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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가 맞는 서른 번째 봄이다. 결코 다작이랄 수 없고 이따금 떨리는 걸음이었지만, 포개어 고운 주름을 잡기 넉넉한 시간이 흘렀고 성패를 넘어 김혜수는 한번도 트릿한 적 없는 배우였다. 곧이곧대로 열심이었고 그래서 매번 선연했다. 이제 수십을 헤아리는, 은막과 TV 스크린에서 살다간 김혜수의 그녀들은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든다. 밀회를 위해 교외로 명랑하게 차를 모는 <바람 피기 좋은 날>의 이슬은, 두근두근 밤길 자전거 페달을 밟던 <첫사랑>의 영신에게 응원을 보낸다. <얼굴 없는 미녀>와 <타짜>의 두 여자는 좁은 골목을 또각또각 지나다 어깨를 스치고 흘긋 돌아본다. “한국 아저씨들은 일정 나이 지나면 충고 자격증이라도 받나?”라고 버럭했던 <이층의 악당>의 우울한 연주는, “지금 나 가르쳐?”라고 사내를 일축하는 <차이나타운>의 마우희에게 화들짝 겁먹으면서도 슬며시 끄덕인다. 기억을 잃고 행방불명된 신도시 주
열망과 두려움 사이에서,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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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차이나타운>
2013 <파파로티>
2010 <황해> B카메라
2009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
2009 <나는 행복합니다>
2008 <추격자> B카메라
2006 <내 청춘에게 고함>
드라마
2015 <식샤를 합시다> 시즌2
2013~14 <식샤를 합시다>
“촬영은 밤 12시 전에 끝났는데 새벽 내내 색보정(D.I.) 작업하느라 잠을 못 잤다.” 이창재 촬영감독은 현재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시즌2를 촬영하고 있다. 촬영감독이 색보정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게 당연한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촬영분량이 많고 일정이 빡빡해 일일이 챙기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직접 점검하는 걸 보면 성실하고 꼼꼼한 성격임이 분명하다. “촬영하는 작품에 푹 빠져 작업하는 스타일이다. 콘트라스트가 강한 <차이나타운> 색보정 작업할 때 밝고 ‘뽀샤시
[STAFF 37.5] 부드러움 속의 콘트라스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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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교 감독 말을 많이 실어달라. 내 얘기도 정 감독이 한 것처럼. (웃음)” 인터뷰를 하기 전, 김한민 감독은 정세교 감독을 먼저 챙겼다. 자신의 2011년작 <최종병기 활>의 조감독이자 다큐멘터리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개봉 5월7일)를 함께 연출한 후배 감독에 대한 배려에서 나온 부탁일 것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는 감독의 전작 <명량>과 따로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는 다큐멘터리다. <명량>에서 준사 역을 맡은 오타니 료헤이, 송희립 장군을 연기한 이해영, 나대용 장군을 맡은 장준녕 등 세 배우가 김한민 감독과 함께 명량해전 직전 이순신 장군이 수군을 재건하기 위해 거쳤던 곳을 차례로 따라가는 이야기다. 네 남자가 이순신의 행적을 따라 걷는 <역사스페셜>이라고나 할까. 김한민 감독은 <명량>을 찍고 난 뒤 무슨 못다 한 말이 남았기에 명량해전과 이순신 장군을
[정세교, 김한민] “역사 공부 붐이 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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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알고 있는 ‘차도녀’ 이미지와 다르게 수현은 솔직하고 표현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촬영을 쉬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스탭들과 장난을 치기 바빴으며 종종 감추지 않고 큰소리로 호탕하게 웃곤 했다. 촬영이 시작되면 그는 자신이 신체를 어떻게 써서 왜 이러한 동작을 만들고 있는지 성실히 생각하는 모델이 되었다. 데뷔한 지 십년이 가까워오지만 출연작이 그리 많지는 않다. 한 발짝이라도 조심스럽게 내딛으려 하는 신중한 배우인 것도 같다. 무엇보다도 수현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헬렌 조 역으로 캐스팅되며 명실공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프린세스’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자신이 가보지 못한 세계를 기웃거리고 싶어 하는 호기심 많은 탐험가였다.
