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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도, 몸담고 있는 분야도 다르다. 하지만 ‘영화인’으로서 소중하게 지켜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최근의 한국 영화계를 뒤흔드는 현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해 10명의 국내외 영화인들이 우려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부터 충무로 현장까지, 다양한 곳에서 보내온 그들의 목소리를 싣는다.
영화를 보여주는 것, 영화제의 역할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예술감독
현재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과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 소식을 들으니 충격적이고 비통하다. 이 위원장은 칸영화제를 포함한 세계 영화계에서 존경받는 동료이며,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과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함께 창립한 부산국제영화제도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이같이 존경받고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은 칸영화제와 닮은 영화제이며, 칸영화제와 공동의 보조를 맞추는 영화제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영화제란 독립적인 영화제를 말한다. 위대
우린 모두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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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영화제 상영영화에 대한 사전심의 면제 조항의 개정을 거론 중이다. 제한적으로나마 숨통이 틔었던 해방구까지 틀어막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번지고 있다. 검열의 잣대와 기준은 그때그때 달랐건만 그 의지만큼은 참으로 한결같다. 표현의 자유마저 유행 따라 1990년대로 돌아가려는가. 90년대부터 지금까지 검열과 탄압의 역사를 훑어봤다. Back to the 90’s!
1990 한국영화감독위원회가 공연윤리위원회 철폐와 민간자율심의기구 구성을 주장한다.
이정국 감독의 <부활의 노래>가 심의 과정에서 25분13초를 삭제당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재심 끝에 1993년 개봉했다.
공연윤리위원회에서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중 에릭 쿠의 <면로>, 료스케 다카하시의 <침묵의 함대> 등을 문제 삼아 심의의 압박을 가한다. 개막작 <크래쉬>가 영화 관계자, 기자, 평론가에만 공개된다는 조건으로 무삭제 상영을 하기로 했지
그때 그 시절이 그립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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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검열 의지는 전혀 없다.” 지난 2월9일 국회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업무보고가 열렸다. 영화제 상영작 등급분류 면제추천 개정,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과 다양성영화 개봉지원 사업의 폐지 등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사태들이 검열을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은 “행정 시스템 오류로 인해 등급분류 면제추천이 오•남용되는 사례를 바로잡으려는 것일 뿐”이라고 검열이 사실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얘기한 행정 시스템 오류란, “등급분류 면제추천은 예술영화 인정 등에 관한 심의 소위원회에서 영화 상영 여부를 결정하고, 결재 과정에서 부장이 위원장 직인을 전결하는 형태로 발급된다. 신청서가 잘못 들어오거나 행사 추천 요건에 맞지 않는 경우도 직인으로 자동 발급되고 있어 그걸 바로잡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국회에서 행정 시스템 오류로 인한 사례를 내놓지 못했다. 국회 업무보고 다음날인 2월10일 오후, 충
검열의 광풍이 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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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된 지 두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한국 영화계는 때아닌 ‘검열 광풍’으로 피로감이 쌓일 대로 쌓였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을 시작으로 영화제 상영작 등급분류 면제추천 개정 움직임,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과 다양성영화 개봉지원 사업의 폐지 등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은 불과 두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바로 지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씨네21>은 새해부터 지금까지 연일 몰아치고 있는 ‘정권의 영화계 길들이기’ 작업을 전한다. 지난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영화계에서 벌어진 검열과 탄압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예술감독, 디터 코슬릭 베를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루트거 볼프슨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봉준호 • 이준익 감독 등 국내외 영화인 10명으로부터 지지 메시지를 받아 함께 실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부산국제영
2015, 검열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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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체적인 느낌은 들어보기 전에 무작정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몽환적이고 어두운 질감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간혹 리듬감 있는 트랙이 섞여 있을지언정 경쾌하고 밝은 음악은 보이지 않는다. 소설로 유추할 수 있는 영화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질 법한 선곡이다. 또 <Ana and Christian>처럼 제목에서 이미 두 주인공의 이름을 담고 있는 트랙의 경우, 영화의 특정 장면에서 핵심 무드로 쓰였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기도 하다.
