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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티의 유작과 미발표작, 필명 발표 작품까지, 중역이 아닌 새 번역으로 한데 모은 황금가지의 애거사 크리스티 전집이 79권으로 완간되었다. 이번에 <빅토리 무도회 사건>과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이라는 78, 79번째 책이 나란히 출간되었는데 두권 다 단편집이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창조한 두 탐정 캐릭터 푸아로와 마플양이 등장하는 작품들로, 장편에 못지않은 반전과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만끽할 수 있다.
[도서] 유작에서 필명 발표작까지, 애거사 크리스티의 전집 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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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정신의학과 뇌과학 전문가인 오카다 다카시는 ‘회피형 애착 성향’이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기를 기피하는 일체의 성향에 대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혼자 있는 쪽이 마음이 편하고, 결혼하거나 자녀를 갖는 일에 소극적이며, 책임이나 속박을 싫어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결혼을 회피한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게 그의 의견. 회피성 애착 성향을 고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다루고 있다.
[도서] 회피형 인간인 그들은 어떻게 인간관계를 극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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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로댐 클린턴의 <힘든 선택들>은 자서전이라고 되어 있지만, 2008년 민주당 최종 경선이 끝난 뒤 버락 오바마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비밀회동부터 시작한다. 대통령 선거 유세를 도와달라는 오바마의 요청을 수락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 부모의 결혼과 자신의 탄생을 이야기하느냐? 그렇지 않다. <힘든 선택들>은 2008년부터 시작하는 책이다. 이 책은 자서전이라기보다는 미국을 향해 보내는 기나긴 편지 혹은 보고서라고 불러야 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아내로 백악관에 입성했다는 과거는 거의 느낄 수 없다. 책에는 사진이 다수 실려 있는데 그녀의 옆자리에 가장 많이 선 남자는 빌 클린턴이 아닌 버락 오바마이고, 엄밀히 말해 이 책의 그녀는 누구의 ‘옆’자리에 서 있지 않다. 모든 사진에서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등장하는 가장 유명한 사진도 여기 실렸다. 2011년 5월1일, 힐러리 클린턴의 국무장관 4년 임기에서 가장 상징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미국을 향해 보내는 기나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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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보라 감독의 부모님은 청각장애인이다. 이길보라 감독 남매는 청각장애인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남매는 부모와 세상 사이의 다리가 되어야 했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의 첫 신은 감독의 아버지가 영어로 쓰인 ‘메리 크리스마스’ 패널을 거꾸로 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부모님은 그것이 뒤집힌 글자라는 것을 모른 채로 “잘 달았다”고 흡족해한다. “이들의 세계에는 이들만의 삶의 문법이 따로 있다”는 생각에서 감독은 그것을 그대로 두었다 한다. 그 순간부터 감독은 그 세계 안으로 친절히 관객을 안내한다.
-가족을 촬영한다고 했을 때 가족의 반대 의견은 없었나.
=신기하게도 거부하지 않더라. 사회적으로 소수자이다보니 할 말이 너무 많은 거다. 동생도 부모님에 대해 설명하고 싶은데 어떻게, 무엇을 설명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부모님의 세계를 좀더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수화를 쓰는 이들을 촬영하려니 장면 구성에 관한 고민도 필요했겠다.
=항상
[flash on] 딸이 직접 카메라에 담은 부모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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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개최되는 가장 유명한 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가 있기까지 부산을 기반으로 한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존재해왔고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BISFF)는 바로 그런 영화제 중 하나다. 한국단편영화제로 출발해 올해로 32회를 맞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가 4월24일(금)부터 28일(화)까지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다.
올해부터는 통합되어 있던 경쟁부문을 국내경쟁과 국제경쟁으로 세분화했다.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던 국내영화들을 조명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개막작은 스웨덴의 얼터너티브 록 밴드 헌트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으로 눈길을 끄는 다큐멘터리 <이름 없는 도시의 새벽>(2014)과 마지막 상영을 맞은 스페인 단관 극장을 배경으로 급변하는 영화계에 대한 성찰을 담은 나쵸 푸엔테스의 <마지막 상영>(2014)이다.
영화를 둘러싼 현안 다루는 클로즈업 섹션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영화제] 짧은 영화, 깊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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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는 아빠와 로봇만화 영화를 보고 나온다. 영화 속 로봇의 합체에 감명받은 짱구는 아빠에게 합체하고 싶다고 조르고 아빠는 목마를 태워주다가 그만 허리를 다치고 만다. 마침 병원도 모두 닫아서 할 수 없이 마사지숍을 들어가는데, 그곳은 사람을 로봇으로 교체하는 음모를 꾸미는 곳이었다. 식구들은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이내 로봇으로 교체된 아빠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로봇아빠는 사람아빠가 하지 못했던 집안일과 회사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도리어 가족에게 사랑받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악당의 음모대로 나쁜 명령을 수행하기 시작한 로봇아빠는 점차 마을의 위협으로 변한다. 짱구는 로봇아빠를 정상으로 되돌리고 사람아빠를 되찾기 위해 악당의 음모에 맞선다.
