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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어던은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거대한 바다괴물이다. 어떤 무기로도 뚫을 수 없는 단단한 비늘로 온몸이 뒤덮여 있는 최강의 생물체이다. 영화 <리바이어던> 중반 대목에 이 괴물에 관한 언급이 나온다. 주인공 콜랴가 극단적 절망 상태에 빠져 가게 앞에서 방금 산 술병을 선 채 들이마시고 있을 때 동네 신부가 가게 문을 나온다. 콜랴는 시비 걸듯 묻는다. “자비롭고 전능한 신은 어디 있습니까?” 설전이 오가는 사이에 신부가 리바이어던을 거론한다. “낚시로 리바이어던을 잡겠느냐? 그 혀를 끈으로 묶을 수 있겠느냐? 그것이 네게 계속 간청하고 부드럽게 네게 말하겠느냐? 그에 비할 존재가 없으니 교만한 자에게 군림하는 왕이다.” 왜 선문답을 하느냐고 항의하는 콜랴에게 신부는 욥기 스토리를 들려준다. “욥의 얘기를 아시오? ‘왜 하필 접니까?’라고 물었지요. 그를 불쌍히 여긴 신이 폭풍의 형상으로 그에게 나타나 모든 것을 상세히 말해주셨소.”
모두를 향한 불안과 고통
자신들이
[신 전영객잔] 잡히지 않는 말씀에 대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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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마당의 꿈돌이”였던 진명현 KT&G 상상마당 영화사업팀 팀장이 “애정이 컸던 꽃밭”을 떠난다. “월급쟁이로 10년을 살면 그 뒤 10년도 월급쟁이로밖에 못 살 것 같아서” 독립을 결심했다. 강진아 감독의 <환상속의 그대>(2013), 이유빈 감독의 <셔틀콕>(2013), 김경묵 감독의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2014), 우문기 감독의 <족구왕>(2014) 등 젊은 감독들의 젊은 영화를 주로 배급•마케팅하며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승부해온 그가 이번에 새로이 준비하는 일은 독립영화 감독 및 배우들을 지원하는 1인 에이전시.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을 연료 삼아 또 다른 ‘재미’를 찾아나서려 하는 진명현 팀장을 만났다.
-공식 퇴사일은 언제인가.
=4월20일. 출근은 3월31일까지 하는데, 그동안 쓰지 않은 연차를 붙이니 퇴사일이 늦어졌다.
-사표 내던 날 기분은 어땠나.
=처음 영화 일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일들이 주르
[진명현] 중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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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 황정음 주연의 드라마 <비밀>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드라마계의 뉴웨이브로 떠오른 유보라 작가를 기억하는가. 무서운 신인 유보라 작가가 김새론, 김향기 주연의 삼일절 특집극 <눈길>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그녀가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위안부를 소재로 하여 만들어진 <눈길>은 드라마로선 이례적으로 영화로 재편집해 극장 개봉을 추진 중이다. 인기 드라마를 마치고 차기작으로 단막극을 선택한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최근 새로운 미니시리즈를 구상 중이라는 유보라 작가를 만났다. 포즈를 취하는 사진 촬영은 민망하다며 반려견 뭉치와 함께 촬영에 임하고, 원빈에 대한 마음을 수줍게 고백하는 그녀는 기대보다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관심 있는 소재에 대한 조리 있는 언변과 드라마 작법에 대한 노하우는 그녀가 완연한 프로페셔널임을 느끼게 했다.
-드라마 <비밀>의 지성, 황정음 커플이 최근 <킬미 힐미>로 또다시 인기몰
[trans × cross] 항상 엔딩을 생각하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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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는 언제 했나, 이런 질문은 안 물어볼 거지? 허허허.” 산전수전 공중전 두루 겪은 백전노장답게 박근형이 던진 농은 다소 긴장하고 있던 스튜디오를 무장해제시켰다. 청렴한 이미지로 차기 대권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정치 비자금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교육부 장관(드라마 <앵그리맘>(2015)), 돈이라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사업가(드라마 <전설의 마녀>(2014~15)) 등 최근 그가 연기한 인물과 한참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오히려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서 익히 보아온 부드러운 ‘할배’ 그대로였다고나 할까. “그렇게 봤나? <꽃보다 할배>에 나오는 ‘그 사람’은 배우 박근형이 아닌 보통 사람이다. <장수상회>의 성칠을 포함해 내가 연기한 캐릭터는 상상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인물이다. 그 상상의 세계는 내가 만들었다. 사람들이 내가 연기한 인물을 보며 저럴 수도 있겠다고 동의해주면 족하다.”
