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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레보비츠, 오에 겐자부로, 김수영, 마이클 잭슨, 에드워드 호퍼, 틸다 스윈튼…. 도시생활자의 고독과 거친 감수성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세밀하게 묘사해온 이신조가 12명의 크리에이터를 모티브로 단편소설을 썼다. 창작자로 보낸 그들의 어느 하루, 혹은 생애를 담아낸 이야기들을 마주하고 있자면 그들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찾아보고 싶어진다.
[도서] 크리에이터 12명의 하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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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7일, 한 남자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 소식을 다루는 뉴스 제목들은 대략 이렇다. “성관계 중 다른 남자 이름 부른 동거녀 살해男… 항소심 징역 10년.” 처음 이 뉴스를 봤을 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제목으로 등장한 저 사연, 성관계 중 다른 남자 이름을 불렀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했지? 여자는 죽었다. 성관계 중 참관인이 있었던 게 아니라면 증인이 있었을 리 없다. 살인범이 그렇게 말한 게 전부일 것이다. 그런데 다들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기사를 썼다. 이보다 더 유명한 뉴스 하나를 소개하겠다. 서초동 세 모녀 살해사건의 피고인이 정신분석 결과 정신질환이 없는데도 재차 정신감정을 요청했다는 2월26일자 기사다. 당시 살해 원인으로는 실직과 주식투자 실패가 추정됐는데, 그의 자산이 6억원 정도 있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여자 손에 죽는 남자보다 남자 손에 죽는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거나 말거나 폭력은, 대체로 젠더가 아닌 다른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아는 척 그만하고 들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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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가 전부가 아니다. 현재 여러 북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뽐내며 약진 중이다. 그 선두에 일루미네이션이 있다. 일루미네이션은 창립과 함께 제작한 <슈퍼배드>(2010)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안정적으로 입지를 다졌다. 2007년 일루미네이션을 창립한 크리스 멜라단드리 회장은 이미 <아이스 에이지>(2002)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실력자다. 공식 마스코트이자 <슈퍼배드>의 또 다른 주인공 미니언즈를 전면에 내세운 스핀오프 <미니언즈>는 일루미네이션의 결정체라 해도 무방하다. <미니언즈>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 멜라단드리 회장에게 성공적인 캐릭터의 비결에 대해 물었다.
-과거 픽사, 드림웍스, 디즈니 3강 구도였을 땐 각 스튜디오의 개성이 확실했지만 지금은 다들 비슷해진 것 같다. 일루미네이션만의 색깔을 정의한다면.
=일루미네이션의 핵심은 아무래도 캐릭터다. 다들 캐릭터가 중요하다고
[flash on] “고전하는 캐릭터일수록 공감의 여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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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차일드44>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은 톰 롭 스미스의 데뷔작으로,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을 포함해 영국추리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이언 플레밍 스틸 대거상’을 수상했다. 우크라이나 대기근과 소련의 연쇄살인마 안드레이 치카틸로라는 실제 사건과 인물을 바탕으로 한 <차일드44>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 레오의 이야기는 이후 계속 이어져, 이번에 출간된 <차일드44 2: 시크릿 스피치> <차일드44 3: 에이전트6>에서 만날 수 있다. 3부작을 쓴 톰 롭 스미스에게 영화를 어떻게 보았는지 서면으로 물었다.
-<차일드44> 3부작을 쓰게 된 계기는.
=<차일드44>를 쓸 때, 나는 이 소설이 출간될지 알 수 없었다. 제안을 받은 적이 없었고, 출판사나 에이전트도 없었다. 책 출간 계약을 하고 나서야 소련의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레오의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는 결정을 할 수 있었
[flash on] 영화와 책 비교해보는 재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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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사이버대학교 차이코프스키 홀에서 신일스승상 시상식 진행
서울사이버대학교, ‘사람은 학교를 만들고 학교는 인간을 만든다’ 는 신념으로 행사 개최
학교법인 신일학원(신일중•고등학교/서울사이버대학교) 신일스승상위원회(위원장 정원식 前 국무총리)는 사이버대의 ‘교육으로 미래를 설계한다’라는 이념에 따라 바른 교육에 이바지하고자 16일 미아동 서울사이버대학교 차이코프스키 홀에서 ‘신일스승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신일스승상’은 교육활동에 전념하는 교사들에 대한 존경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신일중•고등학교와 서울사이버대학교 설립자인 故(고) 이봉수 신일학원 이사장의 뜻을 기려 2002년에 처음 제정된 상이다. 신일학원(신일중•고등학교/서울사이버대학교)이 주최한 이번 신일스승상은 총 7명의 평교사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상패와 각각 상금 1,000만 원을 받았다.
