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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Aloha
감독 카메론 크로 / 출연 에마 스톤, 브래들리 쿠퍼, 레이첼 맥애덤스, 빌 머레이
하와이와 군대 그리고 로맨스의 조합이다. 군무기 전문 컨설턴트 브라이언(브래들리 쿠퍼)은 위성 프로젝트 진행차 호놀룰루로 발령을 받는다. 브라이언은 몇년 만에 첫사랑 트레이시(레이첼 맥애덤스)와 재회하는 한편 업무 파트너인 여군 NJ(에마 스톤)에게도 사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카메론 크로가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5월29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알로하> Alo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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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비밀 정보 요원 김미영 팀장
[정훈이 만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비밀 정보 요원 김미영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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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장은 엄청나게 좋은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회사에 다닌 적이 있다. (물론 예감은 불길했다. 무슨 좋은 사장이 등산복을 차려입고 너희는 일해라 나는 이따 놀러간다는 자세로 출근을 한단 말인가.) 몇주 뒤, 사표를 냈다는 동료가 고백했다, 사실 우린 전부 노비야. (몰랐던 사실도 아니지만.)
30대 후반이었던 그녀는 미국 사는 사장 친척이 서울에 왔다가 짐이 무거워 일단 호텔에 들어갔으니 그 짐을 사장 집으로 옮겨놓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바퀴 달린 가방도 무겁다며 호텔로 직행한 친척이라면 그 옛날 아메리칸드림 시절에 이민 떠난 어르신이라도 되는 건가. 그녀는 기분이 나빴지만 노인 공경의 마음을 다잡으며 호텔로 향했다. 그리고 방문을 열고 나타난 사람은… 웃통을 벗고 젖은 머리를 탈탈 터는 스무살 정도의 건장한 젊은이. 오, 이게 무슨 횡재인가! 사장님, 감사합니다! 아니, 이게 아니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친척은 조기 유학을 떠난 사장의 조카였다. 내일모레가 불혹인 노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복종만이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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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은 연소와 다르다. 폭발은 존나 급격한 연소다. 대비할 틈을 허용하는 연소와 달리, 폭발은 대비할 틈을 주지 않는다. 불이 나면 도망갈 시간이라도 있지만, 가스 폭발은 그마저도 허용하지 않는다. 폭발은 순간의 미학이고, 순간의 한방을 위해서 몇날 며칠이고 숨어 기다리는 미학이다. 마치 당신의 퇴근시간을 끈질기게 기다리고, 도망칠 겨를도 주지 않은 채 순식간에 당신을 급습하는 가스불꽃처럼. 대부분의 영화들이- 관객이 다음 장면을 대비할 겨를을 허용하면서- 자신의 에너지를 서서히 태워나가는 연소 영화라고 한다면, 그에 반해 폭탄처럼 작동하는 영화들이 있다. 구분하기는 매우 쉽다. 전자의 반응이 “음, 그럴 줄 알았어”, “오 상당히 교훈적이군”이라면, 후자의 반응은 “아 띠발, 이게 뭐야”, “옴마야 개심쿵 썅”일 테니깐. 폭탄 영화는, 관객에게 생각하고 예측할 겨를을 주면서 주제와 이야기를 전달하는 영화가 아니다. 폭탄 영화는 관객에게 생각하고 도망갈 겨를조차 빼앗으며, 안구와 시
[곡사의 아수라장] 카운트다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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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피의 시대다. 지난 2월1일 폐막한 제44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는 14개 비디오아트와 실험영화 독립배급사로부터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Me, Myself and I)라는 주제에 맞는 작품 한편씩을 출품받아 흥미진진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마르그리트 란츠 감독의 <진주>(La Perle, 2007)는 휴대폰카메라 앞에서 한 여성이 명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의 주인공으로 치장하는 과정을 5분의 비디오에 담았다. 베르메르의 모델이 지은 오묘한 표정을 포착하려는 마지막의 말없는 집중이 백미. 창조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의 나(me), 자기도취(myself), 주체(I)가 고루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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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에 일곱쯤 확률로, 영화의 첫 5분 동안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될지 아닐지 맞히곤 한다. 오프닝 5분에는 꽤 많은 단서가 포함돼 있다. 숏과 신을 배열하는 고유한 호흡, 음악 쓰는 패턴, 감독의 유머 취향과 선호하는 이미지, 연출자가 상정한 관객의 이해력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조용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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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부문 황금곰상은 나영길 감독의 <호산나>에 돌아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작품으로 제작된 <호산나>는 이미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을 비롯해 미쟝센단편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클레르몽페랑국제단편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화제의 작품이다. 제목의 ‘호산나’는 신약 성경에 나오는 “구하옵나니, 이제 구원하소서”라는 뜻으로, 신과 같은 치유력을 가진 소년과 그에게 의지한 채 파괴되어가는 인간 군상이 살아가는 살풍경한 마을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구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짧은 지면으로 풀기 힘든 풍부한 상징과 과감한 비주얼 구현이 인상적인 작품으로, 러닝타임은 25분에 불과하지만 그 해석과 호불호를 둘러싼 논쟁의 시간은 사뭇 길어질 영화다.
