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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만 한 아우 없고, 오리지널만 한 속편 없다는 말? 그것도 다 옛말이다. 여기, 전작의 구조는 그대로 가져오되 사이즈와 비주얼은 업그레이드한 영리한 속편들이 내년을 기다리고 있다.
먼저, <바람의 검심> 시리즈의 최종장이다. 2012년에 공개된 <바람의 검심>은 만화 원작에 바탕한 일본영화 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지는 완성도를 자랑하는 시리즈였다. 실사로 본다면 부담스러울 수 있을 켄신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한 사토 다케루의 공이 역시 가장 크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이렇다. 10년 전 모습을 감춘 전설의 칼잡이 발도제, 히무라 켄신(사토 다케루)은 살육으로 점철된 과거를 후회하며 사람을 벨 수 없는 역날검을 들고 세상을 방랑한다. 켄신은 발도제를 사칭하고 다니는 시시오를 벌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시리즈의 최종 두편이 2015년 국내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1월엔 시시오를 벌하기 위해 교토로 간 켄신의 이야기인 <바람의 검심: 교토 인페르노>가,
속편: 오리지널을 넘어설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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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슬립> Winter Sleep
감독 누리 빌게 세일란 / 출연 할룩 빌기너, 드멧 아크백 / 개봉 2015년 2월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터키의 유명한 관광지 아나톨리아 반도의 카파도키아에서 아담한 호텔을 운영하는 아이딘. 그는 고정적으로 신문 지면에 칼럼을 싣는 칼럼니스트이며 터키 극장 문화에 대한 책을 저술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신중하면서도 근엄한 지식인이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인근의 땅을 지닌 지주이기도 하다. 이것이 문제의 발단이 된다. 세입자의 아들이 일부러 아이딘의 차 유리창을 깨는 사건이 발생하고 아이딘은 이를 계기로 일종의 도덕적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소년을 용서할 것인가, 어떻게 용서할 것인가. 소년의 행동이 불씨가 되어 한편의 도덕극이 완성되어간다. 기나긴 논쟁의 장면들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딘은 함께 사는 누이와 아내를 상대로 자주 그리고 길게 인간과 도덕과 사회에 대해서 논쟁한다. 유려한 풍광과 고뇌하는 인간
예술영화: 시네필에겐 축복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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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모든 것> The Theory of Everything
감독 제임스 마시 / 출연 에디 레드메인, 펠리시티 존스, 에밀리 왓슨 / 개봉 12월
블랙홀 연구의 권위자 스티븐 호킹의 삶은 너무도 영화적이어서 영화 제작자라면 누구나 스크린으로 옮기고픈 욕심을 낼 것이다. 역시나, 10년 전 그의 삶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한 TV영화 <호킹>으로 재현된 바 있다. 워킹 타이틀이 만든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스티븐 호킹(에디 레드메인)의 업적보다는 그가 대학 시절에 만난 제인 와일드(펠리시티 존스)와의 사랑에 집중한다. 박사학위를 준비하던 중 루게릭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호킹이 물리학계를 깜짝 놀라게 할 이론을 연이어 발표하고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배경에 위대한 사랑이 존재했다고 영화는 말한다.
<이미테이션 게임> The Imitation Game
감독 모튼 틸덤 /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키라 나이틀리, 매
실화와 실존인물: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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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드> Blackcat
감독 마이클 만 /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탕웨이 / 개봉 2015년 1월
“마이클 만의 제목 미정 사이버 스릴러” 혹은 “사이버”라는 가제로 한동안 불렸던 작품. 2009년 <퍼블릭 에너미> 이후 마침내 돌아온 마이클 만의 신작. 주식 시장에 치명적인 사이버 테러가 일어나고 전세계가 위험에 처한다. 미국 정부는 사이버 범죄로 오랫동안 감옥에 갇혀 있던 특수 전문가(크리스 헴스워스)를 빼내어 미모의 중국 요원(탕웨이)과 함께 수사를 맡긴다. 그들은 쿠알라룸푸르, 홍콩, 자카르타 등지에서 활약한다. “우리의 세계는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시스템은 연결되어 있다”는 영화의 카피처럼, 마이클 만은 이제 한 도시나 국가가 아니라 전세계의 동시대성을 그 특유의 액션영화 장르 안에서 감지하려고 한다. 주인공 헴스워스는 “고양이와 쥐 놀이 모양새를 한 국제적인 강탈물”이라고 설명했고, 혹자는 <인사이더>와 <히트>의 결합
거장: 확실한 이름값, 진중한 관객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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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딩턴> Paddington
감독 폴 킹 / 출연 벤 위쇼, 니콜 키드먼, 피터 카팔디, 마이클 갬본 / 개봉 2015년 1월
우아하고 클래식한 슬랩스틱 코미디? 영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지만 <패딩턴>은 그런 영화다. 말하는 곰 패딩턴의 런던 여행을 그린 <패딩턴>은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영국의 동화 <패딩턴 베어>를 원작으로 한다. 뜻밖에도 우직하고 사랑스러운 곰 패딩턴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는 위험한 매력의 소유자 벤 위쇼다. 마이클 갬본, 이멜다 스턴튼 외에도 <닥터후>의 ‘카닥’ 피터 카팔디, <해리 포터> 시리즈 위즐리 부인 역의 줄리 월터스 등 친숙한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영국계 배우들이 우르르 출연해 영국의 향취를 물씬 풍긴다.
