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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래디컬스의 <You Get What You Give>가 발표된 1998년, 당시 라디오만 틀면 주야장천 이 노래가 흘러 나왔다. 정규 앨범이라곤 ≪Maybe You’ve Been Brainwashed Too≫ 달랑 한장 내놓은 게 전부지만, 뉴 래디컬스의 프런트맨 그렉 알렉산더는 이 노래로 일약 평단과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뮤지션이 된다. 그리고 <비긴 어게인>이 개봉한 2014년, <Lost Stars>는 많은 이들의 플레이리스트에 담겨 무한 재생된다. <Lost Stars>를 부른 건 마룬5의 보컬 애덤 리바인과 배우 키라 나이틀리지만, 그들의 이름 뒤엔 작곡가 그렉 알렉산더가 있다. <Lost Stars>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알렉산더는 뉴 래디컬스 해체 뒤 작곡과 프로듀싱에 전념했다. 그의 음악은 꽤 대중적이다. 그가 작곡한 산타 나의 <The Game of Love>가 대
노래가 당신의 삶을 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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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 존즈는 <존 말코비치 되기>(1999)로 데뷔하기 전부터 소닉 유스, 비스티 보이스, 위저, 다프트 펑크, 벡, 비욕 등 쟁쟁한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를 수도 없이 찍었다. 즉 귀가 예민한 감독이란 얘기다. 아케이드 파이어가 스파이크 존즈의 레이더망에 포섭된 것도 그러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부부인 윈 버틀러와 레진 샤사뉴를 주축으로 한 록밴드 아케이드 파이어는 거물 탄생의 예감을 짙게 풍긴 데뷔 앨범 ≪Funeral≫을 포함해 ≪Neon Bible≫ ≪The Suburbs≫ ≪Reflektor≫까지 총 4장의 정규 앨범을 내놓으며 록신의 총아가 되었다.
<그녀> 이전, 스파이크 존즈는 아케이드 파이어의 ≪The Suburbs≫에 영감을 받아 단편영화를 찍는다. 28분짜리 단편의 제목은 <신스 프롬 더 서버브스>(Scenes from the Suburbs, 2010). 스파이크 존즈와 아케이드 파이어의 멤버 윌 버틀러, 윈 버틀러가 함께 쓴
멜랑콜리의 50가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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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블롬캠프 감독의 <채피>에서 인간의 감성과 지성을 갖게 되는 인공지능 로봇 채피는 길거리 갱단 닌자(왓킨 투도르 존스)와 욜란디(욜란디 비서)에게서 일종의 ‘인간수업’을 받는다. 그래봐야 총기사용법, 표창던지기, 무섭게 욕하기, 건달처럼 걷기 따위를 배우는 것이지만, 채피는 그 안에서 인간의 조건을 깨달아간다. <채피>는 로봇 액션 대신 채피의 인간적 고뇌와 인간수업 과정을 보여주는 데 치중하면서 영화 전체의 정서적 여운을 다잡는 역할로 강렬한 영화음악을 내세운다. 공교롭게도 영화에 출연한 닌자와 욜란디가 속해 활동하는 힙합그룹 디 안트워드(Die Antwoord)의 곡이 영화 전반에 두루 쓰였다. 닌자와 욜란디라는 이름은 이들의 실제 활동 예명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3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해 활동 중인 디 안트워드는 현재 남아공 젊은이들의 의식 문화를 일컫는 제프(Jef) 문화를 앞장서서 표방하는 등 음악뿐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
인간이 되고 싶은 악마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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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갓 헬프 더 걸>은 벨 앤드 세바스천의 활동 연장이기도 하고, 밴드의 리더인 스튜어트 머독의 순수한 ‘외도’이기도 하다. 머독이 <갓 헬프 더 걸>을 처음 구상한 건 10년도 전의 일인데,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2003년, 조깅을 하다 악상이 떠올랐다. 집에 돌아가 빠른 속도로 곡을 만들었는데 그 음악은 벨 앤드 세바스천의 것이 아니었다. 하나의 악상은 다른 악상으로 이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브 캐릭터가 등장해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빛나던 여름, 글래스고, 소년과 소녀, 소박하고 진솔한 음악. 스튜어트 머독은 이 단출한 재료로 뮤지컬영화 <갓 헬프 더 걸>을 만들었다. 벨 앤드 세바스천의 팬이었던 프로듀서 베리 멘델(<식스 센스> <뮌헨> <로얄 테넌바움>의 프로듀서)의 도움을 받아.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벨 앤드 세바스천의 음악을 들을 순 없는 노릇이다. 스코틀랜드 모던포크 밴드
막 사랑에 빠질 때의 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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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버린 그 여인을 찾아라. 토머스 핀천의 탐정소설을 영화화한 <인히어런트 바이스>는 탐정이 주인공인 여느 영화들이 그렇듯 명확한 하나의 목적으로부터 출발하나, 종국에 어떠한 ‘끝’에 다다르게 될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건 폴 토머스 앤더슨의 영화니까. 약에 취해 비틀거리며 조금씩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는 사설탐정 ‘닥’(호아킨 피닉스)의 뒤를 쫓다보면 결국 우리가 목도하게 되는 건 마약과 환각, 개발과 폭력, 섹스와 환락의 그림자가 드리운 70년대 미국의 풍경이다.
