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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이 너희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위플래쉬>의 후반부, 중요한 재즈 공연을 앞두고 스승은 학생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이 잘해내면, 유명 음반사나 재즈클럽에 들어갈 수 있다고. 그러나 만약 실패한다면 다른 직업을 알아봐야 할 거라는 말도 그는 잊지 않는다. 업계를 움직이는 플레이어들은 작은 실수조차 결코 잊지 않기 때문이다. 한끗 차이로 승리자와 패배자가 영원히 나뉘는 이 아슬아슬한 세계에 1류 재즈 드러머가 되고자 하는 한 학생이 있다. 그의 이름은 앤드류(마일스 텔러). 그는 운 좋게 뉴욕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스튜디오 밴드에 들어가지만 그곳에는 악마 같은 잔혹함으로 학생들을 몰아붙이는 선생 플레처(J. K. 시먼스)가 있다.
오직 뛰어난 연주만이 살아남는다. <위플래쉬>가 그려내는 재즈계에서는 선배도, 동료도, 심지어 자기 자신도 중요하지 않다. 악마 같은 스승이든 유약한 제자든, 그들에게 중요한 유일한 한 가지는 어떻게든 이 진창 같은 음악
역동적인 재즈의 리듬감을 이식하다 <위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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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 9> <엘리시움>의 닐 블롬캠프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블롬캠프는 늘 배제된 자들의 상황을 공간적으로 구축하는 데 관심을 가져왔다. <채피>에서는 갱들의 공간에 특수한 인물로서 로봇 캐릭터가 중심에 놓인다. 로봇 개발자 디온(데브 파텔)은 폐기 처분될 위기에 처한 경찰 로봇 스카우트 22호를 인간의 마음을 가진 로봇 채피(샬토 코플리)로 재탄생시킨다. 그와 경쟁관계인 빈센트(휴 잭맨)는 파괴를 본령으로 한 로봇 개발에 힘쓰면서 디온을 경계한다. 채피는 예상되는 위험을 피해 뒷골목의 갱스터 무리의 손에 넘겨진다.
도입부는 <로보캅>(1987)을 연상시킨다. 다만 <로보캅>에서 주체는 인간이었지만, <채피>에서 주체는 기계(로봇)다. 로봇은 인간을 이용해 내면을 가진 온전한 주체로 탈바꿈한다. 인간이 숙주가 된 세상은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그것은 <매트릭스>(1999)에서 이미 예견한 세계다.
한계를 뛰어넘은 로봇의 성장기 <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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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의 시골 마을 소라치에는 텃밭을 가꾸듯 일상을 소박하게 일구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 도쿄에서 음악을 공부하던 아오(오오이즈미 요)는 돌발성 난청 때문에 꿈을 접고 동생 로쿠(소메타니 쇼타)가 있는 고향 소라치로 돌아온다. 아오는 피노 누아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를 재배하고 로쿠는 강아지 바베트를 키우며 밀농사를 짓는다. 그러던 어느 날 캠핑카로 여행 중인 에리카(안도 유코)가 등장하면서 마을에는 새로운 활력이 돈다. 자유분방한 기질의 에리카는 날마다 동네 사람들을 캠핑카로 초대해 와인 파티를 여는 한편 암모나이트를 찾기 위해 포도밭 근처에 땅 구덩이를 파기 시작한다.