-수상의 분위기는 점쳤나. (웃음)
=전혀 언질이 없었고 기대도 안 했다. (웃음) 일단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것만으로도 내겐 영광이었다. 클레르몽페랑 때는 14
[flash on] 구원자의 피로감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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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시사회가 열린 뒤 가장 큰 환호와 갈채를 받은 <빅토리아>는 140여분을 원 테이크로 찍어낸 무시무시한 영화다. 베를린에 사는 스페인 출신 20대 여성 빅토리아는 클럽에서 집으로 향하는 길, 껄렁한 독일 청년들이 말을 걸자 편견 없이 이들과 잠시 어울린다. 젊은이들이 서로 열린 마음으로 설렘을 나누며 ‘지금, 여기’를 생생하게 느끼는 현장감이 그대로 전달된다. 영화는 중반부까지 외로운 젊은이들이 마음을 나누는 낭만적 분위기를 잡아내지만 느닷없이 상황이 반전되며 범죄와 추적에 휘말리는 하드보일드 장르영화로 급변한다. <빅토리아>의 제바스티안 시퍼 감독은 대강의 스토리와 상황을 알려주고 배우들의 즉흥연기와 대사에 의지해 몇번의 리허설을 거친 뒤, 세번의 원 테이크 촬영을 했고 세 번째 테이크를 편집 없이 그대로 썼다고 한다. 일간 <베를리너차이퉁>은 “극단적이고, 용감하고, 감동적인 영화”라며 이 작품이 “꼭 금곰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현지보고] 세번의 원 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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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2일 오후 2시. 베를린에 위치한 하우극장에서 봉준호 감독 마스터클래스가 열렸다. 이번 베를린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봉준호 감독은 ‘베를리날레 탤런츠’ (Berlinale T alents) 부문의 강사로도 초대받았다. 베를리날레 탤런츠는 해마다 전세계의 재능 있는 젊은 감독과 시나리오작가 등에 선발된 영화인 300여명을 초대해 워크숍을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행사다. ‘간극 메우기: 공간 사이의 영화들’(Bridging the Gap: Films between the Space)이라는 주제로 홍콩 영화제작자 로나 티와 함께 대화가 진행됐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 중 <플란다스의 개> <괴물> <도쿄!> <설국열차>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괴물>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서로 섞일 수 없는 아주 이질적인 것들을 한 화면에 섞어놓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일본말을 할 줄 몰랐
[현지보고] 이질적인 것들을 한 화면에 섞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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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4일, 베를린국제영화제 시상식이 열린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는 드라마틱한 장면이 펼쳐졌다. 집행위원장 디터 코슬릭이 금곰상을 관객석에 앉아 있던 10살짜리 소녀에게 건네주고, 손을 잡아 무대로 이끌었다. 소녀는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트로피를 손에 든 소녀가 기쁨의 눈물에 북받쳐 말을 잇지 못하는 가운데 갈채가 쏟아졌다. 이 꼬마 숙녀는 올해 <택시>로 금곰상을 수상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조카이자, 실제로 이 영화에 출연해 똑부러진 연기를 보여준 아역배우이기도 하다.
금곰상 향해 달린 <택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자국의 개혁파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지난 2010년 이란 정부로부터 영화제작 금지와 가택연금형을 받았다. <택시>는 그 이후 그가 만든 세 번째 영화다. 올해 영화제의 심사위원들은 불굴의 의지를 지닌 이 자유로운 예술가의 손을 들어줬다. 심사위원장 대런 애로노프스키는
[현지보고] 진주로 가득한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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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분류하자면 영화는 기억될 만한 영화와 기억될 만하지 않은 영화로 나뉜다. 기억될 만한 영화는 영화사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며, 그렇지 않은 영화들은 대개 잊힌다. 최근작은 이러한 분류법에서 비교적 유보적인 위치에 놓인다. 저평가되었거나 아직 영화사적으로 기억되기에는 너무 가까운 근작을 다시 불러들이는 시간이 마련된다. ‘낯선 기억들-동시대 영화 특별전’이 2월24일부터 3월15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을 아우르는 14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상영작은 몇 가지 키워드로 묶을 수 있다. 그 하나는 ‘이주의 역사’다. 토미 리 존스 감독, 주연의 <토미 리 존스의 쓰리 베리얼>(2005)은 서부영화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풍경을 바탕으로 미국인 피트가 멕시코인 친구 멜키아데스 에스트라다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멕시코로 향하는 여정을 담는다. 여기에 에스트라다를 죽인 노튼이 동행자로 합류하면서 착한 자, 나쁜 자, 죽은 자가 이루는 기
[영화제] 이주, 복수 그리고 이중의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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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서 시시오(후지와라 다쓰야)의 교토 방화를 가까스로 막은 켄신(사토 다케루). 부족한 힘을 메우고자 스승 히코 세이쥬로(후쿠야마 마사하루)에게 비천어검류 최후의 비기를 전수받는다. 이윽고 시시오의 본거지에서 국가 전복을 노리는 십본도를 막기 위한 최후의 대결을 벌인다. <전설의 최후편>은 원작 <바람의 검심> 중 가장 인기 있는 에피소드였던 십본도와의 싸움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사실상 한편의 영화를 상하편으로 나눈 것으로, 전작 <교토 대화재편>이 상황 설정과 캐릭터 설명에 치중했다면 이번에는 켄신의 성장과 어두운 과거, 그리고 최후의 대결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다. 전작에서도 두드러졌던 스타일리시한 액션 연출은 한층 강화됐고, 재현하기 힘든 빠른 칼놀림과 다소 비현실적인 기술들도 상상 이상으로 충실하게 재현됐다.