“마블의 신데렐라”는 공주보다 모험가에 가까웠다. 수현이 들려준 이야기의 많은 부분은 대개 “다양한 모습, 다채로운 캐릭터”로 수렴됐다. 어릴 때 미국으로 이주해 큰 굴곡 없이 자랐고,
[수현] 그녀의 좋은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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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 아자니는 데뷔하자마자 ‘제2의 브리지트 바르도’라는 애칭을 들으며 영화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살이 채 안 됐을 때 출연한 프랑수아 트뤼포의 <아델 H 이야기>(1975)가 결정적이었다. 이 작품에서 표현된 광기, 열정, 신비 그리고 무엇보다도 관능의 매력으로 아자니는 스타 감독들의 캐스팅 목록 1순위에 올랐다. 곧바로 아자니는 로만 폴란스키의 <하숙인>(1976), 앙드레 테시네의 <바로코>(1976) 등 유명 감독들의 문제작에 잇따라 출연하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가 됐다. 그런데 1980년대 중반 이후, 아자니의 이런 평판은 변한다. 아자니가 당시 세를 불려가던 프랑스의 인종주의를 비판하고, 특히 극우 정당 ‘인민전선’과 각을 세우면서부터다. 더 나아가 아자니가 자신의 아버지는 알제리인이라고 밝힌 뒤부터, 순식간에 그녀는 “프랑스의 스타이기는커녕 종종 프랑스인이라는 사실까지 부정당하는” 처지에 놓인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한창호의 오! 마돈나] ‘미친 사랑’의 낭만주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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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스펙터> Spectre
감독 샘 맨데스 / 출연 대니얼 크레이그, 크리스토프 왈츠, 레아 세이두, 모니카 벨루치
<007 스펙터>가 11월6일 월드 와이드 개봉을 확정했다. 국내 개봉은 미정. 시리즈 초기작에서부터 그 존재를 드러낸 범죄조직 ‘스펙터’가 24번째 작품에서 되살아난다. 과거와 이어진 암호를 풀어내려던 제임스 본드는 범죄조직 스펙터의 흔적을 발견한다. <007 스카이폴>(2012)에 이어 샘 맨데스와 대니얼 크레이그는 다시 한번 신화를 창조해낼 수 있을까.
[WHAT'S UP] <007 스펙터> 11월6일 월드 와이드 개봉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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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 개집 청년의 슈퍼카
[정훈이 만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 개집 청년의 슈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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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을 살면서 제법 많고도 다양하고도 강력한 인간 폭탄을 만나왔다고 자부하지만 아직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부류가 있으니, 바로 시어머니다. (이젠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날 것 같다.) 그래도 남의 시어머니 욕은 많이 들었다. 돌 지난 아기를 데리고 시댁에 갔던 동생이 돌아와 울면서 하소연했다. “아기가 어쩜 이렇게 볼품없이 마르고 못생겼냐는 거야. 그게 손녀한테 할 소리야? 엉엉.” 근데 동생아… 사실이잖아. 동생의 시어머니는 객관적이었다. 조카 얼굴이 그분 아들 판박이고 그분 아들 얼굴은 그분 판박이기는 했지만.
한번은 결혼한 친구가 공포에 질려 하소연했다. 그간 풍문으로만 들었던 시어머니의 폭력을 직접 목격했다는 것이었다. 시댁을 먹여살리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남편 패는 걸로 풀곤 했던 그 애의 시어머니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손아래 시누이들도 때리기 시작했는데, 며느리를 새로 들인 다음부터는 참고 살다가, 결국 성질이 터지고 말았던 것이다. “시고모 머리채를 휘어잡더니 질질 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내 아들은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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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장에서 생을 마감하는 돼지가 불쌍하지만, 돈가스 반찬은 먹고 싶다. ‘찍어내듯’ 돼지를 키우는 대형 공장이 있고 돼지의 복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소규모 농장이 있지만 어떤 곳에서 자란 돼지이든 도축장에서 생을 마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작별>(2001)과 <어느 날 그 길에서>(2006) 등을 통해 동물에 대한 인간의 태도와 사회적 시스템에 대해 고민해온 황윤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이처럼 축산업과 육식에 대해 인간이 겪는 다양한 딜레마를 응시하는 영화다. “저금통 아니면 고기”가 아는 돼지의 전부였다는 황윤 감독은 박학다식한 선도자이기보다는 아이의 건강을 걱정하는 엄마와, 밥상에 올릴 음식을 고민하는 주부, 다시 말해 일반 관객과 다르지 않은 눈높이에서 이 딜레마의 실체에 다가간다.
-쿠키를 먹으면서 이 영화를 보다가 미처 다 먹지 못했다.
=하하하. 다들 그런 말씀 하시더라. 어떤 분은 핫바를, 어떤 분은 육포를 먹다가
[flash on] “급식 정책하는 분들이 꼭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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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천사 가디>에는 유독 창문 너머의 인물과 풍경을 보여주는 숏이 많다. 거기에 주인공의 내레이션이 더해져 한편의 그림동화,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안겨준다. 장애를 가진 아들을 둔 아버지 레바가 마을 주민들의 편견에 맞서 아들을 천사로 둔갑시키는 이야기는 아민 도라 감독의 얘기처럼 “우리를 현실과 동화 사이를 오가는 놀라운 여행으로 인도한다”. <모두의 천사 가디>는 레바논의 유명 광고감독이자 비주얼 아티스트인 아민 도라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그와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레바를 연기한 배우 조르주 카바즈가 <모두의 천사 가디>의 시나리오를 썼다. 어떻게 이 영화의 연출을 맡게 됐나.