미시마 유키코 감독의 데뷔작 <해피 해피 브레드>(2011)가 카페 ‘마니’에 관한 세편의 짧은 단편을 엮은 옴니버스영화였다면 <해리 해피 와이너리>는 소라치에 모인 세 인물 아오와 로쿠, 에리카의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소재는 빵에서 와인으로 바뀌었지만 두 작품
어른들을 위한 동화 <해피 해피 와이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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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해피엔딩> The Rewrite
감독 마크 로렌스 / 출연 휴 그랜트, 마리사 토메이, 앨리슨 제니, J. K. 시먼스, 벨라 헤스콧 / 수입 더쿱 / 배급 팝엔터테인먼트 / 개봉 4월8일
원조 로맨틱 가이 휴 그랜트의 여심 공략이 이번에도 통할까. 15년 전, 아카데미에서 각본상까지 수상하며 승승장구하던 글쟁이 키스 마이클스(휴 그랜트). 15년 후, 그의 현실은 암울 그 자체다. 쓰는 원고마다 줄줄이 꽝인 데다 빚더미에 앉아 빈털터리 신세다. 자존심을 있는 대로 구긴 그는 어쩔 수 없이 지방 대학에서 교편을 잡아보지만 제자 양성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곳에서 무료한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솔직한 매력의 캐런(벨라 헤스콧)과 ‘썸’을 타는가 싶더니, 어느새 싱글맘인 홀리(마리사 토메이)에게 마음이 쓰인다. 과연 작가로 보란 듯이 재기하겠다던 키스의 계획은 착착 진행될 수 있을까.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
[Coming Soon] 로맨틱 가이 휴 그랜트가 돌아왔다 <한 번 더 해피엔딩> The Re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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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열풍. 얼마 전 ‘나는 페미니스트다’ 해시태그 캠페인이 SNS를 휩쓸었다. 연이어 서점가에 페미니즘 관련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단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2%, 2주 전 대비 131%가 증가. 이뿐만 아니라 페미니즘과 관련한 세미나와 독서회가 곳곳에서 열리며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 잠깐 페니미즘 광풍이 분 이후 페미니즘이 화두가 돼 이번처럼 이렇게 들불처럼 번진 적이 있었던가.
뭐니 뭐니 해도 소년과 중년남성, 두 남자의 선언에 빚진 바가 크다. “페미니스트가 싫다”라며 시리아 이슬람국가(IS)로 떠난 김모군과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하다”라는 김모씨의 칼럼이 이 들불의 부싯돌. 희한한 건 그동안 ‘남성연대’와 ‘일간베스트’(일베)로 상징되는 여성혐오의 공세가 지겹도록 펼쳐졌음에도 좀체 불붙을 기미가 없던 페미니즘 담론이 두 김씨의 선언에 화들짝 불을 댕기게 됐다는 것이다.
기묘하다. 발터 베냐민은 위기의 시대에 진보적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마녀가 있기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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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 감금, 폭발, 난폭운전, 자살예고 등 여주인공이 휘말리는 사건사고만 나열하면 로맨틱 코미디보다 막장으로 기우는 드라마. 우연히 채널을 돌렸다면 검은 아이라인을 그린 지성이나 여장한 지성, 비명을 지르거나 통곡하는 황정음을 만날 확률이 높다. 나도 그랬으니까. 이 무슨 괴작인가 했는데, MBC 드라마 <킬미 힐미>는 ‘해리성 주체장애’(다중인격장애)를 앓는 재벌 3세 차도현(지성)과 그의 비밀 주치의가 된 정신과 레지던트 오리진(황정음)의 힐링 로맨스란다. 파괴적이고 자기애가 강한 인격인 신세기, 밥솥을 분해해서 사제폭탄을 만드는 페리박, 자살 지원자로 불리는 안요섭 등 차도현의 인격들은 어느 하나 수월하지 않고, 이들을 케어하는 리진은 돌발 상황을 겪을 때마다 비명과 안도의 눈물을 오간다. 여주인공을 이렇게 계속 공포와 위험에 빠뜨리는 로맨틱 코미디가 또 있었나 싶다.