음반 전체를 통틀어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아무래도 위켄드다. 위켄드는 캐나다 출신의 1990년생 알앤비(R&B) 보컬리스트다. 2011년경부터 무료로 공개한 몇몇 믹스테이프가 주목을 받으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지금은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위켄드와 관련해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그가 알앤비의 서브 장르이자 최근 몇년 사이 가장 두드러진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피비알앤비’(PBR&B)의 대표주자라는 사실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프랭크 시내트라부터 비욘세, 위켄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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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등급 개봉작 중 호응이 높은 작품이다.
=선정적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이 영화는 비극적인 관계에서 존재하는 아주 복잡한 러브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두 주인공이 서로를 많이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함께할 수 없는 슬픔이 담겨 있다. 이런 감정들이 흥행에 도움을 준 것 같다.
-어떻게 작품에 참여하게 됐나.
=프로듀서 마이클 드 루카가 작품을 소개해줬다. 다른 작품을 함께하다가 그 작품이 무산되면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함께하자고 하더라. 책을 한번 읽어보고 어떻게 할지 감이 잡히면 하겠다고 했다. 기존 영화들에서 보지 못한 요소들이 이 작품에 있더라. 그래서 끌렸다.
-원작을 영화로 옮기는 데 대한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책을 영화로 각색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건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원작이 풍부했기 때문에 그 자체로 훌륭한 가이드가 돼주었다.
-그레이를 연기한 제이미 도넌은 찬반이 분분했던 캐스팅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관객들에게 에로틱하고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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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코어 포르노물과 할리퀸 로맨스의 이종교배. 영국의 주부 E. L. 제임스가 <트와일라잇>의 팬픽으로 연재한 소설은, 그 시작은 미미했지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는 1억부 초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사회적 현상으로 이슈의 중심에 섰으며, 마침내 영화화되었다. 2월26일 국내개봉을 앞두고 주부들의 신화가 된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짚어보았다. 영화 연출을 맡은 샘 테일러 우드의 서면 인터뷰와, 화려한 라인업으로 화제가 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O.S.T도 함께 들여다본다.
야동을 보기 위한 ‘필요’가 PC의 공급을 부추기는 것과 같은 상황은 하드웨어의 ‘사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변수다. ‘아마존 킨들’의 보급에 혁혁한 공을 세운 건 다름 아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같은 야한 소설이다. 대문짝만하게 제목이 박히지 않아 굳이 커버를 숨기려 애쓰지 않아도 버스나 지하철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희대의 베스트셀러 R등급 로맨스로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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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내가 연장자라는 뜻 속뜻 내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뜻
주석 우리말은 존대법이 이례적으로 발달한 언어다. 상대를 높이는 존대, 자신을 낮추(어 상대를 높이)는 존대, 제삼자를 높이는 존대가 따로 있고, 행동이나 상태를 높이는 존대가 따로 있다. 말의 구석구석, 요소요소마다 높임말의 흔적이 묻어 있다.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는 문장을 접해보셨는지? 어떻게 띄어쓰느냐에 따라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는 건지 아버지의 가방에 들어가는 건지가 달라진다고 들었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이 문장이 본능적으로 잘못됐다는 걸 안다. “아버지께서~ 들어가신다”고 썼어야지! 저 문장은 띄어쓰기의 중요성이 아니라 존댓말의 용법을 일러주는 예인 셈이다. 존댓말에도 저처럼 호응관계가 있다. 이 호응의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일은 좀 끔찍하다.
모든 게 상대를 존중하는 문화가 발달해서… 라고 말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높임’이란 ‘낮춤’과 한짝이어서 우리말에는 존대만큼이나 하대도 발달했다. 신분제 사회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너 몇 학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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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털리 우드가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이유 없는 반항>(1955)을 찍은 게 16살 때다. 제임스 딘은 20대였지만 10대 역을 연기했고, 반면에 내털리 우드는 자기 나이 그대로 나왔다. 집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바깥을 떠도는 주디(내털리 우드)는 불량 10대들이 잡혀오는 경찰서에서 처음 등장한다. 그때 그녀는 반항과 증오를 상징하는 붉은색 옷을 입고 있는데, 그 색깔의 지나친 강조는 소녀의 삶이 얼마나 불안에 사로잡혀 있는지 한눈에 알게 했다. 주디는 자기처럼 지나치게 붉은색 점퍼를 입은 짐(제임스 딘)과 운명적으로 결합된다. 그럼으로써 ‘붉은’ 두 배우는 스크린 속의 영원한 커플로 각인된다.
