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 앞의 생>의 주인공은 자신이 열살인 줄 알고 살아가는 소년 모모다. 부모의 얼굴조차 떠올릴 수 없는 고아로 자랐지만, 그의 곁에는 삶의 쓰라림을 함께 견디는 친구들이 있다. 과거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던 로자 아줌마는 모모뿐만 아니라 비숑 거리에 사는 창녀들의 아이를 보살핀다. 양탄자를 팔며 평생을 떠돌아다녔던 하밀 할아버지는 비숑에 정착해 모모에게 사랑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그 밖에 모모의 주변은 매춘부, 이주노동자, 고아, 유대인, 아랍인, 범죄자 등 평범한 세상 바깥에 놓인 이들로 가득하다.
소중한 것의 가치는 진창 같은 역경을 딛고 선 후에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다고 했던가. 에밀 아자르는 명확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인 각성을 새삼 강조한다. <자기 앞의 생>에는 제 믿음을 맹목적으로 설파하듯 사랑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모모와 그 이웃들의 삶은 피폐하기 짝이 없지만 소설은 내내 빛을 잃지 않는다. 이야기가 어린아이의 천진한
씨네21 추천 도서 <자기 앞의 생>
-
2016년 새해부터 ‘더불어’라는 낱말이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변화를 향한 의지를 다지며 더불어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한편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손꼽히던 신영복 교수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가 생전에 선보인 저서 중 하나인 <더불어숲>이 다시금 조명을 받았다. 전자가 열띤 찬반을 이끌어낸 데 반해 후자를 둘러싼 반응은 고인에 대한 헌사로 가득했다. <씨네21>의 새해 첫 북엔즈에 놓인 <자기 앞의 생> <콩고양이>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로큰롤의 유산을 찾아서> 역시 함께한다는 ‘더불어’의 뜻과 상통한 내용이 새겨진 책들이다.
로맹 가리는 자신의 소설을 무조건 비난하는 이들의 눈을 피해 에밀 아자르라는 허구의 소설가를 내세워 전세계 문학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로 마음먹는다. 에밀 아자르의 명의로 발표한 두 번째 소설 <자기 앞의 생>은, 어려서 부모와
희망을 찾다
-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지키기 위해 해외 영화인(관련기사 [국내뉴스] 힘내라, 부산국제영화제!)뿐만 아니라 국내 영화제 관계자들도 나섰다. 지난 23일 저녁 서울아트시네마에 모인 전주국제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 등 국내 5개 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은 부산영화제를 지키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부산시가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관련기사 [한국영화 블랙박스] 보복을 위한 막장 드라마)에 대한 항의 표현이다.
영화제 관계자들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빌미로 부산시가 보여준 행태, 작품 선정 과정에 대한 외압과 검열,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력과 검찰 고발에 이르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부산시는 수많은 영화인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얻어낸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공동성명 발표 이후에는 김지
국내 5개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에 나섰다
-
<워싱턴 포스트>는 그 동영상에 대해 “굴욕적인 사과”라고 했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의 ‘자아비판’ 형식을 본뜬 사과라고 했다. 대만의 한 여성은 한글로 작성한 호소문에서 “총만 없다 뿐이지 흡사 IS가 인질을 죽이기 전에 찍는 동영상” 같다며 울분을 토했다.
아이돌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의 사과 동영상, 근래 본 동영상 중 가장 끔찍한 영상이었다. 화장기도 없고, 핏기도 없는, 파리한 얼굴의 17살 소녀가 미리 준비된 사과문을 읽어내려가는 1분27초 분량의 영상 속엔 정작 쯔위의 진짜 목소리는 없었다. 그저 정치적 힘의 논리와 자본이 어린 소녀의 등을 떠밀어 연출한 복화술에 다름없었다. 나고 자란 조국의 국기를 흔든 게 그렇게 잘못인가. 쯔위의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대표는 “부모님을 대신하여 잘 가르치지 못한 저와 저희 회사의 잘못”이라고 말했지만, 자기 나라 국기를 흔들지 못하게 하는 게 잘 가르치는 일인가? 쯔위의 대만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잔혹 동영상
-
-
