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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의 <삼시세끼>는 한끼 밥을 지어먹는 것이 뿌듯하지만 고된 노동임을 보여준다. 직접 기른/잡은 식재료를 툭탁툭탁 손질해 한상 차려내고 나면 그다음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어김없이 하루 세번 반복된다. 차승원의 고무장갑엔 물 마를 날 없고, 유해진의 손에선 부채 떠날 일 없다. 그것이 인적 드문 만재도의 일상이 예능으로 승화된 자급자족적 삶이다. “한적한 어촌으로 떠나 자연의 시간에 맞춰 심플하게 살아본다”는 프로그램 소개 문구가 무색하게, 자연의 시간은 야속하기만 하다. 앞서 농촌편에서 도시 남자 이서진이 종종 ‘대체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느냐’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의심하며 투덜대던 것도 다 자연의 시간에 익숙지 않아서였다. 자연의 시간은 공평하고 정직하다. 재촉한다고 술이 빨리 익는 게 아니듯, 자연에 기댄 삶은 기다림을 배우게 한다. “해가 뜨면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고, 고기가 없으면 배추와 감자로 대신하는 소박한 삼시세끼”는 또한
혹시 너 외롭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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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상식 사전에 등록된 뜻에 따르면 ‘킨포크 라이프’는 자연친화적이고 건강한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다. 여유와 나눔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을 킨포크족이라 부른다.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킨포크 라이프가 대중문화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킨포크 라이프는 어떻게 대중문화의 키워드가 되었는지, 킨포크 라이프와 먹방의 관계를 살폈다. 땅의 고마움과 땀의 보상을 얘기하는 <해피 해피 와이너리> 등 킨포크 라이프 스타일을 담은 영화, <삼시세끼> 등 ‘킨포크’적인 순간을 잘 포착한 방송, 이효리로 대표되는 킨포크 라이프의 아이콘도 소개한다.
Kinfolk, Slow L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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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호는 몰라도 ‘<미생>의 하 대리’ 하면 금방 말이 통한다. 사원증을 삐딱하게 셔츠 앞주머니에 꽂고, 신입사원 ‘안영이’(강소라)를 부단히도 괴롭히던 하 대리는 한번 보면 잊기 힘든 ‘미운’ 캐릭터였다. 남 비위맞추느라 돌려서 말할 줄 몰라 학교 다닐 때 후배들에게 미움도 꽤 받았다는 그가, 그 ‘걸걸한’ 입담을 한껏 살려서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토요일 낮 12시, 케이블 영화채널 스크린(SCREEN)의 프로그램 <위클리 영화의 발견>의 한 코너인 ‘신작의 발견’에서 전석호는 신작을 씹고 뜯고 즐기고 사족을 더하는, 영화 읽어주는 남자로 역할한다. 전석호의 영화 가이드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를 들어보았다.
-<미생>의 ‘하 대리’로 얼굴이 알려져서 요즘 생활도 좀 달라졌겠다.
=인터뷰가 좀 많아진 걸 빼면 마찬가지다. 하던 대로 매일 대학로로 출퇴근하고 사람 만나고 똑같은 생활이다. 지난 4~5년간 쉬지 않고 공연을 했는데 공연이
[trans × cross] “마음 맞는 동료를 만나는 데 신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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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포비아>를 연출한 홍석재 감독은 변요한과 이주승을 ‘양’과 ‘음’으로 표현했다. 뜨겁고 생동감 넘치는 변요한이 관객에게 ‘다가가는’ 성격이라면, 날카로움과 연약함이 공존하는 이주승은 관객을 ‘다가오게’ 하는 성격의 배우다. 쉽게 말해 변요한이 다음 세대의 ‘하정우’ 같은 스타성을 가진 배우라면, 이주승은 <살인의 추억>(2003)의 박해일을 맞닥뜨렸을 때의 서늘한 비밀을 간직한 배우에 비교될 수 있다. SNS로 인해 시작된 파국을 그린 <소셜포비아>는 이렇게 상반된 두 배우의 이미지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현실적인 스릴러다. tvN 드라마 <미생>과 SBS의 <피노키오>로 대중의 시선을 받기 이전, 감식안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들이 앞으로 두각을 나타내리라 점쳤던 두 배우. 한 작품 안에서 팽팽한 대립각으로 줄타기를 하는 그들의 연기를 보는 건 <소셜포비아>를 주목하게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다. 지난해 부산
[이주승, 변요한] 검증된 것 이상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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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속뜻의 반대
속뜻 겉뜻의 반대
주석 이 표제의 뜻을 이상하게 풀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말이 매우 광범위한 문맥에서 쓰이기 때문이다. 동음이의어나 유음이의어를 타고 출현한 말놀이는 무척 많다. “일러라 일러라 일본 놈.” “짜증나면 짜장면, 우울하면 울면.”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로 보이나?” “너무해. 나는 배추할게.” “사랑해 너만을, 나는 양파를.” “네가 정말 원한다면… 나는 네모할게.” “전부터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삽 좀 줘.” “닥쳐. 닭을 왜 쳐?” 적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VIP카드처럼.
