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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했다는 소식에 내 친구 의정부 김엄마는 “우리나라는 미국하고 선거 결과가 반대로 가던데…”라는 하나마나한 말을 남겼다. 정말 의지로 낙관하는구나. 바라는 것이 될 것처럼 자꾸 믿는 것은 이른바 ‘행복학’의 제1 덕목이다.
대통령의 헬스 기구가 난데없이 국회를 달궜다. 대통령이 헬스 트레이너를 고용하고 1억원 가까운 헬스 장비를 구입한 것 자체는 크게 문제삼을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건강을 챙기는 건 권장할 일이다. 자꾸 숨기고 거짓말을 하는 게 문제인 것이다. 사실상 수행비서처럼 부리는 헬스 트레이너를 경호실이 아닌 이른바 ‘소외계층 살피는 민원창구’라는 제2부속실에 배속해놓고는 계속 민원 소통 업무를 한다고 뻗대는 것이나, 구입한 장비의 사용처를 묻는 질문에 직원들과 기자들이 쓴다고 둘러대거나 “국가 안보와 관련돼 있다”며 말을 흐리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다. 나아가 자신도 우습게 만든다. 납품업체 홈페이지에도 올라와 있던 정보가 왜 국
[오마이이슈] 트레이너를 트레이너라 못 부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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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5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인터스텔라>의 제작진과 매튜 매커너헤이, 앤 해서웨이, 제시카 채스테인 등 출연진이 한자리에 모여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그의 동생이자 작업 파트너인 조너선 놀란,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부인이며 영화 제작자인 에마 토머스는, 유독 <인터스텔라>에서 그려지는 이야기 중 가족이라는 키워드에 마음을 쓰는 듯했다. 우주, 상대성, 시간, 중력 등 물리학에서 시작해서 사랑으로까지 이어지는 우주적 스케일의 기자회견을 요약 정리했다.
-<인터스텔라>의 시작이 궁금하다.
=조너선 놀란_스티븐 스필버그가 현대를 배경으로 한 현대적이고 현실적인 우주탐사영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았다. 요즘 사람들이 우주 탐사에 큰 관심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 이야기는 우주에 가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시작해야 했다. 그렇게 우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만들게
사랑, 손에 잡히지 않는 그것에 이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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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다루는 사람들은 장르에서 가장 진부한 영역을 아무런 잔재주 없이 심각하게 다루는 것에 유혹을 느낀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인터스텔라>도 그런 작품일 수밖에 없다. 가장 근원적인 SF영화를 만들려고 할 때 지구를 떠나 장대한 우주로 진출하는 용감한 우주비행사의 이야기만큼 여기에 적합한 소재가 있을까?
<인터스텔라>는 이런 우주비행사 이야기의 클리셰와 원형을 총동원한 영화다. 하나씩 짚어보자. 1. 갑자기 나타난, 다른 은하계와 우리 태양계를 연결하는 웜홀, 2. 그 너머에 존재하는 거주 가능한 행성, 3.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른 시간왜곡현상, 4.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관계, 5. 고도로 발달해 신의 영역에 도달한 지적 존재…. 영화는 이들이 낡아빠진 소재라는 것을 전혀 모른 척, 심각하기 그지없다. 얼마나 심각하냐면 이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 중 유머감각이 있는 존재는 오로지 로봇뿐이다. 그렇다고 이 소재가 낡았다고 비난할 수도 없다. 이들은 끊임없이
교과서 위주로 충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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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구현할 수 없는 아이디어라면 과감하게 버린다.” 언젠가 스탠리 큐브릭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이디어를 마음먹은 대로 완벽하게 영화로 구현할 수 없다면, 단 1~2%의 결함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는 얘기다. 큐브릭의 1968년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예로 들어보자. CG 기술이 태동하던 시절, 세트와 열악한 시각효과 기술만으로 인류의 우주탐험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내야 했던 큐브릭은 자신이 구현할 수 있는 것과 구현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일례로 모노리스의 존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모노리스는 고도의 발전된 존재로서 인류의 진화를 돕는 중요한 역할로 암시되지만, 제작 당시 기술의 한계로 인해 그 활약상이 다소 단조로운 방식으로 묘사될 수밖에 없었다. 풍부한 영화적 자원과 기술이 뒷받침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는 수십년 전 큐브릭의 영화가 재현하지 못했던 우주의 모습과 다양한 존재들을 보다 수월하
빅어처를 만드는 고집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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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에 정통한 이과생이 아니라면, <인터스텔라>는 한번의 관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우주 탐험에 필요한 각종 정보들이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알기 쉬운 말로 전달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그 행간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진다. 뇌과학자이자 블랙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정재승 박사에게 <인터스텔라>를 보기 전 미리 알면 좋을 네 가지 상식들에 대해 들었다.