<이상한 나라의 폴>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대충 초등학교 시절이겠거니 하고 검색을 해보니, 1976년에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서는 1984년 KBS에서 방영해 많이 알려졌다고 한다. ‘어른들은 모르는 4차원 세계, 날쌔고 용감한 폴이 여깄다…’를 흥얼거리게 되는 주제가도 한몫했다. 폴이 이상한 나라로 통하는 문을 두드리고 롤러코스터와 같은 터널 속으로 빠져들어갈 때 느끼는 감정은 그야말로 ‘어른들은 모르는’ 것이었다고 지금에서야 고백한다. 평범한 고3 학생인 장단비.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노답’인 인생을 매운 편의점 짬뽕과 컵 떡볶이로 달래면서, 곧 치러야 할 수학능력시험은 ‘폭망’할 거라고 생각하는 여고생이다. 수능 당일 비가 내리는 놀이터를 걷다가 우연히 밟아본 물구덩이가 그녀에겐 이상한 나라로 통하는 문이 되는데…. 그 이상한 나라는 조선시대고, 기우제를 지내는 세종대왕의 앞에 ‘단비’가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세종대왕과 고3 단비의 우정이, 또 사랑이 갖가지 시
[김호상의 TVIEW] 웹드라마의 가능성
-
영화
2016 <리얼>
2016 <검사외전>
2016 <로봇, 소리>
2015 <손님>
2014 <빅매치>
2014 <두근두근 내 인생>
2014 <군도: 민란의 시대> 2013 <방황하는 칼날>
2013 <관능의 법칙>
2013 <변호인>
2012 <마이 리틀 히어로> 외 다수
드라마
2016 <기억>
2015 <구여친클럽>
2015 <화정>
2014 <미생>
2013 <미스 코리아>
2012 <골든 타임>
2012 <더킹 투하츠> 외 다수
“소리, 깨워라. (웃음)” 인터뷰 시작 전. <로봇, 소리>의 주연배우 이성민이 카페 한쪽에 있던 ‘소리’라는 이름의 로봇을 보며 말을 건다. 모르고 들으면 꼭 손님을 맞는 아버지가 자고 있는 자식을 깨우는 소리 같다. 그 말을 용케도
[이성민] 인간 이성민의 연장(延長)
-
지난 1월17일, 제36회 런던비평가협회상 시상식이 런던 메이페어 호텔에서 열렸다. 스티브 오람과 앨리스 로의 사회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은 시상식이 열리기 사흘 전 췌장암으로 사망한 앨런 릭먼이었다. 검정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에 등장한 케이트 윈슬럿은, 모두 기립해 앨런 릭먼을 위한 박수를 칠 것을 부탁하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이어 그와 함께 작업했던 <센스, 센서빌리티>에서의 일화를 전하며 그의 타계를 안타까워했다. 이날 최고의 영예인 ‘딜리스 포웰’상을 수상한 케네스 브래너 역시 자신이 왕립드라마예술아카데미 학생 시절 처음 만나 인연을 이어갔던 릭먼과의 에피소드를 전하며 애도를 표했다.
런던비평가협회는 지난해 12월3일 36회 시상식 일정을 공지하며, 올해부터 ‘올해의 영국 단편영화상’을 신설했음을 고지한 바 있다. 협회장 리치 클라인은 “이번에 후보작으로 오른 5편의 단편(<다이렉티드 바이 트위디> <레이디> &
[런던]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 앨런 릭먼
-
<헤이트풀8>는 대살육이 벌어지는 클라이맥스 직전, 영화의 주무대인 잡화점에서 그날 아침 일어난 일들을 플래시백으로 보여준다. 혐오스런 주인공들이 서로 죽고 죽임을 당하는 결말은 얼마간 예상할 수 있었지만 주요 인물들 외에, 이 회상 장면에서 잡화점 주인과 종업원들이 나올 때 나는 당황했다. 영화의 상당 부분이 지날 때까지 그들은 서사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고 그렇다면 그들은 이미 죽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관객인 나는 그들이 죽을 것을 알고 어떻게 죽는지 지켜볼 수밖에 없어서 괴로웠다. 가벼운 인사치레와 무의미한 취향 테스트 같은 사소한 대화들이 오가는 가운데 나는 그들이 언제 죽임을 당할지 신경이 곤두섰다. 그들은 이 영화의 혐오스런 주인공들과 다르게 무구하고 명랑한 인물들이었다. 음식 솜씨 좋은 잡화점 주인 미니 아줌마와 종업원 젬마, 그리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마차 조수 주디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인간들의 하염없이 즐거운 행동을 보여
[김영진의 영화비평] 야만적인 죽음의 행렬
-
대체로 영화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자문자답(自問自答)의 과정을 기승전결의 서사로 풀어낸다. 물론 그렇지 않게 보이는 소설과 영화도 있다. 알랭 로브그리예의 일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묘사되는 소설이나 플롯과 스토리보다는 비주얼과 무드가 주가 되는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라 해도, 처음 수수께끼를 내고서 나중에 문제를 무효로 해버리는 방식 자체는 어쨌든 자문자답이라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시작과 끝은 곧 문제와 답이며, 이것은 작품 안과 밖에서 시간의 지배를 받는 서사 예술이 필연적으로 가지는 최소한의 형태다.
모든 영화는 어떠한 문제를 푸는 어떠한 연산이다. 낼 수 있는 문제가 다양한 만큼 할 수 있는 답에도 한계가 없다. 문제는 작가 마음대로 낼 수 있지만 그 답은 관객의 마음에 도달해야 한다. 정해진 답을 향해 달려가는 편협한 작위의 영화가 있고, 문제를 풀다보니 도착하는 불가해한 삶 같은 영화가 있다. 이 세계와 마찬가지로 결국 중력의 영향을 받는 영화는, 이기적인 인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실패한 수색자들
-
영화
2015 <양치기들>
2015 <퇴마: 무녀굴>
남자친구로 고용한 연극배우 완주(박종환)가 자신의 친구들 앞에서 남자친구 행세를 할 때 미진(김예은)은 마냥 편하게 보이지 않았다. 무슨 사연 때문에 가짜 남자친구를 고용했는지 몰라도 완주의 능수능란한 거짓말 덕분에 상황을 간신히 모면하고 있다는 안도감과 그의 거짓말 때문에 생긴 불편함이 한데 뒤섞인 얼굴이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 초청작이었고, 올해 개봉하는 <양치기들>(감독 김진황)에서 김예은이 잠깐 보여준 ‘그 얼굴’은 감정을 드러내는 기교가 서툰 대신 정직했다.