말놀이는 중독성이 강하지만,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기 때문에 재활용할 때는 그만큼 썰렁 유머가 되기도 쉽다. 이중에서도 생명력이 강하기로는 저 말만 한 게 없다(방금 소만 한… 이라고 썼다 지웠다). “싫어” 하고 소리치는 딸 앞에서, 어머니는 지치지도 않고 저 말을 이어붙인다. 모녀의 핏줄 속에 랩 본능이 숨은 것일까? 그런데 자주 쓰인다는 것은, 그만큼 여러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싫으면 시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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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레이크는 1940년대 필름누아르의 스타다. 당시는 누아르의 팜므 파탈들이 스타덤을 형성할 때인데, 이를테면 에바 가드너, 바버라 스탠윅, 리타 헤이워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외형에서부터 남성을 압도하는 매력을 갖고 있다. 관능적인 몸매 혹은 큰 키는 물론이고, 공격적인 눈빛까지 돋보였다. 이들에 비하면 팜므 파탈로서의 베로니카 레이크의 외형은 너무 왜소했다. 대단히 작은 키에(1m50cm 겨우 넘는다), 몸매도 결코 도발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전쟁 시기 최고의 팜므 파탈’로 대접받았다. 한쪽 눈을 거의 가리는 긴 금발로 표현되는 레이크 특유의 ‘모던하고 범죄적’인 분위기가 그녀의 매력이 됐다. 레이크의 말에 따르면 ‘남들이 벗었다면, 자신은 머리칼만으로 유혹’했다. 일반적인 팜므 파탈들과 다른 개성, 그것이 레이크의 스타성이 됐다.
앨런 래드와 필름누아르의 커플로 유명
베로니카 레이크가 팜므 파탈의 스타 대열에 합류한 것은 <백주의 탈출>(This Gu
[한창호의 오! 마돈나] 마네킹의 아름다움, 필름누아르의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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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곰 테드2> Ted2
감독 세스 맥팔레인 / 출연 마크 월버그, 아만다 사이프리드, 모건 프리먼
음담패설과 음주가무를 즐기는 곰돌이 테드를 앞세워 2012년 미국 박스오피스를 흔들었던 <19곰 테드>의 후속편. 유부남이 된 테드는 친구 존의 도움으로 인공수정을 시도하지만, 양육권을 가지려면 사람임을 증명하는 고군분투를 벌여야 한다. 이번 시리즈 역시 세스 맥팔레인이 연출, 각본, 테드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WHAT'S UP] <19곰 테드2> Te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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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버드맨> 슈퍼 히어로 똘이장군
[정훈이 만화] <버드맨> 슈퍼 히어로 똘이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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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애플의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휴대전화기를 바꿨다. 오래전부터 아이폰을 이용해왔던 사람으로서 꽤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다양한 운영체제를 경험함으로써 소설 속 주인공들이 (무슨 PPL이라도 받은 것처럼) 아이폰만 쓰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게 소설가로서의 의도였다면- 정작 내 소설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아이폰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 입도 무거우셔라- 예전만 못한 아이폰6의 디자인에 강력한 항의를 하고 싶은 건 애플을 아끼는 사람의- 정작 아이폰6는 ‘역대급’으로 잘 팔리고 있다- 앙탈 같은 것이었다. 초기의 혼란스러움이 조금씩 가라앉고 이제는 안드로이드에도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 애플의 운영체제 ‘아이오에스’ (IOS)가 아름다운 가구 이름 같다면, 안드로이드는 부품과 선이 겉으로 드러난 기계 장난감 이름 같다. 어감만으로 따지자면 나는 ‘안드로이드’쪽이 좋다. 안드로이드라는 이름은 내가 기계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 각인시킨
[김중혁의 바디무비] 모호함을 인정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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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일드>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광국 감독은 <꿈보다 해몽>에서도 <로맨스 조>에 이어 이야기 속 이야기, 이야기 옆 이야기를 연구한다. 당연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다시 인용된다. 단, 이번 영화에서 감독은 왜 타인들의 이야기가 연결되고, 연결되길 희구하는지까지 들여다본다. 그래서 불려나오는 또 다른 동화는 <성냥팔이 소녀>다. 꿈을 붙들 힘을 잃어가는 30대 배우 연신(신동미)은 겨울 놀이터에서 담배와 성냥을 꺼냈다가 문득 성냥을 통째로 쏟아 불을 붙인다. 팔려서 돈이 되지 못한 소녀의 성냥은 제 한몸을 잠깐 덥히는 땔감이 되었다. 어떤 예술가들에게 재능과 열정도 그렇다. 확실히 손에 잡히지만, 지금은 체온을 지켜주는 게 고작이고 몇 개비나 남았을까 가만히 생각하게 되는.
