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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외딴 지방 페리고르에서 송로버섯 농장을 운영하던 라보리(카트린 프로)는 우연한 기회로 대통령(장 도르메송)의 개인 셰프를 의뢰받고 엘리제궁으로 입성한다. 그녀는 유능한 보조 니콜라(아르튀르 뒤퐁)의 도움을 받아 관저의 딱딱한 시스템을 유연하게 대처해나간다. 화려한 격식보다는 어린 시절 먹던 가정식을 원하는 대통령의 입맛을 금세 만족시키지만, 수십년간 엘리제궁의 음식을 전담했던 주방장의 시기는 짙어만 간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업무와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주방의 곱지 않은 시선에 라보리는 회의를 느낀다.
요리를 소재로 하는 영화는 대개 유쾌하고 힘차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장면들은 빠른 편집을 타고 소상히 기록되고, 손쉽게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별미를 즐기는 인물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해맑기 마련이다. 프랑스의 미테랑 전 대통령의 식탁을 책임졌던 다니엘레 델푀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엘리제궁의 요리사>는 그런 요리영화의 컨벤션에서 살짝 비껴 서 있다. 영화는
다니엘레 델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엘리제궁의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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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대 소년 소녀들의 우상이었던 <트와일라잇> 스타들의 연기인생 제2막은 이미 시작됐다. 프랜차이즈의 히로인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프랑스의 작가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와의 협업으로 잠시 유럽영화의 품에 안겼고, 종종 연기력을 지적받기도 했던 ‘뱀파이어’ 로버트 패틴슨은 <코스모폴리스> <맵 투 더 스타>를 통해 크로넨버그의 페르소나로 거듭났다. 그렇다면 ‘늑대인간’이었던 테일러 로트너는? 그의 행보는 독립영화, 예술영화에 가리지 않고 출연하며 어떻게든 전작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는 다른 두 배우와 다소 거리가 있다.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가질 수는 없는, 우람한 근육질의 몸을 지닌 테일러 로트너는 자신의 신체적 장점을 활용한 작품에서 종종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존재의 비밀 때문에 거대 조직에 쫓기는 청년을 연기한 액션영화 <어브덕션>이 그러한 짐작을 가능하게 했다면, 그가 본격적인 파쿠르
밀어내려 할수록 운명처럼 가까워지다 <트레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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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명스럽게 생긴 초록 괴물(슈렉)이 동화책을 찢어 엉덩이를 닦기 시작했을 때부터였을까. ‘오리지널 비틀기’는 언제부턴가 고전 동화를 원작으로 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가 지녀야 할 필수적인 미덕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틀기’가 계속될수록, 자극적인 새로움에 대한 관객의 피로도 또한 누적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가끔은 백설공주가 발리우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봐야 할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디즈니의 신작 <신데렐라>는 <슈렉>(2001)과 정반대의 의미로 보는 이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 영화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영화의 도입부부터 너무도 자연스럽게 원작 동화와 입장을 달리하는 지점을 찾고자하는 관객의 심리를, <신데렐라>는 보기좋게 배반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한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소녀 엘라(릴리 제임스)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계모와 새언니들의 핍박 속에서 재투성이
클래식한 감성의 구현 <신데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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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노어 릭비: 그 남자 그 여자> The Disappearance of Eleanor Rigby: Them
감독 네드 벤슨 /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 제시카 채스테인, 이자벨 위페르, 윌리엄 허트 / 수입•제공 드림웨스트픽처스 / 공동제공•배급 이수 C&E / 개봉 4월9일
코너(제임스 맥어보이)와 릭비(제시카 채스테인)는 뜨겁게 사랑한 부부였다. 그러나 예고도, 흔적도 없이 릭비는 코너 곁을 떠난다. 아이를 잃은 슬픔을 감당할 수 없었던 릭비는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하고, 사라진 아내 때문에 일상이 무너져버린 코너는 릭비를 찾아 그녀의 마음을 돌리려 애쓴다. 영화는 총 세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졌다. 남자와 여자의 서로 다른 기억과 시선을 반영한 <엘리노어 릭비: 그 남자> <엘리노어 릭비: 그 여자>, 두 가지 시선을 하나로 재구성한 <엘리노어 릭비: 그 남자 그 여자>가 그것. 여주인공의 이름이자 영화의 제
[Coming Soon] 두남녀의 엇갈린 기억과 시선 <엘리노어 릭비: 그 남자 그 여자> The Disappearance of Eleanor Rigby: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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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여섯살이 된 조카에게 물었다. 원휘는 꿈이 뭐야? 꿈이 뭐긴 꿈은 자다 깨는 거지. 생각지도 못한 답에 순식간에 제 엄마인 내 동생을 바라봤다. 원휘야, 큰 이모가 너 커서 어떤 사람 되고 싶은지 묻는 거야. 조카는 배시시 웃을 뿐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아니 무슨 애가 꿈도 없니, 이거 큰 문제 아니니?
