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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맥스>는 80년대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의 대부가 아니라 21세기 카체이싱 영화의 출발이 될지도 모른다. 제작 당시부터 <엠파이어> 등 여러 매체를 통해 고난과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그 와중에도 조지 밀러는 은연중 기쁨의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가 공개되자 조지 밀러의 수줍은 투정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대번에 납득됐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대사 없이 행동과 표정, 눈빛, 음악, 액션으로 최대한의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영화인 만큼 거꾸로 단 한마디 말이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엠파이어> <버라이어티> 외 기타 공식 인터뷰상에서의 답변을 묶어 조지 밀러 감독이 펼쳐놓은 생각들을 모았다.
-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로 돌아갔나.
=일단 경제적이다. (웃음) 몰락한 디스토피아로 가는 건 중세로 돌아가는 일과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없는 세계에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들이 명확하게 주어져있다. <매드맥스>
“대사 없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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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1979년 <매드맥스>
1981년 <매드맥스2: 로드 워리어>
1983년 <환상특급> 극장판
1985년 <매드맥스3: 썬더돔>
1987년 <이스트윅의 악녀>
1992년 <로렌조 오일>
1998년 <꼬마돼지 베이브2>
2006년 <해피피트>
2011년 <해피피트2>
조지 밀러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재미있다. 문명이 파괴된 암울하고 기괴한 미래세계를 그린 <매드맥스> 시리즈로 일약 주목받았지만 이후 그의 작품들을 보면 밝고 화사한 드라마가 주류를 이룬다. <매드맥스> 이후의 행보를 살펴보면 호주 출신의 신예감독이 이름을 알린 후 할리우드의 요구에 부응하려고 고군분투한 것이 느껴진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팬심을 듬뿍 담아 찬사를 보낸다 해도 그를 명감독, 작가감독으로 보기에 다소 무리가 있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조지 밀러의 들쭉날쭉한 작품 속에서조차 일
반영웅들의 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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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올해의 마스터피스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이하 <분노의 도로>)가 리메이크된다고 했을 때 아무도 이 정도의 결과물을 상상하진 않았다. <매드맥스>를 부활시킨다는 소식에 일부 장르 팬, 특히 원작을 사랑했던 사람들은 어쩌면 기대보다 우려가 먼저 뇌리를 스쳤을 것이다. <매드맥스>가 유별나서가 아니라 리메이크의 생리와 한계를 이미 수차례 체험했기 때문이다. 대개 리메이크 작품은 원작의 기대와 성취에 기대기 마련이라 원작이 보여주지 못했던 기술적인 진보에 사활을 걸다가 나자빠지기 일쑤다. 그때는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지금은 얼마든지 구현할 수 있다고 하면 누구나 기술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좀더 많이, 좀더 자세히, 내 머릿속에만 맴돌던 이미지를 고스란히 화면으로 옮겨 담고 싶은 게 사람 마음, 감독 마음 아닌가.
<분노의 도로>도 본질적으로는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길을 걷는다. 원작의 감독이었던 조지 밀러는 마치
카메라가 질주한다, 반영웅들은 길 위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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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컷 한컷이 작품이다.” “카체이싱 액션의 마스터피스가 나왔다.” 조지 밀러 감독이 30년 만에 메가폰을 잡고 돌아온 <매드맥스>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둘러싼 반응이 뜨겁다. 전설이 되었던 시리즈를 다시 부활시킨 것만으로도 반가운데 어쩌면 전설을 뛰어넘을 만한 작품을 들고 돌아왔다는 평이다. 이 무시무시한 영화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잠시 고민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대부로 불리는 작품인 만큼 자잘하게 이야기할 거리도 많고 배우들의 연기도 역대급이라 할만큼 압권이다. 앞으로도 <매드맥스>를 둘러싼 정보는 차고 넘칠 것이다. 마니아층이 탄탄한 만큼 웬만한 전문가보다 세밀하게 뜯고 해체하며 즐길 거라 생각한다. 한동안 <매드맥스>에 대한 길고 긴 비평들이 이어질 것으로 믿으며 첫문을 두드리는 마음으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어째서 특별한지, 지금 이 시점에 이 작품이 남기는 의미는 무엇인지 살
끝까지 달려라, 질주의 쾌감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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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
2014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2012 <길 위에서>
TV
2007~ EBS <명의>
1989 MBC <우정의 무대>
“세계를 애정하는 마음이 있고, 사랑하는 것이 많아야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쉽다.” 다큐멘터리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의 양희 작가는 본인의 말대로 다방면에 “오지랖이 넓은” 작가다. MBC 예능 작가로 일을 시작하여 EBS <명의> 작가에 이르기까지 방송작가 20여년의 경력에, 이창재 감독의 다큐멘터리 <길 위에서>와 남편인 허욱 감독의 다큐멘터리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작가로 일했다. 한편, 아이 둘과 함께 아프리카 케냐를 다녀온 후 <아이가 말했다 잘 왔다 아프리카>라는 서적도 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다뤄본 모든 주제에 전문가 버금가는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8년간의 <명의> 작업
[STAFF 37.5]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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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등 민규동 감독의 작품엔 은근한 도발이 있다. 민규동 감독의 7번째 장편영화이자 그의 첫 번째 사극인 <간신>은 도발을 넘어 광기로 점철된 영화다. 연산군 11년, 채홍사로 임명돼 왕에게 조선 팔도 1만명의 여인을 바쳤던 간신 임숭재의 이야기인 <간신>은 소재부터 표현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는 작품이다. 만든 이의 각오가 단단히 느껴지는 영화랄까. 제작 과정 역시 험난해 영화를 찍으며 살이 쏙 빠졌다는 민규동 감독을 언론시사회 다음 날 만났다.
