치,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앤 로스 등 15명의
[로마] 펠리니의 <카사노바>부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까지
-
평범한 주부였던 리카(미야자와 리에)는 은행에서 일을 시작한 뒤 우연한 계기로 고객의 돈을 횡령하기 시작한다.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은 리카의 범행 방법을 보여주는 데 무게를 두는 대신 그녀가 왜 수천만엔을 횡령하게 되었는지 그 내면을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종이 달>에서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가 아니라 ‘왜’이다. 감독은 여기에 답하기 위해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나는 리카의 현재 서사이고 다른 하나는 어린 시절 리카가 기부금을 내기 위해 돈을 훔친 일화를 다룬 과거 서사다. 영화를 보고난 뒤 다음과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과거 서사는 왜 필요한가. 과거 서사를 통해 리카가 어렸을 때부터 돈을 훔치는 데 스스럼이 없었음을 알 수 있고, 따라서 리카의 범행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 가장 손쉬운 이 답변은 현재 서사의 존재 이유와 상충한다. 한쪽에서 “리카는 왜 그랬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 “리카는
[박소미의 영화비평] 그녀는 왜 훔치는가
-
전학을 한 지 얼마 안 되어 친구도 없이 혼자 조용히 앉아 있던 나에게 한 소년이 다가와 수줍게 뭔가를 내밀었다. 갱지 여러 장을 실로 묶어서 만든 만화책이었다. 소년은 자신이 만든 만화책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이 연필로 촘촘히 그린 만화책의 표지에는 ‘아까끼의 새 외투’란 제목과 글, 그림으로 소년의 이름이 있었다. 소년은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을 유심히 보고 친구가 되고 싶다는 표현을 그렇게 한 것이었는데 만화 그리기를 그림 낙서 수준으로 하던 나로서는 경천동지의 사건이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무수히 많은 그림 낙서계의 만화의 신들을 만났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스쿨버스의 뒷좌석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서 마음에 드는 아이들에게만 그림을 그려주던 6학년 형. 그 형 앞에는 많은 아이들이 아부의 탄성을 내뱉으며 자신의 공책 뒷장에 그림을 그려달라고 줄을 서 있었다. 그 형은 아이들의 공책에 일필휘지. 요괴인간의 뱀, 베라, 베로와 타이거 마스크를 그려주고 있었다.
[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베트남은 패망했고 나는 만화를 읽었다
-
-<암살>은 어떤 면에서 도전이었나.
=우선 일제강점기가 유쾌한 시대가 아니잖나. 일제강점기를 다룬다면 무장독립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스토리가 너무 숭고해지면 부담스러우니, 입장이 각기 다른 캐릭터들의 갈등이 영화의 주가 되었으면 했다. 그런데 <도둑들>과 같은 스타일로, 범죄영화를 찍던 스타일로 만드는 게 가능한 이야기일지 잘 모르겠더라. 처음에 쓴 시나리오가 재미는 있었다. 그런데 ‘무언가’가 없었다. 그 무언가를 찾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결국은 가장 전통적이고 클래식한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기로 했는데, 이런 것들이 내겐 도전이었다.
-1930년대는 어떤 점에서 매혹적이었나.