<데어 윌 비 블러드>(2007)와 <마스터>(2012) 그리고 <인히어런트 바이스>. 폴 토머스 앤더슨과 이 세편의 작품을 함께하며 그의 음악적 페르소나로 자리잡은 조니 그린우드의 음악은 <인히어런트 바이스>의 파편화된 서사를 아우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여인, 샤스타가 닥을 떠나는 순간에 흐르는 캔의 <Vitamin C>
토머스 핀천풍의 7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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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은 오직 60%의 영화를 완성했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중요한 영화적 조력자이자 그와 더불어 세기의 영화 콤비로 평가받았던 음악감독 버나드 허먼은 종종 이 말을 즐겨 했다고 한다. 히치콕의 영화를 완성하는 건 자신의 음악에 달려 있다는 강한 확신에서 비롯된 말이었다. 여덟편의 영화를 함께 작업한 버나드 허먼을 히치콕은 무척이나 아꼈다. 그는 영화의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 자주 허먼을 대동했고, 미완성의 편집본을 허먼에게 미리 보여주며 음악적 영감을 부추기곤 했다. <현기증>의 제작 노트에 히치콕이 남긴 말은 이 영화음악의 거장에 대한 그의 태도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 시퀀스에 허먼이 어떤 음악을 넣느냐에 모든 것이 달렸다.”
좋은 영화음악은 때때로 영화를 구원한다. 그 점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버나드 허먼은 물론이고 존 윌리엄스와 엔니오 모리코네, 한스 짐머 등 영화사에 자신의 족적을 화려하게 새겨넣은 위대한 영화음악가들의 작품이 너
새롭게, 다르게 더 도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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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ny Greenwood <Inherent Vice>
Stuart Murdoch <God Help the Girl>
Die Antwoord <Chappie>
Mica Levi <Under The Skin>
Gregg Alexander <Begin Again>
Arcade Fire <Her>
Antonio Sanchez <Birdman>
Jason Moran <Selma>
Justin Hurwitz <Whiplash>
뮤지션들의 영화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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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2015 <스물> 삽화 캐릭터 디자인
2014 <족구왕> 홍보 웹툰
다음 인기 웹툰 <노점묵시록>의 백봉 작가가 영화계와 연을 맺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족구왕> 때는 영화 홍보사의 의뢰로 번외편 격인 웹툰을 발표했다. 그때는 영화 홍보 차원에서 참여했다면 이번 <스물>에서는 시나리오 기획 단계에서부터 함께 참여해 영화 일부에 삽입된 30여컷 분량의 삽화를 직접 그렸다. 극중 영화감독을 꿈꾸는 치호(김우빈)가 술을 마시다 느닷없이 자기가 구상한 이야기라며 ‘고추 행성의 침공’이란 제목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 삽입된 만화가 바로 백봉 작가의 작품이다. 일단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하긴 했지만 이번엔 혼자 망하는 작업이 아닌 까닭에 부담감이 컸다”라고 말하는 백봉 작가는 극중 치호처럼 스스로의 작업에 대단히 만족하는 중이다. “처음 감독님에게 <스물>이란 20대 청춘영화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
[STAFF 37.5] 이런 건 나만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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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최종 믹싱 마무리가 안 돼서 걱정이다.” <장수상회>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던 3월26일, 영화 잘 보겠다고 보낸 문자 메시지에 대한 강제규 감독의 답장이었다. 흥행 참패한 <마이웨이>(2011) 이후 오랜만에 내놓는 신작이라는 사실이 그의 입술을 더욱 마르게 했을 것이다. 데뷔작 <은행나무 침대>(1996)부터 <쉬리>(1999), <태극기 휘날리며>(2004), <마이웨이>(2011)까지 덩치가 큰 영화만 찍어온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로맨스를, 그것도 30대나 40대가 아닌 70대의 사랑을 그린 <장수상회>는 다소 낯설다. 잘 알려진 대로 <장수상회>는 재개발을 앞둔 서울 변두리의 한 동네, 장수상회라는 슈퍼마켓에서 일하고 있는 노년의 직원 성칠(박근형)이 앞집 여자 금님(윤여정)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소동에 휘말리는 내용을 그린 이야기다. 전작과 달리 기술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았
[강제규] “욕심 내려놓으니 감정의 작은 알갱이들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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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셰프는 많았지만 ‘허세’ 셰프는 처음이다. “뼛속 깊이 혈액까지 셰프인 셰프”라고 자기소개를 하고 “내 요리가 맛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고 단언한다. 그가 바로 셰프 최현석이다. 그는 요즘 올’리브의 <올리브쇼 2015>,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종횡무진 활동 중이다. 언제 어디에서 봐도 요리에 관해서라면 그의 자신감은 최고다. 실속 없이 기세만 등등한 건 절대 아니다. 간장으로 젤리를 만들고, 레몬으로 면발을 뽑아내는 등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남들이 해보이지 않은 창작 요리 수백 가지를 척척 선보여왔다. 오죽하면 ‘크레이지’ 셰프라는 닉네임까지 붙었을까. 입맛 까다로운 미식가들과 내로라하는 동료 셰프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허세기 가득한 입담과 재미난 퍼포먼스로 멋들어지게 요리하는 스타 셰프 최현석을 만났다. 요리 철학 역시도 똑 부러졌다.