니콜라스 레이와 엘리아 카잔
할리우드는 <이유 없는 반항>의 인기를 십분 활용하여, 내털리 우드를 계속해서 청춘 로맨스의 이상형으로 기용했다. 지금은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영화들이지만, 당시는 꽤 인기를 끌었던 청춘물, 이를테면 <그가 떠났던 소녀>(The
[한창호의 오! 마돈나] 청춘의 초상, 꽃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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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감독은 이 영화가 “정우(김태훈)의 바스트숏 영화가 될것”이라고 했다. 배우 김태훈의
새로운 얼굴을 보게 될 거라는 말과 함께.
성당에서 포수로 일하는 베드로 역의 최무성. <열세살, 수아>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 에 이어 김희정 감독과 3편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태훈과 얘기를 나누는 김희정(오른쪽) 감독. 촬영 전 첫 미팅 때 김태훈은 김희정 감독에게 두 시간 동안 영화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호방한 성격의 김희정 감독은 대답하다 문득 이렇게 말했다고. “그래서 이 영화 할 거예요? 말 거예요?”
뒤편에 보이는 건물이 노안성당이다. 문화재로 등록된 노안성당은 1927년에 세워진 나주 지역 최초의 천주교회. 김태은 PD 얘기로는 2박3일 동안 신부님을 설득해 촬영 허가를 받은 거라고.
“컷! 개도 짖고, 비행기도 날고….” 2월6일, 서울에서 차로 4시간 반을 달려 전라남도 나주의 노안성당에 도착했다. 촬영장 인
[씨네스코프] <설행_눈길을 걷다>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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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스토리>
감독 루퍼트 굴드 / 출연 제임스 프랭코, 조나 힐, 펠리시티 존스
당신이 <뉴욕타임스> 출신 기자라고 상상해보자. 어느 날 살인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가 당신의 이름을 도용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그 남자는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 실화에 기반한 <트루 스토리>는 핀켈(조나 힐)이 용의자 롱고(제임스 프랭코)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영국 드라마 <맥베스> <텅 빈 왕관>을 연출한 루퍼트 굴드 감독의 데뷔작이다.
[WHAT'S UP] <트루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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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소설을 시작할 때마다 커다란 보드를 사서 벽에 붙인다.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포스트잇에 적어서 보드에다 붙이는데,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소설 속 인물의 관계도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고, 놀고 있지는 않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 장점이 많다. 잊지 않으려고, 소설에 대해 계속 생각하려고 보드를 이용한다. 때로는 내 몸을 보드로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왼팔에는 남자주인공의 이름을 적어놓고, 오른팔에는 여자주인공의 이름을 적어놓고, 계속 만나지 못하게 하는 거다. 아니면 왼팔에는 내가 좋아하는 등장인물들을 적어놓고, 오른팔에는 내가 싫어하는 등장인물을 적고, 등에는 보기 싫은 인물을 적어놓는 거다(흠, 싫어하는 인물을 적긴 힘들겠군).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자신의 몸에다 문신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몸을 움직이면서 잊게 되는 이야기, 매 순간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몸에다 새기는 것이겠지. <메멘토>의 소설가 버전을
[김중혁의 바디무비] 무성영화가 따로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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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헤이그의 라우만 박물관에는 유럽 최대 자동차 수입업자이자 자동차 애호가인 라우만가가 2대에 걸쳐 수집한 역사적인 자동차 230여대가 있다. <007 골드핑거>에서 Q가 제임스 본드에게 선사한 오리지널 애스턴 마틴 DB5도 컬렉션의 일부. 차체에 은닉된 비밀병기도 병기지만, 고고하면서도 은은하게 한 단계 숨죽인 광채가 잘난 비밀첩보원과 딱 어울린다. DB5는 <카지노 로얄>(2006)과 <스카이폴>(2012)에도 출연했다. 라우만 박물관에서 깨달은 두 가지. 첫째, 자동차는 사진에 잘 담기 엄청나게 까다로운 피사체다. 둘째, 모든 자동차는 궁극적으로는 타임머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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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시간>에서 노동자 산드라(마리옹 코티야르)의 휴직 사유는 우울증이다. 복직을 앞둔 그녀는 회사가 일인당 1천유로의 보너스와 산드라의 복직 중 하나를 투표로 선택하라고 동료들에게 통보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독 다르덴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조심(操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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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조선 맛탐정
[정훈이 만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조선 맛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