-2년 전 <끝과 시작>(2013)으로 인터뷰했을 당시, 차기작으로 무법천지의 해방공간을 배경으로 한 액션 누아르를 준비 중이라 했다. 그런데 7번째 장편은 사극 <간신>이 됐다.
=1949년의 이야기와 1954년의 이야기, 두편
[민규동] 새로운 챕터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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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이 꿈에라도 한번 나와줬으면 싶더라.” 역사 속 가장 악명 높은 폭군, 무수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레퍼런스가 적지 않은 연산을 연기하면서 김강우의 고민도 적지 않았다. <간신>의 연산은 어머니 폐비 윤씨의 원한을 갚고자 갑자사회를 비롯해 패륜과 광적인 폭정으로 결국 폐위당하는 격동의 역사를 체화해야 하는 캐릭터였다. “이미지적으로 연산의 모습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연산의 위엄을 보이고자 평소보다 살을 찌웠고, 눈가에는 붉고 큰 반점을 채색해 혐오스러움을 더했다. 김강우가 참고한 건 사람이 아니라 맹수였다. “사람으로는 약했다. 성난 이리의 표정, 황소들의 격렬한 싸움, 사슴을 먹는 사자, 외롭게 앉아 있는 수사자, 이런 비주얼들을 보면서 연산의 몸짓과 표정을 연구했다.”
인수대비를 죽이고, 한명회를 부관참시하고 반대파들을 숙청하는 등의 사실에 더해 연산의 행각은 더 디테일하고 집요하게 그려진다. 낙마를 하고서 자신을 해하려는 간신들의 표정을 깨닫고
[김강우] 왕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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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은 기피하게 되더라.” 순간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의 세자 충녕과 노비 덕칠, 1인2역을 하면서 코믹 연기를 선보인 주지훈이 떠올랐다. 군 제대 복귀작이었으나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고 지레 그 후로 사극을 피한 게 아닌가 싶어 재차 물었다. 사극 연기를 경험해 본 것이 어떤 영향을 미쳤던 건지. “흥행 문제와는 좀 다르다. 사극은 힘이 배가 든다. 매 신 일정 궤도에 올라서 가야 하는데, 그 감정을 조율하는 게 쉽지가 않다.” 말이 그렇지 ‘다음 영화 할래?’라는 민규동 감독의 문자 한통에 주지훈은 흔쾌히 긍정의 답변을 보냈다. 따지고 보면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키친>(2009), <결혼전야>(2013)까지 함께했으니 주지훈은 수필름과 지금까지 네 작품을 함께한, 수필름의 아이콘이 된 셈이다. “웬걸, 주변 사람들은 ‘수필름의 노예’라고 하더라. (웃음)”
<간신>에서 주지훈은 연산군의 최측근
[주지훈] 긴장과 이완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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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동 감독이 연출한 <간신>은 연산군의 폭정을 그린 또 한편의 영화다. <왕의 남자>(2005)에서 남사당패가 그 고발의 역할을 했다면, 그 혼돈의 시기를 그리기 위해 이번에는 좀더 색다른 인물들이 동원된다. 연산군 11년, 왕에게 전국의 1만 미녀를 바치는 ‘채홍’ 제도가 있던 시절. 기이한 제도에 기생해 왕을 쥐락펴락하려는 간신들이 득실대는 세상이었다. 그 믿을 수 없는 시대로 걸어 들어간 두 배우가 있다. 폭군 연산군과 채홍사로 발탁되어 왕 위에 군림하려 했던 간신 임숭재. 두 남자는 서로를 탐하기도 또 서로에게 등을 돌리기도 하는 미묘한 애증의 관계망으로 얽혀, 극의 중심을 이끌어간다. 광기에 사로잡힌 연산군의 분노와 슬픔을 연기한 김강우, 그리고 왕의 권력을 탐내 스스로 파멸하는 한 남자의 복잡다단한 심정을 체화한 주지훈. 넉달 동안 식단을 조절하며 왕의 풍채를 체화하기 위해 살을 찌웠다는 김강우와 반대로 임숭재의 절박함을 표현하기 위해 살을 빼야 했
[김강우, 주지훈] 파격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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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이후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은 전세계의 영화에 영향을 미친다. 현실과 허구 사이의 구분이 모호해진 다큐멘터리 같은 형식은 전후의 상처를 목격하기에 더없이 적절해 보였다. 당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옥 같은 전쟁의 경험에서 막 빠져나올 때였는데, 이탈리아의 리얼리즘은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을 진지하게 성찰하도록 이끌었다. 현실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대단히 중요해졌고, 허구를 연기하는 배우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때다. 안나 마냐니가 출연한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무방비도시>(1945)를 제외하고, 네오리얼리즘 영화에서 배우의 역량이 돋보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냥 일반인이 배우의 역할을 했다. 이런 경향에 변화를 몰고 온 게 소위 ‘분홍빛 네오리얼리즘’이다. 연성화된 리얼리즘이고, 다시 배우의 미모와 기량이 요구됐다. 그 첫 스타가 지나 롤로브리지다이다.