장편영화 출연은 <양치기들>이 데뷔작 <퇴마: 무녀굴>(이주실이 연기한 돌순 어멍의 젊은 시절을 맡았다.-편집자)에 이어 겨우 두편째지만, 독립영화를 좀 챙겨본 관객이라면 김예은의 얼굴이 아주 낯설진 않을 것이다. 그는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된 단편 <겨울꿈>(2015)
도전하는 용기
-
한재림 감독의 차기작 <더 킹>(배급 NEW/제작 우주필름)의 주요 캐스팅이 확정됐다. 7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하는 조인성과 정우성. 김아중, 배성우, 류준열, 김의성, 정은채, 황승언, 이주연 등이 출연한다.
조인성은 권력의 맛을 깨닫고 성공을 꿈꾸는 인물 ‘박태수’, 정우성은 박태수(조인성)를 권력의 세계로 이끌며 그를 자신의 수족으로 부리는 실세 ‘한강식’ 역할을 맡았다. 김아중은 태수의 상류사회 데뷔를 위해 힘쓰는 재벌가 출신 아내 ‘상희’ 역할을, 배성우는 태수의 대학 선배이자 한강식의 오른팔 ‘양동철’역을 연기한다. 박태수의 고향 친구이자 강남을 주름잡는 조직의 실력자 ‘두일’ 역할은 류준열이, 권력에 영혼을 바치는 조직의 보스 ‘김응수’ 역할은 김의성이 맡았다. <더 킹>은 2월 크랭크인 예정이다.
조인성, 정우성 주연 <더 킹> 주요 캐스팅 확정
-
영화
2015 <글로리데이>
2014 단편 <보다> 단편 <어른이> <서울메이트>
2012 <한공주>
2010 단편 <소년은 괴롭다>
드라마
2016 <드라마 스페셜-페이지 터너>
2015 <발칙하게 고고> <앵그리맘>
2014 <사랑주파수 37.2>
연극
2012 <자식바보>
2011 <천생연분>
2010 <13번째 주인공> <인간통제실험> <괴물> <몽상가들> <봉삼이는 거기 없었다>
청춘의 한 얼굴. 지수는 소망한다. 먼 미래에 한국영화의 한 페이지를 넘겼을 때 자신의 얼굴이 그렇게 남아 있기를. “참 행복할 것 같다. 그래서 지금, 20대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그래서일까. 지수의 필모그래피는 곳곳에 뻗어 있다. 연극으로 데뷔해 3년간 무대에 올랐고, 자연
청춘, 맑음
-
<씨네21>은 해마다 영화계에서 활약하는 신인배우들을 조명한다. 제작자, 감독, 매니지먼트 등 취재원을 통한 사전조사와 함께 그간 작품을 통해 눈여겨본 배우들을 추려 까다롭게 구성한 리스트다. 멀리 권상우, 조승우, 박해일, 공효진, 신민아부터 최근 박보검, 변요한, 박소담, 천우희까지, 이들 모두 <씨네21>이 곁에서 성장을 지켜보고 지지한 배우들이다. 올해는 김예은, 김희찬, 곽시양, 이원근, 장인섭, 전여빈, 지수, 하윤경 8인의 주목할 만한 배우를 만났다. 영화계에서 이제 막 얼굴을 알렸지만, 그들의 6개월, 1년 후의 성장의 크기가 얼마가 될지는 지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하다. 데뷔 사연부터 연기지론, 영화 취향, 취미에 이르기까지 이들을 향한 전방위적 궁금증을 파헤쳐보았다.
2016 Rising Stars
-
상영관 문이 열리자 초등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BBC>가 제작한 자연다큐멘터리 <미니 자이언트 3D>를 보고 나온 아이들이다. 이날 상영에는 특별히 EBS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방영하는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이하 <보니하니>)의 보니 신동우와 하니 이수민이 극장을 찾았다. 두 사람은 <미니 자이언트 3D> 예고편에 참여했다. 지금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보니하니’가 대세다. 어른들도 예외가 아니다. <무한도전>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보니하니>가 등장했다. 이수민은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에도 출연했다. SNS에 공유되고 있는 <보니하니> 동영상은 놀라웠다. 합이 착착 맞는 두 사람의 진행력은 그야말로 ‘유재석급’이다. 어린이들과의 GV 행사를 마친 보니와 하니를 늦은 시간에 만났다.
-요즘 <보니하니>의 인기
[trans x cross] 초딩들의 영원한 보니하니 신동우, 이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