성격
[박근형] 남자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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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늦바람이 불어 눈에 콩깍지가 씌었을까. 윤여정이 연기한 금님은 앞집 남자 성칠에게 우렁각시 같은 여자다. 성칠 집에 몰래 들어가 밥반찬을 해놓고 나오는가 하면, 그런 자신을 도둑으로 몬 성칠에게 화를 내기는커녕 밥이나 사라고 말하는 그다. 이름만큼이나 심성이 곱디고운 여자 금님은 최근 윤여정이 연기했던 인물들을 떠올려보면 무척 낯설다. 돈으로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백금옥(<돈의 맛>(2012))을 비롯해 잘난 구석 없는 삼남매를 사랑으로 보듬었던 엄마(<고령화가족>(2013)), 게스트하우스 여주인 구옥(<자유의 언덕>(2014))은 소녀 같은 금님과 확실히 거리가 멀었다. 윤여정이 <장수상회>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오글거렸”던 것도 그래서다. “젊었을 때 남자를 배신하는 역할을 많이 연기했는데 남자를 쫓아다니는 역할을 하려니…. (웃음)”
말은 그렇게 해도 윤여정은 “금님이 좋았다”고 한다. 젊은 시절 “좋게
[윤여정] 여자라는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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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만에 만난 사랑이다.” 4월9일 개봉하는 영화 <장수상회>(감독 강제규)의 두 주인공, 박근형과 윤여정은 45년 전 함께 출연했던 <장희빈>(1971)에서도 사랑하는 사이였다. 당시 박근형은 숙종을, 윤여정은 장희빈을 연기했다. 이후 두 사람은 드라마 <꼭지>에서 부부로 다시 만났지만 원수 같은 사이였다. 이 같은 인연을 두고 <장수상회> 제작보고회에서 윤여정은 “우리가 살아 있는 게 중요하다. 나도 아직 살아 있으니까 둘이 다시 만난 것이다. 숙종과 장희빈도 굉장히 사랑하는 관계였지 않나. 그렇게 보면 <장수상회>에서 사랑하는 사이로 다시 만난 건 반세기 만이다”라고 말했다. 잘 알려진 대로 <장수상회>는 서울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동네의 장수상회에서 일하고 있는 할배 성칠(박근형)이 주인공이다. 마을 재개발추진위원장 장수(조진웅)를 비롯해 마을 사람들은 동네에서 유일하게 재개발을 반대하고 있는 성칠을 설득하
[윤여정, 박근형] 소년, 소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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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애인을 다정하게 부르는 말
속뜻 애인을 간절하게 부르는 말
주석 세상의 지도를 만드는 방법이 축척을 쓰는 것이라면 마음의 지도를 만드는 방법은 인칭을 쓰는 것이다. 나(일인칭)와 너(이인칭)를 거리의 기본 단위로 삼고, 다른 모든 사람과 사물들(3인칭)의 거리를 거기에 비추어 측량하면 된다. 사랑이 그토록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마음의 세계를 측량하는 데 필요한 기본 척도가 나와 너를 잇는 선분이며, 사랑이 그 최초의 선분을 긋게 해준다.
이 선분의 저쪽 끝에 네가 있다. 너의 변형인 ‘당신’은 본래 이인칭으로 듣는 사람을 보통으로 높이는 말투(‘하오체’라고 부르지만 요즘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들 신기하게 쳐다볼 것이다)에서 쓰지만, 부부 사이에서 존중의 뜻을 담아서 쓰기도 하고 말싸움할 때 낮잡아 이르는 뜻을 담아서 쓰기도 한다. 당신은 ‘當身’이다. 내 앞에서 내 말을 감당하고 있는 바로 그 몸이라면, 좋건 싫건 다 당신이다. 게다가 당신은 삼인칭으로도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자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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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 판에 박힌 표현이란 뜻이다. 누가 먼저 썼냐 할 거 없이, 너도나도 써먹어서 닳고 닳았기도 하거니와, 얼마나 닳고 닳았는고 하니 안 써주면 그 누군가에겐 예의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막연한 죄책감마저 유발하는 그런 식상한 아이템. 어떤 장르에도 클리셰가 있다. 과감히 바꿔 말해보면 그 장르를 대표하는, 그래서 이게 빠지면 장르 자체의 정체성을 잃을 수도 있는 클리셰가 있다는 말이렷다.