서울사이버대학교 구국모 대외협력처장은 “신일학원은 사람이 교육을 만들고, 교육이 미래를 설계한다는 신념아래
신일학원 (신일중·고등학교/서울사이버대학교) 제 12회 ‘신일스승상’ 평교사 7명 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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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시작된 한국의 대표적 애니메이션, 만화 축제인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이 올해 19회를 맞았다. 서울광장, 명동역 일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개최되는 올해의 SICAF는 국내외 장•단편 133편의 경쟁작을 선보이며 화려한 볼거리를 마련했다. 학교 괴담을 쫓는 소녀들의 아련한 청춘 감성을 담아낸 이와이 슌지 감독의 첫 장편애니메이션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이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페스티벌의 문을 연다. 강풀의 웹툰을 최초로 애니메이션화한 <타이밍>(민경조), ‘인어공주’의 슬픈 성인 버전인 퍼펫애니메이션 <생선가게 막내>(얀 발레이) 등 장편경쟁 섹션과 할아버지를 여읜 소녀의 감성을 다큐멘터리식으로 엮은 <할아버지>(쉬바 사데그야사디), 한 커피숍의 마지막 영업일을 다루는 <카페 노스탤지어>(모리타 시호), 가미카제 특공대로 징집되어 제로센에 오른 조선인의 과거와 현재를 환상적으로 엮은 <환>
[영화제] 동시대 애니메이션과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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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출범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올해로 17회를 맞았다. 이번 행사는 5월27일(수)부터 6월3일(수)까지 8일간 메가박스 신촌,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 총 37개국 111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비경쟁부문 작품을 중심으로 상영작을 미리 살펴봤다.
영화제는 자매의 이야기인 <마이 스키니 시스터>로 문을 연다. 동생의 시선에 비친 언니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동생 스텔라에게 언니 캇차는 부러운 존재다. 캇차는 실력을 인정받는 피겨스케이팅 선수이며,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언니를 따라 스텔라 역시 피겨를 배우지만 통통하게 살이 오른 그녀를 지탱하기에 스케이트 날은 너무 가볍고, 얼음은 너무 미끄럽다. 그러던 어느 날 스텔라는 언니가 식당 화장실에서 손가락을 입에 넣어 먹은 것을 게워내는 장면을 목격한다. 스웨덴의 산나 렌켄 감독은 전작 <점심식사>에서 식이장애 병동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연출한 바
[영화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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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여성 아카펠라 동아리 ‘벨라스’를 이끄는 베카(안나 켄드릭)는 전국 팝 아카펠라 대회에 출전해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벨라스가 대통령 생일 기념 파티에 나가 무대를 엉망으로 만드는 바람에 팀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다. 아카펠라 협회에서 자숙하라는 의미로 전국대회 출전 자격을 박탈하자, 씩씩한 팀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협회가 좌지우지할 수 없는 세계대회에 출전하겠다고 선언해버린다. 졸업을 앞두고 취직 걱정이 앞서던 베카는 이 일을 계기로 여전히 벨라스 활동에만 사활을 건 클로이(브리타니 스노)와 멤버들 몰래 스튜디오에 인턴 직원으로 취직한다. 이를 까맣게 모르는 벨라스 멤버들은 세계대회 출전을 앞두고 실력 좋은 신입생 에밀리(헤일리 스테인펠드)를 영입한 뒤 우승을 위한 워크숍을 떠난다.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는 전세계에서 1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흥행했던 <피치 퍼펙트>(2012)의 속편이다. 전편은 국내에서
기승전결이 뚜렷한 음악영화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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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이것이 사랑인지 의심하고 또 의심하게 된다. 형사인 주인공이 어떠한 도덕적 교착 상태에서 그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도 모호하다. 강력계 형사 정재곤(김남길)은 살인범 박준길(박성웅)을 쫓는다. 유일한 실마리는 그의 애인 김혜경(전도연). 혜경은 변두리 단란주점의 마담으로 일하며 빚을 갚고 있다. 영화는 쫓고 쫓기는 긴장감을 내세운 속도의 스릴러도 아니고, 사건의 배후를 밝히며 살인자를 색출하는 범죄 미스터리도 아니다. 영화는 정의와 공동체의 질서에 무심하다. 기이한 장면에서 감정이 터진다.
우아하고 야생적이며 묵직하다. <무뢰한>은 <킬리만자로> 이후 무려 15년 만에 완성된 오승욱 감독의 신작으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 초청됐다. 술집 여자, 형사, 살인자라는 인물의 전형성은 밑바닥 인생의 진득한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설정으로 보인다. 설정뿐일 캐릭터에서 ‘혜경’이라는 인물을 창조해낸 것은 대체 불가능한 배우 전도연의 힘이다.
밑바닥 인생들이 벌이는 믿음의 게임 <무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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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와 앨리스>는 고등학생 소녀 하나와 앨리스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 이와이 슌지의 2004년 작품이다.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은 10년 만에 만들어진 속편으로 <하나와 앨리스>의 시간에서 1년 전으로 거슬러 간 프리퀄이다. 이와이 슌지는 중학생을 연기하기에는 나이가 들어버린 배우를 대신해 새로운 배우를 캐스팅하는 대신에 이를 애니메이션화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하나와 앨리스>에서 하나가 은둔하던 시절에 관한 ‘꽃의 저택’ 이야기가 잠깐 등장하는데 이 이야기의 전모를 애니메이션에서 파악할 수 있다. 하나는 왜 귀신처럼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을까.