22번째 극장판이자 국내에선 여섯 번째로 개봉하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정면승부! 로봇아빠의 역습>은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어른 제국의 역습>과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전국대합전>의 뒤를 이
애어른 짱구 이야기의 진수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정면승부! 로봇아빠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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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던 상국(이상국)과 교사가 되고 싶었던 경희(길경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의 사람들이다. 들리지 않는 세상에서는 소리내어 소통할 필요가 없고, 언제나 상대방을 바라보며 표정과 몸짓으로 대화를 나눈다. 서로를 만나 사랑을 알게 된 상국과 경희는 또 다른 세상으로 진입한다. 상국과 경희, 그들의 딸과 아들인 보라(이길보라)와 광희(이광희)가 함께 사는 세상은 소리가 존재하는 세상이다. 청각장애인이 아닌 보라와 광희는 들리지 않는 세상과 들리는 세상 모두를 겪고 자랐다. 이질적인 두 세계의 경계에서 남매는 혼란스러웠다. 남매는 자신의 위치를 새로 돌아볼 필요를 느꼈다. 보라는 학교를 그만두고 훌쩍 여행을 떠났고, 광희도 대안학교로 진로를 틀었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이길보라 감독의 성장기다. “입보다 손으로 먼저 옹알이를 배운” 이길보라 감독은 자신이 겪어온 부모의 세계와 바깥에서 자신의 부모를 바라보는 시선 사이에서 방황하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의 사람들 <반짝이는 박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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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브래들리 쿠퍼)는 벌목업을 하는 사업가다. 그는 과거의 상처를 지닌 여인 세레나(제니퍼 로렌스)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세레나는 어린 시절 화재사고로 가족 모두를 잃었다. 둘은 곧 결혼한다. 세레나는 조지의 아내이자 한 사람의 동업자로 자신의 재능을 드러낸다. 조지의 동료 뷰캐넌은 웬일인지 세레나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홀로 조지의 아들을 키우는 미혼모 레이첼 역시 그녀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노동자 갤러웨이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며 조지와 세레나의 주위를 맴돈다. 마을의 보안관은 조지의 비리를 캐기 위해 호시탐탐 그의 허점을 노린다. 이런 상황 속에서 조지와 세레나는 끝까지 서로를 지켜낼 수 있을까.
1929년 대공황 시기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자본주의에 대한 은유로 해석하고자 하는 욕망을 피하기는 어렵다. 자본주의의 단면을 보여줄 수 있는 사업 중 특히 벌목에 집중한 것이 영화의 주된 승부수다. 영화는 초반부터
대공황 시기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 <세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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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올리비아 쿡)과 데비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온 단짝 친구다. 어느 날 집에 홀로 있던 데비가 목매 숨진 채 발견된다. 레인은 데비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찾기 위해 남자친구 트레버와 함께 데비의 집을 찾는다. 레인은 그곳에서 어린 시절, 데비와 함께 가지고 놀던 위자 보드를 발견한다. 위자 게임은 YES/NO와 알파벳 등으로 구성된 판 위에 혼령을 불러내는 게임이다. 레인은 동생 세나, 남자친구 트레버, 친구 이사벨, 데비의 남자친구 피트 등을 데비의 저택으로 불러모아 위자 게임을 통해 데비를 불러낼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들은 그곳에서 데비가 아닌 다른 혼령의 존재를 느끼고 혼란에 빠진다.
<트랜스포머>의 마이클 베이, <인시디어스>를 제작한 제이슨 브룸 등이 제작에 참여했다. 감독 스타일스 화이트는 <부기맨> <포제션: 악령의 상자> 등 주로 공포영화의 각본을 쓴 시나리오작가다. <위자>는 그의 감독 데뷔작이다. &l
죽은 친구의 혼령을 불러내다 <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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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가족과 떨어져 스키장 공사 일을 하던 폴(자크 검블린)이 집으로 돌아온다. 회사에서 해고당한 그는 가족과도 데면데면한 채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아내 클레어(알렉산드라 라미)와의 갈등은 깊어진다. 몸이 불편해 휠체어 신세를 질 수밖에 없지만 매사에 의지가 넘치는 아들 줄리안(파비앙 에로)은 아버지가 철인3종경기 선수였다는 걸 알게 되고 그와 함께 경기에 출전하기로 마음먹는다. 폴과 클레어는 건강을 이유로 반대하지만 뜻을 굽히지 않는 줄리안은 끝내 출전을 허락받는다. 그러나 경기위원회는 줄리안이 장애인이라는 걸 문제 삼아 참가를 불허한다.