잠시 드라마에 숱하게 반복되는 장면 하나를 떠올려보자. 한 여자를 사이에 둔 남자들의 원시적인
[유선주의 TVIEW] 다행스러운 폭력의 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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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템포가 아니야.” <위플래쉬>에서 19살 드럼학도 앤드류(마일스 텔러)를 무엇보다 곤혹스럽게 만든 건 플레처 교수(J. K. 시먼스)의 이 입버릇이었다. 어안이 벙벙한 채 슬쩍 박자를 늦춰 연주하면 불호령이 떨어지고, 눈치 보며 속도를 높이면 따귀가 날아든다. 종국에는 지금 내고 있는 연주의 박자가 빠른지 느린지조차 모를 지경의 공황상태로 이끄는 모호한 템포의 실체? 악보에도 답이 없고, 심지어 플레처 본인도 명확한 정의를 내려주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내 템포’란 오로지 그 자신의 머릿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문제는 박자 맞추기 까다로운 것이 드럼 템포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앤드류가 플레처의 밴드에 발탁된 첫날, 그는 연주 도중 “버디 리치가 여기 있군”이라는 스승의 극찬을 받는다. 하지만 그로부터 앤드류의 정수리를 향해 접이식 의자가 살벌하게 날아오기까지는 채 3분이 걸리지 않았다.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기복이 심한 감정 상태. 어쩌다 플레처가 상냥하게
[J. K. 시먼스] <위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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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2014 <니드 포 스피드> <심벨린>
2012 <포 엘렌> <5년째 약혼중>
2011 <비스틀리>
2010 <소셜 네트워크>
1999 <크레이지 인 알라바마>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이전까지 다코타 존슨은 연기로 평가받는 배우가 아니라 가족사가 먼저 거론되는 배우였다. 존슨은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집안에서 태어났다. 히치콕의 뮤즈였던 <새>의 티피 헤드런과 배우 피터 그리피스가 그녀의 조부모이고, <사랑의 용기>의 멜라니 그리피스와 <마이애미 바이스>의 돈 존슨이 그녀의 부모다. 엄마의 복잡한 사랑 덕에 안토니오 반데라스도 잠시 존슨의 가족(의붓아버지)이 되는데, 반데라스가 연출하고 멜라니 그리피스가 출연한 <크레이지 인 알라바마>에 그녀도 단역으로 출연한다. 이후 존슨은 <소셜 네트워
[who are you] 다코타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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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절은 중국에서 국경절과 더불어 가장 큰 연휴로 손꼽힌다. 민족 대이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두 고향으로 내려가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이 명절이 중국 영화시장의 중요한 금광이 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영화티켓 예매사이트인 ‘마오옌’에 따르면 춘절 연휴기간 총 박스오피스는 2013년 7억5천만위안, 2014년 14억1천만위안으로 같은 기간 대비 84%의 성장을 이루었고, 2015년에는 20억위안으로 같은 기간 대비 30% 증가했다.
이처럼 춘절 기간의 박스오피스가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는 건 베이징과 상하이 등의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중국의 중소 지방 도시에도 멀티플렉스 극장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웨이신, 타오바오, 마오옌, 거와라 등과 같은 온라인 티켓사이트들의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박스오피스 성장의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중국 극장가의 화제는 9.9위안(원래 최저 영화표 가격은 20~30위안이었다)의 ‘저가 영화표’다. 춘절 연휴
[베이징] 명절엔 역시 성룡과 주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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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앤더슨은 현재 스웨덴 영화계에서 ‘마스터’로 불리는 노장감독이다. 그는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비둘기, 가지에 앉아 존재를 성찰하다>(2014, 이하 <비둘기>)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비둘기>는 외판원인 샘과 조나단 콤비가 뱀파이어 이빨과 라텍스 가면 등을 팔기 위해 예테보리(감독의 고향이기도 하다) 시내를 돌아다니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창백하고 무뚝뚝한 표정이며 비슷한 대사를 반복하는데 이런 요소들이 웃기면서도 슬픈 정서를 만든다. 로이 앤더슨을 만나기 위해 그의 제작사 ‘스튜디오24’를 찾아갔다. 1층 한편에는 <비둘기>를 포함한 그의 영화의 많은 부분이 촬영된 스튜디오가 자리했다. 2층 작업실에는 그가 직접 그렸다는 컨셉 아트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책상 위가 상당히 복잡하다. (웃음)
=청소할 시간이 없다. (하하) 작업이 하나 끝날 때마다 싹
“예술가라면 당연히 휴머니즘에 대해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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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화인들이 활발히 활동 중인 스웨덴 영화계에서도 특별히 돋보이는 여성 제작자 집단이 있다. 여성 영화인에 의한, 여성 영화인을 위한, 여성 영화인의 영화제작을 목표로 하는 제작사 ‘도리스 필름’(이하 ‘도리스’)이 그 주인공이다. ‘영화 업계 종사자의 상당수가 남성이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등장한 여성 영화인들이다. 예테보리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도리스의 사무실을 찾았다. 1999년 문을 연 이후로 도리스는 줄곧 여성 영화인의 제작 여건 개선과 권리 향상을 위해 달려왔다. 애초에는 영상을 통한 여성주의 운동을 하는 느슨한 형태의 네트워크 조직이었으나 2000년대 초반, 영화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6명의 여성 영화인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도리스가 스웨덴 영화계에 결정적으로 눈도장을 찍은 건 2003년 ‘도리스 매니페스토’를 만들면서다. 도리스의 구성원이자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14플러스 부문 출품작 <플로킹&
여성 영화인의 극영화 비중이 40%를 넘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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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예테보리국제영화제가 1월23일부터 2월2일까지 스웨덴의 항구 도시 예테보리에서 진행됐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을 포함한 북유럽 지역의 영화 경향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영화제다. 아트 디렉터 요나스 홀름베리를 만나 영화제의 정체성과 스웨덴영화의 기대주들에 대해 들었다.