예를 드는 것도 무척이다 쉽다. 어떤 장르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상황, 사건, 설정이 바로 클리셰니깐. 예컨대 스릴러의 경우, 범인에게 추격당하던 주인공이 겁나 몸을 숨겼는데(대부분 화장실이나 침대 밑), 틈새를 통해서 범인의 발이 지나가는 것을 본 후, 안심하는 순간, 두눈딱 개심쿵. 더 간단한 클리셰도 있다. 범행현장 혹은 범인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살금살금 걷는 발, 반대로 범행의 흔적을 모두 숨겼다고 생각하고 안심하는 순간 미처 놓치고 있었던 얼룩이나 흔적. 공포영화의 클리
[곡사의 아수라장]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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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 피크> Crimson Peak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 출연 미아 바시코프스카, 톰 히들스턴, 제시카 채스테인
기예르모 델 토로가 돌아온다. 소설가 이디스(미아 바시코프스카)가 약혼자 토머스(톰 히들스턴)의 집 크림슨 피크를 방문해 기괴한 일을 겪게 된다는 내용. 델 토로가 연출은 물론 제작, 각본까지 도맡은 이 작품은 그의 장기인 고딕풍 판타지를 야심차게 구현했다고. 호러 소설가 스티븐 킹, 조 힐 부자가 일찌감치 극찬을 늘어놓기도 했다. 10월29일 국내 개봉예정.
[WHAT'S UP] <크림슨 피크> Crimson P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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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채피> 좋은건지 싫은건지
[정훈이 만화] <채피> 좋은건지 싫은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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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X년을 살면서 한번도 연애편지를 써본 적이 없다. (연애는 했다.) 사랑을 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던데 나는 웬일인지 상대가 시인이 되면 그나마 있던 사랑도 달아나곤 했다. 아직은 젊었던 30대 초반, 애인으로부터 “그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키스를”이라는 문자를 받고는 너무 부끄러워 아무도 없는데 이불 속에 숨었다가 오밤중에 뭐하냐, 빨리 자라고 답한 사람이 나다. (경상도 남자냐.) 이렇게 돌이켜보니 내가 지금껏 결혼을 못한 데엔 다 이유가 있었구나, 로맨틱이 성공적이지 않아.
하지만 한때 내게도 하루에 몇통씩 연애편지를 쓰던 시절이 있었다, 남의 연애편지를. 한창 잘 먹(고 그게 몽땅 살로 가)던 중학교 2학년, 2교시가 끝나면 도시락을 까먹고 점심시간엔 기아에 허덕이던 나는 저울 좀 보고 살면서 작작 좀 먹으라며 용돈을 주지 않던 엄마에게 대항하여 스스로 식비를 벌기 시작했다. 연애편지 대필 한번에 사발면 한개, 가끔은 모아서 떡볶이 한번. “내 마음엔 의자가 한개 있어.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부끄럽지 않냐고 물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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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학대받은 개들의 반란을 그린 <화이트 갓>은 흔히 <혹성탈출> 시리즈에 비교되지만 판타지가 아니며 공간도 한 도시로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달리 말하면 갈등을 서사적으로 해소할 출구가 제한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코르넬 문드루초 감독은 이 난점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미지와 음악을 통해 초월적으로 해결해버리는 몇 차례의 경이로운 순간을 창조했다. 몸을 낮추어 다른 종족과 눈높이를 맞추고 땅과 나란해진 인간과 동물의 이미지는 그중에서도 백미다.
02/20
내가 다닌 중학교는 예술 학교였다. 기억 속의 나는 3년 내내 음악부 연습실에서 흘러나오는 악기 소리를 들으며 등교했다. 주번이라서, 잠이 오지 않아서, 유별나게 일찍 집을 나선 어둑한 아침에도 음악부의 이름 모를 누군가는 반드시 나보다 먼저 학교에 와서 악기와 씨름하고 있었다. 그래서 “좋아, 지지 않겠어! 나도 방과 후에 석고상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악마는 까만 쫄티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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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가 ‘개인’의 개념이 점점 사라져가는 근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SF소설을 썼다. 2033년 여섯명의 우주인을 태운 NASA의 우주선 ‘던’이 인류 최초로 유인 화성탐사에 성공한다. 2년 반의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함과 동시에 영웅 대접을 받은 주인공은 스캔들에 휩싸인다. 그리고 프로젝트와 연관된 문제들은 점점 그를 궁지로 몰아간다.
[도서] '개인'의 개념이 점점 사라져가는 근미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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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정유미의 그림책이 출간되었다. 2014년 <먼지아이>로 볼로냐 라가치상 뉴호라이즌 부문 대상을 받은 데 이어, 한국 작가 최초로 라가치상을 2년 연속 수상한 정유미의 이번 작품은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을 연상시키는 데가 있다. 인형의 집을 갖고 있는 소녀 유미는 인형의 집 안에 갇힌 인형과 별 다를 바 없이 집 안에서 맴돈다.
[도서] 볼로냐 라가치상 정유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