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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옵스트는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들고 비즈니스를 하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정리해 두 권의 책을 냈다. 베스트셀러가 된 <Hello, He Lied>(1996)와 <Sleepless in Hollywood>(2013)가 그 책들이다. 린다 옵스트는 “책을 썼던 당시, 할리우드에서는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었다. 영화산업을 잘 알고 있었지만 너무나 급격히 변화해서 당시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 발짝 물러서서 그 변화를 바라보고 싶었다”라고 책을 쓴 이유를 밝혔다. 흥미로운 건 이 책에 등장하는 할리우드라는 단어 대신 충무로를 사용해도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다. 그중 충무로에도 벌어지고 있는 비슷한 현상 4가지를 문답으로 짤막하게 정리했다. 두권 모두 번역 출간되어 있지 않지만,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니 일독을 권한다.
-할리우드와 산업 규모, 성격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충무로 역시 여름과 겨울 성수기 시장이 커지면서 텐트
할리우드의 잠 못 이루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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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객에게 낯선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린다 옵스트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여성 프로듀서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비롯해 <썸원 라이크 유>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같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을 제작했으며, 최근에는 <인터스텔라>를 만들어 전세계 흥행 신화를 썼다. 지난 4월30일, 린다 옵스트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5 CT(문화기술) 포럼’(주최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인터스텔라>의 흥행 법칙’을 주제로 강연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씨네21>은 포럼 다음날인 5월1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린다 옵스트를 따로 만났다. 지금부터 린다 옵스트 스토리가 펼쳐진다.
필모그래피
<인터스텔라>(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14) 프로듀서
<거짓말의 발명>(감독 리키 제바이스, 매튜 로빈슨, 2009) 프로듀서
<나는 조지아의 미친 고양이>(감독 거린다
내게 프랜차이즈는 <인터스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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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김영진 수석프로그래머 왈,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3년간 다방면으로 일해온 박홍식 배급팀장은 영화제 내에서의 멀티플레이만큼이나 독특한 이력을 지닌 인물이다. 건축을 전공한 후 다수의 광고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영화주간지 <필름2.0>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영화연출을 공부했다. 영화감독을 꿈꿨으나 집안의 반대로 먼 길을 돌아왔다는 그는, 유학 시절 장편영화를 찍기도 했다. 그러나 촬영 중반 무렵 배우의 사정으로 영화가 중단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의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그가 재기의 발판으로 선택한 것은 전주국제영화제였다. “좋은 영화를 많이 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바로 영화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3년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팀의 해외영화담당으로 일을 시작한 그는 안목을 인정받아 ‘불면의 밤’ 섹션을 프로그래밍하는 등 기존 스탭이 담당하는
[STAFF 37.5] 영화와 관객이 만나는 교점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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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포크록의 대부, 1990년대 인디밴드의 아버지, 한국 최초의 싱어송라이터, 그리고 영원히 자유로운 히피. 한대수를 수식하는 말은 많다. 그러나 ‘한대수는 그저 한대수’라는 표현이 이만큼 어울리는 이도 찾기 힘들 것이다. 한대수는 유일하다. 다들 외국곡을 번안해서 부르던 1968년, 스무살의 청년이 말 그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졌고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음색과 스타일로 경색된 한국 대중음악에 충격을 선사했다. 1974년 한국 포크록의 첫 음반으로 알려진 데뷔 1집을 발표한 지 어느덧 40년, 그를 진심으로 존경해 마지않는 후배들에 의해 올해 4월 헌정 음반이 발표됐다. CBS 라디오 기획으로 시작되어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마련한, 진정한 의미의 헌정 음악이다. 전인권, 강산에, 윤도현, 이상은, 호란 등 후배가수들이 원곡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담아 재해석한 10곡은 근 몇년간 나온 어떤 포크 앨범보다 깊이가 있고, 한대수가 직접 부른 2곡의 신곡에도 여전한 싱그러움이 묻어 있
[한대수] 영원한, 최후의 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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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카와 타로는 일본의 시인이다. <우주소년 아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주제곡 가사를 쓴 것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스물한살에 데뷔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을 발표한 이후 63년간 시를 쓰고 발표하며 살고 있다. 얼마 전 신경림 시인과 주고받은 시를 모은 대시집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가 출간된 데 이어 이번에는 그의 대표작을 모은 앤솔러지 <사과에 대한 고집>이 출간되었다. “만유인력은/ 끌어당기는 고독의 힘이다”라고 노래하고, “연애는 야단스러운 것이지만 아무도 그것을 비웃지 못한다”는 산문으로 삶을 추동하는 힘을 묘사하는 그가 한국을 찾았다.