그래서 시작된 동생과의 한판 싸움. 제 자식 문제라면 언니인 내 머리털이라도 라이터로 지질 기세여서 결혼도 못하고 자식도 없는 내가 서러워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자다 오줌 마려 깰 때 미적지근하게 남아 있는 기억의 잔상 정도로 꿈을 생각한다는 건 정말이지 심각한 문제 같았다. 되고픈 것도 하고픈 것도 많을 나이 아닌가, 여섯살이라면 그림책에서 나팔 한번 봤다 치면 나팔꽃도 그리고 싶고 나팔수처럼 트럼펫도 불고 싶고 팔랑팔랑 나팔바지도 입고 싶고 아줌마들 대화 끝에 나팔관이라는 생소함을 되묻기도 할 호기심의 나이 아닌가.
그러나 조카는 아직 어리고 그 어림에 부합되지
[김민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대학이 왜 대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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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남자의 3대 취미로 흔히 언급되는 것들이 있다. 카메라, 오디오, 그리고 자동차. 이 취미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개개인의 취향을 강렬하게 반영하면서도 깊은 곳에는 논리적인 연결점이, 또한 지적인 허영이 있다는 것이다. 불요한 소비의 정점이라는 것은 오히려 덤이 된다. 예컨대 ‘사진’이 취미가 아니고 ‘카메라’가 취미라면, ‘음악’이 취미가 아니라 ‘소리’에 집착을 보인다면, 끊임없는 분석과 탐구는 이미 감성적인 영역이 아니라 지적인 페이지로 넘어간다. 그리고 이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해묵은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구체적인 취미에 지적인 허영과 탐구심을 결합해서 결국 감성적인 만족을 얻는다면, 이건 그냥 첫눈에 반하는 것과 종국에는 머리를 맞댄다. 50mm 단초점거리 렌즈 하나만으로 예술적인 사진을 만들어내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아니라, 초광각부터 초망원까지 렌즈를 갖추고 색수차와 주변부 해상도를 논하는 그 지점에서 그들은 또 다른 의미의 카타르시스를
[김호상의 TVIEW] 문화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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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 아빠와 불량한 아빠. 아이는 어느 쪽을 더 닮게 될까? <채피>는 어린아이 수준의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 채피가 두명의 인간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아 독특한 개성을 갖춘 인공지능 로봇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채피에게 껄렁한 걸음걸이와 굵은 금목걸이를 걸어준 건 요하네스버그 빈민가 출신의 갱스터 아빠 닌자이지만, 그가 세상을 보는 시각과 고운 마음을 갖게 된 데에는 채피를 만들어낸 천재 과학자 디온의 역할이 크다. 결국 모범적인 아빠와 떨어져 갱스터 부모와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 와중에도 채피는 “어떤 경우에도 폭력을 쓰면 안 된다”는 디온의 말을 잊지 않는다. 지극히 폭력적인 순간이 찾아왔을 때 디온의 그 한마디는 ‘갱스터 키드’로 자라난 채피를 머뭇거리게 한다.
닭 인형과 물감을 들고 다니며, 애 키우듯 자신이 창조해낸 로봇의 인성을 만들어가는 남자를 연기하는 건 영국 배우 데브 파텔이다. 군수업체에서 일하고 있지만, 정작 회사의 주력 분야인 무기 제작
[데브 파텔] <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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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조류인간> <치외법권>
2013 <7번방의 선물>
드라마
2009 <세 남자>
뮤직비디오
이승환 <화양연화>
박수진 <빈자리>
“친구들에게 <조류인간> 보라고 독촉 전화를 돌리다 왔다. (하하)” <조류인간>의 주연배우 정한비의 열의가 대단하다.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간다는 영화의 메시지가 참 좋은데 상영관이 많지 않아서 아쉽다”며 해맑게 웃는다. 영화에서 그녀는 새가 되려는 여자 한비 역을 맡았다. 독특한 캐릭터에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대한 고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라는 신연식 감독의 말에 힌트를 얻었다. 한비의 마음을 읽어보려고 그녀는 패러글라이딩도 시도해봤다. “하늘 위에 있는데 기분이 묘했다. 새의 정체성을 가진 한비가 있어야 할 곳이 여기라고 생각하니 괜히 눈물이 나더라.”
정한비 역시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
[who are you] 정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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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 상업영화를 흔히 ‘마살라 무비’라고 한다. 한편의 영화 속에 여러 장르가 혼합되고, 춤과 음악 등 흥을 돋우는 요소가 가미되는 발리우드영화의 개성을 인도의 혼합 향신료인 마살라에 비유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각기 1월과 2월 말 발리우드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두편의 영화, <베이비>와 <바들라푸르>의 선전은 흥미롭다. 이들 작품은 발리우드영화 특유의 ‘마살라’적인 개성을 지우고 진지한 첩보 액션과 복수극으로 승부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먼저 <베이비>는 긴박감이 매력적인 첩보 스릴러다. 악샤르 쿠마르가 대테러 공작팀 ‘베이비’를 이끄는 아제이 역을 맡았다. 델리의 쇼핑몰 테러 계획을 입수한 아제이는 인도-파키스탄 접경지대의 무장 테러단체 지도자 나즈가 배후에 있음을 알게 되고, 그 뒤를 쫓는다. 그 과정에서 팀원들이 희생되고 홀로 살아남은 아제이는 새로운 팀과 함께 테러범들의 근거지로 향한다.