-섭외를 하려고 전화를 했더니 셰프의 스케줄
[trans × cross] “음식 가지고 장난치지 않는다는 게 첫 번째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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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영화만 다루는 잡지가 아니었나. 드라마를 다루기도 하나.” 의상을 갈아입던 최우식은 <씨네21> 998호를 사진 기자에게 들고 가서 물었다. <오만과 편견> <호구의 사랑> 등 최근 드라마에만 출연하고 있어 자신이 왜 영화 잡지 표지에 선정됐는지 의아했나보다. 그의 궁금증에 대해 전형적인 대답을 내놓자면, 지난해 <거인>(감독 김태용)과 <빅매치>(감독 최호)를 연달아 찍은 뒤 곧바로 드라마 <오만과 편견>과 <호구의 사랑>에 합류해 매편 자신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그다. 3월31일 종영한 <호구의 사랑>에서 맡은 호구도 귀여웠고, <호구의 사랑> 직전에 찍었던 <오만과 편견>에서 그가 연기한 ‘뺀질이’ 이장원 검사는 전작 <거인>의 영재와 대비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 <호구의 사랑> 종영일이었던 지난 3
[최우식] 가능성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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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절도를 경고하는 말
속뜻 사랑을 설명하는 말
주석 목욕탕 수건 문구의 진화사(進化史)는 재미있다. 처음에는 ‘○○목욕탕’이라고 쓰더니 곧 ‘가져가지 마시오’로 바뀌었다. 그래도 집어가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최근에는 ‘훔친 수건’이란 문구를 새긴 곳이 많아졌다. 마지막 문구는 어떻게 보면 독한 유머지만 다르게 보면 손님제일주의이기도 하다. ‘가져가면 도둑놈’이란 주장이지만 목욕탕 주인이 갖고 있어도 ‘훔친 수건’이기는 매한가지니까. 처음에는 목욕탕 주인의 소유권을 주장하다가, 다음에는 손님에게 간청하다가, 끝내는 손님의 입장에 서버린다.
어째 사랑 얘기 같지 않은가? 수건에 적힌 문구가 일러주는 것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이건 내 마음이야’에서 ‘내 마음을 가져가지 마’로, 다시 ‘뺏어온 마음’으로 소유자가 변하고 있다는 것. 수건은 한 사람이 제 몸에 가장 가깝게 대는 물건이다. 수건과 피부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사랑의 마음도 그럴 것이다. 사랑은 그 사람과 가장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가져가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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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스타의 신체적 태도는 그 자체로 한 국가의 문화가 되곤 한다. 이를테면 존 웨인의 물러서지 않는 당당한 태도와 미국 문화의 친연성을 떠올리면 되겠다. 설사 그것이 신화라고 할지라도 역설적이게도 신화이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지지를 받는다. 그렇다면 전후 일본 문화에서 하라 세쓰코의 의미는 신화라고 말할 수 있다. 미인이고, 품위 있고, 겸손하고, 희생적인 하라 세쓰코의 이미지는 전후 일본 문화의 사실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은 그 이미지에 반했고, 지지했으며, 더 나아가 세상의 관객도 하라 세쓰코의 스타성에서 일본 문화의 품위를 읽는다. 롤랑 바르트의 말대로 신화는 대개 사실을 압도하고, 그렇다면 신화의 주인공이 된 하라 세쓰코는 영원히 영화의 기억 속에 남을 흔치 않은 배우가 된 것이다.
오즈 야스지로의 그녀
하라 세쓰코는 패전 이후 일본이 군국주의를 반성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표방할 때 스타로 우뚝 섰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나의 청춘에 후회는 없다&
[한창호의 오! 마돈나] 신화가 된 스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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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레션> Regression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 출연 에마 왓슨, 에단 호크, 다비드 덴시크
형사 브루스(에단 호크)는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며 아버지를 고발한 안젤라(에마 왓슨)와 관련한 사건을 조사한다. 안젤라의 아버지는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고, 브루스는 심리학자의 도움을 받아 그의 기억을 되살리던 중에 전국으로 퍼져 있는 미스터리와 맞닥뜨린다. <디 아더스>(2001)와 <씨 인사이드>(2004)를 만든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여섯 번째 작품이다.
[WHAT'S UP] <리그레션> Regre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