=당시 항일투쟁은 식민지 조선에선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고, 해외에서의 무장투쟁활동이 점차 무르익어갔다. 해외와 경성의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는 거다. 경성에선 개인주의와 모더니티가 싹트기 시작했고, 또 한쪽에선 독립운동에 대한 질서가 막 잡혀가고 있
대하드라마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
최동훈 감독이 돌아왔다. <도둑들>(2012) 이후 3년 만이다. <도둑들>의 주역인 전지현과 이정재는 <암살>에서 다시금 최동훈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거기에 하정우까지 가세했다. 이름의 조합만으로도 설레는 영화 <암살>이 공개됐다. 개성 강한 캐릭터, 속도감 있는 전개, 맛깔나는 대사, 화려한 배우진 등 최동훈 감독 영화의 단골 요소들이 <암살>에도 그대로 이식되어 있다. 하지만 다르다. 1933년 일제강점기, 친일파 암살 작전에 투입된 무장투쟁 운동가와 밀정, 청부살인업자 이야기인 <암살>은 최동훈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진중하다. 물론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영화가 무엇인지를 잘 아는 최동훈 감독은 특정 시대가 주는 무게에 쉽게 압도당하지 않는다. 새로운 총알을 장전하고 돌아온 최동훈 감독을 <암살>이 공개된 날 만났다.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이런 거 안 배웠어?” 10년 전, 최동훈 감독
흔들림 없이 운명 속으로
-
할리우드의 DP(director of Photography) 시스템과 한국의 촬영 시스템은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혹은 DP와 시네마토그래퍼의 용어는 어떻게 구분지어 사용되는가? 왜 일부 감독들은 DP라고 부르기를 꺼려하는 걸까. 이러한 해석과 입장 차이에 따라 현장에서 촬영감독의 역할이 달라지기도 하는 것일까. 수많은 의문점을 해소하고자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며 완성도 높은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홍경표, 김우형 촬영감독을 한자리에 불러냈다. 이들은 각각 <하우등>(1998)과 <나쁜 영화>(1997)로 영화계에 본격 데뷔해 2000년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시기를 관통하며, 필름에서 디지털로의 전환 과정에 이르기까지 최근 한국영화 제작 전반의 시스템 변화를 현장에서 몸소 겪어온 사람들이다. 또한 이들은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고유의 촬영 시스템을 구축했고 실정에 맞는 생산적인 현장 시스템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연일 바쁜 촬영 스케줄로 전화 통
“화면을 책임지는 우리의 일은 변함없다”
-
한국형 DP 촬영 시스템은 결국 촬영팀과 조명팀, 그립팀이 현장에서 어떻게 상호 업무 분담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아무리 선진화된 시스템이라고는 하지만 하루아침에 모든 촬영장을 DP 촬영 시스템으로 바꾸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DP 촬영 시스템 내에서 파트별 주요 인력이 하는 일을 정리해봤다.
촬영팀
디피 / DP, Director of Photography
‘촬영감독’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다른 영어 표현인 ‘시네마토그래퍼’보다는 다소 축소된 역할을 지칭한다고 여기는 영화인들도 있다. 어쨌든 할리우드에서 주로 쓰는 단어이며 촬영과 조명, 그립 등 현장에서 화면에 잡히는 모든 것을 관할하는 인물. 할리우드에서는 보통 카메라를 잡지 않고 여러 대의 모니터 앞에 앉아 화면 전체를 보며 지시를 내린다.
오퍼레이터 / Camera Operator
‘카메라맨’이라고도 부른다. 꼭 영화뿐만 아니라 영상 전반에 걸친 기술자로서의 의미가 강하다. 즉 카메라의 위치와 앵글을 잡아주는
영상을 만드는 장인들
-
DP(Director of Photography) 시스템이라는 말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촬영감독이 조명까지 관장하는 시스템이라는 뜻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DP 시스템이 언제나 옳은 건 아니다. 때로는 경험 많은 조명감독과 함께 일하는 편이 화면의 퀄리티를 수월하게 높일 수 있다. 영화의 규모와 촬영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DP 시스템은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DP 시스템이 어떻게 진화되었는지를 9개 Q&A로 살펴봤다.
Q1 DP와 시네마토그래퍼의 차이는 뭔가.
넓은 범위에서 둘 다 ‘촬영감독’이다. DP가 촬영과 조명 모두 책임지는 역할에 방점을 찍는 단어라면 시네마토그래퍼는 아티스트로서 촬영감독을 의미하는 말이다. 단순히 카메라를 움직이는 오퍼레이터가 아니라 감독이 원하는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이미지를 창조하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그러니 아무 생각 없이 촬영감독에게 DP라고 불렀다가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조심할 것. DP 시스템은 촬영감독이 촬영
카메라, 조명 모두 컨트롤한다
-
DP(Director of Photography) 시스템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새로운 시스템이 아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많은 촬영감독이 촬영뿐만 아니라 조명까지 관장하고 있다. 조명을 담당하는 개퍼(Gaffer)가 촬영팀에 소속되어 있는 DP 시스템과 달리 촬영감독과 조명감독이 동등한 위치에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현장도 여전히 많다. 영화의 규모나 촬영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DP 시스템을 구성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충무로의 DP 시스템이 할리우드 DP 시스템과 동일하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9가지 Q&A를 통해 충무로에서 DP 시스템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알아보자. DP 시스템을 전혀 모르는 독자를 위해 DP 시스템의 촬영팀, 조명팀, 그립팀의 역할을 상세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충무로를 대표하는 홍경표 촬영감독과 김우형 촬영감독이 만나 한국의 DP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만한 대화를 나눴다.
ALL ABOUT THE DP SYST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