<파커> Parker
감독 테일러 핵포드 / 출연 제이슨 스타뎀, 제니퍼 로페즈, 닉 놀테 / 개봉 12월11일
<파커>는 의리 넘치는 도둑 파
믿고 보는 배우: 연기 하나는 끝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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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감독 하정우 / 출연 하정우, 하지원, 김성균, 전혜진, 장광, 이경영, 김영애, 조진웅, 윤은혜 / 개봉 2015년 1월
<롤러코스터>로 남다른 코미디 센스를 보여준 하정우의 두 번째 연출작. 위화의 소설 <허삼관매혈기>를 각색해 영화화했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피를 팔아 위기를 모면한 허삼관이 한국의 근현대를 배경 삼아 새롭게 태어났다. 1960년대, 허삼관 부부와 세 아들의 진한 가족 이야기다. 기획작 <577프로젝트>와 첫 연출작 <롤러코스터>에 등장했던 많은 배우들도 곳곳에서 얼굴을 비출 예정.
<테레즈 데케루> Thérèse Desqueyroux
감독 클로드 밀러 / 출연 오드리 토투, 아나이스 드무스티어, 질 를르슈 / 개봉 12월4일
<귀여운 반항아> <우리의 릴리> 등 섬세한 손길로 여성을 묘사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클로드 밀러가 이번에 주목한 얼굴은 오드리
원작: 소설보다 재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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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겨울왕국이 도래했다. 원래 겨울은 애니메이션의 계절이라지만 올해는 더 특별하다. 뽀통령부터 인기 시리즈의 속편, 참신한 기획력으로 승부하는 작품은 물론 디즈니의 신작까지 충실하고 화려한 라인업을 보노라면 흐뭇할 정도다. 우선 주목해야 할 작품은 디즈니의 신작 <빅히어로6>. 한 천재소년이 수수께끼의 사고로 형을 잃은 뒤 악당에 맞서기 위한 6인의 히어로로 팀을 조직한다는 내용이다. 동명의 마블 원작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롭게 각색한 작품으로 디즈니-마블의 콜라보가 어떤 효과를 거둘지 기대를 모은다. 캐릭터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는 디즈니인 만큼 이번에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특히 의료용 로봇을 개조한 베이맥스는 이 영화의 마스코트인데 몽실몽실한 디자인으로 차세대 귀요미 자리를 일찌감치 예약했다. 북미에서는 11월7일 개봉하여 <인터스텔라> <헝거게임> 등 블록버스터들과 맞붙는다. <겨울왕국>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 중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진짜 겨울왕국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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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Exodus: Gods and Kings
감독 리들리 스콧 / 출연 크리스천 베일, 조엘 에저턴, 시고니 위버 / 개봉 12월3일
아는 이야기라 더 궁금하다. 블록버스터의 핵심이 볼거리라면 이 영화만큼 기대감을 북돋는 소재도 흔치 않을 것이다.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은 강력한 이집트 왕국 건설이란 목표하에 형제처럼 자란 람세스와 모세가 각자의 운명에 따라 서로 반목하는 과정을 그린다. <십계>(1956), <이집트 왕자>(1998) 등 이미 수차례 영화화된 모세의 출애굽기를 바탕으로 했으니 관건은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 보여줄지에 달렸다. 그런 점에서 <글래디에이터> <프로메테우스>를 연출한 리들리 스콧은 더할 나위 없는 믿음을 준다. 메뚜기떼, 피바다 등 이집트를 덮친 10가지 재앙이나 홍해의 기적 같은 환상적인 요소는 기본이다.
“<글래디에이터>를 능가하는 화면
블록버스터: 스펙터클의 향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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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감독 윤제균 / 출연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정진영, 장영남 / 제작 (주)JK필름 /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 12월
<해운대> 이후 제작자로 바삐 뛰어온 윤제균 감독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국제시장>은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60여년의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한 가장의 일대기로 꿰어낸 드라마다. 6•25 전쟁통에 아버지(정진영)를 잃고 집안의 가장이 된 덕수(황정민)는 생계를 위해 서독의 탄광으로, 베트남전쟁의 포화 속으로 뛰어든다. 사랑하는 아내 영자(김윤진)를 만나 결혼도 하고, 국제시장에서 자식들도 번듯하게 키워놓지만 정작 덕수는 자신의 꿈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덕수는 가족을 위해 늘 자신부터 희생해온 이 땅의 가장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우리네 아버지의 얼굴은 배우 황정민이 연기한다. <국제시장>은 <해운대>와 부산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공유하지만, <해운대>보
한국영화 매치업: 드라마, 액션, 장르, 로맨스… 없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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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당신의 마음을 훔칠 영화들을 한데 모았다. 골라 보기 좋게 영화들을 카테고리로 묶었다. <국제시장> <상의원> <기술자들> 등 12월에 개봉하는 주요 한국영화와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호빗: 다섯 군대 전투> 등 손꼽아 기다린 블록버스터,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 믿고 보는 배우들의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거장들의 신작, 예술영화, 속편, 애니메이션까지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개봉 대기 중인 영화들을 총망라했다. 낮이 짧고 밤이 긴 겨울만큼 영화 보기 좋은 계절도 없다.
