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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진 엄지손가락’이라는 뜻의 19세기 화가 장 레옹 제롬의 그림 <폴리세 베르소>(Pollice Verso). 15년 전 리들리 스콧은 드림웍스가 보내온 그 그림을 보고 <글래디에이터>에 사로잡혔다. 콜로세움에서 사선을 넘나드는 격렬한 시합을 벌인 후, 패배자를 죽이라고 외치는 군중을 올려다보고 있는 한 고독한 글래디에이터의 모습에서 그는 1980∼90년대 내내 할리우드에서 악전고투해온 그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글래디에이터>에서 승리의 기분에 도취되는 것도 잠시, 아찔한 360도 패닝이 이어진 후, 콜로세움을 가득 채운 군중을 향해 막시무스(러셀 크로)는 이렇게 외친다. “이래도 만족하지 못하나? 이걸 보러온 게 아닌가!”
리들리 스콧의 방대한 필모그래피를 거칠게 <글래디에이터>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면, 그는 그렇게 콜로세움으로 향하는 글래디에이터처럼 버텨왔고, 또한 명맥이 끊겼다고 생각되어온 할리우드 시대극을 찬란하게 부활시킨
리들리 스콧의 영웅들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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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디에이터>와 <프로메테우스> 사이, 그처럼 리들리 스콧에게 있어 시제의 한계란 없어 보인다.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에 맞서 40만 노예를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는 모세의 여정과 이집트에 닥친 끔찍한 재앙을 그려낸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은 고유명사처럼 다가오는 ‘리들리 스콧 시대극’이 가장 멀리 거슬러 올라간 버전이다. 그는 왜 이제 다시 모세 이야기를 끄집어낸 것일까. 어쩌면 그가 줄곧 그려온 선택받은 남자의 이야기, 기어이 고향으로 돌아가고자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모세와 출애굽은 반드시 다뤄야만 했던 이야기다.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을 통해 리들리 스콧의 지난 시간들을 꼼꼼히 돌아보고, 영화 속 실제와 상상 사이에서 드러나는 신학적 관점에 대해서도 면밀히 짚어본다. 왜 ‘엑소더스’여야만 했는가.
칼을 든 모세 그의 위대한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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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 ‘잽’이 날아올지 모르는, 예측 불허의 악당. 배우 김희원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미생>에서, 김희원이 연기하는 박 과장은 단 네편의 에피소드만으로도 장그래(임시완)와 오 과장(이성민)의 영업3팀을 한바탕 뒤흔드는 강렬한 존재감을 선사한다. 영화 <카트>의 악덕 편의점 업주도, <아저씨>의 장기밀매 조직원도 마찬가지다. 위협적인 외양이나 ‘센’ 액션을 선보이지 않음에도, 김희원은 종종 보통 사람의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들끓게 하는 불편함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배우처럼 느껴진다. 연극 무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이제는 영화와 드라마로 그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이 ‘신스틸러’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드라마 <미생>에 출연한 뒤, 주위 반응이 좀 달라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무래도 예전에는 <아저씨>의 만석으로 나를 기억해주
[김희원] ‘사람 냄새’가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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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서 오래된 식당, 그것을 우리는 노포라 부른다.” 요리도 하고 글도 쓰는 박찬일 셰프가 18곳의 노포를 소개한 책 <백년식당>을 냈다. “마치 화석 같다. 화석을 보면 지층이 어떻게 축적됐고 지구에 어떤 생물이 살았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 노포에는 우리의 근현대사가 그대로 담겨 있다.” 박찬일의 이 말은 <백년식당>이 단순히 노포 ‘기행’이 아님을 짐작하게 해준다. 서울의 평양냉면집, 부산의 돼지국밥집, 대구의 추어탕집, 제주의 순대국밥집 등을 돌며 박찬일은 한결같은 맛으로 꿋꿋이 식당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들의 역사를 정리하고 기록한다. 그 기록이 꽤 뭉클하다. 올해 6월 말, 서교동 문학과지성사 사옥지하 1층에 차린 그의 이탈리아식 선술집 ‘로칸다 몽로’에서 박찬일 셰프를 만났다.