01/07
여행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는 영화를 덥석 믿지 못한다. 이 주저에는 내가 여행을 힘들어하는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여행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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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지드는 인간 오스카 와일드에게 반했던 것 같다. <오스카 와일드에 대하여>에 실린 글은 와일드가 세상을 떠난 뒤 지드가 발표한 글을 묶은 책인데, 책으로 만들면서 자신의 생각을 번복하기는 했지만 “와일드의 작품, 그중에서도 특히 그의 희곡을” 혹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와일드의 작품에 대해 그런 평가를 조장한 것은 와일드 자신이었다. “나는 나의 천재성을 내 인생에 쏟아부었다. 내 작품에는 고작 재주만을 부렸을 뿐이다.” “인생에서 얻은 모든 것은 예술로서는 잃은 것이다.”
‘추모하며’라는 제목의 1부는 별개로 발표된 글을 묶었을지언정 그 자체가 유려한 구성의 추도사와 같다. 첫 만남에 대한 장은 와일드가 그 자신의 작품보다 얼마나 화려한 연극적인 인물이었는지를 과시하듯 보여준다. 와일드는 자신의 소설을 이미 사석에서 연기해 보여주는 배우와 같이 묘사된다. 여기서 지드는 그저 한 사람의 관중이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2장의 슬픈 기억으로 넘어간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인간 와일드에 대한 찬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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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감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4회 마리끌레르영화제가 이와이 슌지 감독 특별전을 여는 이유란다. 특별전 상영작은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 <하나와 앨리스>(2004)와 국내 미개봉작인 <뱀파이어>(2011)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잠시 한국을 찾았다. 오랜만의 방한이 반가워 그에게 잠시 시간을 쪼개달라 청했다. 여전히 이와이 슌지 감독은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까지 전방위로 활동 중이었다. 얼굴이 꺼칠해 보인다고 하니 “인터뷰 전날도 늦은 밤까지 신작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고 답한다. 늘 그렇듯 간결한 답변에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질문을 한참 곱씹다 천천히 답을 내놓는 데에선 작업에 대한 애정과 함께한 이들에 대한 배려가 깊이 느껴졌다.
-특별전 상영작은 직접 골랐나. 전부 아오이 유우의 출연작이라 아오이 유우 특별전 같기도 하다.
=공교롭게 그렇게 됐다. (웃
[flash on] “다음 작품은 인터넷 세계와 현실 사이에서 번뇌하는 여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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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학교는 많다. 하지만 영화 비즈니스를 전문적으로 가르쳐주는 곳은 없다. 강기명 대표가 설립한 로카(LOCA, Leader of Cinema Academy)는 영화비즈니스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아카데미다. 벽산그룹 홍보실, 중앙시네마 프로그래머 및 영업•홍보팀장, 씨네21i 콘텐츠기획팀장, 영화사 구안 대표, CJ CGV 무비꼴라쥬(아트하우스의 전신) 팀장 등 20년 가까이 영화 일을 해온 그다. 주 3회, 3개월 동안 기획•개발부터 투자, 수입, 마케팅, 배급, 극장 등 영화산업의 모든 공정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하니 진로를 영화계로 정한 학생들은 등록을 서두르는 게 좋겠다. 개강은 3월 셋쨋주부터다(자세한 것은 로카 홈페이지(www.theloca.kr)나 페이스북(www.facebook.com/locademy)을 참고할 것).
-수강 문의는 많이 오나.
=광고와 보도자료가 나간 뒤로 학생들이 많이 문의해오고 있다.
-영화 비즈니스 전문 아카데미를
[flash on] 영화계 실무자들의 베이스캠프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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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비겁한 남편이 있다. 스키여행을 떠난 토마스(요하네스 바 쿤게)와 가족들은 테라스에서 식사를 하던 도중 눈사태가 일어나는 광경을 목격한다. 눈보라가 식당으로 밀어닥치는 순간 토마스는 가족들을 버린 채 혼자 도망친다. 다행히 식당을 덮친 건 눈사태 여파로 인한 눈 먼지였고 사람들은 모두 무사하다. 하지만 아내 에바(리사 로벤 콩슬리)는 토마스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부부 관계에 생긴 균열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간다.
북유럽 특유의 건조한 유머가 곁들여진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은 요란스럽지 않으면서도 세련되게 화면을 연출하는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 초반의 눈사태를 제외하면 화면은 내내 정적이고 극적인 사건은 거의 없으며 카메라의 움직임도 절제돼 있다. 하지만 영화는 지루할 틈이 없다. 루벤 외스트룬드 감독은 매 장면 부부 관계가 틀어지는 과정을 묘사할 단순하지만 강력하고 위트 있는 장치들을 장착해놓았다. 가령 에바가 친구 커플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 수상작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