눈이 내리면 극장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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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축구 영화다. 임유철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누구에게나 찬란한>(11월6일 개봉)은 국내 최초 지역아동센터 유소년 축구팀 희망FC의 도전을 다룬 이야기다.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 축구팀을 그렸던 전작 <비상>(2006)이 그랬듯이 어려운 환경에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축구를 하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촬영 도중 다큐멘터리의 원래 주인공이었던 희망FC 박철우 감독이 사임하고, 김태근 감독이 새로 부임하는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임유철 감독이 6년 동안 끝까지 카메라를 놓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시사 때 희망FC 아이들이 참석해 영화를 봤다.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나.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들도 굉장히 좋아했다. 박철우 감독이 팀에서 나간 뒤 김태근 감독이 오기까지 3개월 정도 걸렸다. 그동안 실질적으로 연습이 불가능했다. 부모님들 모두 나를 원망했다. ‘영화 때문에 박철우 감독을 자른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영화를 공개한 뒤에는 모든 오
[임유철] 정직한 땀이 일구는 가치를 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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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웃느라고 바쁘다.” 에픽하이의 정규 8집 앨범 ≪신발장≫이 각종 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에 대한 타블로의 말이다. 올해로 데뷔 11주년을 맞이한 에픽하이의 세 멤버들은 순간의 감정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그 찰나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얻은 듯 보였다. 지난 앨범의 부진, 학력위조 논란 등의 시련을 겪으며 타블로와 투컷, 미쓰라가 떠올렸던 건 지난 11년간 그들과 함께했던 다양한 감정의 파노라마였다. 그 감정들을 신발장에 가지런히 놓인 신발처럼 차곡차곡 눌러담은 에픽하이의 8집 앨범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신발장≫의 타이틀곡 <헤픈 엔딩>이 각종 차트에서 2주간 1위를 했다. <Born Hater>와 <스포일러> 등 다른 곡들도 상위권에 오르는 등 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최근 서로 어떤 얘기들을 나누나.
=타블로_그냥 웃느라고 바쁘다. 다시 음악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이런 놀라운 결과는 기대도 안
[trans x cross] 상처 뒤에 얻은 여유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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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 문정희가 연기한 지수는 ‘슈퍼맘’이다. 10년째 백수로 지내는 남편 태만(김상경)을 대신해 미용실을 운영하며 가족 생계를 책임진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강한 모성애를 보여줬던 전작 <연가시>(2012)와 <숨바꼭질>(2013)과 달리 지수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평범한 아줌마다. 스튜디오에 들어오자마자 사진 찍는 순서를 직접 챙길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문정희의 모습은 슈퍼맘 지수와 똑 닮았다.
-사진 찍는 순서까지 직접 체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씨네21> 표지 촬영이 처음이라 그런 건 아니고. (웃음) 사진은 오래 남는 데다가 영화가 잘됐으면 좋겠다 싶어서. 영화는 봤나. 어땠나.
-따뜻한 가족 드라마였다. 전작 <연가시>와 <숨바꼭질>에 비하면 지수는 지극히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다.
=전작에서 센 캐릭터를 연기했다.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인물들이었다. 그래서 <숨바꼭질>
[문정희] 한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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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출신이면 뭐하나. 하는 일마다 족족 실패다. 심지어 지금은 하는 일도 없는 백수 아빠에 무능 남편이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 김상경은 집안의 근심 덩어리인 가장 채태만이 되었다. 고집스레 현장을 누비던 형사(<살인의 추억> <몽타주>)나 의사, 검사, 재벌 2세 같은 번듯한 캐릭터를 익숙하게 소화해온 김상경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김상경은 태만이라는 낯선 인물로 어떤 변화를 시도한 걸까.
-전작인 <몽타주>와 비교해도 전혀 다른 장르와 캐릭터다. 어떤 면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나.
=일단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아빠를 빌려준다’는 설정도 충분히 개연성 있어 보였다. 심부름센터나 흥신소도 많잖나. 무엇보다 내가 안 해본 캐릭터였다는 게 컸다. 어떻게 보면 <몽타주>까지는 내가 해온 틀 안에 있는 편이었다. 근데 이건 전혀 해본 적 없는 거라 흥미로웠다.
-그간 해보지 않았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코믹.
[김상경] 내가 모르는 나를 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