<땡큐, 대디>는 수많은 철인3종경기를 완주하고 달리기와 자전거로 6000km 대륙을 횡단해낸 팀 호이트 부자의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38년간 전신마비인 아들과 함께 기나긴 레이스를 이어온 아버지의 사연은 한계를 거듭하는 가족애의 감동과 스포츠의 숨가쁜 드라마를 동시에 그릴 수 있는 소재다. <땡큐, 대디> 역시
극한의 고통을 이겨낸 감동 레이스 <땡큐, 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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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과 일용직을 전전하는 일범(김인권)은 친구에게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관 ‘떴다방’을 소개받는다. 일범은 어머니 같은 분들에게 건강식품과 생활용품을 강매하는 게 영 못마땅하지만 밀린 월세와 아픈 딸을 생각하며 참고 일한다. “우리가 자식보다 낫다”고 말하면서도 돈 앞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점장 철중(박철민)의 악랄함을 목격하면서도, 자신이 적극적으로 임할수록 즐거워하는 어머니들을 보며 더욱 극진히 그들을 모신다. 차차 실적을 높이는 가운데, 일범은 검사 아들을 뒀지만 쓸쓸히 노년을 보내던 옥님(이주실)에게 남다른 정을 느끼고 성심을 다한다.
<약장수>는 앞날이 캄캄한 젊은 아버지가 감내할 수밖에 없는 처절한 날들을 그렸다. 끼니를 라면으로 해결하면서도 라면이 제일 맛있다고 말하는 속 깊은 딸은 병을 앓고 있고, 아내는 가난한 처지를 책망하기만 한다. 가난한 가장의 무게와 더불어 사기인 줄 뻔히 알면서도 떴다방에 드나드는 낙으로 사는 노년 여성들의 외로움도
온기 뒤에 따라오는 시대의 냉혹함 <약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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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덴탈 러브> Accidental Love
감독 데이비드 O. 러셀 / 출연 제이크 질렌홀, 제시카 비엘, 제임스 마스던 / 수입 (주)시네마리퍼블릭 / 배급 (주)프레인글로벌 / 개봉 5월7일
정신적 외상을 입은 두 남녀(<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2))의 사랑에 이어, 데이비드 O. 러셀이 주목한 커플은 진짜 두뇌에 외상을 입은 여자와 그녀가 찾아 나선 남자다. 사고로 머리에 못이 박힌 후 충동조절장애로 몸살을 앓는 여자 앨리스(제시카 비엘). 의료보험문제로 치료가 힘든 그녀의 고통을 해결해줄 남자는 훈훈한 외모와 정의로움을 갖춘 국회의원 하워드(제이크 질렌홀)다. 알고 보니 출세밖에 모르는 정나미 없는 남자라는 걸 알기 전까지는. 뇌구조가 확연히 달라 곤란인 두 남녀의 ‘입담전쟁’ 로맨틱 코미디. 제이크 질렌홀도 기대되지만 역시 공격의 열쇠는 제시카 비엘이 쥐고 있지 싶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제니퍼 로렌스나, <아메리칸 허
[Coming Soon] 두 남녀의 '입담전쟁' <엑시덴탈 러브> Accidental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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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16일, 그날로부터 1년이 지났다. 어제 일만 같은데 그새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갔다. 여전히 배는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고 유가족이 되고 싶어 드러누운 실종자 가족이 아홉 가정이나 되며 어처구니없는 일 처리로 질타의 대상이 되었던 그 대통령은 여전히 그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
나는 어땠나. 처음엔 팽목항 언저리라도 가서 바다 냄새를 맡아야지 했었다. 울분에 차서 정부를 향한 쓴소리에 목소리를 얹고 또 얹어가며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는 했었다. 뒤져보니 다 지난해 봄에 쏠려 한 일이었지 여름부터는, 가을과 겨울을 넘어서부터는, 내 살기에 급급한 흔적뿐이었다. 전세대란이 컸다. 장기불황의 여파는 밥벌이로 삼은 출판계를 먹구름처럼 뒤덮은 지 오래라서 사지도 않을 책을 만들기 위한 무기한의 무력한 노동은 결국 여러 병증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병원 신세를 지며 아픈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찾은 이들의 무표정한 얼굴 속에서 그들 또한 앓고
[김민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죄책감, 다음에는 뭐라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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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역을 맡은 명사의 강연이나 감성 에세이의 상투적인 문구 중에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말이 있다. 삶의 주도권을 잃지 말고 자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충고와 깨달음이 오가는 자리에서 잠시 이탈해, 어떻게 하면 ‘주인공’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해본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내가 서술자이자 주인공이 되어 인생을 극화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만의 느낌과 감정으로 사소한 일상의 파문을 증폭하다보면 어느새 친구가 등짝을 후려치며 ‘드라마퀸’ 같다고 놀린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지만, 쟤 인생의 나는 사소한 일에 호들갑 떨고 모든 화제를 자기 위주로 빨아들이는 대화의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 인생을 드라마에 빗대야 한다면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배역을 품앗이하며 살고 있는 게 아닐까.
김인영 작가의 KBS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각자가 서술자가 되고 또 서술의 대상이 되는 촘촘한 관계망 속의 여성을 다룬다. 남편을 사이에 둔 연적 관계에서 시작해 모녀, 자매,
[유선주의 TVIEW] 타인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