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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로 직행한 <블랙코드>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 범죄에 맞서는 미국과 중국 요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미국 시카고와 로스앤젤레스, 홍콩, 자카르타 등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와 탕웨이, 그리고 마이클 만 감독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처참한 흥행 실패를 겪었다. 마이클 만은 극영화 데뷔작 <비정의 거리>부터 <히트> <콜래트럴> <마이애미 바이스> <퍼블릭 에너미> 등 반드시 특정 업계의 전문가인 남성들만을 주인공으로 그렸다. 그리고 <비정의 거리>부터 그들은 ‘론 울프’(외로운 늑대)로 남기로 결심했고 서서히 사랑이란 관념을 인정하기 시작했으며, <블랙코드>에 이르러서는 가상이 현실을 위협하는 세계에서 여자의 도움 없이 도망칠 수 없게 되었다. 마이클 만의 이상한 실패에 대해 한국영화아카데미 연출전공 25기이자 <간증>(2010)을 연출한 박수민
여자와 함께 도망칠 수 있게 된 론 울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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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용 감독
1987년생.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재학 중. <얼어붙은 땅>(2010), <복무태만>(2012), <원나잇 온리>(2014), <서울연애>(2014), <거인>(2014)
우문기 감독
1983년생. 홍익대학교 영상영화전공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 과정. <냉탕과 열탕 사이>(2008), <이공계소년>(2010), <서울유람>(2012), <몽구스피킹>(2012), <족구왕>(2013)
이병헌 감독
1980년생. 가천대 국제통상학과 졸업. <냄새는 난다>(2009), <힘내세요, 병헌씨>(2012), <스물>(2014)
홍석재 감독
1983년생.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졸업, 한국영화아카데미 28기. <필름>(2010), <Keep Quiet>(2011), <과월 사랑세 납부고지
제작사 기획에 감독을 맞춰넣는 현재 방식이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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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위험한 상견례2>
영화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적어도 파쿠르 제너레이션 코리아 김지호 대표에게는 그랬다. 교육열 높기로 유명한 분당, 학구적인 집안에서 태어난 김지호 대표는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학교, 학원, 집만 오가며 자랐다. “공부만 하며 어린 시절을 보내니 우울증이 심했”고, 게임중독에도 시달렸다. “어릴 때부터 나만의 것을 찾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한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김지호 대표는 우연한 기회로 <야마카시>(2001)를 본 뒤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자유”를 대리 경험한 그는 파쿠르를 연마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파쿠르는 인간의 고유한 신체능력만을 이용해 장애물을 극복하는 훈련법이다. 영화에서처럼 높은 데 매달리고, 건물 사이를 휙휙 날아다니는 건 파쿠르의 이동 기술 중 하나일 뿐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이토록 위험천만한 ‘익스트림 스포츠’도 없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STAFF 37.5] 파쿠르의 세계엔 경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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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CJ CGV아트하우스가 한국영화 투자배급 사업을 시작했을 때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많았다. 불모지에 가까운 한국 저예산영화 시장에서 대기업 자본이 활로를 뚫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게 기대였다면, 아트하우스관을 무기 삼아 저예산영화 시장까지 장악하려는 움직임이 아닌가라는 게 우려였다. 상반된 시선이 오갔던 가운데, CGV아트하우스는 <한공주> <도희야> <우아한 거짓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 작품성과 시장성을 두루 갖춘 작품들을 차례로 선보이면서 저예산영화 시장의 활로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셜포비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라인업인 <차이나타운> 기자시사회를 앞둔 지난 4월20일, CGV아트하우스 이상윤 사업 담당을 만나 한국형 스페셜티 디비전(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독립영화 성격의 저예산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설립한 레이블-편집자)으로서 CGV아트하우스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그는 1998년 제
[이상윤]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영화를 하는 게 철학이자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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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째 시즌을 시작한 <어쿠스틱 라이프>의 난다 작가가 <두 번 본 영화>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연재를 시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진정 몸에 잘 맞는 옷을 찾아 입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천천히 감상하고 느긋하게 풀어놓는 ‘어쿠스틱’한 영화 웹툰이 탄생했다. 영화를 말하는 만화는 많지만 이토록 사적이고 사소한 지점에서 영화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는 작품은 드물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데 꽂혀 수십번 말을 건 끝에라야 깨달을 수 있는 취향의 발견. 까칠하고 예민한 20대 여성에서 이제는 쌀이 엄마로 거듭난 난다 작가에게 <두 번 본 영화>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무려 시즌10, 횟수로는 200화를 돌파했다. 새삼 되돌아본다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연재 중일 땐 소재 고갈, 에너지 고갈 때문에 대체로 바닥에 붙어 있는 상태다. (웃음) 그렇게 쥐어짜내는 기분으로 버티다가도 막상 시즌이 끝나고 시간이 생기면 또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trans × cross] 내 안에 <자학의 시>는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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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만큼이나 화려한 귀환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5월14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이 영화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카체이스 액션 신을 장전한 <매드맥스> 3부작의 후속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최첨단 기술과 진보된 스턴트 액션의 힘을 빌려 30년 만에 완성된 새로운 ‘매드맥스’는 어떤 모습일까. 예고편의 압도적인 비주얼로 이미 관객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린 이 영화를 보기 전 미리 알아두어야 할 것들을 전한다.