1 웜홀
웜홀은 <인터스텔라>에서 시공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일종의 통로다. 정재승 박사에 따르면, 흔히 학계에서 말하는 웜홀은 멀리 떨어진 두 공간에 중력을 가해 공간을 휘어지게 만든 다음,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훨씬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통로를 뜻한다. 웜홀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영화에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킵 손의 논문은 그 가능성을 물리학적으로 증명했다고 한다. <인터스
물리학을 포기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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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스럽게 봉인되어 있던 블랙홀의 입구가 드디어 열렸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인터스텔라>에 대한 국내외 반응이 뜨겁다. 사실 <인터스텔라>는 기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영화였다. <메멘토>와 <배트맨> 3부작, <인셉션>의 연이은 성공은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어떤 기대감과 확신을 갖게 만들었다. 더불어 자신이 스탠리 큐브릭과 리들리 스콧의 영향 아래 놓인 감독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아왔던 놀란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에이리언>이라는 SF 장르의 클래식을 구축한 선배들의 뒤를 따라 마침내 우주를 무대로 한 새로운 오리지널 SF영화를 만든다는 점 또한 팬들의 마음을 한껏 달아오르게 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비전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미국의 유명 물리학자 킵 손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으며 제작진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견한 점들에 대해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라는 소식은
과학과 영화의 웜홀을 통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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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우주 폭풍이 한국에 당도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가 11월6일 개봉한다. 놀란의 첫 우주영화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물리학자 킵 손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은 이 영화는, 놀란의 전작들이 그랬듯 수많은 상징과 미스터리로 가득하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인터스텔라>의 면모를 짚어보고, 다각도로 읽어보는 특집을 준비했다. 영화를 보기 전 알아두면 좋을 과학적 정보와 LA에서 열린 <인터스텔라> 제작진과의 만남도 함께 전한다.
놀란호에 탑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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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무한궤도 <그대에게> MBC대학가요제 대상 수상 / 무한궤도 1집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발표
1990
1집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발표
1991
2집 ≪Myself≫ 발표
1992
N.EX.T 결성 / N.EX.T 1집 ≪Home≫ 발표
1993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O.S.T 발표
1994
N.EX.T 2집 ≪The Return of N.EX.T Part1: The Being≫ 발표
1995
N.EX.T 3집 ≪The Return of N.EX.T Part2: World≫ 발표
1996
라디오 <FM 음악도시> 진행 / <정글스토리> O.S.T 발표 / 윤상과 노땐스 (NODANCE) 결성 / ≪골든힛트≫ 발표
1997
N.EX.T 4집 ≪Lazenca-A Space Rock Opera≫ 발표
1998
3집 ≪Crom’s Techno Works≫ 발표
1999
신해철이 걸어온 음악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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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기억하니?
믿어지지 않겠지만 갑자기 네가 생각났다. 기적 같은 시간의 도약이 단숨에 일어났어. 19년 전, 흐린 겨울날이었어. 코가 빨개지도록 몹시 추운 날이었지. 나는 너를 따라 잠실 어딘가에서 열린 N.EX.T 콘서트에 갔어. 1995년 송년 콘서트였지. 아마 네가 표를 샀을 거야. 콘서트가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데, 하마터면 동상에 걸릴 뻔했지. 발을 동동 구르면서 나는 너를 약간 원망하기까지 했어. 이런 고생을 하면서 신해철의 콘서트에 날 데려온 이유는 뭘까? 그러나 내색하진 않았어. 그냥, 너하고 콘서트 보러 갔다는 사실이 즐거웠으니까.
드디어 관객이 입장하기 시작하고, 객석에는 기대와 설렘이 넘실댔어. 깜깜했어. 녹색의 팔찌들이 내는 반딧불 같은 빛이 춤을 추었어. 그 흔들림 때문에 약간의 현기증을 느꼈지. 신해철이 등장하자 너를 포함한 여자아이들의 비명이 소름 끼치게 귀를 찔렀어. 나는 깜짝 놀랐어. 그 함성과 열망의 중심에 신해철이 있었고,
우리의 어느 시절에 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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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려보니 고인을 만난 것은 열일곱해 전의 일이다. 내가 몸담았던 회사에서 김덕수 선생의 음악생활 40주년을 기념하는 ≪김덕수와 친구들≫이라는 앨범을 기획 중이었다. 여러 훌륭한 뮤지션들이 이 앨범에 참여했다. 신해철은 <난장부기>라는 곡을 헌정했다.