‘이탈리아식 코미디’의 스타
롤로브리지다를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시킨 감독은 루이지 잠파이다. 소위
[한창호의 오! 마돈나] 원시적 관능, 순수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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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오브 컵스> Knight of Cups
감독 테렌스 맬릭 / 출연 크리스천 베일, 케이트 블란쳇, 내털리 포트먼
할리우드의 잘나가는 각본가 릭(크리스천 베일)은 성공의 쾌감 못지않게 공허함에 시달린다. 아내 낸시(케이트 블란쳇)와의 사이도 삐걱대고 아버지, 동생과의 관계도 버겁기만 하다. <트리 오브 라이프>(2011), <투 더 원더>(2013)로 호흡을 맞춘 테렌스 맬릭 감독과 에마누엘 루베스키 촬영감독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다. 12월11일 북미에서 개봉한다.
[WHAT'S UP]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노미네이트 <나이트 오브 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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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차이나타운> 크루즈 타고 한국으로~
[정훈이 만화] <차이나타운> 크루즈 타고 한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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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에 다녔던 회사는 사옥을 새로 지은 지 얼마 안 된 곳이었다. 외국의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했다는, 수십장의 통유리가 빛나는 사옥, 그래서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웠던 지옥의 사옥. 하지만 그 건물엔 그것 말고도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으니, 화장실 세면대가 비정상적으로 낮았다.
1970년대에 태어난 한국 여성의 평균 신장 160㎝를 자랑하는 데다 다리가 매우 짧은 나도 그걸 쓰다 보니 허리가 아팠다. 유명한 외국 건축가씨, 동양 여성의 키를 너무 낮잡아 봤어. 하지만 진짜 이유는 외국이 아닌 한국에 있었다. “아, 그거? 사장님 키에 맞춘 거라 그래. 한번 써봤더니 너무 높더래.” “… 여긴 여자 화장실인데?” “사옥을 많이 사랑하시거든.” 그날 이후 나는 야근을 하다 화장실에 갈 때면 사옥과 사랑에 빠진 사장이 거의 바닥에 붙은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악몽에 시달리곤 했다.
다행히 사장은 웬만해선 사옥에 나타나지 않았다. 새로운 사랑을 만났기 때문이었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산은 산이요, 나는 안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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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와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자동차가 캣워크에 선 모델이라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차는 묘지에서 부활한 좀비, 시체 조각을 이어붙인 프랑켄슈타인이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는 350대 폐차 부품을 재활용한 차량도 나온다. 오로지 불모지에서 생존하고 전투할 목표로 변태한 기형의 ‘슈퍼 카’들은 질긴 생명력의 유기체처럼 보인다. 키네틱 아티스트 최우람의 <URC-1>은 150여개의 자동차 전조등을 주재료로 조형된 구체 조각이다. 호흡하듯 명멸하는 이 작품은 별 작명법에 따라 붙여진 제목에서 보듯 항성 같기도 하고 세포분열에 들어간 수정란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 작가는 자동차의 ‘눈’을 구하러 간 폐차장 풍경을, 죽은 동물이 해체되는 공간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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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요? 대장은 아닌데 모든 것을 디자인하고 돈을 대고 모두를 더 쿨하게 보이도록 하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대단한 M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