-<사과에 대한 고집>에 실린 글 중 가장 최근에 쓴 글은.
=2013년에 발표한 <미래의 아이>라는 시집에 실린 시들이다. <시간> <미래의 아이> 같은 작품들.
-최근에 쓴 시들은 청탁을 받고 쓰는 게 아니라고
[trans × cross] 나에게 오는 미지의 단어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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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는 자가 쫓기는 자가 되었다. <악의 연대기>에서, 배우 손현주는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이하 <추적자>)의 백홍석과 정확히 반대 지점에 서 있는 형사를 연기한다. <추적자>에서 백홍석의 딸을 죽인 ‘높은 분’은 “큰 마차가 먼 길을 가다보면 깔려죽는 벌레도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지만, <악의 연대기>에서 최 반장을 연기하는 손현주의 운명은 ‘깔려죽는 벌레’가 아니라 ‘먼 길을 가야 하는 큰 마차’에 가깝기 때문이다. 더이상 잃을 게 없었던 아버지의 퀭한 눈은, 잃으면 안 될 것이 너무 많아 악행의 역사를 새로 쓰는 ‘가진 자’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배우 손현주는 어느 시점부터 누군가의 연인, 친구, 남편이었던 평범한 소시민의 궤도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이 배우의 현재를 좀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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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묘한 기분이 든다. <악의 연대기>에서 ‘쫓기는’ 손현주의 모습을 지켜
[손현주] 평범함의 변신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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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5일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이다. 그래서 뭘 할까 궁리하다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로보트태권브이>를 상영한다기에 갔다. 예상했던 대로 젊은 부모들과 아이들이 많이 왔고, 한편으론 1976년 개봉 당시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을 중장년층도 상당수 극장을 찾았다. 상영 분위기는 예상보단 진지했지만 <로보트태권브이>가 발차기나 정권 찌르기를 할 때면 누군가는 환호성을 질렀고, 인조인간 메리가 시샘하거나 삐뚤어질 때 누군가는 탄식했다. 그만큼 <로보트태권브이>는 대한민국 영화 팬이라면, 아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가슴 한구석에 모셔놓은, 좀 과장해서 말해보면 <인터스텔라>와 유일하게 맞짱 뜰 수 있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애니메이션이다(누군가는 표절 어찌고저찌고하지만 깡통로봇 고춧가루 공격이나 맞고 다 꺼지라고 해).
초대박 히트작 <외계에서 온 우뢰매>와 <영구와 땡칠이>
정말이지 1970년대와 80년대는 극장용 애니메이
[곡사의 아수라장] 부활하라! <초합금로보트 쏠라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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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 The Peanuts Movie
감독 스티브 마티노 / 목소리 출연 빌 멜렌데즈, 노아 슈내프, 해들리 벨 밀러
<피너츠> 65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3D애니메이션. 찰리 브라운(노아 슈내프)이 빨간 머리 소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이, 스누피(빌 멜렌데즈)는 천적 붉은 남작을 쫓는다. 스누피, 찰리 브라운은 물론 루시, 라이너스 등 <피너츠>의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3D로 만날 수 있다. 원작자 찰스 슐츠의 두 아들 크레이그, 브라이언 슐츠가 각본을 쓰고,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가 제작한다.
[WHAT'S UP] 스누피를 3D로 만난다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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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위험한 상견례 2> 경찰이 웬말이냐
[정훈이 만화] <위험한 상견례 2> 경찰이 웬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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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사는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 모든 생물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고.