-예테보리국제영화제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우리는 강력한 노르딕 영화로 라인업을 구성해왔다. 여기에 89개국에서 온 500여편이라는 엄청난 영화 편수를 자랑한다. 12명의 상근, 비상근 프로그래머들이 발로 뛴 결과다. 노르딕 단편,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 장르 면에서도 다양하다.
-스웨덴에서 만난 영화인들은 하나같이 ‘노르딕’ 영화의 강점을 강조하더라. ‘노르딕’ 영화가 무엇인지부터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드라마타이즈(극화, 희곡화), 리얼리티가 굉장히 강하다. 노르딕 지역에 방영되는 TV드라마 시리즈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하나는 노르딕 크라임(범죄물)
‘노르딕’ 스타일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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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으로 날아갔다. 쉽게, 자주, 또 폭넓게 접하지 못해 낯선, 그래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스웨덴 영화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함께했다. 도착하기 전, 스웨덴 영화사의 서두에 이름을 올릴 몇몇을 기억해보는 일로 워밍업을 시작했다. 인간과 신, 죽음과 구원을 특유의 익살로 풀어낸 잉마르 베리만, 노동계급의 역사를 자신의 작품의 정수에 올렸던 얀 트로엘, 사색적인 영화와 거리를 두며 실천적 의미의 영화 만들기로 직행했던 보 비더버그와 같은 거장들이 제일 먼저다. 그레타 가르보나 잉그리드 버드먼처럼 세계 영화사의 한 시기를 자신들의 이름으로 기억되게 만든 배우들도 있다. 이들은 스웨덴영화의 황금기를 만든 보기 드문 유산이자, 스웨덴 영화인들의 자부심이다. 그 뒤로도 스웨덴 영화인 인명 사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이 있다. 부조리극과 블랙코미디 사이를 오가는 로이 앤더슨이나 과장되지 않은 코미디극에 능하다는 라세 할스트롬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스웨덴 장르영화가
스웨덴식으로 영화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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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시리즈와 <살인의 추억> <범죄의 재구성> 등 120여편의 영화를 제작, 배급한 싸이더스픽쳐스에서 영화배급팀장을 찾는다(영어 능통자 우대). 3월13일까지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파일명 ‘지원자성명_배급팀장’으로 제출(PDF 1개 파일로 제출))를 이메일(hannachoi@sidus.com)로 접수. 문의 hannachoi@sidus.com.
*4월 오픈 예정인 명필름문화재단 산하 ‘명필름아트센터’에서 하우스매니저, 영사기사, 북카페 매니저를 모집한다. 자세한 사항은 명필름문화재단 홈페이지(www.myungfilm.org)에서 확인 가능하다.
*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판타스틱 단편걸작선’과 영화제의 공식경쟁부문인 ‘부천 초이스’에 상영될 한국 단편을 공모한다. 출품기간은 2월27일(금)∼3월20일(금),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bifan.kr) 참조. 문의 032-327-6313(내선 132, 130), short@
[소식] 싸이더스픽쳐스에서 영화배급팀장을 찾는다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