하지만 전작과 마찬가지로 한정된 시간에 모든 이야기를 담으려는 욕심이 이번에도 발목을 잡는다. 각각의 캐릭터가 충분한 설명 없이
스타일리시하고 호쾌한 액션 <바람의 검심: 전설의 최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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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사랑을 유지하는 건 어렵다. 금실 좋은 부부라도 지루한 시간의 두께에 질리기 마련이다. <파리 폴리>는 권태에 빠진 중년 부부가 무뎌진 감정을 회복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목장을 운영하는 무뚝뚝한 남편 자비에(장 피에르 다루생)는 전원생활의 단조로운 일상에 익숙하다. 하지만 예민한 감수성의 소녀 같은 아내 브리짓(이자벨 위페르)은 무료한 생활에 조금씩 지쳐간다. 아들마저 도시로 떠나버려 답답함을 느끼던 그녀는 우연히 만난 연하남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얼마 뒤 브리짓은 남편을 속인 채 충동적으로 파리 여행을 떠난다.
애정이 끝나면 우정으로 살아간다고 하지만 평생 가슴 설레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브리짓은 3일간의 짧은 파리 여행을 통해 우리가 일상이라는 변명으로 잊고 살았던 자극을 체험한다. 하지만 파리에서의 일탈은 외도나 감정적인 흔들림과는 조금 다르다. 그녀의 갈증은 특정 인물이나 잘생긴 연하남을 향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자극에 관한 욕망
권태기 부부가 무뎌진 감정을 회복하는 과정 <파리 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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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슈퍼히어로.’ 한때 <버드맨> 시리즈로 스타덤에 올랐던 주인공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수식어다. 재기를 꿈꾸는 리건은 할리우드 대신 브로드웨이로 향한다. 하지만 극단은 재정난에 시달리고, 공연 직전 영입한 스타배우(에드워드 노튼)는 통제 불능의 나르시시스트이며, 매니저인 딸(에마 스톤)은 약물중독이다. 성공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짓눌린 리건은 버드맨의 환청에 시달린다.
<버드맨>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감독은 리건을 중심으로 혈관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계를 속도감 있게 그려낸다. 애인과 전처, 동료배우와 딸, 제작자와 비평가는 차례대로 리건과 부딪히며 그를 폭발 직전의 상태로 몰아간다. 리건이 느끼는 불안과 강박을 드러내기 위해 그의 내면을 파고드는 대신 그를 옥죄어오는 주변세계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편을 택한 셈이다. <그래비티>의 롱테이크로 유명한 촬영감독 에마누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버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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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악하고 불온하지만 논쟁적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성인들의 해리 포터’ , ‘엄마들의 포르노’라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끈 E. L. 제임스의 동명 에로티카 소설 3부작 중 1부를 소재로 했다. 구속과 훈육, 지배와 굴복, 사디즘과 마조히즘을 의미하는 BDSM을 소재로 하고 있으나 일탈적 성적 관계를 경유해 고전적 사랑의 승리를 지향하는 스토리가 흥행에 한몫을 할 듯하다. 영화는 낭만성에 근거한 전통적 연애관과 금기를 뛰어넘는 성애를 뒤섞은 원작을 비교적 충실히 따른다.
영문학 전공의 여대생 아나(다코타 존슨)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직전이다. 친구를 대신해 나간 인터뷰에서 그녀는 젊은 백만장자 그레이(제이미 도넌)를 만나 그와 기묘한 관계에 빠져든다. 아나는 그의 지배와 훈육에 복종하면서도 내밀하게는 자신의 성적 자율성에 관해 협상하고 타협해가기 시작한다.
성적 금기를 전면에 드러냈지만 영화의 문법은 주체의 성장을 다루는 교양소설의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