앨리스(아오이 유우)는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를 따라 낯선 지역으로 전학 온다. 이사 온 첫날 옆집 창문 곁에서 자신을 훔쳐보는 비슷한 또래의 소녀 하나(스즈키 안)를 본다. 앨리스는 이시노모리 중학교 3학년2반으로 배정받는다. 급우들은 앨리스를 경계한다. 앨리스는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옛
'꽃의 저택' 이야기의 전모가 밝혀진다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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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손여은)은 자폐 증세가 있는 아들 건호와 함께 한국을 떠나 뉴질랜드에서 새 삶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신세임에도 전세금을 몰래 빼서 도박판으로 달려가는 폭력적이고 무책임한 남편 상필(이영훈)이 연에게 떼어낼 수 없는 혹처럼 달라붙어 있다. 급기야 사채업자 재곤(정욱)은 상필의 부인인 연에게 연대책임을 물게 하고 돈이 없으면 몸으로 빚을 갚으라 한다. 그 과정에서 연은 재곤의 얼굴에 상처를 남기고, 이후 재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돌아갈 집도 없고 아이를 돌봐줄 가족도 없는 연은 뉴질랜드행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하철 물품보관함, 코인라커에 건호를 남겨둔 채 노래방 도우미 일을 시작한다.
<코인라커>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의 짐을 저 혼자 짊어지고선, 그럼에도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치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처절하게 그려낸다. 연이 삶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아들 건호 때문이다. 이 지극한 모성 혹은 지독한 모성이 표현되는 방식이 충격적이
생을 위해 몸부림치는 한 여자의 절망의 피난처 <코인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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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개발된 핵폭발 장치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핵폭발 장치의 행방을 좇던 한국 정부는 이 무기가 홍콩의 지하 시장에서 암거래되고 있는 정황을 포착한다. 특히 용의자로 지목된 적도(장첸)라는 별명을 가진 사내는 일본 천황의 상징인 옥을 훔쳐 홍콩의 지하 세계로 들어가 맹활약 중이다. 이번 사건이 자칫 아시아 전역에 걸친 외교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판단한 한국 정부는 무기 전문가 최민호(지진희)와 국가정보원 최우수 특수요원 박우철(최시원)을 홍콩으로 파견한다. 홍콩쪽 수사팀을 이끄는 이 팀장(장가휘)도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평소 핵물질 결사반대를 외치며 홍콩 시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해온 물리학 교수(장학우)를 찾아가 이번 수사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한다. 여기에 중국 정부 요원까지 개입해 들어오면서 수사팀의 몸집은 훨씬 커진다. 우여곡절 끝에 최민호와 박우철은 핵폭발 장치를 발견하고 한국으로 안전하게 가져가려 하지만 어쩐 일인지 홍콩 수사팀은 이들의 한국행을 쉽게 용인하지
핵폭발 장치를 둘러싼 세계 각국 요원들의 신경전 <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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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줄리> Miss Julie
감독 리브 울만 / 출연 제시카 채스테인, 콜린 파렐, 사만다 모튼 /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 / 개봉 6월18일
1890년 여름날 아일랜드의 한 귀족 집안에서 사랑인지 광기인지 알 수 없는 치정극이 펼쳐진다. 줄리(제시카 채스테인)는 아버지의 하인 존(콜린 파렐)에게 자신을 유혹해보라며 부추긴다. 존은 귀족적 오만함으로 무장한, 그러나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줄리를 거부해보려 하나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 급기야 두 사람은 자기파괴적인 방식으로 서로에게 빠져들고, 극은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다. 외부와 단절된 대저택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유일한 등장인물인 줄리, 존, 존의 약혼녀 캐서린은 서로를 탐하고 모욕하고 상처준다. 좌절된 욕망 앞에서 몸서리치는 제시카 채스테인의 처절한 눈빛만으로도 극은 충분히 강렬하다.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뮤즈이자 배우 겸 감독인 리브 울만의 연출작으로 19세기 스웨덴 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
[Coming Soon] 광기 어린 사랑과 욕망의 치정극 <미스 줄리> Miss Ju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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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진화 이론이 마지막까지 풀지 못한 수수께끼였다. 생명이 목표하는 모든 일의 대전제가 생존이라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동은 진화를 관장하는 생존 도그마에 완벽하게 어긋난다. 진화심리학자인 데니스 데 카탄사로는 개체로서의 번식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을 때 유전자를 공유하는 부양 친족에게 생존 자원을 몰아주는 옵션이 자살이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그러나 유서에 ‘섹스할 기회가 없어서’라고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죽어서도 수치스러울 만큼 엄청난 고백이다. 무의식에 박아둬야만 한다. 카탄사로의 연구에 따르면 자살 충동과 생활 변수의 상관관계는 지난달의 섹스 빈도, 성공적인 이성관계, 평생의 섹스 빈도, 안정적인 이성관계, 지난해의 섹스 빈도, 자녀 수 순서였다고 한다. 이 상관성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 생식 잠재력이 낮은 사람들, 친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사람들, 그리고 여자보다 남자 사이에서 높게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자살이 생식 및 양육 능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손아람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이타적 유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