한편 <바들라푸르>
[델리] 진지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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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1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제20회 인디포럼2015가 영화제 자원활동가 ‘INDIEFIAN’을 모집한다. 홈페이지에서 지원서를 다운로드한 후 indieforum@gmail.com으로 제출. 모집 분야 및 자세한 내용은 인디포럼 홈페이지(www.indieforum.org)를 참조. 문의 인디포럼 작가회의 사무국 02-720-6056.
*제3회 무주산골영화제(6월4∼8일)가 한국 장편영화 경쟁부문 작품을 공모한다. 2014년 8월1일 이후 제작 완료된 60분 이상의 모든 장르의 한국 장편영화(영화제 상영작 또는 국내 극장 개봉작 포함) 대상. 마감은 3월27일이며 자세한 사항은 영화제 홈페이지(www.mjff.or.kr) 공지사항을 참조할 것. 문의 063-220-8253.
*5월7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제12회 서울환경영화제가 3월9일부터 4월1일까지 한국 환경영화를 관람하고 우수한 작품을 선정하여 관객심사단상을 시상할 ‘관객심사단’을 모집한다. 서울환경영화제 홈페이지
[소식] 제20회 인디포럼2015가 영화제 자원활동가 ‘INDIEFIAN’을 모집한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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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산, 부산
2002년 전시 <충돌과 반동>으로 한국 사진계를 들었다놓았던 이갑철의 새 전시 <침묵과 낭만>이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 문을 열었다. 미술관의 연례 기획 ‘부산 참견錄’의 일환으로 진행된 전시로, 파격적인 프레임과 흑백의 성긴 톤, 흐트러진 포커스 등 이갑철의 스타일이 선명히 살아 있는 부산의 모습들이 한데 모였다. 사진 이미지로써 이 땅의 정서와 에너지를 담아낸 장인의 기개가 펄떡인다. 5월27일까지.
키덜트를 위한 파티
더이상 마니아만의 문화가 아니다.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아트토이컬처2015>는 국내외 150여명의 아트토이 작가들과 브랜드가 참여해 장난감과 예술을 접목한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인다. 킨키로봇, 모모트에 침 흘려본 적 있다면 반드시 찾아가볼 것. 오는 4월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열린다.
인디, 스무살
크라잉넛, 노브레인이 데뷔한 지 올해로 딱 20년이다. 음악포털 사이트 벅스와 인디음
[culture highway] 봄날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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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에 노래를> くちびるに歌を
감독 미키 다카히로 / 출연 아라가키 유이, 기무라 후미노, 기리타니 겐타
<소라닌>으로 데뷔해 영화와 드라마 연출을 꾸준히 병행하고 있는 미키 다카히로의 신작. 안젤라 아키의 노래 <편지~15살의 너에게>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고향의 중학교 임시 교사로 부임한 피아니스트가 학생들에게 15년 후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과제를 내고 학생들과 교감하는 이야기.
[해외 박스오피스] 일본 2015.2.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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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레너가 드니 빌뇌브 감독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출연한다
=언어학자가 외계인의 말을 이해하게 되면서 기이한 체험을 겪게 되는 이야기로, 제레미 레너는 언어학자를 돕는 물리학 교수를 연기한다. 에이미 애덤스가 일찌감치 언어학자 역에 캐스팅됐다.
-우디 앨런의 신작에 제시 아이젠버그가 캐스팅됐다
=<로마 위드 러브>에 이은 두 번째 작업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브루스 윌리스도 캐스팅됐는데, 아직 제목과 시놉시스는 공개되지 않았다.
-팀 버튼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덤보>의 실사판을 연출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랑켄위니>에 이어 팀 버튼과 디즈니가 함께하는 세 번째 작품이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섞인 형태가 될 예정이며, 각본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에런 크러거가 맡는다.
[댓글뉴스] 우디 앨런의 신작에 제시 아이젠버그가 캐스팅됐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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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에서 <생 폴의 시계상>(1974)으로 심사위원 특별상, <라빠>(1995)로 황금곰상을 받은 바 있는 프랑스 영화감독 베르트랑 타베르니에가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는 평생공로상을 받게 됐다. 한편 닐 블롬캠프 감독은 <채피>로 미국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하고서도 마음이 편치 못할 듯하다.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을 내, 역시 흥행성적이 저조했던 <엘리시움>(2013)의 스코어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UP & DOWN]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vs. 닐 블롬캠프