스튜디오에 그가 처음 오기로 한 날, 스탭과 엔지니어들은 살짝 긴장해 있었다. 레코딩 스튜디오는 유명인들이 허름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슬리퍼를 끌며 돌아다니는 것이 일상적인 공간이기는 하나, 신해철은 당대의 슈퍼스타였을 뿐 아니라 음악하는 사람들에게도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때 우리의 마음은 뮤지션을 기다리는 스탭의 것이라기보다는, 록스타를 맞이하는 팬들의 마음에 더 가까웠을 것 같다. 이윽고 그가 모습을 드러냈고, 간단한 소개가 끝난 후 편한 모습으로 소파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지금은 널리 알려진 그 ‘입담’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가 사석에서 얼마나 격의 없이 따뜻한 사람인지, ‘거침없는 독설가’라는 이미지 뒤의 진짜
늘 한발 앞서 전력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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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더이상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이리 답답한 일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우리네 문화에서 고인에 대한 소소한 추억을 여러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며 서로의 마음을 도닥이는 경우는 사실 많지 않다. 하지만 특별한 사람에겐 그를 기억하는 팬들과 지인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런 시간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사실 난 그가 위중하다는 말을 듣고 힘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릴까 했다. 남들도 알지만 자세히는 모르는 그 시작의 순간에 대해. 바로 <고스트스테이션>이란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해서 말이다.
2001년 3월 SBS 라디오 봄 개편을 앞두고 신해철과 나는 여의도 모 빌딩 1층 커피숍에서 만났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DJ와 PD라고는 믿을 수 없는, 가벼움과 허무맹랑함으로 키득거리며 구성을 짜봤다. 큰 틀은 이랬다. 우선 반말로 하자. 그리고 욕도 하자. 비방용 멘트, 브랜드명도 마음대로 말하자. 물론 전략은 필요했다. 공중파인 SBS 라디오는 비
어떤 사심도 없는 당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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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7일, 음악인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 마흔여섯의 생. 그를 사랑했고 그의 음악을 아꼈던 이들에겐 너무 갑작스럽고 이른 죽음이었다.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그대에게>를 부르며 음악이라는 궤도에 올라선 신해철은 솔로 활동과 밴드 N.EX.T 활동을 오가며 음악적 실험을 쉼 없이 해왔다. 마성의 저음과 자유로운 세계관, 거침없는 직설화법의 소유자로서 라디오 DJ로도 크게 사랑받았던 신해철. 그런 슬픈 표정 하지 말라던 그대에게, 내 마음 깊은 곳의 그대에게 세명의 필자가 추모의 글을 보내왔다. 나에게 쓰는 편지이자 그대에게 쓰는 편지. 라디오 <고스트스테이션>을 함께했던 고민석 전 PD, 김홍집 영화음악감독, 음악가이기도 한 성기완 시인의 글을 여기 띄운다.
편히 잠드소서 우리의 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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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2014 <나의 독재자> 미술감독
2014 <신촌좀비만화> 미술감독
2013 <변호인> 미술팀장
2013 <설국열차> 세트 디자이너
2011 <고지전> 미술팀
2010 <악마를 보았다> 컨셉 디자인
2010 <이끼> 소품팀
2009 <마더> 세트 드레서
2007 <눈부신 날에> 촬영팀
2005 <새드무비> 촬영부
“시대극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나의 독재자>는 김병한 미술감독의 입봉작이다. 하지만 ‘얼음’ 대신 ‘어름’이 적힌 간판이 즐비한 70년대 거리는 그에게 낯선 공간이 아니다. 류성희 미술감독팀에서 <고지전>과 <변호인> 등을 제작하며 시대극만의 독특한 공기와 방법론을 익혔기 때문. 미술팀 식구들도 시대극에 정통한 팀원들로 꾸렸다. 옛날 풍경이 사실적이라는 칭찬에 차분하게 답하던 그가 미술팀에 고마움을 표한다. “70
[STAFF 37.5] “시간에 대한 섬세한 감각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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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나를 찾아줘>의 결말 부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를 찾아줘>의 부부 닉(벤 애플렉)과 에이미(로저먼드 파이크)의 애증으로 얼룩진 결혼 생활사에 관한 설명이 간략하게나마 필요한 것 같다. 결혼 5주년이 되던 날 에이미가 홀연히 사라진다. 영화는 닉과 에이미의 황홀했던 첫 만남에서부터 결혼 뒤 관계가 서서히 악화되어간 과정까지를 주요하게 술회하는 한편, 속속 드러나는 정황에 따라 닉이 에이미 실종 사건의 주범이자 피의자로 지목받는 과정을 전개해간다. 여기까지를 이 영화의 1부라고 부를 수 있다. 2부에서는 시작과 함께 버젓이 살아 있는 에이미가 돌연 등장한다. 그녀는 실종되지 않았고 죽지도 않았다. 이것은 그녀 스스로 꾸민 일이고 일종의 남편 체벌 프로그램이다. 에이미는 남편이 자신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사형당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에이미에게도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계획은 수정된다. 결국 에이미는 자신을 짝사랑해온 갑부 콜링스가 자신을
[신 전영객잔] 그 (여)자는 무엇을 원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