-레스토랑이 아닌 술집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술을 좋아하니까 술집을 하면 되지 않겠나 싶었다. 로칸다는 싸구려 음식과 술을 파는 이탈리
[trans × cross] 노포에서 한술 뜨면 우리가 곧 역사의 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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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내, 약속 잘 지켰지요?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요?” 암, 잘 살았지. 잘 살았다마다. 아버지만 살아 계셨어도 우리 장남 장하다며 어깨 툭툭 두드려주셨을 거다. 열두살엔 한국전쟁으로 피난길에 오르고, 스물여섯엔 서독에 가 광부로 일하며 외화를 벌었다. 갱도에 갇혀 죽다 살아났고, 고국으로 돌아와 처자식 데리고 이제 좀 살 만하다 싶었는데 이번엔 베트남에 파견 가란다. 어쩌랴. 고모가 눈물로 지켜낸 가게를 내놓기 싫은 마음에, 철없는 막내동생 시집가겠다는 성화에 서른 넘어 어렵사리 붙은 대학 합격증도 치워버리고 목숨 걸고 베트남 정글로 날아갔다. 목숨줄 대신 다리 한짝 잃은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면 다행. 젊어서 한 고생이 슬슬 복으로 돌아오는지 마흔 고개를 넘겨서는 피난길에 잃어버린 여동생도 찾고, 자식들 모두 시집, 장가보내 토끼 같은 손자, 손녀까지 얻었다. 대체 누구의 삶이기에 이토록 파란만장하냐고? ‘그때 그 시절’은 다 그랬다. 특별할 것 없는 그냥 ‘아부지’들의
[황정민] 우리 아버지들처럼, 하루하루 배우의 역사를 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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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속뜻 박애주의자
주석 세상에는 이모가 참 많다. 동네 밥집마다 식당 이모가 계신다. 청소할 때에는 청소 이모가 오고 이사할 때에도 그릇을 정리해주러 이모가 온다.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이다. 식당 고모나 청소 고모는 다 어디 가신 걸까?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삼촌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삼촌은 다정하고도 무서운 존재다. 장자권 때문이다. 옛날에는 먼저 태어난 남자아이가 아버지의 권한을 독점했다. 문제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삼촌과의 격차가 벌어진다는 데 있다. 아버지는 이미 늙고 맏이는 아직 어린데 삼촌은 한창 나이다. 장자의 권한을 순순히 인정하면 그는 자애롭고 든든한 삼촌이 된다. 반면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 그가 다른 마음을 먹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 단종에서 햄릿까지 맏이들이 대면해야 했던 비극이 일어나는 것이다.
삼촌이 풍기는 음험한 권력투쟁의 냄새, 이것이 식당 고모나 청소 고모가 없는 이유다. 고모는 아버지와 삼촌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식당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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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절대미의 배우라고 말한다. 다른 미덕들은 차치하고, 이상적인 외모 자체를 타고났다는 의미다. ‘천재’라는 말이 타고난 재능(天才)이든, 태생적인 그 무엇(Genius)이든, 하늘에 의해 결정난 것이라면, 절대미의 외모도 넓게는 ‘천재’의 범위에 속할 테다. 할리우드의 단 한명의 천재를 꼽자면, 아마 많은 영화인들이 엘리자베스 테일러라고 답할 것 같다. ‘미인’은 테일러라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테일러의 아름다움은 신화가 됐다. 신화의 역사는 조지 스티븐슨 감독의 <젊은이의 양지>(1951)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그 신화는 늘 불안을 동반한 채 종종 사회에 위협이 되기도 했다.
<젊은이의 양지>, ‘절대미인’ 테일러의 신화
테일러는 그리스 신화의 빛나는 미인인 키르케처럼 ‘죄를 짓게’ 만드는 존재다. 오디세우스가 그랬듯, 죄를 지어서라도 가까이 머물고 싶은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갖고
[한창호의 오! 마돈나] 흠모와 혐오 사이의 스타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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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언즈> Minions
감독 카일 발다, 피에르 코팽 / 출연 크리스 리노드, 피에로 코팽, 샌드라 불럭, 존 햄
<슈렉>에 ‘장화신은 고양이’가 있다면 <슈퍼배드>에는 ‘미니언’이 있다. <미니언즈>는 <슈퍼배드>의 신스틸러, 미니언을 전격 해부하는 영화다. 미니언들은 우르르 떼지어 다니며 티라노사우루스, 드라큘라 등 주인으로 섬길 만한 악당을 물색한다.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하자 케빈, 스튜어트, 밥은 삼총사를 결성한 뒤 뉴욕으로 떠난다. 내년 7월10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미니언즈> Min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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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소개
한국예술원은 실용음악과 공연, 영화, 방송 등 대중예술 분야를 중점 교육하는 전문기관이다. 영화 및 방송제작과 영상미디어디자인, 영상시나리오창작, 게임•애니메이션•웹툰 스토리창작 등 세분화된 학과명에서 최근 대중예술계에서 주목 받는 분야를 두루 교육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 충정로역에 위치해 도심 속 학교라는 이점을 자랑하는 한국예술원은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으로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것과 마찬가지로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한국예술원은 도제식 교육을 통해 직업적인 예술가를 양성하려는 목적으로 실기 위주의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작곡가 김형석, 가수 하림, 배우 유지인, 모델 박둘선 등 실질적인 교육을 위해 초빙된 교수진이 눈길을 끈다. 더불어 중앙대학교 영화과 교수로 재직한 바 있는 전 KBS 드라마제작국 최상식 국장이 현재 한국예술원 영화예술학부 학부장으로 재직하며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한국예술원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한국예술원] 폭넓은 예술적 소양을 갖춘 전문영화인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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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소개
2003년 개교한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는 도심형 명품학교를 표방한다. 도심 속에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현장 중심의 교육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탄탄한 이론과 철저한 현장 중심의 교육을 추구하는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는 유명 감독과 배우, 연예인 등이 학생과 교수진으로 포진해 있어 스타 양성소로도 불린다.