분노에 찬 얼굴로 미친 듯이 도로를 질주하는 검은 재킷의 남자. 지금으로부터 36년 전, 의대 출신의 초짜 영화감독과 무명배우는 자신들이 합심해 만들어낼 이 광기의 형사 캐릭터가 영화사에 길이 남을 액션 히어로가 될 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폭주족에게 아내와 아이를 잃고, 그들에게 처절한 응징을 가한 뒤 정처없이 길 위를 떠도는 전직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매드맥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음울한 영웅의 미친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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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일이다.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하며 놀던 나는, 배수관에 숨었다가 몸이 끼고 말았다. 옴짝달싹 못한 채 구해달라고 소리치며(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혼자서 몸부림치다가 5분 만에 스스로 기어나오긴 했지만, 그 5분은 정말이지 5시간, 5일, 5달, 아니 5년 같았다. 시간은 마치 무한히 느려져서 정지된 것 같았다. 시간 감각 대신에 나의 측두엽을 강타한 것은 끊임없는 인과적 반성이었다. 내가 왜 이 지경에 처하게 됐을까, 어떤 루트를 탔더라면 여기에 오지 않게 되었을까, 내가 이 지경이 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언제였을까, 지금쯤 친구들은 날 찾을까, 엄마는 내가 이 지경이 된 걸 알고 있을까…. 온갖 인과적 추론으로 위장된 망상들 말이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흡사 정지된 것처럼 퇴화시키는 것은, 바로 이 겹겹이 퇴적되어가는 망상들이다. 물론 이 지층에도 두 계파가 있다. 한편에는 지금쯤 친구들이 날 찾기 시작했을 테니 구조대를 기다리자는 순진파가 있고, 다른 한편
[곡사의 아수라장] 우리 모두 죄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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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걷는 남자> The Walk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 출연 조셉 고든 레빗, 벤 킹슬리, 샬롯 르 본
1974년 8월7일, 한 사내가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 사이를 줄 하나로 건넜다. <하늘을 걷는 남자>는 실화의 주인공인 프랑스 예술가 필리프 프티(조셉 고든 레빗)를 따라간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오가며 건강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하고 있는 로버트 저메키스의 3D영화다. 다리우스 울스키가 촬영을 맡았다. 10월22일 국내 개봉.
[WHAT'S UP] <하늘을 걷는 남자> The 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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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얼굴이 있다. 오래전 일이다. 자정이 넘도록 잠이 오지 않아 TV를 틀었다. 다이얼을 돌려 채널을 맞추다 2번에 가서 시선이 멈추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가늠할 수 없는 누군가가 거기 있었다. 얼굴 가득 두껍게 분칠을 하고 빨갛다 못해 검정에 가까운 립스틱을 칠한 채 엄청나게 큰 두눈과 입을 껌벅이며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그렇게 생긴 사람은 처음 보았다. 그런 목소리도 처음 들었다. 게다가 자꾸만, 브라운관 너머의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영화 속 인물이 왜 상대역을 보지 않고 내쪽을 바라보며 말을 하고 윙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주인공뿐만이 아니었다. 그 영화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이, 이상했다. 이상했다, 라는 말 이외에 저 모든 광경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란 존재하지 않았다.
아마 내 또래가 90년대 초반에 이 영화를 봤다면 그 경로가 대개 이와 비슷할 것이다. <록키 호러 픽쳐 쇼>(1975)였다.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팀 커리의 이십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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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로우>의 결말을 포함해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전철역 사물함에 핏덩이일 때 버려져 ‘엄마’(김혜수)의 조직에서 길러진 <차이나타운>의 일영(김고은)에게는, 쓸모가 곧 존재 이유다. 과연 매우 유용한 존재로 자란 소녀의 견고한 세계는, 딱 한번 머물지 말아야 할 곳에 머문 시선으로 인해 균열한다. 우리는 이런 분기점을 예전에 본 적이 있다. <차이나타운>의 일영은 종종 <달콤한 인생>의 선우(이병헌)가 섰던 자리에 정확히 당도한다. 선우는 첼로 켜는 여자를, 일영은 요리하는 남자를 응시한다. 그래서 비슷한 궤적 안의 차이를 살피는 일이 더 흥미롭다.
04/02
“이제부터 ‘그것’이 널 따라올 거야. 나도 누군가에게 받았고 방금 너한테 넘겼어. 새로운 상대와 섹스해야만 저주를 벗어날 수 있어. 하지만 다음 사람이 ‘그것’한테 잡히면 저주는 네게 돌아와.”