다시 봐도 너무 근사한 첫 문장이 아닌가. 변형되거나 강화된 신체 이야기를 유독 좋아했던 청소년 시절. <기생수>는 언제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 가운데 하나였다. <암스>나 <가이버>도 좋지만 <기생수>에 견주기에는 너무 길고 장황했다. <기생수>만큼 스스로 제기한 화두로부터 시종일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굵고 명확하게 이야기를 맺는 작품은 드물었다. 사실 <기생수>의 첫인상은 당시로서도 새롭지 않았다. <신체강탈자의 침입>과 같은 고전이나 <악마의 손> <이블 데드>, 특히 존 카펜터의 <괴물>의 잔상이 겹쳤다. 그럼에도 달랐다. <기생수>는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인간, 임을 상기하게 만드는 동시에 “그렇다면 인간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거대한 질문 속으로 몰아넣었다(그렇게 우리는 중2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모두의 미래가 지켜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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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클론즈>는 레트로봇의 전작 <또봇>에 이어 진정한 의미에서 한국적인 애니메이션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보여준다. 부모가 행방불명된 후 가계부채에 쫓기며 생활하던 오씨네 5남매는 요금미납으로 끊긴 전기를 공짜로 얻어보려는 동기로 얼결에 지구방위대가 된다. 영웅의 의미 같은 것은 임무를 거듭하며 각기 성격에 맞는 경로로 찾아간다. 바쁘게 일하고 소소하게 행복한 5남매의 이야기는, 고전 만화 <비둘기 합창>이나 일하는 소년 소녀를 그린 이원수의 동화를 추억하게 만든다. 예쁠 것도 못날 것도 없이 그저 생생한 한국적 공간과 생활 문화의 묘사는 소박한 인류학의 경지다.
04/05
<팔로우>(It Follows)의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 감독은 10대 후반이라는 인생의 특정 시기를 특정한 무드로 표현하기 위해 장르를 유용하고 호러의 장치를 횡령한다. 이를테면 <팔로우>의 소녀들은 과거 호러의 여배우들만큼 헐벗고 돌아다니지만 노출로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실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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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제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출간되었다. 이번 수상자는 정지돈, 이장욱, 윤이형, 최은미, 김금희, 손보미, 백수린으로, 대상 수상작은 정지돈의 <건축이냐 혁명이냐>다. <건축이냐 혁명이냐>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세손이자 근대건축가였던 이구라는 실존 인물의 일화를 모아 전달한다.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면서 허구의 이야기가 갖는 생명력을 불어넣는 데 성공한 소설.
[도서] 2015 제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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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학예상, 고단샤출판문화상 수상자이자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후쿠오카 신이치 교수가 <사람이라는 딱한 생물>을 통해 생명현상을 함부로 조절하려는 인간의 오만을 고발한다. 유전자조작, 수명연장 같은 SF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가장 각광받는 산업분야로도 주목받는 유전자과학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수명이라는 거시적인 현상이 특정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으로 가능하다는 발상을 지적한다.
[도서] 인간의 오만을 고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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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셜포비아>(2014)를 보면 사건이 음모로 발전하는 순간을 볼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 논란을 일으키던 레나라는 유저가 자살한 채 발견된다. 시체를 가장 먼저 목격한 남자들(레나와 직접 만나러 가는 과정을 생중계하고 있던)은 곧 레나가 당했듯 신상이 털리는데, 그들은 레나가 자살이 아니라 살해당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유를 모르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나아가 진실 규명과 무관하게 이야기의 중심에서 스토리텔러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그들을 추동한다.
인간이 이야기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자기표현, 자기실현의 욕구가 녹아 있으며, 때로 그 욕망은 범죄자의 욕망과 아주 미세한 차이를 지닌 공통유전자가 있다는 게 <오쓰카 에이지: 순문학의 죽음•오타쿠•스토리텔링을 말하다>의 저자 오쓰카 에이지의 생각이다. 오쓰카 에이지는 1989년 일본을 뒤흔든 연속 소녀 유괴 살인사건(일명 ‘미야자키 쓰토무 사건’)의 변호인단의 일원으로 재판에 관련된 경험이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소설의 흐름, 사회의 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