대표적인 학과로 방송영화제작학부와 연기예술학부가 있다. 방송제작전공과 영화제작전공으로 세분화되는 방송영화제작학부는 저학년 때부터 실습 위주의 트레이닝을 받는다. 특히 매주 5시간 동안 진행되는 제작 워크숍 수업은 학생들의 영상제작 역량 키우기에 중점을 둔다. 2학년까지는 주로 전임 교수진이 일대일로 학생을 가르치고, 고학년이 되면 <역린>의 이재규 감독, <7번방의 선물>의 이환경 감독, <간기남>의 김형준 감독, <해결사>의 권혁재 감독, <별에서 온 그대>의 장태유 감독, <용의자>의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현직 감독 강의-7번방 이환경, 역린 이재규, 간기남 김형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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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소개
서울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는 전문 문화예술 분야 전문경영인 양성을 목표로 2011년에 신설됐다. 아직 4년차 새내기 학과이지만 단기간에 예술경영 분야의 전문 교육기관으로 안착했다. 매년 콘텐츠 개발비용만 100억원 이상 투자한다는 학교법인 신일학원의 과감한 재정 지원에 힘입어 공중파 방송국 시설에 준하는 스튜디오와 HD급 최첨단 제작장비가 마련돼 있고, 국제대회에서 상을 받은 이러닝(E-learning) 시스템 ‘SCU Smart WAVE 3.0’을 통해 각종 모바일 기기에서도 출석과 강의 듣기, 상담, 토론, 과제 등 다양한 학습 활동을 할 수 있는 인프라도 갖췄다. 지난해에는 교육부가 실시한 사이버대학 역량평가에서 최고우수대학에 선정되기도 했다.
기술적 지원 못지않게 실무 위주의 커리큘럼도 큰 힘을 발휘한다. 저학년 때 연극, 발레, 뮤지컬 등 예술 전반에 관한 기초 소양을 쌓는다면 3•4학년 때는 예술경영 정책과 함께 실제 공연기획 및 실무적인 경영기법을 익
[서울사이버대학교] 최상의 인프라로 최고의 예술경영 전문인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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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소개
2015년이면 개교 40주년을 맞는 동국대학교 전산원은 1998년 학점은행제 시행과 함께 시작된 교육기관이다. 학점은행제 학교 중 독보적으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다. 동국대학교가 운영하고 동국대학교 내 모든 캠퍼스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서 더욱 믿을 수 있고 환영받을 만하다.
다른 대학과의 가장 큰 차이는 4년이 아닌 3년 과정으로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 수업 외에 학점으로 인정되는 국가공인 자격증을 취득해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학위 취득이 가능하므로 2년 반 만에 조기졸업도 가능하다. 이른 졸업 시기에 교과과정이 허술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영화영상학과의 문정미 교수는 “3년 안에 과정을 끝낼 수 있도록 빡빡하지만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며 우려를 일축한다. 여기에 “1년이라는 시간을 비축할 수 있어서 다른 학교 학생들보다 자기 계발이나 커리어 관리를 먼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이며 효과적인 교육과정을 강조한다.
[동국대학교 전산원] 실기 위주의 교육으로 한발 앞서 나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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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덕수리 5형제> 닭수리 5형제
[정훈이 만화] <덕수리 5형제> 닭수리 5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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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구본창은 부친의 임종 앞에서 태산처럼 무거운 카메라를 들었다. 생명이 새어나가기 시작한 인간의 피부는 우리가 ‘껍질’이라 부르는 사물들의 표면처럼 두껍고 건조하다. 동시에 놀랍도록 단단해 보인다. 이물스럽지만, 이 역시 인간이 가진 얼굴이다. 이창재 감독의 다큐멘터리 <목숨>은 마치 영생이 가능한 양 동안(童顔)과 장수를 숭배하며, 죽음을 터부시하는 문화에 반문을 던진다. <목숨>이 채록한 호스피스 병동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한다. 육체의 무너짐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 때에야, 영혼을 일으켜 앉혀 존엄한 죽음과 독대할 수 있다고.
11/01
<거인>의 영재(최우식)는 사랑스럽지 않은 소년이다. “결백한 피해자가 될 것인가, 가책을 짊어지고 득 보는 쪽을 택할 것인가?”의 갈등은 악착 같은 영재에게 고민거리조차 못 된다. 소년은 한뼘도 물러설 수 없다. 남의 사정따위 봐주다가는, 소년을 가출하게 만든 아버지(김수현)처럼 가망 없는 인생으로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좋게 헤어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