=프로듀서 가브리엘 샤문에게서 조르주 카바즈를 소개받고 <모두의 천사 가디>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읽는 순간 시나리오에 완전히 매료됐다. 이 이야기엔 내가 자라온 환경이 있었다. 그안에서 나를 발견했다. ‘가디’의 세계를
[flash on] 이야기의 힘은 사람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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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스타워즈 셀러브레이션 2015’에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 대해 새롭게 발표한 몇 가지 사실들이다. J. J. 에이브럼스와 캐슬린 케네디, 영화의 출연진이 참석했던 오프닝 패널에서 나눈 대화를 재구성했다.
1.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무대는 어디인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지난해 봄부터 아부다비의 외딴 사막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4년 11월 공개했던 첫 번째 티저 트레일러에서는 파란 하늘과 먼지투성이인 사막을 대조시켰다. “사람들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무대가 타투인 행성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그렇지 않다. 자쿠다.” J. J. 에이브럼스가 밝힌 새 영화의 무대는 타투인과 똑 닮은 행성인 자쿠(Jakku)다. 이날 행사에서 에이브럼스는 스틸컷과 더불어 자쿠 세트에서 찍은 B컷들을 공개했다. “<스타워즈>는 동화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 있어서는 웨스턴이다.” 아부다비의 사막을 촬영지로
[현지보고]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무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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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16일 목요일,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컨벤션 센터 주변을 걸어다니는 사람의 90% 이상이 <스타워즈> 속 캐릭터가 그려진 옷을 입었거나, 캐릭터와 관련된 상품을 들고 다니거나, 개인적으로 만들었을 것이 분명하지만 속된 말로 ‘고퀄’인 코스튬을 입은 채 컨벤션 센터를 향하고 있었다. 아침 출근시간이 막 지난 오전 9시, 거리는 한산한데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는 ‘스타워즈 셀러브레이션 2015’ 행사를 위해 모여든 팬들의 열기로 소리없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4월16일부터 20일까지 나흘 동안 열린 ‘스타워즈 셀러브레이션 2015’ 이벤트의 개막식에 다녀온 이야기를 전한다.
스타워즈 셀러브레이션 2015에 다녀왔다. 이 행사는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새 영화 개봉을 축하하는 팬들의 축제로, 1999년 미국 콜로라도의 덴버에서 열린 초대 셀러브레이션을 시작으로 비정기적으로 꾸준히 개최됐으며, 영국, 일본, 독일 등에서도 각각 스타
[현지보고] 팬들과 함께한 '스타워즈 셀러브레이션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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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할리우드는 공황기의 궁핍과 금주법 시행이라는 무법의 시대를 배경으로 갱스터 장르를 만들었다. 사운드는 난무하는 폭력을 사실적으로 드러냈으며 그로 인한 생생한 효과는 갱스터 집단의 싸움, 경찰보다 더 큰 권력을 지닌 범죄자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배어나오도록 만들었다. 아메리칸드림은 이 시대를 거치면서 산산이 부서졌고 안티히어로는 동시대에 만연한 악몽을 표상하는 인물이 되었다. 갱스터는 이후 탐정영화와 하드보일드, 누아르를 거쳐 경찰영화에 이식되었다. 1960년대부터 경찰영화는 범죄자를 쫓는 냉철한 경찰이나 범인보다 폭력적이고 위험한 존재로 변형되면서 다양한 범죄 현장을 거침없이 횡단했고,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변화하는 사회문제들을 보다 긴밀한 시선으로 포착하게 된다.
영화의 전당에서 4월29일부터 5월10일까지 류승완 감독이 추천한 형사영화 14편을 상영한다. 이들은 권위에 복종하지 않거나 자신만의 규칙에 의거한 추적의 과정을 따른다. 그들은 폭력이 지배하는
[영화제] 날것의 감각을 향해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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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의 지속 가능한 관계를 모색하는 제12회 서울환경영화제가 5월7일(목)부터 14일(목)까지 8일간 씨네큐브 광화문, 인디스페이스, 서울역사박물관 및 광장 일대,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린다. 올해 상영작은 47개국 113편으로 지난해보다 참여국 수가 확연히 늘었다. 환경 관련 문제가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핵 관련 이슈가 여전히 중심을 차지하는 가운데 유전자 조작 식품 등이 논란이 됨에 따라 다시 농사를 조망하거나 이탈리아의 협동조합인 벨리 오브 나이츠의 공동체적 삶을 다룬 <바빌라> 등 삶의 대안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개막작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배경으로 파울로 소렌티노, 임상수, 나딘 라바키, 존 터투로 등이 참여한 옴니버스영화 <사랑해, 리우>(2014)다. 다소 의외의 선택처럼 보이는 이 영화는 대중에게 좀더 가까이 가겠다는 영화제의 의중을 반영한 것 같다. <사랑해, 리우>는 ‘미시즈 노바디’로
[영화제] 인류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