사귀는 청년 휴(제이크 위어리)와 첫 섹스를 나누고 깨어난 제이(마이카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장르라는 은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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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 감독의 데뷔작 <차이나타운>은 근래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강력한 여성 캐릭터들을 앞세운다. 그것도 김혜수, 김고은이라는 그럴싸한 짝패다. 사회에서 궁지로 내몰린, 이름 없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차이나타운. 그곳에는 ‘엄마’(김혜수)라고 불리는 여자와 지하철역 10번 사물함에 버려진 뒤 엄마 밑에서 길러지는 아이 일영(김고은)이 있다. 영화는 이 두 여자를 중심으로 차이나타운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분투하는 인물 군상을 품어간다. 장르적 클리셰를 좇으면서도 ‘생존’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자신만의 무드와 힘 조절로 끝까지 밀어붙인 신인감독의 뚝심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개봉(4월29일)을 앞두고 한준희 감독을 만났다. <차이나타운>이라는 냉혹한 세계가 시작되고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 전해들었다.
-<차이나타운>이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됐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첫 작품이라 부족한 게 많았는데 함께한 배우와 스탭
[flash on] “이 얘기는 무조건 여성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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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극장으로 새롭게 보금자리를 옮긴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가 4월24일(금)부터 5월5일(화)까지 “비타협”이라는 부제와 함께 장 외스타슈와 모리스 피알라의 영화 13편을 상영하는 특별전을 연다. 장 외스타슈와 모리스 피알라는 태어난 시기는 물론(장 외스타슈는 1938년생, 모리스 피알라는 1925년생) 작품의 성격도 서로 다르지만 ‘포스트 누벨바그’란 이름으로 함께 묶이는 대표적인 감독들이다. 다시 말해 이 두 사람은 트뤼포, 고다르, 샤브롤 등 ‘누벨바그’ 감독들과 비슷한 연배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세대에 속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포스트 누벨바그는 어떻게 누벨바그와 구분하는 것일까.
가장 쉬운 설명은 두 감독의 장편 데뷔 시기가 누벨바그 태동기인 19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반보다 늦다는 것이다. 장 외스타슈는 첫 장편인 <엄마와 창녀>를 1973년에 만들었으며 모리스 피알라 역시 1967년에 <벌거벗은 유년 시절>을 발표했다. 이 시기는 이미 프랑스
[영화제] 포스트 누벨바그 기수들의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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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포탄 속을 묵묵히 포복하는 병사들 편이었고, 좌절을 알면서도 인간의 길을 가는 연인들 편이었고, 그리고 폭력이 미워 강한 힘을 길러야 했던 젊은이의 편이었다.”
이만희 감독의 묘비에 헌사된 이 문구는 이만희에 대한 글이 시작될 때 항상 인용되곤 한다. 이 세 문장은 이만희의 장르 혹은 소재를 포괄하면서도, 이만희 영화 속에 처한 구체적인 사람들을 절묘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그들은 돌아가신 영화사 연구자 이영일 선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상황 속에 던져진 인간’이다. 이만희의 스릴러와 전쟁영화 몇편에 붙여진 명제표이지만, 나는 이만희의 영화 세계를 관통하는 표현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던져진 인간만이 아니다. 던지는 인간이기도 하다. 그 던짐이 자신의 환경을 타개하거나 그 구조를 결정짓고 변화시키는 거창한 행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만희는 그런 대단한 인물을 그리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던져짐의 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좁은 선택지에서나
[영화제] 40주기, 이만희를 다시 불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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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왕 사자는 숲속의 모든 동물을 불러모아, 홍수가 밀려오고 있으니 인간 노아가 만든 방주로 피신하라고 전한다. 하지만 스컹크와 펭귄을 닮은 온순한 종족 네스트리안인 데이브(윤세웅)와 피니(김하영) 부자는 탑승을 허락받지 못한다. 데이브와 피니는 다른 종족으로 분장해 가까스로 방주에 올라타지만, 같은 칸에서 지내게 된 헤이즐과 리아는 이들이 탐탁지 않다. 피니와 리아가 싸우다가 바깥으로 밀려난 사이, 방주는 출발한다.
<노아의 방주: 남겨진 녀석들>은 성경 속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홍수를 피해 온 동물이 방주에 오른다는 설정만 빌렸다. 물론 러닝타임 내내 노아를 포함한 인간은 전혀 보이지 않고, 때문에 종교적인 함의를 뒤적일 필요는 없다. 영화를 채우는 건, 온갖 동물들이 모여사는 숲속에서도 차별받는 피니가 친구들과 함께 매 순간의 위기를 구김살 없이 헤쳐나가는 과정이다. 홍수가 한바탕 지나간 다음부터 시작하는 피니와 친구들의 여정은 그리 긴박하지 않다. 그들을
수많은 숲속 동물들을 만나는 묘미 <노아의 방주: 남겨진 녀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